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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정기주주총회 단상: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에 대한 우려
2020 04/28
2020년 정기주주총회 단상: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에 대한 우려 2020-10호 PDF
요약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여러 기업이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등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을 채택하였으며 일부 기업은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의 효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그런데 국내 상장기업의 19.8%인 405개 기업이 1개 이상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을 채택하고 있고 기업수도 10년 전에 비해 121개나 증가하고 있어 경영권보호 정관을 선호하는 것은 더 이상 소수 기업만의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조건 충족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경영권보호 정관조항들이 별도의 제약 없이 채택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12월 결산법인의 2020년 정기주주총회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전례 없는 난관 속에서도 지난 3월말 전반적으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올해 상장기업의 정기주주총회 기간 중에는 적대적 M&A에 맞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1)하거나 또는 관련 정관조항의 효력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본고에서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현황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0년 정기주주총회의 경영권보호 정관변경 안건들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국내 상장기업의 정관변경 안건을 보면 일부 기업은 적대적 M&A 방어를 명분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경영권보호 수단을 정관조항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스닥 제약회사 D기업은 대표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하여 실직하거나 대표이사직과 이사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퇴직금 이외에 퇴직 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100억원을 퇴직 후 7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정관조항을 채택하였다. 골재채취를 하는 유가증권시장의 N기업은 적대적 M&A로 인한 최대주주변경 이후의 이사해임 및 이사선임과 정관변경시 결의조건을 출석주주 의결권의 4분의 3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높이는 정관조항을 채택하였다. 여기서 D기업이 채택한 경영권보호 수단은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으로 대표이사 등 이사의 중도 퇴임시 상당한 액수의 금전적 보상을 정관으로 규정함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N기업이 채택한 방식은 초다수결의제(super-majority voting rule)로 상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주주총회 가중결의방식인 특별결의(출석주주의 2/3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 보다도 조건이 더 가중된 방식으로 대표적인 경영권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황금낙하산 또는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한 기업들은 한 가지 수단에만 한정하지 않고 경영권보호 수단을 복수로 채택하는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N기업은 초다수결의제 도입 이전부터 이미 황금낙하산을 정관조항으로 두고 있었으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초다수결의제 도입과 함께 기존 황금낙하산 조건도 대폭 인상2)하였다. 코스닥 S기업은 기존 초다수결의제 조항에 추가로 적대적 M&A로 임기 중에 사임하는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및 이사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채택하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Y기업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조항을 동시에 추가하였다. 즉, 2020년 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의 방어를 명분으로 경영권보호 수단을 채택하는 기업들은 복수 조항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2020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존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한 다른 주주들의 시도들도 나타났다. 2020년 3월 코스닥 K기업의 소액주주 측이 초다수결의제의 정관변경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청구하였으나 기각3)되었으며, 코스닥 F기업의 경우 2대 주주가 기존 황금낙하산 및 초다수결의제 조항을 폐지하는 안건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채택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결국 주주총회에서 부결되었다.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현황

그런데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선호는 비단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남길남(2020)4)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2018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전체 상장기업 2,049개(유가증권 769개, 코스닥 1,280개) 중 405개(유가증권 89개, 코스닥 316개) 기업이 1개 이상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5)을 채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전체 상장기업의 19.8%(유가증권 11.6%, 코스닥 24.7%)에 이르는 것으로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을 채택하는 기업 수도 10년 전에 비해 121개나 증가하였다.  
 

 
또한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을 채택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권보호 수단을 중복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코스닥기업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기업의 42.7%가 2개 이상의 수단을 채택하고 있으며 10년 전 37.7%에 비해서도 5%p나 증가함으로써 중복채택 비율이 38.2%에서 29.2%로 감소한 유가증권기업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중에는 현실적으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로 중도에 퇴직하는 대표이사에게 1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코스닥 D기업의 경우 시가총액은 1,900억원(4월 17일 기준) 규모이고 당기순이익 및 현금및현금성자산(2019 사업연도말)은 각각 91억원과 27억원에 불과하여 황금낙하산 조건을 마련하기는 기업 여건상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도 황금낙하산을 채택한 기업의 최대지급금액은 203억원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의 4.2배와 시가총액의 27.4%에 이르고 있다(남길남, 2020).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한 기업 중에서도 최대주주등 보유비율로 인해 현실적으로 가중된 결의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였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총수 80%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한 총 16개 기업 중에서 9개 기업은 최대주주등 보유비율이 20% 이상이어서 외부세력이 8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일부 경영권보호 정관조항들은 지나치게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일반주주의 권리를 제한하고 지배주주의 권한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정관조항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 필요성

상장기업들이 채택하는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중에 조건이 지나치게 과도한 조항들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장기업의 정관조항에 대해 상법을 제외하고 별도의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장기업의 정관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자율적 규약이라고 해도 일반주주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관자치주의가 뿌리를 내려 정관조항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미국의 경우에도 캘리포니아 주회사법은 300인 이상의 기업에 대해 발행주식총수의 2/3 이상을 초과하는 초다수결의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에 독소조항이 있는지를 거래소가 검토하여 상장신청 기업의 경우 상장 신청을 거절하거나 상장기업에게는 상장폐지 등의 제재6)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 최대 연금펀드인 GPIF는 투자의 지침이 되는 ESG 지수 계산시 소수주주의 보호를 위해 기업의 경영권보호 수단을 평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수단 채택 비율은 1부 상장기업의 경우 2012년 23.5%에서 2018년 14.3%로 크게 감소하였다.
 

 
물론 국내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현상을 무조건 부정적 현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보호에 대한 불안감은 비단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추세와 극단적인 조건들이 포함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관조항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1)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대상 353개 상장기업의 2,460개 안건 중 정관변경은 167건에 이르렀다(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0. 4. 10, 2020년 1분기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결과, 보도자료).
2) 적대적 M&A로 중도에 퇴임하는 대표이사에게 30억원 지급과 이사에게 20억원 지급 조건을 각각 100억원 지급과 30억원 지급으로 인상하였다.
3) 재판부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다수의 기업이 초다수결의제 정관조항을 채택하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초다수결의제 채택을 위한 정관변경의 효력을 인정(2020카합20005 결정)하였다.
4) 남길남, 2020,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현황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0-10.
5) 남길남(2020)에서는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으로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이외에 동일한 사업연도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될수 있는 이사의 비율 상한을 설정하는 이사해임비율제한과 기업이 보통주로의 전환권을 갖는 종류주식발행을 포함하고 있다.
6) 상장기업이 포이즌필 조항을 채택하는 경우 과도하게 낮은 신주인수 가격을 설정하거나 포이즌필 철회가 불가능한 이른바 ‘dead hand 조건’을 부여하게 되면 상장을 거절하고 있으며 상장기업은 상장폐지가 가능하도록 제재하고 있다. 또한 상장기업이 경영권보호 정관조항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공시, 투명성, 유통시장 충격 효과, 주주의 가치 존중의 4가지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