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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환경정책 변화와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영향
2025-10호 2025.05.12
요약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025년 1월 출범과 함께 바이든 정부 시절의 친환경 정책들을 급격히 전환했다. 대외적으로는 파리협정 탈퇴 및 국제 기후이니셔티브 지원 중단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 공조를 약화시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화석연료 산업 보호 강화, ESG 투자 제한, SEC의 기후위험 공시 의무화 철회 등을 통해 녹색전환 흐름을 저해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정책 변화는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의 신뢰성과 표준화 추진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국제 공조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하고, ESG 기준 및 공시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와 참여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 ESG 표준의 신뢰성 약화로 국내 기업은 이중 규제 부담을 지게 되며,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자금 흐름도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 등 선도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등을 통해 범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시장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환경정책 변화는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의 신뢰성과 표준화 추진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국제 공조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하고, ESG 기준 및 공시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와 참여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 ESG 표준의 신뢰성 약화로 국내 기업은 이중 규제 부담을 지게 되며,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자금 흐름도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 등 선도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등을 통해 범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시장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서론
2025년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환경 및 기후변화 정책의 급격한 전환을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탈퇴, 기후이니셔티브 기금 지원 중단, ESG 투자 제약 등 국제 기후변화 대응의 참여를 중단하고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정책들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국 내 에너지ㆍ환경 분야를 넘어,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체계와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환경정책 변화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20일 취임 직후 미국의 환경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구축된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협력체계와 연방 차원의 친환경 지원 정책들이 대거 폐기되거나 중단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제 환경 협약에서의 미국 우선주의(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를 표방한 행정명령 14162호에 서명함으로써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했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관련 기구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 역시 전면 중단되었다.1)
트럼프의 반친환경 기조는 미국 내 정책 전반에서도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행정명령 14156호를 통해 유례없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2)를 선포하고, 에너지 안보와 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각 연방 기관은 석유ㆍ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탐사, 생산, 운송, 발전을 적극 촉진하고, 환경보호법의 적용을 축소하거나 면제함으로써 수년이 걸리던 프로젝트 승인 절차가 28일 이내로 단축되었다. 반면, 이번 조치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제외되어 화석연료 중심의 편향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기후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IIJA)’도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IRA 및 IIJA 관련 연방 자금 집행을 중단하고, 청정에너지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축소했으며, IRA 예산 삭감을 의회에 제안했다. 그 결과 2025년 1분기에만 약 69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3)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EPA의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ESG 정책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지표의 반영을 배제하고 있다. 나아가 EPA를 포함한 주요 환경부처에 기후변화 회의론자를 임명하고,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등 1기 행정부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SG 투자와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역시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DOL)는 퇴직연금(401(k)) 자산운용에 있어서 ESG 요소가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경우 투자 고려 요소로 인정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공화당 주도의 의회를 포함한 보수 진영은 해당 규정이 근로자의 은퇴자산을 위협한다는 주장으로 DO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DOL은 규정 철회 가능성을 이유로 소송 중단을 법원에 요청하였다. 또한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s Commission: SEC) 위원장 폴 앳킨스(Paul Atkins)는 바이든 정부가 2024년 3월 최종 확정한 미국 상장기업의 기후위험 공시 의무화 규정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SEC는 해당 규정을 둘러싼 소송에서 법적 방어도 포기함으로써, 미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는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4)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고, 1.5℃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목표는 지속가능금융 구축을 위한 주요 글로벌 이니셔티브 및 프레임워크의 설계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EU 분류체계(Taxonomy), GHG 프로토콜(GHG Protocol),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등이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환경정책 기조 변화는 파리협정 이행 여부와 함께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신뢰성 및 정합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2위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Larch & Wanner(2024)5)는 미국의 파리협정 불참이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38.2%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미국의 직접적인 감축 공백과 더불어 규제 완화로 인해 배출집약 산업이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값싼 미국산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이어지는 탄소 누출효과(leakage effect)를 반영한 수치다. 여기에 개발도상국의 파리협정 이행 차질도 우려된다. 