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 바로 이동합니다.
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최근 원화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진행되어 온 고환율 기조의 지속은 우리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확산시켜왔다. 이는 환율상승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물가의 상승 압력 증가와 경제 각 부문 간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 등으로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ㆍ내수기업간, 수출과 내수부문 간 그리고 소득계층 간의 차별적 환율 영향은 고용안정과 성장잠재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고환율 재현시 중소 및 내수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들도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를 강화하여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율상승에 따른 서민층의 체감물가 상승이 가계의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원화환율이 하락하며 다소 안정세를 회복하였으나 미달러화 강세의 재현 가능성과 국내 경제주체들의 해외증권투자 증가세 지속 등 구조적인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요인들도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의 원화환율 수준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1,000~1,200원 범위에서 오랜 기간 등락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경제주체들의 인식 또한 고환율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외화유동성위기 가능성은 희박하고 수출가격경쟁력 강화와 해외투자수익률 증가 등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것은 물가상승 압력의 증가 차원을 넘어 경제 각 부문간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깔려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본고에서는 원화환율 상승이 경제 부문간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을 대기업-중소내수기업, 수출과 내수부문, 가계의 소득불평등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시사점을 언급하였다.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 간 차별화

환율상승은 수출주도형 우리 경제에서 수출 증가와 경제성장률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은 환율상승시 달러화표시 수출단가를 낮추어 수출물량 증가를 도모하기 용이하고 수출금액의 원화환산액도 증가한다. 그 결과 대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호조의 이면에는 수입 또는 내수 기업의 어려움이 상존한다. 환율상승으로 전체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이의 과실은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이 대부분 향유하며 중소 수입기업 또는 내수기업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다. 대기업-중소기업간 하청구조 하에서 환율상승은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가공하여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들 기업에게는 수입원가 및 생산비용의 상승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수입단가에 대한 글로벌 가격협상 여력이 미약하여 환율상승에 따른 영향을 수입원가 상승으로 그대로 떠안게 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의 납품단가 협상에서도 불리한 하청관계에 놓여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환율상승시 수익성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기업경영분석통계 등을 활용하여 원화환율의 안정기(2016~2020년)와 상승기(2021~2025년)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영활동과 수익성, 임금 측면을 비교해 보면 대체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별적 영향이 관찰된다. 두 기간중 매출액증가율에 있어 대기업은 1.16%(연평균 기준)에서 7.90%로 6.8배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중 0.90%에서 4.43%로 4.9배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세전순이익률을 보면 두 기간중 대기업은 5.18%(기간평균 기준)에서 5.83%로 증가한 데 반해 중소기업은 4.73%에서 4.35%로 오히려 감소하였다.1)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활동과 수익성 차이는 2021년경부터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에서 그 격차가 확대되어 2024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월 613만원)의 소득은 중소기업 근로자(월 307만원)의 2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는 원화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한 지난 수년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영성과 및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악화되었음을 의미하며 중소기업은 제조 및 판매 축소, 경직적 임금인상 등 긴축경영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출과 내수부문 간 불균형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나 투자 등 내수부문의 상대적 위축은 우리 경제의 수출-내수부문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고용 둔화와 성장잠재력의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수출 증대의 효과가 하청기업이나 소상공인, 가계 등 내수부문으로 확장되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과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이러한 낙수효과의 둔화는 순수출(수출-수입) 증가에 따른 총수요 증가보다 수입원가 등 생산비용 상승으로 총공급이 더 크게 위축되면서 내수 및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 명목임금 인상 제약 등으로 경제전체의 실질구매력과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발생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술진보가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반도체나 AI, 자동화 공정과 같은 기술ㆍ자본집약적 첨단산업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GVC)의 활용도도 커지면서 낙수효과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출 증대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부(wealth) 축적에는 기여하는 바가 크겠으나,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에게는 상대적 어려움을 더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자산 및 소득 양극화와 내수 소비기반 약화, 나아가 수출과 내수부문간 불균형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실제 우리나라의 GDP통계를 보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이 명목기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명목가격 기준으로 민간소비와 투자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를 상회하였으나 2025년에는 76%로 하락하였다.2) 이를 불변가격 기준(2010년=100)으로 살펴보면 내수부문은 2025년의 경우 2010년 대비 32%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은 같은 기간중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수출 대비 내수부문의 위축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특히 이러한 격차는 원화환율이 구조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된 2020년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소득불평등 심화 가능성

