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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사후구제 권리 증진 방안에 대한 소고
2019 01/29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권리 증진 방안에 대한 소고 2019-03호 PDF
요약
본고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를 주요국의 제도 도입 현황과 운영 사례를 통해 평가하고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분쟁조정지원제도보다는 민사소송지원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이나 영국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 대부분이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의 분쟁조정지원제도가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미국과 유사하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상태이지만 대규모 불완전판매사건에 대해서도 분쟁조정지원제도가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분쟁조정지원제도가 민사소송지원제도보다 더 실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 당장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 증진을 위해 현행 분쟁조정지원제도를 해외사례를 참고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회사의 판매행위에 대한 금융업권간 통일된 사전규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금융과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2010년 6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의 기본방향이 제시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은 제18대와 제19대 국회를 거쳐 제20대에서도 계속 계류 중에 있다. 특히 2018년에 금융당국은 중요 입법과제 중 하나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였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법안은 다른 이슈들에 묻혀 2018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019년 국회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에 초점을 맞춰 법안에서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를 일본, 영국, 미국의 제도 도입 현황과 운영 사례를 통해 평가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의 역할과 유형

금융소비자보호제도는 크게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와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는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로부터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기 위한 규제를 일컫는다.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균등한 지위와 공평한 절차에 따라 배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점에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와 감독의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철저하게 규제하고 감독하더라도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소비자는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 또는 계약교섭력(bargaining power)이 상대적으로 낮을수록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경우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금융소비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여러 제약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금융소비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그 유형에 따라 분쟁조정지원제도와 민사소송지원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분쟁조정지원제도는 사전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법원이 아닌 제3자 또는 금융당국이 개입하여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의 손해배상에 대한 분쟁조정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민사소송지원제도는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 소송에서 금융소비자의 권리 행사를 지원하고 금융회사의 법적 부담을 강화하는 제도이다. 전자의 경우 금융당국 또는 제3자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대리행사할 수 있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 금융소비자가 민사소송지원제도에 의해 부여된 권리를 직접 행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이해력 또는 계약교섭력이 낮은 금융소비자일수록 분쟁조정지원제도가 민사소송지원제도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금융이해력 또는 계약교섭력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법적 권리를 행사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자기방어능력도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있는 금융소비자일수록 금융이해력 또는 계약교섭력뿐만 아니라 자기방어능력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금융소비자가 민사소송에서 부담하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분쟁조정지원제도가 민사소송지원제도보다 금융소비자에게 더 실효적일 수 있다. 이 점에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그 취지와 목적을 고려할 때 분쟁조정지원제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바람직할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의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

현재 제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5개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새롭게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로는 위법계약 해지권, 금융회사 자료열람 요구권, 소액분쟁 소송제기 금지,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제도가 있다.1) 제도별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위법계약 해지권은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로 인해 체결한 계약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비용부담 없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금융회사 자료열람 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분쟁조정 또는 민사소송을 위해 그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을 금융회사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소액분쟁 소송제기 금지제도는 분쟁조정 금액이 2천만원 이하인 소액분쟁에 대해 분쟁조정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금융회사의 민사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제도이다.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제도는 금융소비자가 민사소송에서 금융회사의 위법사실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일부 완화하거나 금융회사에게 부담시키는 제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금액을 금융소비자의 손해금액의 3배 이내에서 금융회사에게 부과할 수 있는 제도이다. 집단소송제도는 미국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와 같이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에 대해 대표당사자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할 경우 그 법적 효력이 제외신고(opt-out)한 자를 제외한 모든 당사자에게 미치는 제도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새롭게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의 유형을 분쟁조정지원제도와 민사소송지원제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다. 위법계약 해지권과 금융회사 자료열람 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분쟁조정이나 민사소송에서 모두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소액분쟁 소송제기 금지제도는 금융소비자의 분쟁조정을 지원하는 제도이며, 그 외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는 금융소비자의 민사소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즉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새롭게 소개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분쟁조정지원제도보다는 민사소송지원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외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 도입 현황과 운영 사례

