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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의 의의와 개선 방향
2025-16호 2025.08.04
요약
퇴직연금제도의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따라서 사업자의 책임성과 운용 역량은 제도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퇴직연금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자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운용 성과와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이고 유인부합적인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는 민간 금융기관의 실질적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사업자 평가제도는 2021년 법제화 이후 전체 시장을 포괄하는 법정 제도로 정비되었다. 하지만 평가 결과의 제한적 공개, 형식적 평가항목, 성과 측정의 엄밀성 부족 등으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자 간 실질적인 운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평가 결과의 공시는 종합평가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구성하는 개별 평가항목 및 배점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어 재정렬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attribution analysis)을 제공함으로써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유의미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제도적 인프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업자 평가제도가 형식적 대응을 유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수익률 중심의 실질적 운용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평가 지표의 정교화, 측정 방식의 고도화, 정보 공개의 실효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종합평가를 구성하는 개별 항목의 배점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에서 중요도의 관점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기대하는 사업자의 행태 변화의 관점으로 재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사업자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고객의 기대에 부합하는 서비스 제공을 유도할 수 있다.
사업자 평가제도는 2021년 법제화 이후 전체 시장을 포괄하는 법정 제도로 정비되었다. 하지만 평가 결과의 제한적 공개, 형식적 평가항목, 성과 측정의 엄밀성 부족 등으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자 간 실질적인 운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평가 결과의 공시는 종합평가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구성하는 개별 평가항목 및 배점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어 재정렬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attribution analysis)을 제공함으로써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유의미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제도적 인프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업자 평가제도가 형식적 대응을 유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수익률 중심의 실질적 운용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평가 지표의 정교화, 측정 방식의 고도화, 정보 공개의 실효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종합평가를 구성하는 개별 항목의 배점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에서 중요도의 관점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기대하는 사업자의 행태 변화의 관점으로 재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사업자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고객의 기대에 부합하는 서비스 제공을 유도할 수 있다.
들어가는 말
우리 퇴직연금제도는 흔히 ‘퇴직연금사업자에 포획된 시장’으로 표현된다.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퇴직연금사업자를 중심으로 작동하며, 따라서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과 책임은 그만큼 크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제도의 이러한 핵심 주체에 대해 ‘포획’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쓰이는 이유는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이 경과하고 있는 현시점까지 서비스 제공업자(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고객(사용자 및 근로자)의 신뢰와 기대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의 원인으로 지금까지 퇴직연금사업자들이 고객 최선의 이익이라는 수탁자책임에 충실하게 서비스해 왔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민간 금융기관의 진정성 있는 서비스 제공은 법적 강제가 아닌 시장 경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를 촉발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써 유인부합적으로 설계된 성과평가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평가제도 설계의 주안점은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금융기관이 경쟁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가 시장의 건전한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유인기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퇴직연금제도 초기에는 제도의 외형적 확대가 중요했으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사업자 평가는 가입자 유치 경쟁의 관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 제고를 위한 포트폴리오 내실화가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사업자 평가제도는 운용 경쟁의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제도의 핵심 주체인 퇴직연금사업자가 퇴직연금의 질적 전환을 견인하는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도록 유인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고에서는 최근 법제화된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의 지난 연혁과 현황을 살펴보고, 퇴직연금사업자의 건전한 운용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평가제도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금제도에 수반되는 성과평가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사용자 및 근로자의 기여로 조성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연평균 15%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는 여전히 높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1) 적립금 운용에 수반되는 일련의 투자의사결정이 오롯이 기업 또는 근로자 개인에게 부과되는 계약형 지배구조의 현실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투자 선택을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성과평가와 쉽고 투명한 성과 공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접투자가 허용되지 않는 DC형의 경우 보험 또는 펀드 같은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선택이 전체 운용 성과를 결정짓게 된다. 하지만 근로자 대부분은 이러한 선택에 무관심하거나 선택 자체가 어렵다. 퇴직연금의 과도한 원리금보장상품 치중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의사가 있는 근로자에게 있어서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퇴직연금에 편입된 모든 상품을 비교평가 할 수 있는 통합 사이트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보험 상품과 펀드 상품의 수익률 산출 기준도 상이하여, 수백 개 상품의 성과 간 객관적인 일대일 비교(apple to apple)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품 단위의 이러한 성과평가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의 영역이다. 퇴직연금에 편입되는 집합투자증권은 모두 공모펀드이며, 이를 포함한 펀드 상품의 성과를 평가하여 투자자에게 상품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 펀드평가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제도 인프라로서 국내 펀드평가 시장의 경쟁과 활성화가 요구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다 집중해야 하는 성과평가는 개별 상품 단위가 아닌 사업자 단위의 역량 평가다. 계약형 지배구조에서는 제도 운영 및 적립금 운용에 관련된 모든 업무가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로 설정되어 있다. 개별 근로자 입장에서 선택가능한 투자 옵션은 전체 퇴직연금 상품이 아니라 해당 사업자가 제시하는 상품으로 한정된다. 특히 사전지정운용제도의 경우 근로자는 사업자가 직접 설계하여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형식의 적격상품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위험성향에 따른 개인의 선택이 있다고는 하지만, 디폴트옵션제도는 사업자의 운용 역량이 곧 개인의 성과를 결정짓는 구조다.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 역시 이렇게 개인의 선택을 최소화하고 사업자에 대한 의존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퇴직연금의 저조한 운용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제도 개편2)의 방향은 ‘상품 단위 개인의 선택을 지양하고 전문가에 의한 운용 위임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정책 방안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 역량 제고를 전제로 하며, 여기에서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의 의의와 중요성이 강조된다.
