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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4분기 글로벌 투자은행 성과: 코로나-19의 영향
2020 05/25
2020년 1/4분기 글로벌 투자은행 성과: 코로나-19의 영향 2020-12호 PDF
요약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의 첫 실적이 발표되었다. 2020년 1/4분기 결과는 긍정과 부정이 다소 뒤섞인 모습을 보인다. 9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4.2% 증가하였고, 수익이 감소한 투자은행의 경우에도 감소폭은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올해 3월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그 영향이 이번 분기에 일부만 반영되었고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트레이딩 등 투자은행의 일부 사업부문에서는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1/4분기 주요 투자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48%로 큰 폭 감소했으며, 그 주요 원인은 대손충당금(Provision for losses)이 평균 5.5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이번 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과는 달리 금번 위기는 실물경제에서 금융섹터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인다.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 제공이 아닌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첫 실적이 발표되었다. 2020년 1/4분기 결과는 긍정과 부정이 다소 뒤섞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전년 동분기 대비 주요 투자은행의 수익은 우려한 바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실물경제에는 직접적으로 충격을 가져다준 반면 투자은행 산업에는 간접적이고 사업부문에 따라 상이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과는 달리 투자은행의 순이익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사업부문에서 이번 분기에 큰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요 투자은행에서 순이익 감소의 공통적 요인은 대손충당금의 비축이다. 대손충당금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이번 분기 이후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코로나-19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신용사건(credit event)을 발생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대비에는 투자은행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유례없는 외부적 충격으로 그 영향을 가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예상외의 양호한 수익

코로나-19 사태가 투자은행 사업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보기 위해서 9개 주요 투자은행의 실적을 비교해본다. 비교 대상에는 5개 미국계 투자은행과 4개 유럽계 투자은행이 포함된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JP모건(JP Morgan), BoA(Bank of America) 및 씨티(Citigroup)가 미국계에 속하며, 바클레이즈(Barclays Capital),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 및 UBS가 유럽계를 구성한다. 

<표 1>을 보면 2020년 1/4분기 투자은행의 수익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9개 투자은행의 수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4.2% 증가하였고 수익 감소폭이 가장 높은 모건스탠리의 경우에도 -7.8%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분기 성과에서는 미국계 투자은행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면 유럽계 투자은행들은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계 투자은행 중에서 씨티를 제외한 4개 투자은행은 모두 수익이 전년 동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반면 유럽계 투자은행의 수익은 모두 전년 동분기 대비 증가하였고, 이중 바클레이즈는 19.6%의 수익 증가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계 투자은행의 이와 같은 성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및 사업 축소에 따른 기저 효과를 반영하는 만큼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익이 아직 크게 감소하지 않은 점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코로나-19가 연초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가 3월에 들어서야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판데믹(pandemic)이 되었기 때문에 1~3월 사이의 실적을 반영하는 이번 1/4분기에는 부분적인 영향만을 미쳤다. 둘째,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주요 자산 가격의 부침이 심화되면서 트레이딩 등 투자은행의 일부 사업부문에서는 수요가 증가하여 다른 사업부문의 위축을 일부 상쇄하였다.

<표 2>는 사업부문별로 9개 투자은행의 전년 동분기 대비 2020년 1/4분기 수익의 증가율을 보여준다. 사업부문별 성과를 보면 골드만삭스를 제외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우선 이번 분기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이유는 트레이딩부문의 수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트레이딩 실적을 보면,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이자율, 환율, 원자재 관련 상품 거래량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투자은행부문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으며, 증시하락과 사업환경 불확실성 증대로 IPO 및 M&A 자문 수익은 다소 위축되었으나,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식 및 채권 인수 수익은 증가했다. 반면 자기자본투자에서는 주요 투자은행들이 대부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는 특히 에너지, 호텔 및 레저, 부동산 등의 산업에 대한 투자의 시가평가 하락에 기인한다.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은 전반적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우선 두 사업부문 모두 공통되게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업금융은 불확실한 사업 환경 속에서 신규 대출이 전년 동분기 대비 감소하였다. 소매금융도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1)
 

 
자산운용과 자산관리 사업부문 수익도 대부분 투자은행의 경우 부실한 실적으로 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신규 유입보다 유출이 높아서 판매보수가 감소하였고 투자 포트폴리오의 시가평가가 하락함에 따라 자산운용 및 자산관리 성과보수도 줄어들었다. 


