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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자산의 부상과 기업 재무행태의 변화
2026-14호 2026.07.13
요약
기술진보와 지식기반 경제의 진전으로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기업 자금수요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에 비해 담보가치와 회수가치가 낮고,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과 정보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전통적인 부채 중심 금융과의 정합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따라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비집약 기업에 비해 지분성 자금과 장기 위험자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고, 향후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비해 내부 유동성을 축적하려는 유인도 클 수 있다.
본고에서는 국내 외감 비금융기업의 재무자료를 이용하여 무형자산 집약 기업(무형기업)과 그 외 기업(비무형기업)의 자금조달 및 현금보유 행태를 비교하고, 기업 생애주기별 재무행태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무형기업은 비무형기업에 비해 외부자금조달 중 지분성 조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주된 외부자금조달 원천은 여전히 부채였으며, 무형기업을 중심으로 자산 구성의 무형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자금조달 구조에서 이에 상응하는 구조적 전환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현금보유 비율은 장기적으로 상승하였으며, 특히 도입기ㆍ성장기 무형기업에서 현금보유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무형자산 중심 기업들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해왔을 가능성과 일관된다.
이러한 결과는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대응하여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고 이를 자금공급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수요에 부합하는 지분성 자금과 장기 위험자본 공급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국내 외감 비금융기업의 재무자료를 이용하여 무형자산 집약 기업(무형기업)과 그 외 기업(비무형기업)의 자금조달 및 현금보유 행태를 비교하고, 기업 생애주기별 재무행태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무형기업은 비무형기업에 비해 외부자금조달 중 지분성 조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주된 외부자금조달 원천은 여전히 부채였으며, 무형기업을 중심으로 자산 구성의 무형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자금조달 구조에서 이에 상응하는 구조적 전환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현금보유 비율은 장기적으로 상승하였으며, 특히 도입기ㆍ성장기 무형기업에서 현금보유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무형자산 중심 기업들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해왔을 가능성과 일관된다.
이러한 결과는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대응하여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고 이를 자금공급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수요에 부합하는 지분성 자금과 장기 위험자본 공급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
기술진보와 지식기반 경제의 진전으로 지식, 소프트웨어, 데이터, 브랜드, 조직자본 등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 경제에서 무형자산의 축적은 연구개발을 통한 지식ㆍ기술의 창출과 활용, 브랜드 가치 제고, 조직 역량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무형투자의 확대 추세에서도 확인된다. 해외 주요국의 무형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유형투자보다 빠르게 증가해왔으며, 특히 2008년 이후에는 두 투자 간 증가세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림 1>). 국내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 동 기간 무형투자의 증가세가 유형투자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2>). 이러한 흐름은 국내 기업 부문의 자산 구성에서도 확인되며, 특히 무형자산 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무형자산의 비중이 유의하게 확대되는 변화가 관찰된다.1)
기업 자금수요 및 재무행태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기업의 투자 대상 자산뿐 아니라 자금수요의 성격과 재무행태에도 중요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무형자산의 부상은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제약을 심화시키고 내부자금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에 비해 담보로 활용되기 어렵고, 기업이 청산되거나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가치가 온전히 회수되기 어렵다.2) 또한 무형자산은 가치평가가 어렵고 투자 성과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외부 자금공급자는 무형투자의 질과 기대수익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무형자산 중심 기업은 외부자금조달 과정에서 더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나 더 엄격한 신용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제약은 축적된 담보자산과 신용이력이 부족하고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신생ㆍ성장기 혁신기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투자재원으로서 내부자금에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래 투자기회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을 보다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다음으로, 무형자산의 부상은 기업의 외부자금조달에서 전통적인 부채성 조달보다 지분성 자금 및 장기 위험자본의 상대적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정적인 상환을 전제로 하는 부채성 조달은 담보가치가 낮고 성과 실현의 불확실성과 실현 시차가 큰 무형투자와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반면 지분성 자금은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과 성공 시 높은 수익 가능성을 투자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자금조달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요컨대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은 기업의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에 두 가지 방향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무형자산의 부상은 전통적인 부채성 조달보다 지분성 자금과 장기 위험자본의 상대적 중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이러한 외부 위험자본의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자금과 현금보유에 더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무형자산의 부상이 기업의 재무행태에 미치는 영향은 금융시스템이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얼마나 적응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시스템이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맞추어 충분히 발전한 경우,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제약은 완화될 수 있으며,3) 이에 따라 내부 유동성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자금공급 체계가 여전히 담보 중심의 부채금융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미래 투자기회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내부자금을 축적하고 현금보유를 확대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4)
국내 기업 부문의 재무행태 변화
여기에서는 국내 외감 비금융기업의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기업 부문의 평균적 재무행태 변화를 살펴본다.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는 DataGuide에서 추출하였으며, 표본기간은 2003~2024년이다. 구체적으로 각 표본기업을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하 무형기업)과 그 외 기업(이하 비무형기업)으로 구분한 뒤, 자금조달 원천과 현금보유의 추이를 살펴본다. 무형기업은 선행연구5)에서 정의한 무형자산 집약 산업군에 속한 기업으로 정의한다.
