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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내 ESG 채권시장의 활성화
2023 04/03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내 ESG 채권시장의 활성화 2023-07호 PDF
요약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 청사진에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및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2018년 대비) 감축하는 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목표가 유지되었다. 청사진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저탄소 생산 및 사업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저감기술 확보 등 막대한 자금이 수반되는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서는 ESG 채권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글로벌 ESG 채권시장은 2022년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최근 주요국의 다양한 환경ㆍ에너지 관련 정책으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은 환경 이슈가 기후위기 대응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 기술 주도권 등 경제성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탄소중립 전환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ESG 채권시장의 다양한 활성화 방안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1) 해당 청사진에는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사회 전환 및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2018년 대비) 감축 등 파리기후협약(Paris Climate Agreement) 이행을 위해 약속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NDC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중립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의 재조정 등 정부가 주도할 부분과 저탄소 생산기반 구축 등 민간기업의 참여가 요구되는 부분 모두가 포함된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GDP의 25%로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며, 탄소집약형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국내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서는 저감기술 확보 등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ESG 채권, 특히 녹색채권은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조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녹색채권의 발행이나 민간기업의 참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ESG 채권시장의 현황

2022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ESG 채권시장이 한보 후퇴하는 한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및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가파른 국제적 금리인상 기조는 ESG 채권시장을 비롯한 ESG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림 1>을 보면 2022년 글로벌 ESG 채권 발행금액은 9,58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25.5%, 발행건수도 3,151건으로 전년대비 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ESG 채권 유형별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2021년 급격하게 증가했던 사회적채권(-37.9%) 발행이 2022년에는 가장 큰 폭 감소했으며, 이와 더불어 지속가능채권(-26.7%), 녹색채권(-23.9%), 지속가능연계채권(-11.2%) 모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2022년 발행금액 기준 ESG 채권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녹색채권이 52.3%로 2019년 70.1%에 비해서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ESG 채권 발행도 2022년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그림 2>를 보면 2022년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은 57.5조원으로 전년대비 33.7%, 발행건수도 565건으로 전년대비 14.9% 감소했다. ESG 채권 유형별로는 발행금액 기준 2022년에 전년대비 녹색채권(-53.0%)과 지속가능채권(-52.2%)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사회적채권(-26.1%)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덜했다. 2023년에 들어서도 국내 ESG 채권 발행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2023년 1~2월 사이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은 5.2조원으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발행금액 기준 ESG 채권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의 경우 사회적채권이 79.5%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녹색채권의 경우 10.2%에 불과해 글로벌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저탄소 생산 및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녹색채권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림 3>은 누적 발행금액 기준 ESG 채권의 국가별 순위 및 비중을 보여준다. 국제기구를 제외하고 ESG 채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단일 국가에는 미국(1위), 프랑스(2위), 중국(3위)이 포함되며, 한국(7위)의 경우에도 상위권에 속한다. 단일 국가로는 미국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지역별로는 통합된 규제체계 및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EU가 ESG 채권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 규모적 측면에서 ESG 채권시장의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녹색채권보다는 사회적채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행주체 측면에서도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서 EU, 미국 등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주요국 ESG 채권시장의 성장 모멘텀

최근 주요 국가ㆍ지역에서는 ESG 채권, 특히 녹색채권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2022년 5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EU의 에너지자립,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다.2) RePowerEU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의 중단,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위해 2027년까지 2,100억유로, 2030년까지 3,000억유로의 투자 예산을 포함하고 있다. RePowerEU의 실행에는 EU의 녹색 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기반한 녹색채권 발행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8월 제정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은 기후 관련 활동 개선을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3,690억달러를 배정하고 있다. IRA는 재생에너지 생산, 전기차 도입, 에너지 효율화 등에 대해 보조금 및 대출지원과 더불어 2,60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공제를 포함하고 있다. IRA의 목표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미국내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이며, 이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목표의 80% 수준이다. IRA에 포함된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녹색채권 발행 및 투자 촉진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8월 중국은 국제적 표준에 부합한 새로운 녹색채권 원칙(Green Bond Principles)을 발표했다. 그간 중국의 녹색채권 발행 기준은 국제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국제자본시장협회(International Capital Markets Association: ICMA)의 녹색채권 원칙과 괴리가 있었으나, 새롭게 마련된 중국의 녹색채권 원칙은 대부분의 차이를 좁혔다. 특히, 발행금액의 30~50%를 특정 프로젝트 외에 발행사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부분을 차단하고, 새 녹색채권 원칙에서는 조달자금의 100%를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이 마련한 새 녹색채권 원칙은 그간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으로 인한 그린워싱(green washing) 우려를 완화하여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녹색채권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주요국의 움직임은 환경 이슈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 기술 주도권, 산업 경쟁력, 고용 창출 등 경제성장 전반과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ESG 채권시장의 활성화 과제

국내 ESG채권시장은 양적으로는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 2022년 누적 발행금액 기준 단일 국가로는 세계 7위에 속한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내 ESG 채권시장은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남아 있으며,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간기업의 녹색채권 활용도 제고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녹색채권 발행에 수반되는 비용부담을 줄여주고,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 기반을 넓혀주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국내 정책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을 촉진시키기 위한 새로운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23년 2월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채권’3) 발행시 한시적으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4) 해당 시범사업은 약 3조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을 목표로 채권 발행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하며, 총 예산 규모는 77억원 수준이다. 지원 대상은 우선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이행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지원예산의 70%를 배분할 계획이다. 또한, 녹색채권 발행 부담이 높은 중소ㆍ중견 기업에 대해서는 발행금액의 0.4%, 대기업 및 공공기관은 0.2%의 지원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지원 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며,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이번 지원사업은 국내 녹색채권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금번 지원방안은 시범적이고 한시적으로만 운영될 예정으로, 보다 장기적이고 큰 규모의 지원정책 마련도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발행사와 더불어 세제혜택 등 투자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녹색채권 발행 기업의 기반확대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한국은 탄소집약적 산업구조로 녹색채권 발행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 유사한 산업구조와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두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에 주목해볼 수 있다. 2021년 5월 일본 금융청(Financial Services Agency)과 경제산업성(Ministry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은 ‘전환금융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Transition Finance)’를 발표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일본 기업들의 탈탄소화 투자를 전환채권(transition bond) 및 전환대출(transition loan)로 인정받고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주고 있다. 전환채권은 아직 국제적으로 독립적인 ESG 채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전환채권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탄소중립 전환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전환채권과 같은 기업의 ESG 채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1)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2023. 3. 21,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ㆍ녹색성장 청사진 공개, 보도자료.
2) 2022년 10월에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임시안(provisional agreement)에 합의하여 현재 EU 회원국의 도입 절차를 앞두고 있다.
3) ‘한국형 녹색채권’은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에 부합하고, 2022년 12월 발표된 개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의 절차에 따라 발행되는 채권을 의미한다.
4) 환경부, 2023. 2. 23,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 녹색금융 활성화 마중물,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