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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퇴직연금(DB형) 개혁안 논의 및 시사점
2020 08/03
영국의 퇴직연금(DB형) 개혁안 논의 및 시사점 2020-17호 PDF
요약
□ 고령화로 연금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저성장, 저금리는 지속되며 연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주요국 연금시장은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적립금 인출 요구가 증가
□ 연금의 재정 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영국 연금규제당국(TPR)은 2020년 3월 3일 DB형 퇴직연금의 적립체계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 협의안을 발표
□ 협의 시점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TPR은 기업에 퇴직연금 적립 부담을 높이는 이번 개정안을 포기 또는 연기해야 한다는 업계 반발에 직면
□ 미국의 경우에도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으로 주정부 연금플랜을 비롯한 공적연금 등의 재정상태가 매우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보고되는 등 국내외 주요 공적ㆍ사적 연금의 재정 안정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
□ 고령화로 인해 연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저성장, 저금리 등이 지속되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주요국 연금시장은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적립금 인출 요구 또한 증가
─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연금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저성장과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금 부족이 공통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
• 국제 경제 및 금융 전문가그룹인 G30(Group of Thirty)에서 2019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1)에 따르면 주요 21개국2)의 연금 부족 규모는 2017년 1.1조달러에서 2050년 15.8조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
─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기업이 운용책임을 부담하는 DB형 퇴직연금의 경우에도 경기침체와 저금리의 지속에 따른 연금부채 증가가 주요 해결 과제로 부각되면서 연금을 동결하거나 DB형 퇴직연금을 포기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짐3)
─ 이처럼 각국의 연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 발생하여 주요 연금시장은 자산가치 하락 및 적립금 인출요구에 따른 압박이 가중
─ 자산규모 2조달러가 넘는 세계 4위의 연금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에서는 재정난에 처한 사람들이 퇴직연금(Superannuation) 계좌에서 향후 6개월 동안 최대 2만호주달러를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4)
• 긴급 인출 규모가 전체 자산규모의 1%에 못 미치는 270억호주달러 수준으로 예측되었으나 연금업계는 총 인출액이 정부 전망치의 두 배 이상일 수 있다고 경고
• 연금플랜 대부분은 그 정도의 인출 요청을 감당할 수 있는 반면 코로나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에 가입자가 집중된 연금의 경우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여 시장의 저점에서 자산을 매각하게 될 수 있음
─ 일본 또한 고령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여 연금제도에 심각한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손실까지 기록
• 일본은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현재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연금제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음
• 세계 최대 규모 연금인 정부연금투자기금(GPIF)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2010년 이후 주식에 대한 자산배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옴
• GPIF의 주식비중 확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에 영향을 미쳐 지난 1~3월에 1,710억엔의 손실(-1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주식과 채권에 편중된 자산배분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함5)

□ 연금의 건전성 개선이 요구되면서 영국 연금 규제당국(The Pension Regulator: TPR)에서는 2020년 3월 3일 DB형 퇴직연금의 적립체계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 협의안을 발표
─ 영국 정부는 2018년 발표한 백서 ‘DB형 퇴직연금 제도 보호’6)에서 DB형 퇴직연금 적립체계가 대체로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했으나 일부 개선 필요성도 제기한 바 있음
• DB형 퇴직연금의 위험관리에 대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연금이 성숙함에 따라 신탁관리자(trustees)가 장기 전략적인 문제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판단
• 또한 기존 체계에서 DB형 퇴직연금의 책임준비금(Technical Provisions: TP) 및 정상화 계획(Recovery Plan: RP) 설립과 관련하여 명확하지 못한 영역이 있음을 지적
─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2020년 1월 의회에서 마련한 연금법안(Pension Schemes Bill)의 조치들도 이행하기 위해 TPR은 ‘DB형 퇴직연금 적립체계 및 코드 개정에 대한 협의안(Defined benefit funding code of practice consultation)’을 두 번에 걸쳐 발표할 계획
• 이번에 발표된 첫 번째 협의안에서는 새 규제안의 접근법, 새로운 체계의 기반이 되어야 하는 핵심 원칙들, 더욱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실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
• 2차 협의안은 2020년 하반기중 발표 예정이며, 코드 초안 자체와 현재의 협의에 대한 피드백, 영향 평가 및 법률 변경(연금법안 및 규정들)을 반영한 최종 가이드라인에 초점을 맞출 계획

□ TPR은 첫 번째 협의안에서 DB형 퇴직연금 적립금 가치평가 시 적용되어야 하는 핵심 원칙들과 함께 규제 준수 여부 입증을 위해 선택 가능한 두 가지 접근법을 제시
─ 신탁관리자와 고용주는 연금플랜별 적립금 및 투자위험을 이해하고 이를 완화하거나 관리하는 방법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함
─ 연금플랜이 성숙할수록 고용주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시장 상황에 따른 대응이 용이한 투자로 전환되도록 장기목표(Long Term Objective: LTO)를 설정해야 함
• 신탁관리자는 연금의 LTO 달성을 위한 이행계획을 설계하고, 책임준비금은 향후 LTO에 도달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행계획에 맞게 LTO에 수렴해야 함
─ 투자전략 및 자산배분은 연금플랜의 펀딩 전략과 일관성 있게 수립되어야 하며, 투자 접근법은 기대 현금흐름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안전성, 품질 및 유동성을 확보해야 함
─ 책임준비금 부족 시, 고용주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되 경제적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즉시 부족분이 회복되어야 함
─ TPR은 또한 신탁관리자들의 규제 준수 여부 입증을 위해 선택 가능한 접근법으로 패스트 트랙(Fast Track)과 맞춤형(Bespoke) 접근법 등 두 가지 옵션을 제안
• 패스트 트랙: 신탁관리자의 적립금 가치평가가 법률을 준수한다고 간주할 것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간단한 정량적 준수 지침을 설정7)
• 맞춤형: 맞춤형 옵션은 신탁관리자와 고용주에게 연금플랜 및 고용주 고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나 더욱 엄격한 규제 개입을 수반할 수 있음8)