<그림 3>은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의 자금조달 원천 및 현금보유 추이를 나타내며, <그림 4>는 외부자금조달 중 부채성 조달과 지분성 조달의 구성비 추이를 보여준다. 먼저, 무형기업은 비무형기업에 비해 외부자금조달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 무형기업의 규모 대비 외부자금 수요가 비무형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을 시사한다.6) 또한 외부자금조달에서 지분성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모든 연도에서 무형기업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형자산 중심 기업의 외부자금 수요가 전통적인 부채성 조달보다는 지분성 조달과 상대적으로 더 잘 부합할 수 있다는 이론적 예측과도 일관된다.
다만 무형기업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연도에서 지분성 조달보다 부채성 조달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관찰기간 동안 외부자금조달 구성비에서 뚜렷한 구조적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부문의 외부자금조달 구조가 이에 맞추어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보다 뚜렷하게 관찰되는 변화는 현금보유의 증가이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 모두에서 현금보유 비율은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그 증가폭은 무형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이는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 미래의 외부자금조달 제약이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많은 유동성을 내부에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애주기별 재무행태와 변화
이번에는 기업 생애주기별 재무행태와 그 변화를 검토한다. 기업 생애주기는 Dickinson(2011)7)의 분류를 바탕으로 영업ㆍ투자ㆍ재무 현금흐름의 양상에 따라 도입기(introduction), 성장기(growth), 성숙기(mature), 조정기(shake-out), 쇠퇴기(decline)로 구분하였다.
<그림 5>는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의 생애주기 단계별 자금조달 패턴을, <그림 6>은 현금보유 비율 패턴을 보여준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 모두에서 도입기와 성장기에 속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부채성 조달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성숙기 이후 단계에서는 부채성 조달이 평균적으로 음(-)의 값을 보인다. 지분성 조달 역시 도입기와 성장기에서 다른 단계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지만, 각 단계에서의 규모는 부채성 조달에 비해 작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현금보유 비율은 두 기업유형 모두에서 성숙기와 조정기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을 비교하면, 무형기업은 비무형기업에 비해 도입기와 성장기에서 지분성 조달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이는 무형기업이 성장 초기 단계에서 비무형기업에 비해 지분성 자금조달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무형기업에서도 도입기와 성장기의 주된 외부자금조달 원천은 여전히 부채성 조달로 나타난다. 또한 무형기업은 모든 생애주기 단계에서 비무형기업보다 높은 현금보유 비율을 보인다. 이는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상대적으로 높은 유동성 수요를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패턴에 시계열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표본기간을 전반기(2003~2013년)와 후반기(2014~2024년)로 나누어 기업유형별ㆍ생애주기 단계별 재무행태를 비교하였다. 자금조달 패턴의 경우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에 큰 구조적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비무형기업에서는 도입기와 성장기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비율이 다소 감소한 반면, 무형기업에서는 도입기 기업의 지분성 조달을 중심으로 외부자금조달 비율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뚜렷한 변화는 현금보유에서 확인된다. <그림 7>은 기업유형별로 전반기와 후반기의 생애주기 단계별 평균 현금보유 비율을 보여준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 모두에서 후반기 현금보유 비율은 전반기에 비해 모든 생애주기 단계에서 높게 나타난다. 다만 증가 양상에는 기업유형별 차이가 존재한다. 비무형기업의 경우 현금보유 비율의 증가는 성숙기와 조정기 기업에서 두드러지는 반면, 무형기업은 도입기와 성장기에서도 현금보유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무형기업에서 내부 유동성 축적의 중요성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외부자금조달 구조에서 뚜렷한 전환이 관찰되지 않는 가운데 현금보유가 확대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자금 수요가 큰 초기 생애주기 단계에서도 현금보유가 증가한 것은,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 향후 자금수요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과 일관된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본고의 분석 결과는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체계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이러한 결과는 무형자산 중심 기업들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비하여 내부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해왔을 가능성과도 부합한다.
