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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수탁서비스 발전 방향
2021 06/28
펀드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수탁서비스 발전 방향 2021-13호 PDF
요약
사모펀드 수탁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의 수탁수수료 인상 흐름,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한 수탁자책임 범위의 명확화, 펀드넷(FundNet)을 통한 수탁규제비용 절감 등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의 시장구조 개선 노력을 고려할 때 펀드 수탁서비스는 점차 정상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펀드 수탁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보조업이라는 수동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며, 강화된 수탁자 책임과 권한을 고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로 적극 대응하는 산업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탁업자에 의한 사모펀드 옥석 가리기가 업력이 짧고 트랙레코드가 없는 스타트업 사모펀드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 2015년 이후의 스타트업 사모펀드의 모험자본공급 순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적기관이 수행하는 수탁서비스를 민간의 PBS 서비스 활성화와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최근의 사모펀드 흐름과 수탁업
 
최근의 펀드 생태계의 회복 노력은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한 갈래인 부실펀드 신속 처리는 보상과 책임이 분쟁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확정되고 있어 사모펀드 사태의 긴 그림자는 결자해지로 조금씩 걷히고 있다. 다만, 사후처리를 보며 새삼 깨닫는 것은 펀드 생태계의 복잡성과 이해관계 정렬의 어려움이다. 펀드는  판매업자, 운용업자, 보관·관리하는 수탁업자가 따로따로인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제조와 판매, 수탁을 수직 결합하여 통합서비스하는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크게 다른 점이다. 투자자보호를 그만큼 강하게 반영한 가치사슬인 것이다. 그런데 생태계 균형의 관점에서 보면 펀드산업은 판매업자, 운용업자, 수탁업자가 3인 4각 경기를 하는 불안한 균형을 내포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는 이러한 불안정성이 법적 불완전성이라는 제도 공백을 비집고 현실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운용업자와 판매업자와 수탁업자간 권한과 책임성을 새롭게 정렬하는 제도 개선이 또 다른 갈래로 현재 진행 중이다.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루어져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수탁자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이 최근 제정되었으며 사모펀드에 대한 공공적 위험관리 인프라에 해당하는 펀드넷(FundNet)도 최근 운영을 시작했다. 이상 두 갈래의 시장 회복 노력은 펀드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며 사모펀드시장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은 사실 비상상황이다. 펀드를 설정하고 싶어도 신탁 라이센스를 가진 수탁업자가 설정을 기피하는 시장실패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의 수탁서비스 실태를 살펴보고, 최근의 수수료 현실화와 여러 제도 개선, 수탁업자의 정상화 의지 등으로 펀드 수탁시장이 정상화한 이후를 정책당국, 수탁업자 등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보완이 필요한 제도적 공백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신규펀드 설정으로 본 사모펀드 수탁
 
지난 1분기 자산운용업 실적은 팬데믹 이후의 글로벌 자산시장의 활황세를 그대로 반영했다. AUM은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했고, 순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펀드 판매자의 판매보수와 펀드 수탁업자의 수탁보수 역시 AUM에 비례해 증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자산시장 호황에 직접 수혜를 받는 기존에 설정된 펀드들에 국한된 얘기다. 펀드산업의 활황세와 달리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신규펀드의 설정은 작년부터 큰 폭의 역성장을 하고 있다. <그림 1>은 2016년 6월 이후 신규설정 펀드 수의 이동평균(3개월)을 보여준다. 공모펀드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계없이 월평균 100개 내외의 신규펀드가 안정적으로 설정되고 있는 반면 사모펀드는 2019년 상반기 월간 최대 769개 설정되던 것이 지난 5월말 214개로 1/3 이상 급격하게 감소했다.
 