선진국들은 UNFCCC 체계하에서 2020년부터 매년 1천억 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며, COP28에서는 2025년 이후 연간 1.3조 달러 규모의 신규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등 다자간 기후금융 메커니즘에 대한 출연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에 제약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글로벌 표준화에 차질이 우려된다. 2023년 6월 ISSB는 S1(일반 지속가능성 공시)과 S2(기후 관련 공시) 기준을 최종 확정하여 전 세계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를 위한 글로벌 표준안을 마련하였다. ISSB 기준은 TCFD, ESRS, GRI6) 등 기존 기후변화 공시 체계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일관된 정보 제공 체계를 마련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SEC가 미국 기업의 기후위험 공시 규정 철회를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는 일관성과 신뢰성이 위협받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국가별 상이한 공시 요구에 따라 이중 또는 중복 보고의 부담을 안게 되며, 정보의 비교 가능성 저하는 투자자들의 ESG 정보 활용도를 낮추고, 지속가능금융 시장 전반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주요 금융기관들의 지속가능금융 시장 참여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ESG 투자의 수요ㆍ공급을 중개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속가능금융 생태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미국 내 반친환경 정서 확산과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정치적 압력 증가는 이러한 중개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정치적 반발이 심화된 미국 내 분위기 속에서,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기후 이니셔티브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6대 은행(JP모건, BoA,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은 트럼프 취임 직전 ‘넷제로 은행 이니셔티브(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서 탈퇴하였고7), 블랙록, JP모건자산운용 등 또한 2025년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et-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 NZAM)’에서 이탈했다.8) 이처럼 글로벌 금융기관의 참여 축소로 인해 향후 글로벌 녹색 자본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금융권의 대응 방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환경ㆍ기후정책 전환은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혼란과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업계의 대응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첫째,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기금 등의 ESG 고려 의무를 해제하고 기업의 기후공시 규제를 철회하는 등 EU나 ISSB가 주도하는 흐름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은 ISSB 기준에 기반한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와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정비를 통해 국내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표준화에 있어서 미국의 이탈은 한국이 추진해 온 공시제도의 국제 정합성을 약화시키고, 시장 수용성과 제도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수출 및 해외 자본조달 기업은 중복 규제와 비용 증가로 인해 공시제도 도입 지연이나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규제당국은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둘째,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위축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발 ESG 투자 위축은 한국의 지속가능금융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둔화될 경우, ESG 채권 발행자는 녹색 프리미엄(greenium) 축소로 자금조달 유인이 감소하고, 인증ㆍ공시에 따른 부담이 커져 시장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 국내 증권사는 ESG 채권과 펀드 수요 감소로 주관유통 업무와 상품 개발이 위축될 수 있으며, 자산운용사 역시 ESG 펀드 라인업 축소와 전략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제도 신뢰성 유지, 공공부문 마중물 투자 확대, 국내와 투자자와의 전략적 소통 강화 등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탄소가격 약세에 따른 녹색산업 타격에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연료 르네상스’를 내세워 에너지 생산 확대와 배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석유ㆍ가스 생산국인 미국의 정책은 국제 탄소시장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녹색 프로젝트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민관 공동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이어져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국제 탄소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가격 안정화를 위한 국제 공조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정책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구조적 불확실성과 성장 제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등 역내 국가와의 연계를 통해 범아시아 지속가능금융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금융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 전략 수립과 함께, 변화하는 국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술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1) The White House, 2025. 1. 20, 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 Agreements.
2) The White House, 2025. 1. 20, Declaring a National Energy Emergency.
3) Financial Times, 2025. 4. 24, US clean energy manufacturing stalls as Republicans take aim at IRA.
4) Reuters, 2025. 2. 12, Top 5 ESG considerations for US investors under Trump-Vance administration.
5) Larch, M., Wanner, J., 2024, The consequences of non-participation in the Paris Agreement, European Economic Review, 163.
6)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TCFD),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
7) The Guardian, 2025. 1. 8, Six big banks quit net zero alliance before Trump inauguration.
8) Reuters, 2025. 3. 21, JPMorgan asset management unit quits industry climate coalition.
2025년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환경 및 기후변화 정책의 급격한 전환을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탈퇴, 기후이니셔티브 기금 지원 중단, ESG 투자 제약 등 국제 기후변화 대응의 참여를 중단하고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정책들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국 내 에너지ㆍ환경 분야를 넘어,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체계와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환경정책 변화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20일 취임 직후 미국의 환경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구축된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협력체계와 연방 차원의 친환경 지원 정책들이 대거 폐기되거나 중단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제 환경 협약에서의 미국 우선주의(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를 표방한 행정명령 14162호에 서명함으로써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했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관련 기구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 역시 전면 중단되었다.1)
트럼프의 반친환경 기조는 미국 내 정책 전반에서도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행정명령 14156호를 통해 유례없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2)를 선포하고, 에너지 안보와 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각 연방 기관은 석유ㆍ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탐사, 생산, 운송, 발전을 적극 촉진하고, 환경보호법의 적용을 축소하거나 면제함으로써 수년이 걸리던 프로젝트 승인 절차가 28일 이내로 단축되었다. 반면, 이번 조치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제외되어 화석연료 중심의 편향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기후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IIJA)’도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IRA 및 IIJA 관련 연방 자금 집행을 중단하고, 청정에너지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축소했으며, IRA 예산 삭감을 의회에 제안했다. 그 결과 2025년 1분기에만 약 69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3)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EPA의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ESG 정책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지표의 반영을 배제하고 있다. 나아가 EPA를 포함한 주요 환경부처에 기후변화 회의론자를 임명하고,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등 1기 행정부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SG 투자와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역시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DOL)는 퇴직연금(401(k)) 자산운용에 있어서 ESG 요소가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경우 투자 고려 요소로 인정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공화당 주도의 의회를 포함한 보수 진영은 해당 규정이 근로자의 은퇴자산을 위협한다는 주장으로 DO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DOL은 규정 철회 가능성을 이유로 소송 중단을 법원에 요청하였다. 