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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 고령화 위기와 장기 경제성장
2022 12/05
한국의 인구 고령화 위기와 장기 경제성장 2022-24호 PDF
요약
최근 출산율 저하로 인구구조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구구조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2000년대 이후 저출산이 누적되어 온 만큼 출산율이 극적으로 개선되더라도 현재 예상되는 인구구조 변화 추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동반 고령화로 인구의 외부 유입 가능성도 낮아 급격한 고령화는 확률적 예측이 아닌 사실상의 예정된 미래가 되었다. 고령화 확대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선행 연구결과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여타 OECD 국가들에 비해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가팔라 점진적으로 고령화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그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적으로 급격한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여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한편 인구구조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2022년 3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9명으로 나타나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저출산 대책들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 등락을 반복하던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급격히 악화되어 출산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가 학령인구, 병력자원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 지방소멸 등 교육‧국방‧산업‧지방 행정 등 다방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구구조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고령화의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하다. 2022년 6월 UN이 발표한 세계 인구추계(World Population Prospects)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이상 지역 중 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이 2050년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205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 39.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1> 참조). 2022년과 2050년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 차이를 인구 고령화 속도로 정의하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21.9%p로 홍콩을 포함한 주요지역 중 가장 빠르다.
 


 
고령화의 원인
 
왜 한국의 고령화는 이렇게 가파른가? 2000년대 출산율 하락이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겠으나 주된 원인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을 시작으로 대거 65세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생부터 1974년생을 포괄하는데 절대적인 출생인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급속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나 2020년 기준 약 1,6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한다. 주요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비중을 살펴보면 서유럽(1946~1964년생) 22.7%, 일본(1947~1953년생) 10.3%, 중국(1962~1975년생) 22.4%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요국에 비해 가파른 고령화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은 2000년대 출산율 하락이 현실화되기 이전인 2001년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결과에서도 2050년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이미 34.4%로 전망한 바 있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고령화를 지연시킬 대안은 있는가?

그렇다면 출산율 회복을 통해서 고령화의 수준을 낮출 수 있을까? 한국이 2050년에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고령화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30.5%)과 같은 수준이 되려면 현재의 두 배가 넘는 2000년의 출생자 수(59만명)를 2000년부터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달성 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인 수준에서의 출산율 증가로는 임박한 고령화 추세를 거스르기 어렵다. 또한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출산율이 반등한 경우가 드물 뿐만 아니라 반등폭이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화를 늦출 수 있을 만큼의 유의미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령화는 지속되고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적극적인 이민수용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문화적 이질성, 언어장벽, 내국인 고용 악화 우려 등과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별도로 하면 부족한 생산가능인구를 외부로부터 수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UN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2086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논의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출산율 저하 및 급격한 고령화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의 고소득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심각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태국 같은 중간 정도의 소득 국가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은 대규모 경제에서 이민을 적극 추진할 경우 세계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부 공급을 통한 국내의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리적·문화적으로 근접한 동남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도 경제성장을 통해 소득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해외 이주 인센티브가 점차 축소될 수 있으며 국내의 경기 부침이나 환율 사정에 따라 이주 노동자들이 급격히 이탈할 위험도 상존한다. 한편, 이민을 통한 외부 인구유입의 대안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부족한 노동력을 충원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점을 감안하면 신뢰할 수 있는 인구정책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고령화의 경제성장에 대한 영향

종합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저출산 지속 및 외부 인구유입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해보면 급격한 고령화는 확률적 예측이 아니라 사실상 예정된 미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가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p 늘어나면 성장률이 0.2~0.6%p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수치를 한국의 고령화 속도(2022년대비 205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 21.9%p 증가)에 단순 대입해보면 대략 20년후 성장률이 지금보다 4~13%p 하락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OECD 국가에서 성장률과 고령화 간의 과거 관계로부터 도출된 것인 만큼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자동화가 크게 진전되거나 고령층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 등에 힘입어 그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 실제로 연금이나 재정 등의 장기 추계에 반영된 주요 예측기관들의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2030~2040년 중 성장률이 1% 중반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의 근거를 살펴보면 고령화로 노동과 자본 투입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경제 전체의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이 대체로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선행연구들은 고령화로 성장이 둔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생산성 둔화를 지적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과 연령 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 연구들도 대체로 40대 이후 생산성이 하락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림 2>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국 경제의 총요소 생산성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음을 감안하면 주요 기관들의 장기 예측치의 하방 위험이 작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고령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동유럽과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 효과를 누렸던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가파른 데다 중국과의 동반 고령화로 대외 여건이 부정적인 점 또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책 대응 방향

그렇다면 급격한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향후 정책 대응은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한편 인구구조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선, 한정된 인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통해 거시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긴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부 재정이나 국민연금 등 고령화로 지출이 급격히 확대될 분야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급격한 고령화로 수급자들의 대규모 확대가 임박한 상황에서 재정이나 연금 개혁이 지연되거나 미진할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이 그만큼 커져 추가적인 개혁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끝으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고령 친화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여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확대는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한편 고령 친화적 직업들이 동시에 여성 친화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문헌

강현주, 2020, 『한국 경제의 장기추세와 코로나19』,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