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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국내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서 매수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67%에서 2010년대 89%로 증가하였으며 2020년대에는 93%에 이르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누적, 고착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주식 애널리스트의 수도 지난 10년간 약 30% 감소하면서 질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양적인 측면에서도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기업성과를 분석·예측하고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애널리스트의 신뢰성 저하와 영향력 감소는 주식시장 효율성과 상장기업 가치제고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을 완화하고 애널리스트 제공 정보의 양과 질을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상장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는 36개사에서 30개사로, 주식 애널리스트는 약 600명에서 400여명으로 줄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900조원 이상 증가하고 상장기업 수가 700개사 이상 늘어나는 동안 일어난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애널리스트 업무가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 아닌데다 수익 원천이 다양화되면서 증권사의 사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일 수 있고, 패시브(passive)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분석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문제는 애널리스트의 활동이 위축되는 만큼 투자정보의 공백은 커지고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도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보비대칭의 증가, 기업의 자본비용 증가, 주가의 할인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효율성의 관점에서도, 상장기업 가치제고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애널리스트 활동의 위축은 증권사 사업환경의 변화나 투자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기업과 투자자를 가교하는 자본시장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정보력과 분석력, 제공하는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은 발휘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애널리스트가 직면한 가장 큰, 그리고 오랜 비판은 매수 일변도의 투자의견을 제시한다는 점일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발표된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투자의견을 살펴보면, 매수·적극매수 의견의 비중이 93.1%에 이른다. 매도의견은 0.1%에 불과하다(<표 1>).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되는 것은 외국시장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기는 하나 최근의 한국시장은 그 정도가 매우 극단적이다. 투자의견 변경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증적으로 투자의견의 정보가치는 투자의견 자체보다 투자의견 변경에서 더 큰 것으로 보고되는데 투자의견이 변경되는 경우는 전체의 2.5%에 그친다. 애널리스트가 매수의견을 제시할 만한 주식과 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각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꾸준히(지난 10년간 연 4회 이상) 제시한 기업들만 별도로 살펴보면 오히려 매수의견 비중은 더 크고 변경 비중은 더 작아, 그 가능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이 대부분 매수의견이고 변경되지도 않는다면 투자의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이해상충 가능성이다.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직원으로서 증권사의 수익창출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은행 업무의 (잠재적) 고객인 상장기업에 대해, 중개업무의 고객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추천, 곧 매수의견을 제시할 유인도 크다. 정보의 원천인 기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부정적 의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이해상충 요소 중에서 중개업무와 관련된 요소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기관투자자 중개업무를 담당하는 부문에서 나온다.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대가가 기관투자자가 지급하는 중개수수료에 합산(bundling)되어 있다는 뜻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 등 중개업무에 대한 지원활동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에 중요하게 반영되고, 애널리스트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도 기관투자자의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애널리스트 업무가 중개업무에 종속되어, 중개업무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보의 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림 1>은 증권사의 중개업무 수익성1)과 매수의견(적극매수 포함) 제시 확률의 관계를 보여준다. 지난 25년간 발표된 전체 투자의견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다른 조건2)이 동일하다고 할 때, 증권사의 중개업무 수익성이 높아질수록 매수의견이 제시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증권사의 중개업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은 투자의견뿐만 아니라 목표주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 2>는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를 토대로 계산한 예상수익률3)과, 예상수익률에서 실현수익률을 차감한 예측오차를 보여준다. 목표주가는 통상 1년 후의 적정주가 추정치를 의미하므로 수익률 평가기간은 1년으로 설정한다. 2020년 이후 제시된 목표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예상수익률은 평균 36.1%, 예측오차는 평균 24.5%로 나타난다. 실제 실현된 수익률은 11.5%임에도 36.1%의 수익률이 예상된다는, 낙관적인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한 2020년을 제외할 경우 실현수익률은 –2.9%로 낮아지며 예측오차는 39.7%로 치솟는다.
 

 
이해상충의 영향은 목표주가에서도 관찰된다. <그림 2>는 지난 25년간 증권사의 중개업무 수익성과 목표주가 달성률의 관계, 중개업무 수익성과 목표주가 예측오차의 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서 목표주가 달성률은 목표주가가 제시된 후 1년 이내에 단 한 번이라도 목표주가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증권사 중개업무 수익성이 높을수록 목표주가 달성 확률은 낮아지며 예측오차는 증가한다. 앞서 확인한 바와 동일하게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이 목표주가의 낙관적 편향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에는 이해상충 이외의 요인도 영향을 준다. <그림 3>은 낙관적 편향과 애널리스트 담당종목 수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담당종목 수가 많을수록 매수의견 제시 확률은 높아지고 목표주가의 예측오차도 증가한다.4)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한 분석, 명확한 근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업무부담이 큰 경우 낙관적 편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애널리스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널리스트의 역할 강화 방안

이제 애널리스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고 경제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볼 차례다. 초점은 두 가지다. 애널리스트 제공 정보의 편향을 일으키는 이해상충을 완화하여 정보의 질을 높이는 것, 그리고 증권사 사업환경과 투자환경 변화의 흐름을 극복하여 정보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먼저 중개수수료와 리서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하도록 분리(unbundling)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애널리스트의 중개업무에 대한 종속성을 낮춤으로써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줄이고 정보 품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시도다.