이러한 흐름은 개별 기업의 재무전략 차원을 넘어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 효율성과도 관련된다. 성장기회가 큰 기업들이 향후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비해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면, 생산적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자원이 유동성 형태로 묶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내부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혁신기업의 경우에는 유망한 투자기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성장기회를 실현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간 성장 격차를 확대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자원배분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무형자산의 부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여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담보 중심의 부채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 관행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에 비해 담보가치와 회수가치가 낮고,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과 정보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만으로는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지식재산 등 다양한 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고, 이를 자금공급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무형자산 집약 기업에 적합한 장기 위험자본 공급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형투자는 유형투자에 비해 투자 성과가 불확실하고 회수기간이 길며, 성공 시 상방 가능성이 큰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고정적인 원리금 상환을 전제로 하는 부채성 조달보다는 지분성 자금, 벤처투자, 장기 모험자본과 더 높은 정합성을 가진다. 따라서 무형자산 중심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정비하고, 민간 위험자본이 보다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1) 정희철, 2026 발간예정, 『무형자산의 부상과 생산요소의 배분 효율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2) Almeida, H., Campello, M., 2007, Financial constraints, asset tangibility, and corporate investment,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0(5), 1429-1460; Hall, B. H., Lerner, J., 2010, The financing of R&D and innovation, Handbook of the Economics of Innovation, Vol. 1, 609-639.
3) 외부 지분성 자금조달 기회의 확대가 R&D 등 무형투자의 자금조달 제약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논의는 Brown, J. R., Petersen, B. C., 2009, Why has the investment-cash flow sensitivity declined so sharply? Rising R&D and equity market developments, Journal of Banking & Finance 33(5), 971-984을 참조
4) 기업의 현금보유가 향후 금융제약에 대비한 예비적 동기와 관련된다는 논의는 Almeida, H., Campello, M., Weisbach, M. S., 2004, The cash flow sensitivity of cash, Journal of Finance 59(4), 1777-1804를 참조
5) 정희철(2026, 발간예정)
6) 관측된 외부자금조달 비율은 자금조달 제약의 정도뿐 아니라 기업 규모 대비 자금 수요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7) Dickinson, V., 2011, Cash flow patterns as a proxy for firm life cycle, The Accounting Review 86(6), 1969-1994.