또한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s Commission: SEC) 위원장 폴 앳킨스(Paul Atkins)는 바이든 정부가 2024년 3월 최종 확정한 미국 상장기업의 기후위험 공시 의무화 규정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SEC는 해당 규정을 둘러싼 소송에서 법적 방어도 포기함으로써, 미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는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4)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고, 1.5℃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목표는 지속가능금융 구축을 위한 주요 글로벌 이니셔티브 및 프레임워크의 설계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EU 분류체계(Taxonomy), GHG 프로토콜(GHG Protocol),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등이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환경정책 기조 변화는 파리협정 이행 여부와 함께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신뢰성 및 정합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2위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Larch & Wanner(2024)5)는 미국의 파리협정 불참이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38.2%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미국의 직접적인 감축 공백과 더불어 규제 완화로 인해 배출집약 산업이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값싼 미국산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이어지는 탄소 누출효과(leakage effect)를 반영한 수치다. 여기에 개발도상국의 파리협정 이행 차질도 우려된다. 선진국들은 UNFCCC 체계하에서 2020년부터 매년 1천억 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며, COP28에서는 2025년 이후 연간 1.3조 달러 규모의 신규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등 다자간 기후금융 메커니즘에 대한 출연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에 제약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글로벌 표준화에 차질이 우려된다. 2023년 6월 ISSB는 S1(일반 지속가능성 공시)과 S2(기후 관련 공시) 기준을 최종 확정하여 전 세계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를 위한 글로벌 표준안을 마련하였다. ISSB 기준은 TCFD, ESRS, GRI6) 등 기존 기후변화 공시 체계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일관된 정보 제공 체계를 마련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SEC가 미국 기업의 기후위험 공시 규정 철회를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는 일관성과 신뢰성이 위협받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국가별 상이한 공시 요구에 따라 이중 또는 중복 보고의 부담을 안게 되며, 정보의 비교 가능성 저하는 투자자들의 ESG 정보 활용도를 낮추고, 지속가능금융 시장 전반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주요 금융기관들의 지속가능금융 시장 참여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ESG 투자의 수요ㆍ공급을 중개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속가능금융 생태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미국 내 반친환경 정서 확산과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정치적 압력 증가는 이러한 중개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정치적 반발이 심화된 미국 내 분위기 속에서,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기후 이니셔티브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6대 은행(JP모건, BoA,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은 트럼프 취임 직전 ‘넷제로 은행 이니셔티브(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서 탈퇴하였고7), 블랙록, JP모건자산운용 등 또한 2025년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et-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 NZAM)’에서 이탈했다.8) 이처럼 글로벌 금융기관의 참여 축소로 인해 향후 글로벌 녹색 자본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금융권의 대응 방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환경ㆍ기후정책 전환은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혼란과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업계의 대응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첫째,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기금 등의 ESG 고려 의무를 해제하고 기업의 기후공시 규제를 철회하는 등 EU나 ISSB가 주도하는 흐름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은 ISSB 기준에 기반한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와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정비를 통해 국내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표준화에 있어서 미국의 이탈은 한국이 추진해 온 공시제도의 국제 정합성을 약화시키고, 시장 수용성과 제도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수출 및 해외 자본조달 기업은 중복 규제와 비용 증가로 인해 공시제도 도입 지연이나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규제당국은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둘째,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위축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발 ESG 투자 위축은 한국의 지속가능금융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둔화될 경우, ESG 채권 발행자는 녹색 프리미엄(greenium) 축소로 자금조달 유인이 감소하고, 인증ㆍ공시에 따른 부담이 커져 시장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 국내 증권사는 ESG 채권과 펀드 수요 감소로 주관유통 업무와 상품 개발이 위축될 수 있으며, 자산운용사 역시 ESG 펀드 라인업 축소와 전략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제도 신뢰성 유지, 공공부문 마중물 투자 확대, 국내와 투자자와의 전략적 소통 강화 등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탄소가격 약세에 따른 녹색산업 타격에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연료 르네상스’를 내세워 에너지 생산 확대와 배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석유ㆍ가스 생산국인 미국의 정책은 국제 탄소시장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녹색 프로젝트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민관 공동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이어져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국제 탄소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가격 안정화를 위한 국제 공조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정책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구조적 불확실성과 성장 제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등 역내 국가와의 연계를 통해 범아시아 지속가능금융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금융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 전략 수립과 함께, 변화하는 국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술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1) The White House, 2025. 1. 20, 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 Agreements.
2) The White House, 2025. 1. 20, Declaring a National Energy Emergency.
3) Financial Times, 2025. 4. 24, US clean energy manufacturing stalls as Republicans take aim at IRA.
4) Reuters, 2025. 2. 12, Top 5 ESG considerations for US investors under Trump-Vance administration.
5) Larch, M., Wanner, J., 2024, The consequences of non-participation in the Paris Agreement, European Economic Review, 163.
6)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TCFD),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
7) The Guardian, 2025. 1. 8, Six big banks quit net zero alliance before Trump inauguration.
8) Reuters, 2025. 3. 21, JPMorgan asset management unit quits industry climate coal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