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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한 소고
2025-11호 2025.05.26
요약
최근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간 공격적인 보수 인하 경쟁이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선점 효과, 투자자 수요 급증 및 미국 현지 ETF와의 경쟁 심화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경쟁은 투자자에게 전례 없이 낮은 비용으로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업계의 과도한 출혈 경쟁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야기하고 있다. 분석 결과, 국내 ETF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은 시장대표지수형에 국한되며, 이 상품군이 전체 운용보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대비 상당 부분 감소하였으므로, 현재 관찰되는 가격 경쟁이 ETF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테마형 ETF는 높은 보수율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 수익성 우려를 완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저비용 ETF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되 동시에 테마형 ETF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오히려 테마형 상품에서 과열 마케팅 및 불공정 거래 행위 방지를 통해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ETF(Exchange Traded Fund)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되며 업계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2025년 2월 6일 TIGER 미국S&P500 및 나스닥100 ETF가 총보수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인 0.68bp로 인하한 것을 기점으로 촉발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KODEX 미국S&P500 및 나스닥100 ETF가 다음 날 총보수를 0.62bp로 인하하였고, 이어 2월 11일에는 RISE 미국S&P500 및 나스닥100 ETF가 각각 0.47bp와 0.62bp로 보수를 낮추며 경쟁에 가세하였다. 이와 같은 ETF 보수 인하 경쟁의 격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대형 운용사 중심의 가격 경쟁이 중소형 운용사의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적극적인 보수율 인하 경쟁의 결과로 해당 상품들에 대해 실제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해당 ETF에 1억원을 투자할 경우 연간 총보수는 4~7천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동일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간 보수가 약 120만원,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약 25만원임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운용사의 대표 ETF들이 같은 조건에서 연간 3만원에서 20만원의 보수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해당 ETF의 보수율이 현저히 낮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미국상장 대표 ETF들은 자국 시장 투자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고, 개별 상품의 순자산 규모가 통상 400~900조원에 달하여 순자산 규모가 1~8조원 수준인 국내 유사 ETF 대비 규모의 경제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 투자자들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여서도 매우 낮은 비용으로 해당 지수 ETF에 투자하는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산운용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극단적으로 낮은 보수율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 경쟁의 배경
미국 S&P500 및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에서 극단적인 가격 경쟁이 나타나게 된 배경으로, 첫째, ETF 시장의 신규 상품군에서 강력한 선점 효과가 작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과거 사례를 통해 ETF 시장에서 선점 효과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2년 국내에 최초로 상장되어 ETF 시장의 포문을 연 KODEX 200은 약 20년간 국내 전체 ETF 중 순자산 규모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바 있다. 현재도 KOSPI 200을 추종하는 14개 ETF 중 KODEX 200은 두 번째로 높은 총보수율(15bp)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최저 보수율 상품(1.7bp) 대비 약 9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압도적인 순자산 규모로 해당 유형 ETF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미국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993년 미국 최초의 ETF로 상장된 SPDR S&P500 ETF(SPY)는 2011년 금 가격 급등기에 SPDR Gold Shares(GLD)에 일시적으로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약 30년간 전 세계 ETF 시장에서 규모 1위를 유지하며 강력한 선점 효과를 입증해왔다. 비록 최근 Vanguard S&P500 ETF(VOO)에 1위 자리를 넘겨주었으나, 여전히 경쟁 상품 대비 약 3배 높은 보수율에도 불구하고 순자산 규모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그 영향력을 지속하고 있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시장에서도 Invesco QQQ Trust(QQQ)가 1999년 상장 이래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
