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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펀드 도입의 한계와 투자자보호센터 설립 제안
2025-16호 2025.08.04
요약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지속하려면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을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투자자 보호 장치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 증권관련 집단소송 제도는 엄격한 소송요건과 긴 소송기간으로 인해 피해자 구제에 실효성이 부족하며, 2013년 설치된 불공정거래 피해자 소송지원센터 역시 제공 자료와 지원 범위의 한계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불공정거래에 부과된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직접 분배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이 논의 중이나, 현실적으로 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피해자 선별 및 사건별 보상기준 설정 과정에서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지적된다. 미국의 페어펀드는 강력한 SEC의 권한과 적시성 높은 불공정거래 적발로 인해 대규모의 기금 조성과 분배가 가능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직접적인 기금 분배 방식을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하여 직접적 기금 분배 방식이 아닌, 대만의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와 같은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여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기존 한국거래소의 소송지원센터 기능을 확대하여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하고, 불공정거래 과징금 등을 포함한 기금을 마련하여 피해자들의 소송 및 분쟁조정을 센터에서 직접 지원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피해자 보호제도의 실질적 개선을 통해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의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불공정거래에 부과된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직접 분배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이 논의 중이나, 현실적으로 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피해자 선별 및 사건별 보상기준 설정 과정에서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지적된다. 미국의 페어펀드는 강력한 SEC의 권한과 적시성 높은 불공정거래 적발로 인해 대규모의 기금 조성과 분배가 가능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직접적인 기금 분배 방식을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하여 직접적 기금 분배 방식이 아닌, 대만의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와 같은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여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기존 한국거래소의 소송지원센터 기능을 확대하여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하고, 불공정거래 과징금 등을 포함한 기금을 마련하여 피해자들의 소송 및 분쟁조정을 센터에서 직접 지원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피해자 보호제도의 실질적 개선을 통해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의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29% 상승하며 2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였고, 코스닥 지수 역시 연초대비 18%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투자자들이 우리 자본시장을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선거공약과 국정기획위원회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는 한국형 페어펀드(공정배상기금)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자본시장 불공정ㆍ불법행위 등에 부과되는 과징금ㆍ벌금의 일부를 활용하여 관련 피해자 보상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불공정거래 피해자 보호와 관련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재 도입 논의 중인 한국형 페어펀드의 주요내용과 한계를 검토한 후, 대안으로 대만의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 벤치마킹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불공정거래 피해자 보호 관련 현행 제도의 문제점
불공정거래 행위는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범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의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오는 범죄이기도 하다.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부당이득을 국가가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피해구제 역시 중요하다. 그런데 불공정거래의 경우 소수의 가해자가 거액의 이익을 얻는데 반하여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이고 소액의 손해로 분산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소액의 투자자로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자신의 실제 손해액에 한정되지만 소송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아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1)
불공정거래의 특징을 감안하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 이를 통해 보상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증권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하여,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로 2004년 1월 20일 제정되어 2005년 1월 1일 시행되면서 도입되었다. 제정 당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제소요건, 소송허가제, 원고 및 원고 대리인에 대한 규제 등의 장치를 마련하였으나, 우려와 달리 2009년 4월에 가서야 첫 집단소송이 제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입된지 20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증권관련집단소송 제기 건수는 2025년 7월 현재 12건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 중 본안판결이 나온 사안은 도이치뱅크 사건과 씨모텍 사건 2건이고, 재판상화해로 종결된 사안은 RBC 사건을 포함하여 4건이다. 