사업자 평가제도의 실효성
정부는 퇴직연금사업자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2017년 시범평가를 거쳐 2018년부터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제도의 목적은 정보공개를 통해 사업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퇴직연금사업자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소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사업자 평가제도는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거나 변경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기능에 의한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유인하려는 정책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3) 초기에 법적 근거 없이 정부 정책사업 형태로 시행되던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는 2021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되었다.4) 동 법 개정으로 정부(고용노동부 장관)의 책무에 명시적으로 퇴직연금사업자 평가가 포함되었다. 이후 2022년 관련 시행령5) 개정 및 2024년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에 관한 고시」6)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법정 제도로 전환된 후 평가 대상은 전체 시장을 포괄하고 있다.7) 평가 주기는 연 1회로, 전년도 실적과 노력을 평가하여 해당 연도에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발표 시기는 통상 매년 하반기에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형태로 이루어지나, 발표 시점이 일정치 않고 지나치게 지연됨으로 인해 성과평가에 따른 피드백의 적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8) 평가 결과의 공시 또는 활용에 있어, 포상을 위한 우수 사업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개별 사업자의 구체적인 평가 결과는 외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제약된다. 하지만 평가제도의 목적이 ‘정보공개를 통한 경쟁 강화’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제약적 공시는 평가제도가 결과적으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근본적 제약요인이 된다. 민간 금융회사의 사업 역량을 정부 주도로 평가하는 체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의 일반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업자 평가제도의 도입 목적이 온전히 달성되려면 사업자의 행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과평가 결과가 매우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이로 인한 논란이나 예상되는 부작용은 평가의 전문성 제고와 평가지표 및 측정(measurement) 방식의 고도화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여기에는 감독 당국의 추가적인 노력과 상당 규모의 정부 차원의 재정 지출이 수반된다. 하지만 국가가 강제하는 사적연금이라는 우리 퇴직연금제도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종의 공공재로 이해되어야 한다. 최근 다층연금의 구조개혁에서 자주 언급되는 ‘퇴직연금의 공공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교하지 않은 평가제도로 진정성 있는 운용 경쟁을 유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자 평가제도 개선
이러한 인식하에서 정부도 사업자 평가제도의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도 초기에는 평가항목별 우수사업자만을 공개하였으나 2022년부터는 종합평가 우수사업자 개념이 도입되어 전체 평가점수 상위 10%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ㆍ공개하고 있다. 개별 항목별 강점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서비스 역량이 뛰어난 사업자를 파악하여 사용자나 근로자가 사업자를 선택할 때 참조될 수 있는 종합적 평판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평가제도의 실효성 제고 측면에서 향후 사업자 평가의 활용은 종합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종합평가 점수를 결정짓는 산식은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사업자의 행태가 정렬될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 개별 항목에 대한 평가는 종합평가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원인분석(attribution analysis)의 일환으로, 사업자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수적 또는 추가적 정보에 해당한다. 이를 포함하여 종합평가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원인분석이 실행되고 그 결과가 자세히 공개되어야 한다. 사용자나 근로자의 사업자 선택 차원에서는 이렇게 어렵고 전문적인 성과평가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으나, 퇴직연금사업자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피드백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결과보다 원인분석이 보다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상기 표와 같이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로 구성된다. 법정 의무화 이후 일부 항목의 추가와 배점 조정 같은 미세조정이 있었으나, 전체적인 구조와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에서 현행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을 감안하여 전체 평가항목을 ‘적립금 운용’과 ‘제도 운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배점은 현재 50:50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종합평가 중심의 평가 활용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조응하도록 적극적으로 배점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적립금 운용과 제도 운영의 점수 비중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에서 중요도의 관점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기대하는 사업자의 행태 변화의 관점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 또는 근로자가 요구하는 사업자의 행태는 ‘퇴직연금의 장기수익률 제고에 대한 퇴직연금사업자의 형식적이지 않은 실질적 기여’다. 