국내 시장의 경우, 미국 증시 추종 ETF가 비교적 최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고 아직 특정 상품이 시장 점유율 우위를 확고히 하지 못한 초기 경쟁 단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점 경쟁의 일환으로 해당 상품군에서 적극적인 보수 인하 경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S&P500 총수익지수는 연평균 13.1%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이는 동일 기간 국내 KOSPI 총수익지수의 연평균 수익률(5.6%)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여타 주요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높은 수익률과 더불어, 애플(Apple), 테슬라(Tesla), 엔비디아(NVIDIA)와 같이 국내 투자자에게도 친숙한 다수의 글로벌 선도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는 점 또한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도 미국 증시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MSCI 전 세계 국가 지수(All Country World Index: ACWI) 내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이른다. S&P500과 나스닥100 지수는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므로, 이를 추종하는 상품이 시장에서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한다면 해당 운용사는 전체 ETF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ETF 상품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시장 접근성은 거래 비용 및 편의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현저히 개선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국내 운용사의 상품을 통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 미국 현지에 상장된 주식이나 ETF에 곧바로 투자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주식형 ETF 시장이 단순한 국내 운용사 간의 경쟁을 넘어, 미국 현지 운용사의 상품들과 직접 경쟁하는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S&P500 및 나스닥100 지수 추종 미국상장 ETF 보유 규모는 총 11.3조원(QQQ 3.7조원, VOO 2.9조원, SPY 2.6조원, QQQM 0.8조원, IVV 0.7조원, SPLG 0.6조원)에 달하며, 이는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상장 ETF의 순자산 총액(26.2조원)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상장 ETF 투자가 금지된 연금 계좌에서 국내상장 ETF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상장 ETF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일반 증권계좌에서는 미국상장 ETF에 대한 투자 규모가 이미 국내상장 ETF를 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상장 ETF는 거래 유동성이 풍부하며, 대부분 현물 설정 방식으로 운용되어 효율성이 높고 장기투자에 유리다는 구조적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상장 ETF와는 달리 양도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소득층 및 고액 자산가들은 절세 효과를 고려하여 국내 운용사 상품 대신 미국상장 ETF를 선호하는 경향 또한 존재한다. 결국, 미국상장 상품이 지닌 다층적인 경쟁 우위를 극복하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 하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핵심 경쟁 요소인 운용보수를 공격적으로 인하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분화된 시장 구조
다음으로, S&P500 및 나스닥100 ETF 상품에서 관찰되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여타 주식형 ETF 상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지 여부를 분석한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양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에서 각 점은 개별 ETF 상품을 나타내며, 점의 크기는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 규모에 비례한다. 가로축은 개별 ETF 포트폴리오 내 주식 보유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 값으로, HHI 값이 낮을수록 분산투자가 잘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시장대표지수형 ETF일수록 HHI 값이 낮은 경향을 보이며, 특정 테마에 집중투자하는 ETF일수록 HHI 값이 높게 나타난다. 세로축은 각 ETF의 총보수비율을 나타낸다.
주목할 점은 주식형 ETF 시장이 뚜렷하게 이분화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형 및 미국 주식형 ETF 시장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순자산 규모가 큰 시장대표지수형 상품들(낮은 HHI 값)1)은 통상 10bp 미만의 낮은 총보수비율을 적용받고 있다.2) 반면, HHI 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테마형 ETF의 경우 총보수비율이 40~50bp에 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ETF 시장 내 가격 경쟁이 특정 상품군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외 상품군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율이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3)


ETF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다른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은 원인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장대표지수의 경우, 국내외 주요 지수(예: 코스피200, 코스닥150, S&P500, 나스닥100)의 수가 제한적이며,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 간에는 본질적인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어 가격이 핵심적인 경쟁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반면, 테마형 ETF로 갈수록 가격 이외에 상품의 컨셉, 편입 종목 구성, 전략의 독창성 등 다양한 차별화 요인이 존재한다. 