EU는 2018년 MiFID II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수수료 분리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제도 도입 효과를 분석한 연구를 종합하면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은 향상된 반면 정보의 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5) 리서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하게 된 기관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이용을 줄이고 내부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게 되었고, 리서치 수수료를 정당화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 발간의 한계가치가 높은 종목을 선별하여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예측의 정확도가 개선되고 주가에 대한 영향력은 증가하였으나 분석대상 기업의 범위와 예측의 빈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감소하였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중개업무에 대한 종속성이 완화된 것은 분명하나 보고서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의 원천인 기업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리서치수수료를 중개수수료에서 분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독립 리서치 회사를 도입(제도화)하는 방안도 자주 언급된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증권사 타 업무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독립 리서치 회사의 애널리스트가 덜 낙관적이거나 더 정확하다는 일관된 실증적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의 증권사가 더 우수한 인력, 지식,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독립 리서치 회사도 여전히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독립 리서치 회사의 유입은 애널리스트간 경쟁의 강도를 높여 기존 애널리스트의 예측 정확도 증가를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된다.6)

또 다른 대안은 AI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연구가 등장하고 있는데7), 증권사의 AI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분석대상이 늘어나고, 예측빈도가 높아지며, 예측정확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여러 분야에서 이미 입증된 바와 같이 애널리스트 업무에서도 AI가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특히 정보의 양과 질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AI의 활용 방식에 따른 차이다. 애널리스트의 평가와 예측을 AI가 전적으로 대체하는 경우에는 낙관적 편향이 완화되는 반면 AI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낙관적 편향이 오히려 강화된다. AI 도입으로 고용불안을 느낀 애널리스트가 수익 기여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AI와 인간의 역량 차이다. 시가총액이 작고 유동성이 낮은 기업, 공시정보가 부족하고 무형자산이 많은 기업에서는 AI보다 인간이 우수한 예측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보비대칭이 높아 정성적인 평가가 요구되는 경우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AI가 애널리스트 정보의 양과 질을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나 그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활용 방법의 정교한 설계가 중요해 보인다.


향후 과제

2000년대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에서 매수·적극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7% 였다.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0년대에는 89% 수준에, 2020년대에는 93% 수준에 이르게 된다.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시기를 제외하면 목표주가 예측오차에서 관찰되는 낙관적 편향의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누적, 고착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애널리스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감독당국과 자율규제기구는 2002년 ‘증권업 감독규정 개정’, 2016년 ‘IR·조사분석 업무처리 강령 제정’, 2017년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애널리스트의 객관성,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해상충을 예방하고자 한다는 제도 개선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책과 제도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보다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 직전 4분기의 중개업무 영업수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측정한다.
2) 회귀분석에서 기업규모, 성장성, 업종, 최근 수익률, 수익률 변동성, 거래회전율, 발표시점 등의 영향을 통제한다.
3) 목표주가를 목표주가 발표 2거래일 전 종가로 나누고 1을 차감하여 계산한다.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표에 따른 주가변동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발표 2거래일 전 종가를 이용한다.
4) 이 분석에서 애널리스트 경력이 미치는 영향은 통제되었다.
5) Fang, B., Hope, O. K., Huang, Z., Moldovan, R., 2020, The effects of MiFID II on sell-side analysts, buy-side analysts, and firms, Review of Accounting Studies 25(3), 855-902; Guo, Y., Mota, L., 2021, Should information be sold separately? Evidence from MiFID II,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42(1), 97-126; Lang, M., Pinto, J., Sul, E., 2024, MiFID II unbundling and sell-side analyst research,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77(1), 101617.
6) Gu, Z., Xue, J., 2008, The superiority and disciplining role of independent analyst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45(2-3), 289-316.
7) Coleman, B., Merkley, K., Pacelli, J., 2022, Human versus machine: A comparison of robo-analyst and traditional research analyst investment recommendations, The Accounting Review 97(5), 221-244; Shanthikumar, D. M., Yoo, I. S.,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nalyst productivity, Working paper; Cao, S., Jiang, W., Wang, J., Yang, B., 2024, From man vs. machine to man+ machine: The art and AI of stock analyse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60, 103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