여기에 사업자가 기관의 역량을 집중할수록 보다 높은 종합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점수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형식적 대응이 아닌 실질적 기여’다. 측정 방식을 아무리 고도화하더라도 실질적 기여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 지표라면, 해당 항목은 중요도에 상관없이 낮은 배점이 부여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예를 들면, 최근 사전지정운용제도 관련 지표가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적립금운용(수익률)에 5점, 제도운영(서비스 역량)에 8점의 평가항목으로 신규 설정되었다. 수익률 지표는 그 자체로 실질적 기여를 의미하지만, 서비스 역량에 대한 평가에서 사업자의 형식적 대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치한 측정 수단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사업자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제도의 외형적 확대가 아니라 실제 투자 수익률을 높이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자산 배분의 개선이다. 형식적 대응이 가능한 지표에 부여된 높은 배점은 사업자의 외형적 확대만을 유인할 뿐이다.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실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맺음말
퇴직연금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퇴직연금 ver2.0 시대를 이야기한다. 적립금 규모로 대표되는 외형적 성장에서 효율적인 적립금 운용 같은 질적 내실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퇴직연금 ver2.0 시대에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이 특히 강조된다. 연금제도는 복지정책의 일환이지만, 연금자산의 효율적 운용은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시장 견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한 시장친화적이고 유인부합적인 제도적 장치로서 사업자 평가제도가 기능하여야 한다. 퇴직연금에서 제기되고 있는 많은 문제가 잘 설계된 평가제도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내실 있게 작동하는 평가제도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건전한 시장 경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연금선진국의 사례처럼 노후소득보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공적인 퇴직연금제도는 모두 금융기관 간 치열한 운용 경쟁의 산물임에 유념하여야 한다.
1) 강주연ㆍ차경욱(2014)의 ‘퇴직연금 이해도와 만족도 분석’ 및 금융투자협회(2014, 2018)의 ‘퇴직연금 운용실태조사’ 등 참조
2) 디폴트옵션제도 외에 기금형 퇴직연금과 일임 및 집합운용DC 도입 등
3)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24. 10. 30), 2024년 우수 퇴직연금사업자 발표
4) 법률 제18038호, 2021년 4월 13일 공포, 2022년 4월 14일 시행
5)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36조의2
6)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4-108호, 법률 및 시행령에 근거해 평가의 내용ㆍ절차ㆍ방법 등을 규정하는 행정규칙으로서, 평가 대상ㆍ시기, 평가항목과 배점, 평가위원회 설치ㆍ운영, 결과 공개 등 평가제도 세부 사항 제시
7)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으나 사업이 미미한 경우 평가에서 제외되나, 운용규모 측면에서는 전체 시장을 거의 100% 포괄함
8) 2022년은 11월 말, 2023년은 8월 말, 2024년은 10월 말
우리 퇴직연금제도는 흔히 ‘퇴직연금사업자에 포획된 시장’으로 표현된다.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퇴직연금사업자를 중심으로 작동하며, 따라서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과 책임은 그만큼 크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제도의 이러한 핵심 주체에 대해 ‘포획’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쓰이는 이유는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이 경과하고 있는 현시점까지 서비스 제공업자(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고객(사용자 및 근로자)의 신뢰와 기대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의 원인으로 지금까지 퇴직연금사업자들이 고객 최선의 이익이라는 수탁자책임에 충실하게 서비스해 왔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민간 금융기관의 진정성 있는 서비스 제공은 법적 강제가 아닌 시장 경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를 촉발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써 유인부합적으로 설계된 성과평가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평가제도 설계의 주안점은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금융기관이 경쟁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가 시장의 건전한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유인기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퇴직연금제도 초기에는 제도의 외형적 확대가 중요했으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사업자 평가는 가입자 유치 경쟁의 관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 제고를 위한 포트폴리오 내실화가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사업자 평가제도는 운용 경쟁의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제도의 핵심 주체인 퇴직연금사업자가 퇴직연금의 질적 전환을 견인하는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도록 유인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고에서는 최근 법제화된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의 지난 연혁과 현황을 살펴보고, 퇴직연금사업자의 건전한 운용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평가제도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금제도에 수반되는 성과평가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사용자 및 근로자의 기여로 조성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연평균 15%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는 여전히 높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1) 적립금 운용에 수반되는 일련의 투자의사결정이 오롯이 기업 또는 근로자 개인에게 부과되는 계약형 지배구조의 현실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투자 선택을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성과평가와 쉽고 투명한 성과 공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접투자가 허용되지 않는 DC형의 경우 보험 또는 펀드 같은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선택이 전체 운용 성과를 결정짓게 된다. 