우리나라가 새로운 금융제도를 도입할 때 주로 참고하는 일본, 영국, 미국의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의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표 2>에 나타난 바와 같다.2) 위법계약 해지권의 경우 일본에서만 소비자계약법에 의한 계약취소권의 형태로 도입되었으나 금융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다. 또한 일본의 금융소비자보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금융상품판매법이나 금융상품거래법 등에서는 위법계약 해지권과 같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회사 자료열람 요구권과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제도의 경우 일본이나 영국에서는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의 경우 일본에서 도입 논의는 있었으나 도입이 유보된 상태이고,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도입된 것으로 조사된다. 한편 영국이나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 제도의 경우 우리나라의 금융소비자보호법안과 같이 개별법이 아닌 민사소송 제반 법규와 판례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도가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를 대상으로 활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 또는 집단소송이 완결되기 이전에 소송당사자 간의 합의로 소송이 종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의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 대부분이 일본과 영국에서 도입되지 않거나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일본과 영국의 분쟁조정지원제도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 금융옴부즈만서비스(Financial Ombudsman Service)에 의해, 일본의 경우 대안분쟁조정기구(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에 의해 분쟁조정지원제도가 집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민사소송 환경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분쟁조정지원제도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도과 같은 민사소송지원제도가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가 잘 발달된 영국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 증진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에게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금융회사는 고객공정대우(Treating Customers Fairly) 원칙에 입각하여 금융소비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와의 분쟁조정을 회피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또한 금융소비자가 이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금융옴부즈만서비스에 분쟁조정을 재신청할 수 있으며, 이 때 금융옴부즈만서비스는 금융소비자를 대신하여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를 대리행사한다. 예를 들면, 금융옴부즈만서비스는 위법계약 해지권이나 금융회사 자료열람 요구권에 대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없이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동일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를 대신하여 금융회사의 위법사실, 손해사실, 둘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분쟁조정을 처리한다.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법에서 명시적으로 소액분쟁 소송제기 금지제도, 위법계약 해지권, 금융회사 자료열람 요구권,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제도를 규정하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가 충분히 행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금융당국이 2011년에 발견한 지급보증보험(Payment Protection Insurance) 불완전판매 사건 또한 분쟁조정지원제도가 민사소송지원제도보다 금융소비자에게 더 실효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급보증보험 불완전판매사건은 금융옴부즈만서비스가 2011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약 160만 건의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할 정도로 대규모 불완전판매사건이다. 또한 <그림 2>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반기별 지급보증보험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적게는 전체 분쟁조정 신청건수의 30%, 많게는 60%를 차지한다. 만약 미국에서 동일한 불완전판매사건이 일어났다면 금융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논의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상태이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소비자는 금융옴부즈만서비스가 안내하는 절차에 따라 분쟁조정을 신청하였고, 금융옴부즈만서비스는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등 분쟁조정 처리역량을 제고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참고로 금융옴부즈만서비스의 임직원수는 2018년 9월말 기준 약 3,500명인 것으로 조사된다.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권리 증진 방안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서 소개된 민사소송 중심의 사후구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영국이나 일본과 같이 분쟁조정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실효적일 수 있다. 물론 민사소송 중심의 사후구제 제도는 실제적인 역할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위법한 영업행위에 상대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금융소비자에 의해 민사소송 중심의 사후구제 제도가 활용될 가능성이 낮은 경우 민사소송 중심의 사후구제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금융소비자 전체가 얻을 수 있는 편익에 비해 금융회사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 당장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 권리가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현행 분쟁조정지원제도를 영국의 금융옴부즈만서비스나 일본의 대안분쟁조정기구를 참고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1) 2016년 10월에 박선숙 등 13명의 국회의원이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 2016년 12월에 박용진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금융소비자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 2017년 3월에 최운열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법안」, 2017년 4월에 이종걸 등 11명의 국회의원이 「금융소비자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 2017년 5월에 정부가 제출한「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2) 해당 국가의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법규와 관련 문헌을 조사하거나 금융당국과의 면접조사한 결과에 근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