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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호 2019.04.09
지난 3월 21일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05% 인하하기로 발표하였다. 이로써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은 0.30%에서 0.25%로, 비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은 0.50%에서 0.45%로 낮아진다. 한편 코스닥시장 상장 이전단계의 중소·벤처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시장의 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세는 더 큰 폭으로 인하되어 0.30%에서 0.10%로 낮아진다. 코넥스시장의 유동성 확대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초기투자자금 회수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세 인하조치는 상반기 중에, 비상장주식에 대한 인하조치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인하 결정은 지난해부터 증권거래세 인하를 위한 법률개정안이 네 차례나 제출되고 거래세 인하 여론이 증권업계와 투자자는 물론 학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증권거래세 인하가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증권거래세의 추가적 혹은 단계적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담겨있지 않아 소폭의 일회성 인하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거래세 과세의 적절성
증권거래세 과세의 적절성 문제는 도입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근본적 원인은 증권거래세가 애초 양도소득세의 대안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978년 도입논의1) 당시 정부는 주식투자를 통한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조세원칙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세무기술상 한계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1978년 공개된 초안에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의 적정 주가수익률을 산정하고 주가수익률이 이보다 높을 경우 수익률 수준에 따라 2%에서 4%의 세율을, 이보다 낮을 경우 1%의 세율을(손실의 경우 0%)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2) 통상적인 수준에 비해 높은 거래세율을 적용하고 매수거래가 아닌 매도거래에 대해 부과하는 방식은 증권거래세가 양도소득세 대신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된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방안은 복잡한 과세방식에 따르는 기술적 한계, 높은 세율로 인한 주식시장 충격 우려, 매수시점에 따라 손실을 본 경우에도 과세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0.5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되 액면가 이하인 경우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상장 후 1년 이내) 투자손실을 감안하여 면제3)하는 방식으로 후퇴하였다. 증권거래세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위배되고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결국 국내 증권거래세의 원형이 양도소득세였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적 외형이 사라지면서 과세근거로 강조된 것은 거래세가 투기적 거래를 줄여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세후 기대수익률을 낮춤으로써 단기적·투기적 거래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거래형성과 가격발견 과정을 다루는 시장미시구조(market microstructure) 분야의 연구가 축적되면서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거래세 부과는 투기적 거래뿐만 아니라 정보에 기반한 거래도 위축시키며, 투기적 거래의 존재는 가격발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세는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자산가격을 하락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가격 효율성을 저해하고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세에 대한 많은 실증분석 결과는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한다. 거래세 도입 혹은 세율 인상 후 시장의 변동성이 감소했다는 결과는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변동성에 유의한 변화가 없거나 증가한다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유동성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는 보다 광범위하게 관찰되는데 세율변화가 클수록, 거래가 활발할수록, 또는 자산이나 시장이 대체 가능할 경우 현저하게 나타난다. 참고로, 2011년부터 EU 차원에서 금융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 tax)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금융기관의 거래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세의 부정적 영향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로 현재 28개 EU 회원국 중 10개국만이 참여하고 있고 논의가 지체되고 있어 향후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비록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취약하다 하더라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증권거래세를 통해 투기적 거래를 줄이고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IT버블과 같은 시기나 코스닥시장 등에 대해 거래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시장상황이나 시장·종목 구분에 관계없이 동일한 거래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세의 시장 안정화 기능이 세제 운용과정에서 고려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주식시장에서 증권거래세의 가장 중요한 정책적 목표는 세수확보에 있다고 여겨진다. 유가증권시장 거래세의 절반을 구성하는 농어촌특별세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주식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논리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단지 증권거래세가 조세저항이 작은 간접세이기 때문에 세원으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 동안 지속적인 거래세 인하요구에 대해 정부는 세수감소 부담을 이유로 인하를 유보해 왔고 지난달 거래세 인하를 발표하면서도 1조 4천억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와 세수 감소
정부가 1조 4천억원의 세수 감소를 어떻게 추산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2018년 주식시장 거래대금 약 2,800조원에 세율인하분 0.05%를 단순히 곱한 것으로 보인다. 세율을 낮추더라도 거래규모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여 세수 감소규모를 추산한 것이라면, 코넥스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율을 큰 폭으로 낮춘다는 설명과 모순되며 거래세가 투기적 거래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도 배치된다. 중요한 사실은 세율이 인하된 만큼 반드시 세수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래세율 인하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한국시장이 경험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에 대한 거래세 면제조치가 미친 영향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에 대한 거래세는 2012년까지 면제되다가 2013년 1월부터 부과되기 시작하였고 2017년 5월부터 다시 면제되었다. 거래세 부과 이전 차익거래규모(매수·매도 합산)는 월간 5.8조원이었는데 부과 이후 1.1조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다시 면제된 후 차익거래는 5.7조원 수준으로 회복된다(<그림 1>). 현물과 선물의 가격괴리를 통해 수익을 얻는 차익거래는 가격괴리가 거래비용보다 클 때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세율이 낮아질수록 거래기회가 증가한다.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거래세 면제는 이들의 차익거래 참여를 크게 확대시켰으며 우정사업본부의 거래상대방이 거래세 과세대상이 되면서 세수도 그만큼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 사례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에 대한 거래세 면제조치가 미친 영향이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와의 계약을 통해 지정된 종목에 대해 양방향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원활한 거래와 안정적인 가격형성을 돕는다. 이들에 대한 거래세 면제 규정이 도입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017년 9월과 2018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80종목, 코스닥시장에서는 2019년 1월 40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가 지정되었다. 