소송요건도 엄격하여 소송제기도 어렵지만, 소송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판결까지 더 오래 걸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10번째 소제기 이후 2023년에 이르러서야 11번째 소제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관련집단소송이 피해자의 구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단소송이 제기된다고 하여도, 증권 관련 분쟁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 입증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의 대부분을 피해자가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소송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집단소송의 경우에도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원고가 적절한 입증을 하지 못하면 패소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344조의 문서제출명령 등이 도입되어 있으나, 이러한 법원의 명령에 피고가 응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집단소송에서는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63조에 따라 제재할 수 있으나 과태료가 3천만원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소송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여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 의해 한국거래소에 불공정거래 피해자 소송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자료의 내용에 한계가 있다.2) 제공 자료는 종목별 매매정보, 1분 단위 주가지수인데 이는 투자자들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자료이고 소송에 필요한 법률상담도 직접적인 소송수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자문에 불과하다. 여전히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비용으로 직접 불공정거래 자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4월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 적발 이후에 불공정거래와 관련하여 많은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2024)과, 계좌지급정지(2025)가 도입되면서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재산이 신속하게 국고로 귀속될 수 있게 된 반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보상받을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입 논의 중인 한국형 페어펀드의 주요 내용과 한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의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투자자에게 직접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4개의 법안의 발의되어 있는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안마다 구체적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자로부터 회수한 부당이득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피해자에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방증권거래위원회(United State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가 운영하고 있는 페어펀드(Federal Account for Investor Restitution Fund)를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증권법 위반행위자에게 금전적 제재를 부과하여 징수된 재원으로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페어펀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페어펀드는 부당이득환수금과 민사제재금을 재원으로 하며, SEC가 직접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SEC에서 페어펀드 설립을 결정하고(SEC 설립형), SEC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민사적 제재방식을 취한 경우에는 페어펀드 설립도 SEC의 요청에 따라 법원에서 결정한다(법원 설립형). 페어펀드 설립이 결정되면, 손해배상 당사자는 SEC의 명령에 따라 분배계획을 제출하여야 하고, SEC는 분배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하며, 분배계획이 승인되면 SEC는 기금관리자를 임명하여 페어펀드 운영 및 분배절차를 개시한다.3)
미국의 경우 불공정거래로 징수되는 금액도 크고, 그로 인해 페어펀드를 결성해서 피해자들에게 분배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81억 9,400만 달러(한화 11조 4천억원)의 민사제재금과 부당이득환수금이 징수되었다. 피해자에게 분배된 금액도 2024년에는 3억 4,500만달러(한화 4,800억원)로 다른 해에 비해 다소 적었으나, 2022년과 2023년의 경우 9억 3,700만달러(한화 1조 3,040억원)와 9억 3,000만 달러(한화 1조 2,942억원)로 큰 금액이 지급되었다.
모든 사건에 페어펀드가 설립되는 것은 아니다. SEC는 개별 사건마다 피해자와 피해를 식별할 수 있는지와 위반행위자로부터 징수할 제재금의 액수가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할 정도로 충분한지를 검토하여 결정한다. 만약 징수한 금액보다 피해금액이 더 많아서 현실적으로 분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징수한 자금을 국고로 귀속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도 상장회사의 분식회계나 공시위반, 대형 금융사와 관련된 사건의 경우는 페어펀드 조성비율이 높고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와 같은 사건에서는 페어펀드 결성 사례가 적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SEC가 금전적 제재를 포함한 조치를 내린 사건 중 약 11% 수준에서 페어펀드가 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4)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고 바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배계획 승인 후 24개월 이내에 80% 이상이 분배되나,5) 불공정거래 조사를 통해 SEC가 금전적 제재를 명령하고, 페어펀드 설립 및 분배계획 제출 승인, 청취 및 분배계획 승인까지는 평균 6~7년이 걸리고 일부 사안은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6)
미국의 페어펀드는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제도인데, 이는 미국 SEC가 강력한 권한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적시에 적발하고 신속한 금전적 제재를 통해 징수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불공정거래의 적발률도 미국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재원으로 활용할 과징금이나 벌금도 적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미국의 페어펀드는 사건별로 설립되기 때문에 A사건의 부당이득금으로 A사건의 피해자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법안은 과징금을 환수하여 기금 형태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A사건의 부당이득금을 B사건의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또한 기금의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어떤 사건의 피해자에게 얼마만큼의 금액을 배상할 것인지 선별하는 과정에서 차별의 소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거래의 피해자를 정확하게 식별하고, 분배할 피해금액을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전문성 있는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데, 제한된 인적ㆍ물적 자원을 기금운영에 할당할 경우 불공정거래 조사 및 수사가 지연될 우려도 있다. 설령 미국과 같이 불공정거래 적발률도 높이고 금전제재금 징수율도 높여 정확한 분배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 6~7년이고 장기간 10년이 걸리는 미국의 피해보상기간에 비추어 볼 때 ‘신속한’ 피해구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만의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 벤치마킹 방안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배상하지는 않으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대만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투자자 보호제도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대만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나라로,7) 개인투자자는 정보 부족, 소송 비용 부담 등으로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2003년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이하 ‘센터’)를 설립하였다. 증권투자자 및 선물거래자보호법(이하 ‘법’)에 근거하여 설립초기에는 증권거래소 등 11개 기관의 출연을 통해 10억 3,100만 대만 달러(한화 약 476억원)의 자금을 조달하였고, 지금은 기여금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8)
