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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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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부의 현행 가계부채 관리방식은 연간 경상성장률 전망에 연동되어 운용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첫째, 경상성장률의 예측 불확실성이 커 경제전망이 수시로 변경됨에 따라 가계부채 관리 기조 또한 변동되어 정책의 일관성이 약화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된다. 둘째, 단기 전망에 기반한 관리방식은 경기 둔화기에는 신용공급을 과도하게 억제하고, 호황기에는 레버리지 확대를 용인하는 등 경기순응적 운용으로 인해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기적 시계에서 추세 경상성장률을 기준으로 한 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거시적 총량규제와 DSR 중심의 미시적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 안정화에 한계가 있으므로, 개별 차주의 과도한 차입이 유발하는 외부효과를 내부화할 수 있도록 대출 금액에 따른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 보완적 정책수단 마련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관리는 금융안정과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이다. BIS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2024년말 기준 주요국 중 세계 5위 수준으로 2021년 3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90%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정부는 경상성장률에 연동한 가계부채 관리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최근 경제환경의 변화와 전망 불확실성의 증대로 인해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본고에서는 현행 가계부채 관리방식의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경기 변동성 완화를 위한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경상성장률 전망의 불확실성 및 가계부채의 경기순응성 확대라는 양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중기적 시계에 기반한 새로운 관리체계를 제시하는 한편, 개별 차주의 과도한 차입에 따른 외부효과를 내부화할 수 있는 보완적 규제방안의 필요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현행 가계부채 관리방식의 개요와 한계

정부는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를 위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간 경상성장률 전망에 연동하여 관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25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2025년 2월 27일 발표)에 따르면, 2025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전망치 3.8% 내에서 관리하기로 하였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을 넘어서지 않도록 함으로써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간 단위의 경상성장률 전망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방식은 여러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점은 연초의 전망치에 근거한 관리목표 설정이 연간 전체로는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전망은 연중 지속적으로 수정되며, 특히 최근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초기 전망과 실제 성과 간의 괴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deflator) 증가율의 합으로 구성되는데, 두 요인 모두 상당한 전망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실질성장률 전망부터 살펴보면, <그림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2018년 이후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이나 보건 위험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면서 실질성장률의 전망 오차가 크게 확대되었다.1) 전통적인 경제모형들은 주로 경제적 요인들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구축된 만큼 팬데믹, 전쟁, 자연재해 등과 같은 외생적 충격의 파급효과를 적절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 기후변화 대응 등 구조적 변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기존의 경제관계가 변화하고 있어 전망의 정확성이 더욱 저하되고 있다.
 

 
경상성장률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GDP 디플레이터 전망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GDP 디플레이터 전망은 참고할 만한 전망치가 없어 대체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을 기반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두 지표 간에는 지속적인 괴리가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접근법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지표이다. 여기에는 소비재뿐만 아니라 수출재, 투자재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 CPI는 가계가 소비 목적으로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화만을 측정하는 지표이므로 그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2) 이러한 통계 편제상의 차이로 인해 GDP 디플레이터와 CPI는 모두 물가를 측정하는 지표이지만, <그림 2>에서 나타난 것처럼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특히 2024년에는 GDP 디플레이터와 CPI간의 차이가 1.8%p에 달했다.

종합적으로 경상성장률 전망은 구성요소인 실질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 각각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연간 단위의 관리방식은 상황에 따라 정책 목표 수준이 수시로 변경되며, 그에 따라 가계부채 관리 기조 역시 자주 변화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시장참가자들의 예측가능성도 저하된다. 특히 금융기관은 대출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리스크 관리 전략 수립 과정에서 정책 방향의 예측가능성이 매우 중요한데, 빈번한 정책 변화는 이러한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가계의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 구입이나 사업 자금 조달 등 필요한 시점에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 방식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기순응적(pro-cyclical) 정책 운용으로 인해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기에 경상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가계부채 증가율도 함께 낮춰야 하므로, 이미 위축된 신용공급이 더욱 억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고 회복 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경기 호황기에는 높은 경상성장률에 맞춰 가계부채 증가율의 허용 수준도 확대되기 쉬워, 자산가격 급등이나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를 방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같은 정책 운용은 장기적으로 금융안정을 저해하고, 이후 경기 사이클에서 더 큰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기적 관점의 관리방식 도입 방안