이는 앞서 그래프에서 테마형 ETF의 HHI 값이 매우 넓은 범위에 분포하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상품의 기초자산 구성이 매우 다양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테마형 ETF 선택 시 가격보다는 해당 테마의 성장 가능성이나 상품의 특수성 등 다른 요인에 더욱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 ETF 시장에서는 시장대표지수형 상품의 점유율이 지배적이었으며, 따라서 해당 상품군에서의 경쟁이 자산운용사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테마형 ETF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이들 상품이 운용사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칠ㆍ권민경(2025)4)에 따르면 2024년 6월말을 기준으로 테마형 ETF의 순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은 26%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테마형 ETF의 순자산가중평균 총보수비율(34.3bp)이 시장대표지수형 ETF(6.5bp)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였을 때, 테마형 ETF가 전체 주식형 ETF 운용보수 총액의 50%를 점유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하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시장대표지수형 ETF가 전체 운용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축소되어, 과거에 비해 그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현재 ETF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식형 ETF 시장 내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은 주로 시장대표지수형 상품군에 국한되며, 이 상품군이 전체 운용보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대비 대폭 감소하였다. 따라서 현재 관찰되는 시장대표지수형 ETF 중심의 가격 경쟁이 ETF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테마형 ETF 시장은 가격보다는 상품의 차별성을 통한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어, 대형 운용사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형 운용사에게도 충분한 시장 진입 및 성장 기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대표지수형 상품군의 가격 경쟁이 중소형 운용사의 전반적인 경영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및 시사점
최근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간에 전개된 ETF 운용보수 인하 경쟁은 과거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시장 자금이 집중되는 일부 대표 상품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운용사의 수익성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ETF 시장 고유의 강력한 선점 효과, 해당 상품군의 높은 성장 잠재력, 그리고 미국 현지 운용사 상품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보수율을 특징으로 하는 테마형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보수 인하 경쟁이 운용업계 전반의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자산운용사 간의 보수 인하 경쟁은 대체로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인 편익을 제공한다. 특히 S&P500 및 나스닥100 지수 추종 ETF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므로, 장기 투자자들은 이러한 저보수 상품을 활용하여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오히려 주의해야 할 지점은 최근 두드러지는 테마형 ETF의 급격한 성장세다. 테마형 ETF는 본질적으로 특정 이슈나 트렌드에 기반하여 출시되며, 일부 상품은 단기간에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대거 유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이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약화되거나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면 기존 테마형 상품의 수익률은 하락하고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5) 이 과정에서 손실을 경험하는 투자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시장 과열기에 고점에서 매수한 경우에 발생한 투자 손실은 장기간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마형 ETF의 성장은 근본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 주로 기인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상품 출시 및 마케팅 활동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쉽게 접하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의 광고 활동이 규정을 위반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투자자를 오도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감독이 필요하다. 아울러, 운용사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테마형 ETF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를 이용하여 몸집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6)
1) 2025년 4월 25일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의 HHI는 각각 710과 300 수준이며, S&P500과 나스닥100 지수의 HHI는 각각 190과 350 수준이다.
2) HHI가 낮으면서 총보수비율이 10bp를 초과하는 상품은 대개 시장대표지수에 커버드콜 또는 배당가중 등의 전략이 추가된 경우라고 보면 된다. 단,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KODEX 200은 순수한 시장대표지수형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15bp의 총보수비율을 적용하여 여타 시장대표지수형 상품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 아래 논문은 미국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남을 보고하였다.
Ben-David, I., Franzoni, F., Kim, B., Moussawi, R., 2023, Competition for attention in the ETF space,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6, 987–1042.
4) 김재칠ㆍ권민경, 2025, 『ETF시장의 상품구조 변화와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5-02.
5)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에서 이러한 현상이 관찰됨을 아래의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민기, 2022, 테마형 ETF의 성장과 위험요인,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2-06호.
Ben-David, I., Franzoni, F., Kim, B., Moussawi, R., 2023, Competition for attention in the ETF space,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6, 987–1042.
6) 동아일보, 2024. 10. 7, [단독]자산운용사, 증권사에 고객주식 헐값 대여 논란.