하지만 근로자 대부분은 이러한 선택에 무관심하거나 선택 자체가 어렵다. 퇴직연금의 과도한 원리금보장상품 치중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의사가 있는 근로자에게 있어서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퇴직연금에 편입된 모든 상품을 비교평가 할 수 있는 통합 사이트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보험 상품과 펀드 상품의 수익률 산출 기준도 상이하여, 수백 개 상품의 성과 간 객관적인 일대일 비교(apple to apple)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품 단위의 이러한 성과평가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의 영역이다. 퇴직연금에 편입되는 집합투자증권은 모두 공모펀드이며, 이를 포함한 펀드 상품의 성과를 평가하여 투자자에게 상품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 펀드평가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제도 인프라로서 국내 펀드평가 시장의 경쟁과 활성화가 요구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다 집중해야 하는 성과평가는 개별 상품 단위가 아닌 사업자 단위의 역량 평가다. 계약형 지배구조에서는 제도 운영 및 적립금 운용에 관련된 모든 업무가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로 설정되어 있다. 개별 근로자 입장에서 선택가능한 투자 옵션은 전체 퇴직연금 상품이 아니라 해당 사업자가 제시하는 상품으로 한정된다. 특히 사전지정운용제도의 경우 근로자는 사업자가 직접 설계하여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형식의 적격상품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위험성향에 따른 개인의 선택이 있다고는 하지만, 디폴트옵션제도는 사업자의 운용 역량이 곧 개인의 성과를 결정짓는 구조다.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 역시 이렇게 개인의 선택을 최소화하고 사업자에 대한 의존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퇴직연금의 저조한 운용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제도 개편2)의 방향은 ‘상품 단위 개인의 선택을 지양하고 전문가에 의한 운용 위임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정책 방안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 역량 제고를 전제로 하며, 여기에서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의 의의와 중요성이 강조된다.
사업자 평가제도의 실효성
정부는 퇴직연금사업자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2017년 시범평가를 거쳐 2018년부터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제도의 목적은 정보공개를 통해 사업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퇴직연금사업자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소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사업자 평가제도는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거나 변경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기능에 의한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유인하려는 정책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3) 초기에 법적 근거 없이 정부 정책사업 형태로 시행되던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제도는 2021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되었다.4) 동 법 개정으로 정부(고용노동부 장관)의 책무에 명시적으로 퇴직연금사업자 평가가 포함되었다. 이후 2022년 관련 시행령5) 개정 및 2024년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에 관한 고시」6)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법정 제도로 전환된 후 평가 대상은 전체 시장을 포괄하고 있다.7) 평가 주기는 연 1회로, 전년도 실적과 노력을 평가하여 해당 연도에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발표 시기는 통상 매년 하반기에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형태로 이루어지나, 발표 시점이 일정치 않고 지나치게 지연됨으로 인해 성과평가에 따른 피드백의 적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8) 평가 결과의 공시 또는 활용에 있어, 포상을 위한 우수 사업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개별 사업자의 구체적인 평가 결과는 외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제약된다. 하지만 평가제도의 목적이 ‘정보공개를 통한 경쟁 강화’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제약적 공시는 평가제도가 결과적으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근본적 제약요인이 된다. 민간 금융회사의 사업 역량을 정부 주도로 평가하는 체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의 일반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업자 평가제도의 도입 목적이 온전히 달성되려면 사업자의 행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과평가 결과가 매우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이로 인한 논란이나 예상되는 부작용은 평가의 전문성 제고와 평가지표 및 측정(measurement) 방식의 고도화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여기에는 감독 당국의 추가적인 노력과 상당 규모의 정부 차원의 재정 지출이 수반된다. 하지만 국가가 강제하는 사적연금이라는 우리 퇴직연금제도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종의 공공재로 이해되어야 한다. 최근 다층연금의 구조개혁에서 자주 언급되는 ‘퇴직연금의 공공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교하지 않은 평가제도로 진정성 있는 운용 경쟁을 유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자 평가제도 개선