미래 손실 선반영으로 순이익 감소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주요 투자은행의 2020년 1/4분기 수익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순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그림 1>은 9개 주요 투자은행의 2019년 대비 2020년 1/4분기 순이익의 증감률을 보여주며, 크레딧스위스와 UBS를 제외한 7개 투자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48%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주요 투자은행들의 순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올해 1/4분기 이후 발생할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의 비축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2) 2020년 1/4분기 주요 투자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5.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손충당금은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사업 비중이 높은 투자은행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림 2>는 2020년 1/4분기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익 대비 대손충당금 비중을 보여준다. 이번 분기에 수익 대비 대손충당금의 비중이 20% 이상인 투자은행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및 바클레이즈로 모두 상대적으로 기업금융 및 소매금융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경우이다. 반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등 투자은행, 트레이딩 및 자산운용ㆍ자산관리 사업 중심의 투자은행들은 수익 대비 대손충당금이 낮은 편이다. 그리고 당분간 투자은행들은 시장위험(market risk)보다 신용위험(credit risk)에 대한 노출이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론 및 시사점

코로나-19가 2020년 3월에 들어서야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요 투자은행들의 1/4분기 실적만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충분히 가늠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1/4분기 실적은 몇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주요 투자은행들은 수익 면에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으며, 그 주된 이유는 이번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과는 반대로 실물경제 쪽에서 먼저 발생하고 금융섹터로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항공, 에너지, 레져, 자동차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에 속한 기업보다 금융회사들은 그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또한, 주요 투자은행들은 90% 이상의 임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보고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융회사들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이번 위기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위기 극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이번 분기에 주요 투자은행의 양호한 수익을 뒷받침해주었던 것은 트레이딩과 투자은행 부문이며, 기업ㆍ소매금융 및 자산운용ㆍ자산관리 부문에서는 다소 둔화된 실적을 기록했다. 반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하였고, 기업ㆍ소매금융 및 자산운용ㆍ자산관리 사업이 견고했던 투자은행들이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견뎌냈다. 그 동안 특히 트레이딩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와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된 부분이 있으나, 이번 위기에서는 균형적인 사업구조의 장점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의 상대적 호전은 향후 기업ㆍ소매금융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용사건(credit event)에 따른 손실을 일부 상쇄시켜주고, 투자은행들이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여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코로나-19의 사태의 충격에 대해서 글로벌 투자은행 사이에도 바라보는 시각이 각자 다르다. 이번 분기 투자은행 간 대손충당금 비축의 정도가 다른 것은 우선적으로 사업구조의 차이로부터 비롯되지만, 또 다른 이유는 투자은행별로 중장기 전망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은행의 경우 코로나-19로부터의 경제회복을 보다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대손충당금을 소극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반면, 다른 투자은행은 보다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이번 분기에 대손충당금을 최대한 비축하고 있다. 이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줄 충격의 정도와 기간이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1) 다른 투자은행들과는 대조적으로 골드만삭스의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부문의 2020년 1/4분기 수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큰 폭 증가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중견기업 대상 기업금융과 인터넷은행 중심 소매금융 사업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키워나가고 있어서 해당 사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나, 코로나-19로 기업과 개인 대출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익 증가세가 높게 나타나는 기저효과를 누렸다.
2) 도이치뱅크의 경우 이번 분기 대손충당금의 절대적 규모는 크지 않으며, 순이익 감소의 주된 원인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구조조정 관련 비용(‘transformation charg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