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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 속하며, 2030년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세안과 한국 간의 경제적 관계도 더욱 긴밀해지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가장 큰 교역지역을 형성한다. 이와 더불어 172개의 국내 금융회사 해외점포가 아세안에 위치하고 있다.

아세안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구축은 필수적인 사항이 되고 있다. 아세안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에 속하며, 회원국의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르는 대거 인프라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해외 자본의 유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역내 통합된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구축을 위한 아세안 녹색채권 기준(ASEAN Green Bond Standards: AGBS), 아세안 택소노미(ASEAN Taxonomy) 등 주요 프레임워크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형성은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아세안 ESG 채권 및 펀드 시장의 경우 규모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아세안의 지속가능금융 시장 구축은 한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으며 이러한 협력 방안에는 정부와 더불어 국내 금융회사의 역할도 포함된다.
동남아시아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ASEAN)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속한다. 아세안은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평균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며, 2030년에는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전망이다.1) 한국 경제 관점에서도 아세안은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세안은 인구수 세계 3위로 거대 소비 시장을 형성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아세안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최대 교역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에 있어서도 아세안은 해외진출의 주요 목적지가 되고 있으며, 2024년 현재 172개의 해외점포가 해당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2)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구축은 아세안의 경제성장 유지를 위한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아세안 지역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에 속하며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자원 고갈, 사회적 불평등 등 각종 환경ㆍ사회적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전력, 교통, 통신 등 다방면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ADB에 따르면 그 규모는 2023년에서 2030년 사이 총 3.1조달러, 연간 2,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3) 막대한 규모의 투자는 아세안 회원국의 공공 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민간 부문, 특히 해외 자본의 유치가 필요하다. 주요 해외 자본은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아세안의 지속가능금융 시장 구축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아세안의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

지속가능금융 시장 구축을 위한 노력은 아세안 지역 및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지역 차원에서는 아세안 사무국(ASEAN Secretariat)을 비롯한 주요 기구가 지속가능금융의 주요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다. 아세안 자본시장 포럼(ASEAN Capital Markets Forum: ACMF)이 주축이 되어 2017년 아세안 녹색채권 기준(ASEAN Green Bond Standards: AGBS)이 마련되었으며, 2018년에는 사회적채권 및 지속가능채권 기준이 추가적으로 발표되었다. 2021년에는 아세안 택소노미 보드(ASEAN Taxonomy Board: ATB)를 설립하고 아세안 택소노미 버전 1(ASEAN Taxonomy version 1)을 발표하였으며 이후 2023년에 버전 2, 2024년에 버전 3가 제공되었다.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은 개별 회원국의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으며, 아세안 지역의 통합된 공시 기준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4)

아세안 역내 통합적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의 개발은 쉽지만은 않은 과제다. 아세안은 선진국, 개발국, 최빈개도국의 상이한 경제개발 단계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는 관계로 지속가능금융의 표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국제적 정합성과 회원국 발전 수준 간의 균형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고민은 적격 친환경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아세안 택소노미의 다층적 설계구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그림 1>). 택소노미는 어떠한 경제활동이나 투자가 지속가능성에 부합한지를 평가하고 분류하는 기준 체계를 말한다. 택소노미는 ESG 채권, 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설계 및 평가에 활용되며 지속가능금융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에 속한다. 아세안 택소노미는 ‘기반 체계(Foundational Framework: FF)’와 ‘추가 표준(Plus Standard: PS)’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세안 택소노미의 ‘기반 체계’는 적격 친환경 활동ㆍ투자로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등에 부합하면서 중대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Do No Significant Harm: DNSH)다는 원칙적 기준을 제시한다. 이러한 ‘기반 체계’는 아세안의 모든 회원국이 채택할 수 있는 포괄성을 지니지만, 적격 경제활동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반면 ‘추가 표준’은 적격 경제활동에 대한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으며 EU 택소노미 등 국제적 표준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추가 표준’은 선택적인 사항이며 현재 일부 아세안 회원국만 채택할 수 있는 기준이다.

