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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한 복수의결권 도입안에 대한 소고
2020 11/23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한 복수의결권 도입안에 대한 소고 2020-25호 PDF
요약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기 위한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지난 10월 입법 예고하였다.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받아 경영권이 위협을 받는 경우에 주주총회에서 강화된 특별결의를 거쳐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최장 10년간 유효한 복수의결권을 창업주에게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현 개정안은 주요 국가에서 증권거래소의 상장규정에 해당하는 내용을 법조항으로 담고 있다 보니 탄력적인 적용이 쉽지 않으며, 관련 상장규정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문제점이 있다. 법적용의 경직성을 줄이고 다양한 경영방식의 혁신기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법에 복수의결권의 핵심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내용은 상장규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기업의 현금흐름권과 지배권을 분리함으로써 경영권을 보호하는 수단인 차등의결권(dual class voting right) 주식1)의 한 유형으로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이다.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은 그동안 상법의 1주 1의결권 규정2)에 가로막혀 금지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0월 16일 「제18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방안’을 발표하였으며 그 직후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하여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본고에서는 정부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의 배경과 이슈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국제적 흐름과 국내 도입 배경
 
현행 상법에서 강행규정으로 고수하고 있는 주식회사의 1주 1의결권 원칙은 주주평등 원리를 구현한 것으로 국제적으로도 기본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1주 1의결권 원칙은 주식회사 초기부터 자리를 잡은 개념은 아니며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미국을 중심으로 공개기업의 주요 원칙으로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3) 다만 1980년대 들어 미국에서 적대적 M&A가 빈번해지고 동시에 증권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등의결권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4년 구글을 선두로 미국의 테크기업들이 잇따라 차등의결권 구조의 IPO를 선택하면서 차등의결권 구조는 혁신성을 내세우는 벤처기업 사이에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 전체 IPO 중 차등의결권 기업의 비중은 1980~2019년 기간 8.6%로 집계되었으나 최근 5년(2015~2019년)간 비중은 20.4%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그중에서도 테크기업 IPO 중 차등의결권 기업의 비중은 35.8%에 달하고 있다.    
 

  
또한 중국 테크기업들이 차등의결권 구조의 IPO가 가능한 미국 상장을 선호하자 위기를 느낀 홍콩거래소와 싱가포르거래소가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 금지 원칙을 깨고 2018년 이를 허용하는 상장규정을 채택하였다. 2019년에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내 STAR market에서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였고 인도의 증권감독당국(SEBI)도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아시아 증권거래소들의 변화 흐름은 지금까지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에 거리를 두었던 런던증권거래소마저 시장의 무기력을 극복하고5) 혁신기업 유치를 위해 상장규정 개정을 검토하기로 하였다.6)
  
최근의 상황을 정리하면 미국에서 시작된 테크기업의 차등의결권 구조의 IPO 선호 흐름이 아시아 주요 국가까지 경쟁적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제2 벤처 붐을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7)
 
 
벤처기업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및 이슈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받아 경영권이 위협을 받는 경우 해당 비상장 벤처기업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3이상으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최대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복수의결권의 보유는 창업주8)로 국한하였고, 그 효력도 최장 10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몰조항(sunset provision)을 두었으며, 창업주는 보유한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양도하거나 해당 기업의 이사직을 그만두는 경우 보통주로 전환(양도와 상속이 불가능한 일신전속권 부여)하도록 하였다. 또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벤처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이를 보고하고 회사의 정관을 비치 및 공시하여야 하며, 중소벤처기업부는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의 명단을 관보에 고시하도록 하였다. 다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벤처기업이 더 이상 벤처기업에 해당하지 않게 되어도 이미 발행한 복수의결권 주식의 효력은 유지되며, 상장 이후에도 보통주로의 전환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하였다.9)      
 
그런데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복수의결권 도입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모두 회사법의 복수의결권 허용을 전제로 증권거래소의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복수의결권 구조의 IPO를 가능하게 만든 것에 비해 우리 정부 도입안은 상법의 금지규정을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상장규정에서 다루고 있는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의 요건, 보유자의 자격, 보통주 전환 조건 등 구체적 조건을 상장규정이 아닌 법률 조항으로 규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상장규정보다 상위에 있는 법률로 복수의결권 관련 규정을 제정하게 되면 법률적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의 경우 사회적으로 혁신적이라고 충분히 인정할만한 기업에 국한하여 복수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보니 보다 유연한 상장규정을 통해 해당 기업을 선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복수의결권 주식의 보유자에 대한 자격 요건을 보면 벤처기업법 개정안에서는 매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창업주에 한정하고 있지만 홍콩거래소, 싱가포르거래소, 상하이증권거래소(STAR Market) 모두 IPO 시점 이사와 10% 이상 주식보유자(싱가포르거래소 제외)면 가능하다. 굳이 혁신기업의 실제 창업주가 아니어도 기업의 혁신성을 구현하는 책임있는 위치의 경영자라면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단적으로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2003년 창업당시 회사의 창업주가 아니었으며 1년 후 650만 달러를 투자한 엔젤투자자로 테슬라에 합류하였으나 기존 창업주와 갈등 속에 경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런데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투자를 결정한 시점에 결국 회사를 떠난 기존 창업주들이 지분 희석에 대응하여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함으로써 일론 머스크의 경영권 개입에 대항할 수 있는 반면 일론 머스크는 복수의결권 소유에 필수적인 창업주 요건 충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어색한 논리가 가능해진다.
 