이러한 인식하에서 정부도 사업자 평가제도의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도 초기에는 평가항목별 우수사업자만을 공개하였으나 2022년부터는 종합평가 우수사업자 개념이 도입되어 전체 평가점수 상위 10%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ㆍ공개하고 있다. 개별 항목별 강점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서비스 역량이 뛰어난 사업자를 파악하여 사용자나 근로자가 사업자를 선택할 때 참조될 수 있는 종합적 평판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평가제도의 실효성 제고 측면에서 향후 사업자 평가의 활용은 종합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종합평가 점수를 결정짓는 산식은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사업자의 행태가 정렬될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 개별 항목에 대한 평가는 종합평가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원인분석(attribution analysis)의 일환으로, 사업자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수적 또는 추가적 정보에 해당한다. 이를 포함하여 종합평가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원인분석이 실행되고 그 결과가 자세히 공개되어야 한다. 사용자나 근로자의 사업자 선택 차원에서는 이렇게 어렵고 전문적인 성과평가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으나, 퇴직연금사업자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피드백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결과보다 원인분석이 보다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상기 표와 같이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로 구성된다. 법정 의무화 이후 일부 항목의 추가와 배점 조정 같은 미세조정이 있었으나, 전체적인 구조와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에서 현행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을 감안하여 전체 평가항목을 ‘적립금 운용’과 ‘제도 운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배점은 현재 50:50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종합평가 중심의 평가 활용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조응하도록 적극적으로 배점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적립금 운용과 제도 운영의 점수 비중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에서 중요도의 관점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기대하는 사업자의 행태 변화의 관점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 또는 근로자가 요구하는 사업자의 행태는 ‘퇴직연금의 장기수익률 제고에 대한 퇴직연금사업자의 형식적이지 않은 실질적 기여’다. 여기에 사업자가 기관의 역량을 집중할수록 보다 높은 종합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점수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형식적 대응이 아닌 실질적 기여’다. 측정 방식을 아무리 고도화하더라도 실질적 기여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 지표라면, 해당 항목은 중요도에 상관없이 낮은 배점이 부여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예를 들면, 최근 사전지정운용제도 관련 지표가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적립금운용(수익률)에 5점, 제도운영(서비스 역량)에 8점의 평가항목으로 신규 설정되었다. 수익률 지표는 그 자체로 실질적 기여를 의미하지만, 서비스 역량에 대한 평가에서 사업자의 형식적 대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치한 측정 수단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사업자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제도의 외형적 확대가 아니라 실제 투자 수익률을 높이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자산 배분의 개선이다. 형식적 대응이 가능한 지표에 부여된 높은 배점은 사업자의 외형적 확대만을 유인할 뿐이다.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실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맺음말
퇴직연금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퇴직연금 ver2.0 시대를 이야기한다. 적립금 규모로 대표되는 외형적 성장에서 효율적인 적립금 운용 같은 질적 내실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퇴직연금 ver2.0 시대에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이 특히 강조된다. 연금제도는 복지정책의 일환이지만, 연금자산의 효율적 운용은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시장 견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한 시장친화적이고 유인부합적인 제도적 장치로서 사업자 평가제도가 기능하여야 한다. 퇴직연금에서 제기되고 있는 많은 문제가 잘 설계된 평가제도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내실 있게 작동하는 평가제도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건전한 시장 경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연금선진국의 사례처럼 노후소득보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공적인 퇴직연금제도는 모두 금융기관 간 치열한 운용 경쟁의 산물임에 유념하여야 한다.
1) 강주연ㆍ차경욱(2014)의 ‘퇴직연금 이해도와 만족도 분석’ 및 금융투자협회(2014, 2018)의 ‘퇴직연금 운용실태조사’ 등 참조
2) 디폴트옵션제도 외에 기금형 퇴직연금과 일임 및 집합운용DC 도입 등
3)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24. 10. 30), 2024년 우수 퇴직연금사업자 발표
4) 법률 제18038호, 2021년 4월 13일 공포, 2022년 4월 14일 시행
5)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36조의2
6)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4-108호, 법률 및 시행령에 근거해 평가의 내용ㆍ절차ㆍ방법 등을 규정하는 행정규칙으로서, 평가 대상ㆍ시기, 평가항목과 배점, 평가위원회 설치ㆍ운영, 결과 공개 등 평가제도 세부 사항 제시
7)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으나 사업이 미미한 경우 평가에서 제외되나, 운용규모 측면에서는 전체 시장을 거의 100% 포괄함
8) 2022년은 11월 말, 2023년은 8월 말, 2024년은 10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