기술진보와 지식기반 경제의 진전으로 지식, 소프트웨어, 데이터, 브랜드, 조직자본 등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 경제에서 무형자산의 축적은 연구개발을 통한 지식ㆍ기술의 창출과 활용, 브랜드 가치 제고, 조직 역량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무형투자의 확대 추세에서도 확인된다. 해외 주요국의 무형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유형투자보다 빠르게 증가해왔으며, 특히 2008년 이후에는 두 투자 간 증가세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림 1>). 국내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 동 기간 무형투자의 증가세가 유형투자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2>). 이러한 흐름은 국내 기업 부문의 자산 구성에서도 확인되며, 특히 무형자산 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무형자산의 비중이 유의하게 확대되는 변화가 관찰된다.1)

기업 자금수요 및 재무행태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기업의 투자 대상 자산뿐 아니라 자금수요의 성격과 재무행태에도 중요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무형자산의 부상은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제약을 심화시키고 내부자금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에 비해 담보로 활용되기 어렵고, 기업이 청산되거나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가치가 온전히 회수되기 어렵다.2) 또한 무형자산은 가치평가가 어렵고 투자 성과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외부 자금공급자는 무형투자의 질과 기대수익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무형자산 중심 기업은 외부자금조달 과정에서 더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나 더 엄격한 신용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제약은 축적된 담보자산과 신용이력이 부족하고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신생ㆍ성장기 혁신기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투자재원으로서 내부자금에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래 투자기회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을 보다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다음으로, 무형자산의 부상은 기업의 외부자금조달에서 전통적인 부채성 조달보다 지분성 자금 및 장기 위험자본의 상대적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정적인 상환을 전제로 하는 부채성 조달은 담보가치가 낮고 성과 실현의 불확실성과 실현 시차가 큰 무형투자와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반면 지분성 자금은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과 성공 시 높은 수익 가능성을 투자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자금조달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요컨대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은 기업의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에 두 가지 방향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무형자산의 부상은 전통적인 부채성 조달보다 지분성 자금과 장기 위험자본의 상대적 중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이러한 외부 위험자본의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자금과 현금보유에 더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무형자산의 부상이 기업의 재무행태에 미치는 영향은 금융시스템이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얼마나 적응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시스템이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맞추어 충분히 발전한 경우, 무형자산 집약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제약은 완화될 수 있으며,3) 이에 따라 내부 유동성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자금공급 체계가 여전히 담보 중심의 부채금융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 무형자산 집약 기업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미래 투자기회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내부자금을 축적하고 현금보유를 확대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4)
국내 기업 부문의 재무행태 변화
여기에서는 국내 외감 비금융기업의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기업 부문의 평균적 재무행태 변화를 살펴본다.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는 DataGuide에서 추출하였으며, 표본기간은 2003~2024년이다. 구체적으로 각 표본기업을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하 무형기업)과 그 외 기업(이하 비무형기업)으로 구분한 뒤, 자금조달 원천과 현금보유의 추이를 살펴본다. 무형기업은 선행연구5)에서 정의한 무형자산 집약 산업군에 속한 기업으로 정의한다.
<그림 3>은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의 자금조달 원천 및 현금보유 추이를 나타내며, <그림 4>는 외부자금조달 중 부채성 조달과 지분성 조달의 구성비 추이를 보여준다. 먼저, 무형기업은 비무형기업에 비해 외부자금조달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 무형기업의 규모 대비 외부자금 수요가 비무형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을 시사한다.6) 또한 외부자금조달에서 지분성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모든 연도에서 무형기업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형자산 중심 기업의 외부자금 수요가 전통적인 부채성 조달보다는 지분성 조달과 상대적으로 더 잘 부합할 수 있다는 이론적 예측과도 일관된다.


다만 무형기업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연도에서 지분성 조달보다 부채성 조달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관찰기간 동안 외부자금조달 구성비에서 뚜렷한 구조적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부문의 외부자금조달 구조가 이에 맞추어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보다 뚜렷하게 관찰되는 변화는 현금보유의 증가이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 모두에서 현금보유 비율은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그 증가폭은 무형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이는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 미래의 외부자금조달 제약이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많은 유동성을 내부에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애주기별 재무행태와 변화
이번에는 기업 생애주기별 재무행태와 그 변화를 검토한다. 기업 생애주기는 Dickinson(2011)7)의 분류를 바탕으로 영업ㆍ투자ㆍ재무 현금흐름의 양상에 따라 도입기(introduction), 성장기(growth), 성숙기(mature), 조정기(shake-out), 쇠퇴기(decline)로 구분하였다.