아세안 택소노미의 다층적 구조는 회원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다수 아세안 회원국은 현재 전환(transition) 단계의 경제발전에 있으며, EU 등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세안 택소노미는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설계되어 포괄성의 이점을 지니지만 보다 엄격한 수준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해외 자본의 유치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시장 현황

현재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는 상당 부분 마련되어 있으나, 지속가능금융 시장은 형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속가능금융과 관련된 자금의 공급은 제한적이며, 특히 아세안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에 비해서는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그림 2>는 아세안 지역 ESG채권 시장 규모를 보여준다. 아세안 지역 ESG채권 발행금액은 2016년 2.5억달러에서 2023년 214억달러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글로벌 ESG채권 발행금액 중 아세안 비중은 2.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ESG채권 발행에 있어서 아세안 회원국 간의 편차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 2023년 기준 아세안 ESG채권 발행금액은 싱가포르, 태국 및 말레이시아 3개국 비중이 75%에 달한다. 반면, 브루나이 및 라오스의 경우 아직 ESG채권 발행 실적이 없다.
 

 
아세안 ESG펀드 시장의 상황도 유사하다. <그림 3>은 글로벌 ESG펀드 시장 현황을 보여준다. 2023년 기준 글로벌 ESG펀드 시장 운용자산(Asset Under Management: AUM) 규모는 3.0조달러에 달한다. ESG펀드 AUM은 유럽이 84.0%, 미국이 10.9%를 차지하며, 아시아 지역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나아가 아시아 내에서도 ESG펀드 AUM은 중국(45%)과 일본(29%)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세안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시장이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며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의 미발달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발달된 자본시장은 공시 투명성, 신용평가 신뢰성, 기관 투자자 기반 등의 기반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은 지속가능금융의 작동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회원국의 자본시장 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아세안 지속가능금융의 협력 기회

아세안과 한국은 경제적 측면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따라서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발전은 한국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으로 아세안과 한국 간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기회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협력 방안에는 정부와 더불어 국내 금융회사의 역할도 포함된다.

우선 아세안과 한국을 포함한 ASEAN+3 또는 범아시아 지역의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아시아 내에서는 지속가능금융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아세안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의 기회를 제공한다. 아세안에는 산림 복원, 친환경 농업, 재생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있어서 탄소 배출을 감축, 포집 및 저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개발이 가능하지만 역내 자본이 부족하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진국의 경우 자본은 충분하지만 자국 내 적격 친환경 프로젝트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범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구축은 친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 자본의 배분을 가능케 해줄 수 있다. 이미 홍콩 및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지속가능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형성을 위해서는 속해있는 국가 간의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아시아 녹색채권 기준, 아시아 택소노미, 아시아 탄소배출 거래 시장 등 여러 방면에서 통합과 표준화를 위한 정부 간의 협력을 추진해 볼 수 있다.

아세안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회사도 현지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현지법인은 현지 고객과 더불어 국내 고객에 친환경 프로젝트 등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적합한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노력할 수 있다. 특히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전된 아세안 회원국에서는 국내 금융회사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녹색채권 인수, 프로젝트 평가, 친환경 기술 보증 등 국내에서 축적된 지속가능금융 경험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지속가능금융은 아세안 회원국 금융당국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며,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사업에서 이러한 노력을 취한다면 현지 시장 입지 강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1) World Economic Forum, 2020, Future of Consumption in Fast-Growth Consumer Markets: ASEAN.
2) 아세안 지역 국내 금융회사 해외점포에는 은행 65개, 여전사 41개, 증권사 26개, 보험사 22개, 자산운용사 15개 및 지주회사 3개가 있다.
3) ADB, 2023, Reinvigorating Financing Approaches for Sustainable and Resilient Infrastructure in ASEAN+3.
4)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개발하였으며, 미얀마, 캄보디아 및 라오스는 아직 공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