고환율은 가계부문의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 심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소득불평등이란 가계의 소득이나 자산에서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의 격차가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3) 환율상승이 가계의 소득불평등을 가져오는 것은 무엇보다 수입물가 상승이 전반적인 국내 물가의 상승을 초래하는 데 있다. 물가상승이 가계에 미치는 체감 정도는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데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식비4), 난방비, 교통비 등 필수재에 지출하는 데 반해 고소득층은 필수재 지출비중이 작고 소비여력도 크므로 물가상승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를 보면 전체가구 및 1분위가계 기준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즉, 2025년 기준 엥겔지수가 전체가구의 경우에는 30.4%를, 1분위가구 기준으로는 34.6%를 기록하여 저소득층의 음식료품 지출이 전체가구의 엥겔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엥겔지수는 원화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2021년 이후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음식료품의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5)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경우 음식료품 이외에도 수도, 난방 등 주거비와 교통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6), 원화환율 상승이 유가 등 에너지가격 상승을 통해 주거난방비 및 교통비 등에서도 서민층에 큰 부담을 주면서 가계의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물가상승에 부합하는 중소기업 및 영세업체의 임금상승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게 되고, 만약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거나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부채가 상대적으로 큰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의 이자상환부담이 커지므로 소득분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소규모 개방경제 하의 우리나라에서 원화환율이 시장수급에 따라 원활히 등락하는 것은 거시경제의 안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요하며 특히 환율상승시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 강화, 경제성장률 개선 등에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환율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물가상승 압력의 증가 못지않게 대기업-중소내수기업, 수출과 내수부문, 가계의 소득불평등 등 경제 각 부문 간에 차별적인 영향이 커지면서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로 원화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고환율이 재현되면서 중소ㆍ내수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질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원가 부담이나 대기업 납품단가 등에서 이들 기업에 불이익이 집중되지 않도록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분을 대기업에 대한 납품가격에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는 납품단가연동제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이 환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환변동보험 등 환위험관리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소ㆍ중견기업들도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상품 및 시장의 다변화를 통해 환율상승 충격을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를 강화하여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환율상승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식비 등 필수재 부담과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상환부담 증가에 대해 보다 정교한 사회복지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양극화의 완화는 고용 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1) 그 밖에도 매출액영업이익률의 경우 대기업은 항상 중소기업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자보상배율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중 대기업의 경우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455.2%에서 446.8%로 소폭 하락한 데 반해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234.9%에서 187.1%로 큰 폭 하락하였다.
2) 이중 민간소비와 투자는 2025년 기준 각각 48.0%와 28.3%를 차지하여 2010년과 비교하여 3.2%p와 2.2%p 하락한 반면 수출 비중은 환율변동 등에 따른 등락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50%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 통상 가계의 소득불평등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이나 기술진보, 거시경제정책 변화, 사회복지지출, 인구구조 및 노동시장제도 변화 등 다양한 사회ㆍ경제적 요인에 의해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 5분위배율 및 상대적빈곤율은 2015년부터 완만하게 개선되다가 2024년 이후에는 다시 소폭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4) 가계의 총지출 중에서 식료품비(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지수라 하며 저소득 계층일수록 엥겔지수가 높은 경향을 나타낸다.
5) 음식료품 가격은 세계곡물가격지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동 지수는 2020년 1월~2022년 5월중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후부터 최근까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6)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경우 이들의 지출비중은 50% 내외에 달하여 5분위 가구의 35% 정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