적극적인 보수율 인하 경쟁의 결과로 해당 상품들에 대해 실제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해당 ETF에 1억원을 투자할 경우 연간 총보수는 4~7천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동일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간 보수가 약 120만원,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약 25만원임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운용사의 대표 ETF들이 같은 조건에서 연간 3만원에서 20만원의 보수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해당 ETF의 보수율이 현저히 낮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미국상장 대표 ETF들은 자국 시장 투자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고, 개별 상품의 순자산 규모가 통상 400~900조원에 달하여 순자산 규모가 1~8조원 수준인 국내 유사 ETF 대비 규모의 경제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 투자자들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여서도 매우 낮은 비용으로 해당 지수 ETF에 투자하는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산운용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극단적으로 낮은 보수율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 경쟁의 배경
미국 S&P500 및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에서 극단적인 가격 경쟁이 나타나게 된 배경으로, 첫째, ETF 시장의 신규 상품군에서 강력한 선점 효과가 작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과거 사례를 통해 ETF 시장에서 선점 효과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2년 국내에 최초로 상장되어 ETF 시장의 포문을 연 KODEX 200은 약 20년간 국내 전체 ETF 중 순자산 규모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바 있다. 현재도 KOSPI 200을 추종하는 14개 ETF 중 KODEX 200은 두 번째로 높은 총보수율(15bp)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최저 보수율 상품(1.7bp) 대비 약 9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압도적인 순자산 규모로 해당 유형 ETF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미국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993년 미국 최초의 ETF로 상장된 SPDR S&P500 ETF(SPY)는 2011년 금 가격 급등기에 SPDR Gold Shares(GLD)에 일시적으로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약 30년간 전 세계 ETF 시장에서 규모 1위를 유지하며 강력한 선점 효과를 입증해왔다. 비록 최근 Vanguard S&P500 ETF(VOO)에 1위 자리를 넘겨주었으나, 여전히 경쟁 상품 대비 약 3배 높은 보수율에도 불구하고 순자산 규모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그 영향력을 지속하고 있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시장에서도 Invesco QQQ Trust(QQQ)가 1999년 상장 이래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
국내 시장의 경우, 미국 증시 추종 ETF가 비교적 최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고 아직 특정 상품이 시장 점유율 우위를 확고히 하지 못한 초기 경쟁 단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점 경쟁의 일환으로 해당 상품군에서 적극적인 보수 인하 경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S&P500 총수익지수는 연평균 13.1%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이는 동일 기간 국내 KOSPI 총수익지수의 연평균 수익률(5.6%)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여타 주요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높은 수익률과 더불어, 애플(Apple), 테슬라(Tesla), 엔비디아(NVIDIA)와 같이 국내 투자자에게도 친숙한 다수의 글로벌 선도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는 점 또한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도 미국 증시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MSCI 전 세계 국가 지수(All Country World Index: ACWI) 내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이른다. S&P500과 나스닥100 지수는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므로, 이를 추종하는 상품이 시장에서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한다면 해당 운용사는 전체 ETF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ETF 상품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시장 접근성은 거래 비용 및 편의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현저히 개선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국내 운용사의 상품을 통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 미국 현지에 상장된 주식이나 ETF에 곧바로 투자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주식형 ETF 시장이 단순한 국내 운용사 간의 경쟁을 넘어, 미국 현지 운용사의 상품들과 직접 경쟁하는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S&P500 및 나스닥100 지수 추종 미국상장 ETF 보유 규모는 총 11.3조원(QQQ 3.7조원, VOO 2.9조원, SPY 2.6조원, QQQM 0.8조원, IVV 0.7조원, SPLG 0.6조원)에 달하며, 이는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상장 ETF의 순자산 총액(26.2조원)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상장 ETF 투자가 금지된 연금 계좌에서 국내상장 ETF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상장 ETF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일반 증권계좌에서는 미국상장 ETF에 대한 투자 규모가 이미 국내상장 ETF를 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상장 ETF는 거래 유동성이 풍부하며, 대부분 현물 설정 방식으로 운용되어 효율성이 높고 장기투자에 유리다는 구조적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상장 ETF와는 달리 양도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소득층 및 고액 자산가들은 절세 효과를 고려하여 국내 운용사 상품 대신 미국상장 ETF를 선호하는 경향 또한 존재한다. 결국, 미국상장 상품이 지닌 다층적인 경쟁 우위를 극복하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 하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핵심 경쟁 요소인 운용보수를 공격적으로 인하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분화된 시장 구조
다음으로, S&P500 및 나스닥100 ETF 상품에서 관찰되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여타 주식형 ETF 상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지 여부를 분석한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양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에서 각 점은 개별 ETF 상품을 나타내며, 점의 크기는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 규모에 비례한다. 가로축은 개별 ETF 포트폴리오 내 주식 보유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 값으로, HHI 값이 낮을수록 분산투자가 잘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시장대표지수형 ETF일수록 HHI 값이 낮은 경향을 보이며, 특정 테마에 집중투자하는 ETF일수록 HHI 값이 높게 나타난다. 세로축은 각 ETF의 총보수비율을 나타낸다.