시장성 자산을 주로 편입하는 주식형 펀드나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설정하는 부동산/특별자산 펀드는 신규 설정 추이에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주로 헤지펀드가 설정하는 혼합자산, 채권, 파생 같은 비상장/구조화/복잡 펀드는 신규펀드 설정이 급감했다. 혼합자산과 파생형은 월평균 200개 이상에서 60개 이내로 급감했다. 개인이 투자하고 시장성이 없는 자산을 편입하는 사모펀드 중심으로 신규펀드 설정이 멈춰있다고 볼 수 있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수요 실종, 판매사의 판매 거부, 수탁사의 설정 거부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했겠지만, 기존 설정 펀드가 팬데믹 이후 좋은 성과를 누리고 있는 시장 흐름으로 볼 때 신규펀드 위축은 수탁 기피 등 규제강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법 개정에 따른 수탁자 책임에 대한 막연한 불확실성이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책임의 범위가 합리적인 범위 내로 분명해졌고, 펀드넷 도입으로 표준화와 대사업무의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운용지시지원 인프라까지 마련되면 우리나라 사모펀드시장의 수탁업무 프로세스 자동화/표준화는 다른 해외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의 수탁 기피 과정에서 수탁업의 강화된 책임에 비례한 보상이 시장원리를 통해 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수탁서비스 정상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의 수수료 인상 흐름: 분별 있는 현실화가 중요

필자는 최근 수탁업의 수수료 인상 흐름을 긍정적으로 본다. 수탁자책임 강화와 그로 인해 새롭게 정렬될 판매업자와 운용업자, 수탁업자 간 권한과 책임성 배분체계의 변화가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수탁수수료는 펀드시장이 발전한 다른 나라(가령, 미국 뮤추얼펀드 10bp 이상)와 비교할 때 절대수준이 매우 낮았으며, 펀드에 편입된 수탁재산의 속성이 수탁수수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단순한 시장이었다. <표 1>을 보면 상장주식을 편입하는 주식형 펀드나, 부동산을 편입하는 부동산펀드, 비상장 증권을 편입하는 혼합자산펀드의 수탁수수료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편입자산의 유동성, 표준화, 자동화 등은 규모의 경제와 전문성, 노동집약도, 보관관리위험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수수료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수탁자 책임과 권한 강화는 책임성에 비례한 수수료정책으로 수탁업이 진화하는 중요한 제도적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시장 발전 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다만 전체 펀드 생태계와 시장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수탁수수료의 현실화는 두 가지 제약 조건 아래 진행될 필요가 있다. 첫째, 수탁수수료 현실화는 결국 누군가의 부담으로 귀결될 텐데,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탁자책임 강화는 투자자에게 추가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운용업자, 수탁업자, 판매업자들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책임배분체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금번의 제도 개선을 대리인비용(agency cost)을 줄이는 새로운 규제로 인식을 하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추가적인 서비스의 증가’로 보지 않는다는 점, 세계적으로 수수료 하락 흐름이 나타난다는 점, 펀드시장 성장에 따른 규모의 경제성 등을 감안할 때 수탁수수료 현실화가 펀드의 전반적 비용 인상으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펀드넷의 도입이다. 펀드넷은 수탁업자의 수탁서비스에 따른 사적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회적 비용으로 흡수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공공적 사모펀드 인프라이다. 펀드넷은 운용 감시, 대사, 확인 등 기본수탁업무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것으로 보여, 수탁수수료의 현실화 수준은 일정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수수료의 투자자 전가 제한이나 펀드넷 활용을 고려할 때 수탁수수료 현실화는 부분적으로 펀드 생태계 내에서 흡수될 것이다. <표 1>을 보면 총수수료(보수)에서 수탁수수료 비중은 역사적으로 3% 수준에서 고정되어 있고 펀드 유형과 크게 상관이 없다. 한 마디로 책임과 원가에 비례한 가격정책이 작동하고 있다기 보다는 교섭력 같은 생태계 내 지배력이 가격정책에 반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수수료 현실화는 이러한 시장관행에 변화의 기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투자자가 투자권유규제가 약한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의 판매보수와 일반투자자가 투자권유규제가 강한 공모펀드에 투자할 때의 판매보수가 같을 수는 없다. 수탁서비스의 표준화/자동화 수준이 높은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의 수수료가 같을 수는 없다. 펀드 성격과 자산 성격 등에 따라 총수수료에서 판매업자나 수탁업자, 운용업자의 수수료 비중이 다르게 설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런 경쟁을 통한 시장합리화 과정이 생태계 내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경쟁정책 관점에서 펀드시장의 수수료 구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디지털화 등의 정책수요에 대응한 판매보수 등 펀드 수수료체계 개편 논의 속에서 투자자와 시장, 그리고 정책당국이 펀드 수수료에 대한 종합적인 시장구조 및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수탁업의 부가가치 제고와 PBS의 역할 