□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자금난이 악화됨에 따라 영국 연금 규제당국은 고용주들에게 퇴직연금에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하도록 요구하는 이번 개정안을 포기해야 한다는 업계 반발에 직면9)
─ 이번 협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금융시장 붕괴로 인해 많은 영국 퇴직연금제도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루어짐
• Mercer10)에 따르면 영국 350대 상장기업의 DB형 퇴직연금에 대한 부채 가치는 4월말 기준 8,970억파운드로 3월말 7,950억 파운드에 비해 1,020억파운드가 증가, 이는 주식시장과 금리가 기록적인 하락을 겪은 데 따른 현상
─ 영국 규제당국은 고용주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경우 최대 3개월 동안 연금 기여금 납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한 바 있으며 서베이 결과 약 10%(약 10억파운드 규모)의 고용주가 납입 중단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11)
─ 그러나 전 연금장관인 Steve Webb경은 현재의 상황은 3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적어도 중기적으로 우리는 다른 세계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현재 환경에서 협의를 계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
─ 현재 협의안의 의견수렴 기간도 9월초까지로 3개월 연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규제당국은 개선안은 장기적인 목표(계획) 설정과 이행에 관한 것이므로 2022년 1월로 예정되어 있는 개선안 시행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

□ 미국의 경우에도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으로 주정부 연금플랜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재정상태가 매우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음
─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인한 시장 혼란으로 인해 미국 주정부 연금제도의 재정상태는 지난 30년 동안 가장 취약한 수준에 도달12)
• 투자자문 및 리서치 제공업체 Wilshire Consulting에 따르면 미국 주정부 연금플랜에 대한 총 적립비율(funded ratio)은 1/4분기중 12.2%p 하락한 62.6%(전년대비 9.3%p 하락)를 기록
• 이는 3월중 130개 대형 주정부 연금제도가 보유한 자산가치가 평균 15.7% 감소한 반면 부채가치는 0.7% 감소에 그친 것에 주로 기인
─ 또한 BlackRock의 분석13)에 따르면 70개 미국 공적연금의 평균 적립비율은 2019년 12월말 71.7%에서 올 3월말에는 52.1%로 하락
• BlackRock은 2019년 4/4분기에 연간 공적연금 위험 연구의 일환으로 약 70개의 미국 공적연금 데이터를 수집하였는데, 2019년 평균 공적연금의 적립비율은 약 72% 수준이었음
•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1/4분기 공적연금의 자산가치는 20~40% 하락하고 적립비율은 9~3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남

□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연금자산을 통한 노후대비의 중요성은 점차 커져가고 있으나 저성장, 저금리의 지속과 함께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국내외 주요 공적ㆍ사적 연금의 재정 안정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
─ OECD의 최근 발표14)에 따르면, 전세계 연기금 자산규모는 2019년말 기준 32.3조달러로 전년(28.3조달러) 대비 14.1% 증가하였으나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2020년 1/4분기말 기준 29.8조달러로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
─ 국내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올해 1/4분기 수익률이 –6.08%를 기록하며 기금적립금이 지난해 말 736.7조원에서 698.3조원으로 감소
 
1) G30, 2019, Fixing The Pensions Crisis – Ensuring Lifetime Financial Security.
2) 전세계 GDP의 90%,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나라들(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이본, 한국, 멕시코, 러시아,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스웨덴, 터키, 영국, 미국)로 구성
3) 홍원구, 2020, 저금리 시대의 퇴직연금,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0-13호.
4) Financial Times, 2020. 4. 2, How the coronavirus threatens Asia-Pacific’s $7tn pensions market.
5) 서울경제, 2020. 7. 6, 코로나로 최악의 성적표 받아 든 일본 연기금, 부동산 투자 확대할까.
6) UK Department for Work & Pensions, 2018, Protecting Defined Benefit Pension Schemes.
7) 모든 지정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예: 장기 할인율은 일정 수준 이하, TP는 특정 패턴의 LTO에 수렴해야 하며 투자위험은 일정 수준 이하 등)에 한해 최소한의 규제 적용
8) 모든 패스트트랙 기준이 충족되지는 않지만, 신탁관리자가 추가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증거를 완전히 명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더욱 엄격한 규제 개입을 수반할 수 있음
9) Financial Times, 2020. 5. 5, Pension Regulator urged to abandon funding review.
10) Mercer, 2020. 5. 1, FTSE 350 pension position returns to deficit as COVID-19 continues to impact.
11) Financial Times, 2020. 4. 26, Suspended UK pension contributions could total £1bn.
12) Financial Times, 2020. 5. 3, US state pension system hit hard by coronavirus pandemic.
13) BlackRock, 2020, Assessing the impact of recent market volatility on U.S. public pensions.
14) OECD, 2020, Pension Funds in Fig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