센터는 투자자에게 증권 및 선물 관련 법률 자문과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가증권 매매나 선물거래로 발생한 민사 분쟁의 조정도 담당한다. 또한 투자자를 위한 집단소송 및 중재를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증권사나 선물사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손해배상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호기금을 통해 보상한다. 센터의 직원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여하며, 주주를 대표하여 이사를 상대로 한 대표소송과 이사해임소송도 제기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센터의 역할 중에 불공정거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주목하여 볼 점은 집단소송이다. 센터가 투자자를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되더라도 정보 부족, 제한된 개인 능력, 높은 소송 비용 또는 기타 어려움으로 인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경우가 드물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센터는 단일 사건이 다수의 증권 또는 선물 투자자에게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 센터 명의로 집단소송이나 중재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투자자 또는 선물거래업자로부터 소송 위임을 받아야 한다(법 제28조). 만약 센터가 투자자를 대리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관련 소송비용은 센터가 우선 부담한다. 센터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투자자에게 분배하기 전에 필요한 소송비용을 배상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허용되나, 센터가 패소할 경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법 제33조). 또한 센터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법원이 특별재판소를 설치하거나 소송비용 및 담보제공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법 제28조의1, 제34조, 제35조). 센터에 상장회사, 증권회사, 거래소 등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여 증거자료 수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17조).
2023년 말 기준으로 센터가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은 77건의 소송에서 원고 측의 완전 또는 부분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298억 대만 달러(한화 약 1.4조원)의 배상금이 지급되었다.9) 2024년 기준으로 센터는 총 300건의 집단소송을 제기하였고, 센터에 소송을 위임한 피해자는 18.6만명이다.10) 또한 센터는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해 증권관련 분쟁조정도 담당하는데, 2023년 말 기준으로 63억 대만 달러(한화 약 2,950억원)의 배상금이 센터를 통하여 지급되었다.
2005년에 도입한 우리나라의 집단소송의 경우 제기된 사건이 12건, 승소하거나 재판상 화해로 분배가 결정된 사건이 6건에 불과한 반면, 2003년에 도입한 대만 투자자보호센터의 경우 집단소송 제기 건수 300건이고 승소건수가 77건이다.11) 사건의 수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들인 노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직접 소송 비용을 마련하고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 대만의 투자자들은 직접 소송을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센터에 소송을 위임하면 된다. 센터가 법에서 부여된 권한에 의해 관계 기관으로부터 직접 자료를 요청하여 피해사실을 입증하고, 센터의 기금으로 소송을 수행한 후 손해배상금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였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의 과징금을 재원으로 직접 손해배상금을 분배하는 방안은 앞서 지적한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대만의 투자자보호센터를 벤치마킹하여 불공정거래의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거래소의 분쟁조정, 소송지원센터 기능을 확대한 새로운 투자자보호센터를 별도로 설립하되, 불공정거래 과징금을 포함하여 각종 출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불공정거래 피해자의 분쟁조정 및 집단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송비용이나 조정비용은 기금에서 우선 부담하되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투자자에게 분배하기 전에 필요한 소송비용을 배상금에서 공제하도록 한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소송지원센터는 제한된 소송자료 제공 및 상담만 하고 있지만, 새롭게 설립되는 투자자보호센터에서는 투자자를 대신하여 직접 소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여 단체소송을 인정하도록 하거나,12) 대만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여 센터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 사실상 6심제로 운영되며 엄격한 소송제기 요건을 요구하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개정과 대만과 같이 센터의 피해 입증자료 확보를 위한 지원 규정 마련도 추진되어야 한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단지 개인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장치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한국형 페어펀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실과 현행 제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페어펀드나 이와 유사한 기금 설립을 통한 직접적 분배 방식보다는 대만과 같이 센터를 설립하여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돕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피해 보상제도 마련을 통해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이정수, 2013, 증권불공정거래 규제영역에서의 공익소송 연구, 『증권법연구』 14(3), 121-152.
2) 최자유, 2022, 증권 불공정거래 피해 투자자의 사적 구제 수단에 대한 제 고찰, 『은행법연구』 15(1), 77-100.
3) 박준선, 2024, 미국의 페어펀드(Fair Fund) 분배와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상사법연구』 43(2), 103-140.