수수료 현실화는 수탁업자들이 현재 하고 있는 단순 수탁서비스를 재개할 유인은 되지만, 수탁업이 지금처럼 금융보조업에 머물러서는 펀드서비스에 대한 투자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수탁업자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수탁업자들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 강화된 책임성에만 주목하기보다 강화된 권한과 표준화되고 높아진 수탁정보의 질을 활용하여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 수탁업은 해외기준으로 보면 부가가치가 낮은 기본수탁서비스를 주로 수행한다. 보관, 결제, 배당금·소득 분배, 증권발행 회사의 법률행위 통지, 회계 등이 그것이다. 해외 수탁업자(custodian)들이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수행하는 투자회계, 성과평가, 가치평가, 투자수익 조회·확인, 외국환거래 및 외국환 거래 조회·확인, 증권대차거래 등에 대해서는 기본수탁서비스와의 높은 범위의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지 않다.1)
 
그런데 금번 사모펀드 제도 개선으로 사모펀드 수탁시장의 수탁정보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개선될 뿐만 아니라, 펀드넷을 통한 표준화, 시스템화 등으로 수탁정보의 객관성과 활용가능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펀드투자의 다변화로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새로운 부가가치 서비스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넓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들은 특히 헤지펀드제도와 함께 도입된 프라임브로커(PBS)들에게 고부가 수탁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헤지펀드가 주로 설정하는 혼합자산펀드의 경우 2020년말 36조원 수탁고 중에서 PBS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회사들의 수탁고는 14조원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프라임브로커들이 고부가가치 서비스는 인하우스(in-house)에서 수행하는 대신 단순수탁서비스는 다른 수탁업자에 재위탁하는 시장구조가 형성되면서, 지금의 수탁 기피 사태를 완화하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단순수탁 기피가 고부가가치의 프라임브로커 비즈니스까지 무력화하는 지금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동시에 운용감시와 확인 등 강화된 책임성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과 평판위험 관리를 위해서도 단순수탁서비스의 내부화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신생 사모펀드에 대한 수탁서비스,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앞으로 수탁시장이 점차 정상화하더라도 예전과 동일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다. 수탁자책임 강화로 인한 펀드 옥석 가리기가 스타트업 사모펀드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판매와 운용업자 규제도 더해져 있어 사모펀드시장은 트랙레코드가 축적된 우량사모펀드와, 그렇지 못한 신생사모펀드 간에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사모펀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2015년 사모펀드 이원화규제의 기본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그간 진입규제를 완화하며 스타트업 사모펀드들이 사모펀드 생태계의 저변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기에는 사모펀드 생태계가 혁신경제체계 내에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주요 원천이라는 국가적 공감대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신생 사모펀드 설정이 체계적으로 기피되는 문제는 수탁서비스에서 일정 정도 규제규율 측면의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신생 사모펀드 수탁 정상화를 위한 프라임브로커의 역할 이외에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정책방향은 공적 수탁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펀드 수탁시장에는 이미 공적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특정 금융산업정책을 위해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거나 정부가 지배구조 면에서 연관이 있는 공적기관들이 이미 수탁시장에 진출해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며,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들이 수탁서비스를 공적 목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공적인 본질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익의 균형과 다변화 목적으로 수탁서비스를 보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업적 베이스로 수탁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수탁시장의 변화 양상, 특히, 신생 사모펀드 수탁시장을 전망할 때, 이들 공적기관이 수탁시장에서도 공공성의 관점에서 시장 조성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자산군에 대해 사모펀드 수탁서비스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 인력, 전문성 등에서 어려움은 크지 않아 보인다<그림 2>. 특히, 지금의 무분별한 수탁 기피로 인한 시장실패가 완화되고 PBS 사업자가 단순수탁서비스를 사내로 내부화하는 시점까지는 수탁서비스의 공적 기능이 사회적으로 순편익을 늘릴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도 스타트업 사모펀드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있어 PBS 서비스와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수탁업을 좁게 정의해서 가령 사모펀드 한 단위를 수탁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해당 사모펀드에 대한 외국환업무 등을 수탁서비스의 부가서비스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