시장조성자 도입 전후 4개월간 해당 종목의 거래회전율(월간기준) 변화를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 종목의 경우 4.4%에서 6.4%로 약 44%의 증가가 나타나며, 코스닥시장 종목의 경우 14.4%에서 17.9%로 약 24%의 증가가 관찰된다(<그림 2>).4)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차이, 즉 호가 스프레드(spread)로부터 수익을 얻는 시장조성자는 호가 스프레드가 거래비용보다 클 때 이익이발생하므로 거래세율이 감소할 경우 거래기회가 증가한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거래세 면제로 거래가 증가하고 시장조성자의 거래상대방은 거래세 과세대상이 되어 세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상의 사례는 거래세율 인하가 차익거래 전략이나 시장조성 전략과 같이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전략의 활용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됨을 시사하며, 거래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거래증가에 따른 세수 증가로 상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거래세율 인하는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을 낮춰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것 역시 거래세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권거래세 인하 이후의 과제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안으로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양도소득세 과세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유지할 명분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부과 근거 자체가 불분명한 농어촌특별세도 마찬가지다. 증권거래세가 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며, 세율인하에 따른 세수급감 전망은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전략의 존재와 거래세의 자본화효과(capitalization effect)를 도외시한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거래세율은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높은 0.50%의 인지세가 부과되는 영국의 경우 비과세거래가 60% 이상으로 실효세율은 0.20%에 미치지 못하며, 한국과 동일한 0.30%의 거래세가 부과되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비과세거래 비중이 크고 시가총액 10억유로 이상 주식의 일간 순매수대금에 대해 과세되고 있어 실효세율은 0.05% 수준이다.5) 이렇게 본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주요국 중 거래세 부담이 가장 큰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의 고령화 그리고 장기투자자와 패시브(passive) 펀드의 팽창으로 유동성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주식시장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외국주식과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비중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거래세를 높은 세율로 부과하여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추가적으로 하락시키고 유동성 확대를 제약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증권거래세를 주식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라고 할 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체적인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효과적인 양도소득세 과세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주식시장의 (세후)위험-수익 특성을 현재보다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세를 부과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경우 주식의 위험-수익 특성은 양도소득세율이 높아질수록 악화되고 세율이 낮아질수록 개선된다.6) 다시 말해 세수감소를 우려해 양도소득세율을 높게 설정할 경우 주식시장의 위험-수익특성을 악화시켜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세수가 증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위험-수익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 과세구조의 설계는 주식시장 활성화와 세수확보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손실공제와 손익통산은 위험-수익특성을 개선하는 기제로 작동하며, 장기투자,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해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은 위험-수익특성에 영향을 줌으로써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증권거래세율 인하와 양도소득세 도입은 시장충격을 줄일 수 있는 단계적이고 중첩적인 방식이 적절하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세제변화에 적응할 수 있으며 정부는 시장영향과 세수변화를 관찰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상장주식은 배당수익률이 낮아 양도소득세 부과에 따른 가격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 양도소득세는 일시에 과세되므로 납세자의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요소다. 증권거래세 인하는 거래가 활발하여 거래세 부담이 큰 주식에, 양도소득세율 인상은 성장성이 높아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큰 주식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중소형 주식에 대해 개인투자자 투자비중이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투자행태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권거래세 인하는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전략을 활용한 거래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의 작은 수익기회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포착하고 거래하는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가 대표적인 예다. 고빈도매매는 이미 북미·유럽·일본 주식거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거래세가 없는 파생상품시장과 ETF시장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시장조성 전략과 차익거래 전략은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나, 과도한 거래행태는 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일부 전략은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논란이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 활용되어 온 만큼 고빈도매매의 부정적 영향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되어 왔으며 이에 대응한 규제수단 또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세율이 낮아질수록 한국 주식시장에서 고빈도매매가, 특히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시장안정성 및 불공정거래의 관점에서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 거래행태의 변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주식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30% 수준을 차지하는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의 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 인하에 따라 데이트레이딩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면서 투자손실이 누적될 가능성, 유사한 특성의 고빈도매매에 의해 구축될 가능성, 불공정 거래행태가 증가할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의 단기거래 행태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1) 한국에서 증권거래세는 1963년 최초로 도입되었다가 1971년 폐지된 바 있으며, 1979년 재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 동아일보, 1978.8.19, 증권거래세 주가상승 따라 4단계 차등세율.
3) 이 규정은 2001년 폐지되었다.
4) 거래회전율은 표본 중간값 기준이다.
5) 2010년-2017년 영국 주식시장의 연평균 거래대금은 1조 7천억파운드, 인지세는 31억파운드로, 실효세율은 0.18%이다. 2014년-2017년 프랑스 주식시장의 연평균 거래대금은 1조 8천억유로, 거래세는 8억 4천만 유로로 실효세율은 0.05%이다.
6) 손실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도소득세율이 0%인 경우와 100%인 경우를 가정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손실공제 허용수준이 높을수록 양도소득세율 수준이 주식의 위험-수익 특성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