4) Velikonja, U., 2023, How fair funds changed public compensation and strengthened SEC enforcement, The Business Lawyer 78(3)
5) SEC, 2025, Fiscal Year 2024 Annual Performance Report.
6) Friedman, A. 2018, Managing uncertainty in the SEC Fair Fund process: Part 1. Law360.
7) 대만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누적 계좌 수는 약 2,323만 개, 거래 계좌를 보유한 누적 투자자 수는 1,290만 명, 거래 활동을 하는 누적 투자자 수는 564만 명이다.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개인 투자자가 전체 거래의 55%를 차지했고, 국내 기관 투자자는 12%, 해외 기관 투자자는 33%를 차지했다(2024 Guide to Investing in Taiwan). 2025년 4월 현재 대만의 인구 수가 약 2,336만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절반이 증권계좌를 가지고 있고 약 1/4이 지속적으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 초기 재원은 법 제7조에 규정된 기관을 상대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금액을 출연받았고, 이후 재원은 법 제18조에 의해 증권사, 선물회사, 증권거래소 등으로부터 기여금을 받고 있다. 대만에서 이러한 법정 의무를 정한 이유는 자본시장의 건전성 및 공정성 유지와 투자자보호가 결국 자본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유관기관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9) https://www.sfipc.org.tw/en/News_Content.aspx?n=7613&s=12062
10) https://www.sfipc.org.tw/en/cp.aspx?n=8818
11) 승소건수는 2023년말 기준의 수치로 2025년 현재 기준으로는 더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2) 이정수, 2013, 증권불공정거래 규제영역에서의 공익소송 연구, 『증권법연구』 14(3), 121-152.
본 글에서는 불공정거래 피해자 보호와 관련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재 도입 논의 중인 한국형 페어펀드의 주요내용과 한계를 검토한 후, 대안으로 대만의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 벤치마킹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불공정거래 피해자 보호 관련 현행 제도의 문제점
불공정거래 행위는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범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의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오는 범죄이기도 하다.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부당이득을 국가가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피해구제 역시 중요하다. 그런데 불공정거래의 경우 소수의 가해자가 거액의 이익을 얻는데 반하여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이고 소액의 손해로 분산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소액의 투자자로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자신의 실제 손해액에 한정되지만 소송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아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1)
불공정거래의 특징을 감안하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 이를 통해 보상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증권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하여,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로 2004년 1월 20일 제정되어 2005년 1월 1일 시행되면서 도입되었다. 제정 당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제소요건, 소송허가제, 원고 및 원고 대리인에 대한 규제 등의 장치를 마련하였으나, 우려와 달리 2009년 4월에 가서야 첫 집단소송이 제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입된지 20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증권관련집단소송 제기 건수는 2025년 7월 현재 12건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 중 본안판결이 나온 사안은 도이치뱅크 사건과 씨모텍 사건 2건이고, 재판상화해로 종결된 사안은 RBC 사건을 포함하여 4건이다. 소송요건도 엄격하여 소송제기도 어렵지만, 소송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판결까지 더 오래 걸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10번째 소제기 이후 2023년에 이르러서야 11번째 소제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관련집단소송이 피해자의 구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단소송이 제기된다고 하여도, 증권 관련 분쟁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 입증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의 대부분을 피해자가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소송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집단소송의 경우에도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원고가 적절한 입증을 하지 못하면 패소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344조의 문서제출명령 등이 도입되어 있으나, 이러한 법원의 명령에 피고가 응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집단소송에서는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63조에 따라 제재할 수 있으나 과태료가 3천만원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소송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여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 의해 한국거래소에 불공정거래 피해자 소송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자료의 내용에 한계가 있다.2) 제공 자료는 종목별 매매정보, 1분 단위 주가지수인데 이는 투자자들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자료이고 소송에 필요한 법률상담도 직접적인 소송수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자문에 불과하다. 