<그림 5>는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의 생애주기 단계별 자금조달 패턴을, <그림 6>은 현금보유 비율 패턴을 보여준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 모두에서 도입기와 성장기에 속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부채성 조달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성숙기 이후 단계에서는 부채성 조달이 평균적으로 음(-)의 값을 보인다. 지분성 조달 역시 도입기와 성장기에서 다른 단계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지만, 각 단계에서의 규모는 부채성 조달에 비해 작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현금보유 비율은 두 기업유형 모두에서 성숙기와 조정기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을 비교하면, 무형기업은 비무형기업에 비해 도입기와 성장기에서 지분성 조달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이는 무형기업이 성장 초기 단계에서 비무형기업에 비해 지분성 자금조달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무형기업에서도 도입기와 성장기의 주된 외부자금조달 원천은 여전히 부채성 조달로 나타난다. 또한 무형기업은 모든 생애주기 단계에서 비무형기업보다 높은 현금보유 비율을 보인다. 이는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상대적으로 높은 유동성 수요를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패턴에 시계열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표본기간을 전반기(2003~2013년)와 후반기(2014~2024년)로 나누어 기업유형별ㆍ생애주기 단계별 재무행태를 비교하였다. 자금조달 패턴의 경우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에 큰 구조적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비무형기업에서는 도입기와 성장기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비율이 다소 감소한 반면, 무형기업에서는 도입기 기업의 지분성 조달을 중심으로 외부자금조달 비율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뚜렷한 변화는 현금보유에서 확인된다. <그림 7>은 기업유형별로 전반기와 후반기의 생애주기 단계별 평균 현금보유 비율을 보여준다. 무형기업과 비무형기업 모두에서 후반기 현금보유 비율은 전반기에 비해 모든 생애주기 단계에서 높게 나타난다. 다만 증가 양상에는 기업유형별 차이가 존재한다. 비무형기업의 경우 현금보유 비율의 증가는 성숙기와 조정기 기업에서 두드러지는 반면, 무형기업은 도입기와 성장기에서도 현금보유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무형기업에서 내부 유동성 축적의 중요성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외부자금조달 구조에서 뚜렷한 전환이 관찰되지 않는 가운데 현금보유가 확대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자금 수요가 큰 초기 생애주기 단계에서도 현금보유가 증가한 것은, 무형자산 집약 기업이 향후 자금수요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과 일관된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본고의 분석 결과는 무형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외부자금조달 체계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이러한 결과는 무형자산 중심 기업들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와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비하여 내부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해왔을 가능성과도 부합한다.
이러한 흐름은 개별 기업의 재무전략 차원을 넘어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 효율성과도 관련된다. 성장기회가 큰 기업들이 향후 외부자금조달 제약에 대비해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면, 생산적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자원이 유동성 형태로 묶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내부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혁신기업의 경우에는 유망한 투자기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성장기회를 실현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간 성장 격차를 확대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자원배분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무형자산의 부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여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담보 중심의 부채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 관행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에 비해 담보가치와 회수가치가 낮고,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과 정보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만으로는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지식재산 등 다양한 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고, 이를 자금공급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무형자산 집약 기업에 적합한 장기 위험자본 공급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형투자는 유형투자에 비해 투자 성과가 불확실하고 회수기간이 길며, 성공 시 상방 가능성이 큰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고정적인 원리금 상환을 전제로 하는 부채성 조달보다는 지분성 자금, 벤처투자, 장기 모험자본과 더 높은 정합성을 가진다. 따라서 무형자산 중심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정비하고, 민간 위험자본이 보다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1) 정희철, 2026 발간예정, 『무형자산의 부상과 생산요소의 배분 효율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2) Almeida, H., Campello, M., 2007, Financial constraints, asset tangibility, and corporate investment,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0(5), 1429-1460; Hall, B. H., Lerner, J., 2010, The financing of R&D and innovation, Handbook of the Economics of Innovation, Vol. 1, 609-639.
3) 외부 지분성 자금조달 기회의 확대가 R&D 등 무형투자의 자금조달 제약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논의는 Brown, J. R., Petersen, B. C., 2009, Why has the investment-cash flow sensitivity declined so sharply? Rising R&D and equity market developments, Journal of Banking & Finance 33(5), 971-984을 참조
4) 기업의 현금보유가 향후 금융제약에 대비한 예비적 동기와 관련된다는 논의는 Almeida, H., Campello, M., Weisbach, M. S., 2004, The cash flow sensitivity of cash, Journal of Finance 59(4), 1777-1804를 참조
5) 정희철(2026, 발간예정)
6) 관측된 외부자금조달 비율은 자금조달 제약의 정도뿐 아니라 기업 규모 대비 자금 수요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7) Dickinson, V., 2011, Cash flow patterns as a proxy for firm life cycle, The Accounting Review 86(6), 1969-19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