주목할 점은 주식형 ETF 시장이 뚜렷하게 이분화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형 및 미국 주식형 ETF 시장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순자산 규모가 큰 시장대표지수형 상품들(낮은 HHI 값)1)은 통상 10bp 미만의 낮은 총보수비율을 적용받고 있다.2) 반면, HHI 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테마형 ETF의 경우 총보수비율이 40~50bp에 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ETF 시장 내 가격 경쟁이 특정 상품군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외 상품군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율이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3)


과거 ETF 시장에서는 시장대표지수형 상품의 점유율이 지배적이었으며, 따라서 해당 상품군에서의 경쟁이 자산운용사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테마형 ETF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이들 상품이 운용사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칠ㆍ권민경(2025)4)에 따르면 2024년 6월말을 기준으로 테마형 ETF의 순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은 26%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테마형 ETF의 순자산가중평균 총보수비율(34.3bp)이 시장대표지수형 ETF(6.5bp)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였을 때, 테마형 ETF가 전체 주식형 ETF 운용보수 총액의 50%를 점유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하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시장대표지수형 ETF가 전체 운용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축소되어, 과거에 비해 그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현재 ETF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식형 ETF 시장 내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은 주로 시장대표지수형 상품군에 국한되며, 이 상품군이 전체 운용보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대비 대폭 감소하였다. 따라서 현재 관찰되는 시장대표지수형 ETF 중심의 가격 경쟁이 ETF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테마형 ETF 시장은 가격보다는 상품의 차별성을 통한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어, 대형 운용사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형 운용사에게도 충분한 시장 진입 및 성장 기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대표지수형 상품군의 가격 경쟁이 중소형 운용사의 전반적인 경영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및 시사점
최근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간에 전개된 ETF 운용보수 인하 경쟁은 과거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시장 자금이 집중되는 일부 대표 상품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운용사의 수익성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ETF 시장 고유의 강력한 선점 효과, 해당 상품군의 높은 성장 잠재력, 그리고 미국 현지 운용사 상품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보수율을 특징으로 하는 테마형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보수 인하 경쟁이 운용업계 전반의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자산운용사 간의 보수 인하 경쟁은 대체로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인 편익을 제공한다. 특히 S&P500 및 나스닥100 지수 추종 ETF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므로, 장기 투자자들은 이러한 저보수 상품을 활용하여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오히려 주의해야 할 지점은 최근 두드러지는 테마형 ETF의 급격한 성장세다. 테마형 ETF는 본질적으로 특정 이슈나 트렌드에 기반하여 출시되며, 일부 상품은 단기간에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대거 유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이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약화되거나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면 기존 테마형 상품의 수익률은 하락하고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5) 이 과정에서 손실을 경험하는 투자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시장 과열기에 고점에서 매수한 경우에 발생한 투자 손실은 장기간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마형 ETF의 성장은 근본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 주로 기인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상품 출시 및 마케팅 활동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쉽게 접하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의 광고 활동이 규정을 위반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투자자를 오도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감독이 필요하다. 아울러, 운용사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테마형 ETF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를 이용하여 몸집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6)
1) 2025년 4월 25일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의 HHI는 각각 710과 300 수준이며, S&P500과 나스닥100 지수의 HHI는 각각 190과 350 수준이다.
2) HHI가 낮으면서 총보수비율이 10bp를 초과하는 상품은 대개 시장대표지수에 커버드콜 또는 배당가중 등의 전략이 추가된 경우라고 보면 된다. 단,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KODEX 200은 순수한 시장대표지수형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15bp의 총보수비율을 적용하여 여타 시장대표지수형 상품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 아래 논문은 미국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남을 보고하였다.
Ben-David, I., Franzoni, F., Kim, B., Moussawi, R., 2023, Competition for attention in the ETF space,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6, 987–1042.
4) 김재칠ㆍ권민경, 2025, 『ETF시장의 상품구조 변화와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5-02.
5)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에서 이러한 현상이 관찰됨을 아래의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민기, 2022, 테마형 ETF의 성장과 위험요인,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2-06호.
Ben-David, I., Franzoni, F., Kim, B., Moussawi, R., 2023, Competition for attention in the ETF space,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6, 987–1042.
6) 동아일보, 2024. 10. 7, [단독]자산운용사, 증권사에 고객주식 헐값 대여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