복수의결권의 효력을 최장 10년까지만 인정하도록 한 기한제 일몰조항에 대해서도 비록 복수의결권의 영구화로 인한 기업가치의 하락에 대한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다고 해도 인도를 제외하고는 일몰조항 채택을 자율적으로 정관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도의 경우에도 10년 기한의 기점은 상장 시점으로 비상장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여러 연구에서도 복수의결권 기업의 가치가 IPO 이후 언제부터 하락하는지에 대해 공통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국내의 경우 2012~2018년 기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벤처인증 경력이 있는 585개 기업을 창업자 경영 기업(창업벤처)과 비창업자 경영 기업(비창업벤처)으로 구분하여 IPO 이후 기업가치 추이를 보면 시간에 따라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기도 쉽지 않고 비창업벤처의 가치하락이 더 지연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복수의결권에 대한 국내와 주요국의 접근 차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복수의결권을 회사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되 상장규정을 통해 상장기업은 규제를 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상법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데서 유래하는 면이 있다. 즉, 국내에서는 비상장기업도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이 가능하지 않다 보니 우선적으로 비상장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복수의결권 기업의 상장 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비교국가들과 다른 접근법을 따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기업의 상장 조건은 별도 논의를 거쳐야...
  

벤처기업법 개정안에서도 원칙적으로는 복수의결권 구조의 상장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복수의결권 주식은 증권시장 상장 이후에도 보통주 전환을 최대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비상장 단계에서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의 상장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에서 홍콩거래소와 싱가포르거래소 등에서 도입한 복수의결권 관련 세부 내용을 상당부분 법조항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복수의결권 기업에 대한 상장규정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비상장 벤처기업의 상장을 모두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업종, 혁신성, 예상시가총액, 복수의결권 보유자 자격에 대해 기준을 마련하여 정량적ㆍ정성적으로 심사할 것인지, 공시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시장에만 허용할 것인지, 시장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에 편입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 등 시장관리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이슈가 다수 존재한다. 또한 복수의결권 기업에 투자한 일반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10) 
 
그러나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의 효력이 IPO 이후 최장 3년에 불과한 제약적 상황에서 제반 이슈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시장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상장규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참고로 홍콩거래소의 경우 2014년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해 시한부 일몰조항 채택 여부, 상장 시장의 선정 등 제반 이슈에 대해 시장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잠재적 문제점을 검토한 후 2018년에 가서야 상장규정을 개정할 수 있었다.        
  
    
혁신가의 비규범적 경영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필요성
 

아무리 혁신기업이라고 해서 기업지배구조의 대원칙인 1주 1의결권 원칙 적용에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구글의 IPO 당시 ‘창업주 서한(An Owner’ s Manual)‘에 드러난 두 창업주(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단호한 의지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 두 창업주는 상장 이후에도 자신들 고유의 경영방식(임직원의 채용 및 해임방식 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구조 선택이 불가피하였음을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밝혔다. 구글처럼 혁신가들이 전형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하려고 할 때, 이러한 시도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혁신성이 높을수록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들의 투자회수 요구에 따라서는 해외 상장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복수의결권 도입이 자칫 투자자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벤처기업법에는 법적용의 경직성을 줄이고 다양한 경영방식의 혁신기업을 수용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관련 핵심 원칙만 담고 세부적인 내용은 제반 이슈를 충분히 검토한 후 상장규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1) 차등의결권은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1개 미만을 부여하는 부분의결권,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이 증가하는 테뉴어보팅(tenure voting), 무의결권 등 1주 1의결권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본고에서는 국제적관점에서 보다 포괄적일 때는 차등의결권 용어를 사용하며 국내 도입 논의에서는 복수의결권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2) 상법 제369조 제1항,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3) 차등의결권의 역사적 변천과정에 대해서는 ‘남길남, 2019, 차등의결권 논쟁의 주요 흐름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19-07’을 참조한다.
4) Kim, H., Michaely, R., 2019, Sticking around too long? Dynamics of the benefits of dualclass structures, ECGI Finance Working Paper 590; Ritter, J.R., 2020, Initial Public Offerings: Median Age of IPOs Through 2019.
5) 런던증권거래소의 대표주가지수인 FTSE100은 연초부터 10월까지 26.1% 하락하면서 테크기업 비중이 큰 미국 S&P500의 1.2%, 나스닥지수의 21.6% 상승과 대비되었다.
6) Reuters, 2020. 11. 19, Britain launches review to keep London listings competitive.
7) 정부는 이미 2019년 3월,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의 하나로 비상장 벤처기업 대상으로 복수의결권 허용 검토 안을 발표하였으며, 2020년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을 위해 벤처기업법 개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8) 창업주는 1. 회사 설립 당시 정관에 발기인으로 기재된 자, 2.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 3. 30% 이상의 최대주주, 4. 1과 2의 조건을충족하는 둘 이상의 자가 50% 이상 주식 보유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9) 이외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하였다. 
10) 예를 들어 의결권 있는 주식의 일정 비율을 공개매수로 확보하면 복수의결권의 효력이 무력화되는 EU의 ‘break-through 조항’이나 복수의결권을 보유한 지배주주의 주식이 대량 매각되는 경우에도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캐나다의 ‘coattail 조항’ 등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