중기적 관점에서의 가계부채 관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과 많은 유사점을 갖는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단기적 물가 변동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단기적 충격에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관리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중장기적 금융안정성과 경제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목표로 하는 접근이 보다 바람직하다.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림 3>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변동성이 큰 연간 단위의 경상성장률보다는 중기적 시계에서 산출한 경상성장률의 추세치를 가계부채 관리목표 설정의 기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추세 경상성장률은 통계적 기법을 통해 일시적 충격이나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하여 산출되며, 경제의 기조적 성장 능력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추세 경상성장률보다 소폭 낮은 수준(예: 추세성장률의 80~90% 수준)으로 3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중기적 관점의 관리방식을 도입할 경우 가장 중요한 효과는 경기 안정화 기능이다. 불경기에는 실제 성장률이 추세성장률보다 낮아지므로, 대출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취급할 수 있어 경기 침체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호황기에는 실제 성장률이 추세를 상회하게 되어, 긴축적인 관리가 이루어짐으로써 과열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경기 상황에 따라 정책 스탠스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는 일종의 자동 안정화 장치로 기능한다. 아울러 중기적 관리목표는 가계 및 금융기관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연간 전망치가 수시로 변경되더라도, 중기적 관리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거시건전성 분담금 부과 필요성

아울러 현재의 거시적 총량규제와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미시적 DSR(Debt Service Ratio)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를 안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적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 소득 양극화 심화로 인해 DSR 규제는 대출 접근성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수도권 일부 지역과 전국 기타 지역 간 부동산 가격 차별화를 심화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소득 상위 10%는 전체 부동산 담보대출의 2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확대는 주택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강하게 형성된 가운데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 이전 대규모 차입이 가능한 고소득 차주들이 선제적으로 대출을 확대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개별 경제주체의 합리적 부채 확대 결정이 사회 전체의 금융안정이라는 후생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가계부채가 외부성을 갖기 때문이다.3) 특정 개인의 소음이 다수의 사람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듯, 개별 차주의 대출은 전체 대출총량을 확대하여 불특정 다수의 신용 가능액을 제약하는 음(-)의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더 나아가 경기 둔화 상황에서는 가계부채 확대를 우려한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지연하면서 대출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간접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4) 특히 DSR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이 고소득 차주의 거액 대출에 편중되는 경우, 이러한 외부효과는 더욱 심화된다. 따라서, 음의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 개인 차원의 합리적 대출 결정을 사회적 최적 수준으로 유도하려면, 대출자들이 자신의 대출이 초래하는 외부효과를 스스로 내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하여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6·27 대책5)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고액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긴급 조치라는 점에서 일정한 의의가 있으나, 대출 금액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수량 규제 방식인 만큼,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보다 체계적으로 과잉 차입에 따른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매매 또는 전세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 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부담금이 차등적으로 증가하는 누진적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대출 금액에 비례해 부과되는 가격 기반 규제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보호하여 시장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된다. 또한, 소수의 고액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6)을 감안하여, 다수의 소액 대출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전체 대출총량 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고액 대출자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부과함으로써 규제 대상을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총량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상성장률 기반 총량규제와 DSR 중심의 상환능력 평가를 보완하고, 차주의 수요 행태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1) 분기별 경제성장률 전망 오차를 RMSE(Root Mean Square Error, 값이 클수록 전망 오차가 크다고 해석됨)로 측정하여 비교해 보면, 2012~2017년 중 0.14에서 2018~2024년 중 0.35로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 특히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이러한 오차가 더욱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관련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가격 상승은 GDP 디플레이터에 영향을 줄 뿐 CPI와는 무관할 수 있다.
3) Bianchi, J., 2011, Overborrowing and systemic externalities in the business cycle, American Economic Review 101(7), 3400–3426.
4) 2024년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상승률 둔화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가 다음 회의인 10월로 연기되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은행의 우려를 뒷받침하듯 2024년 8월 중 전체 금융권 가계부채는 9.8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 금융위원회, 2025. 6. 27,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하여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보도자료.
6)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억원 이상의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는 전체 부채보유 가구의 3.0%에 불과하나 전체 부동산담보대출금의 19.2%를 차지한다. 반면, 3억원 미만을 대출 받은 가구는 전체 부채보유 가구의 88.2%에 해당되나 전체 부동산담보대출금의 59.2%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