여전히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비용으로 직접 불공정거래 자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4월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 적발 이후에 불공정거래와 관련하여 많은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2024)과, 계좌지급정지(2025)가 도입되면서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재산이 신속하게 국고로 귀속될 수 있게 된 반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보상받을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입 논의 중인 한국형 페어펀드의 주요 내용과 한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의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투자자에게 직접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4개의 법안의 발의되어 있는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안마다 구체적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자로부터 회수한 부당이득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피해자에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방증권거래위원회(United State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가 운영하고 있는 페어펀드(Federal Account for Investor Restitution Fund)를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증권법 위반행위자에게 금전적 제재를 부과하여 징수된 재원으로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페어펀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페어펀드는 부당이득환수금과 민사제재금을 재원으로 하며, SEC가 직접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SEC에서 페어펀드 설립을 결정하고(SEC 설립형), SEC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민사적 제재방식을 취한 경우에는 페어펀드 설립도 SEC의 요청에 따라 법원에서 결정한다(법원 설립형). 페어펀드 설립이 결정되면, 손해배상 당사자는 SEC의 명령에 따라 분배계획을 제출하여야 하고, SEC는 분배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하며, 분배계획이 승인되면 SEC는 기금관리자를 임명하여 페어펀드 운영 및 분배절차를 개시한다.3)
미국의 경우 불공정거래로 징수되는 금액도 크고, 그로 인해 페어펀드를 결성해서 피해자들에게 분배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81억 9,400만 달러(한화 11조 4천억원)의 민사제재금과 부당이득환수금이 징수되었다. 피해자에게 분배된 금액도 2024년에는 3억 4,500만달러(한화 4,800억원)로 다른 해에 비해 다소 적었으나, 2022년과 2023년의 경우 9억 3,700만달러(한화 1조 3,040억원)와 9억 3,000만 달러(한화 1조 2,942억원)로 큰 금액이 지급되었다.

모든 사건에 페어펀드가 설립되는 것은 아니다. SEC는 개별 사건마다 피해자와 피해를 식별할 수 있는지와 위반행위자로부터 징수할 제재금의 액수가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할 정도로 충분한지를 검토하여 결정한다. 만약 징수한 금액보다 피해금액이 더 많아서 현실적으로 분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징수한 자금을 국고로 귀속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도 상장회사의 분식회계나 공시위반, 대형 금융사와 관련된 사건의 경우는 페어펀드 조성비율이 높고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와 같은 사건에서는 페어펀드 결성 사례가 적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SEC가 금전적 제재를 포함한 조치를 내린 사건 중 약 11% 수준에서 페어펀드가 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4)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고 바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배계획 승인 후 24개월 이내에 80% 이상이 분배되나,5) 불공정거래 조사를 통해 SEC가 금전적 제재를 명령하고, 페어펀드 설립 및 분배계획 제출 승인, 청취 및 분배계획 승인까지는 평균 6~7년이 걸리고 일부 사안은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6)
미국의 페어펀드는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제도인데, 이는 미국 SEC가 강력한 권한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적시에 적발하고 신속한 금전적 제재를 통해 징수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불공정거래의 적발률도 미국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재원으로 활용할 과징금이나 벌금도 적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미국의 페어펀드는 사건별로 설립되기 때문에 A사건의 부당이득금으로 A사건의 피해자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법안은 과징금을 환수하여 기금 형태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A사건의 부당이득금을 B사건의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또한 기금의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어떤 사건의 피해자에게 얼마만큼의 금액을 배상할 것인지 선별하는 과정에서 차별의 소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거래의 피해자를 정확하게 식별하고, 분배할 피해금액을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전문성 있는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데, 제한된 인적ㆍ물적 자원을 기금운영에 할당할 경우 불공정거래 조사 및 수사가 지연될 우려도 있다. 설령 미국과 같이 불공정거래 적발률도 높이고 금전제재금 징수율도 높여 정확한 분배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 6~7년이고 장기간 10년이 걸리는 미국의 피해보상기간에 비추어 볼 때 ‘신속한’ 피해구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만의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 벤치마킹 방안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배상하지는 않으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대만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투자자 보호제도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대만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나라로,7) 개인투자자는 정보 부족, 소송 비용 부담 등으로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2003년 증권 및 선물투자자보호센터(이하 ‘센터’)를 설립하였다. 증권투자자 및 선물거래자보호법(이하 ‘법’)에 근거하여 설립초기에는 증권거래소 등 11개 기관의 출연을 통해 10억 3,100만 대만 달러(한화 약 476억원)의 자금을 조달하였고, 지금은 기여금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8)
센터는 투자자에게 증권 및 선물 관련 법률 자문과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가증권 매매나 선물거래로 발생한 민사 분쟁의 조정도 담당한다. 또한 투자자를 위한 집단소송 및 중재를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증권사나 선물사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손해배상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호기금을 통해 보상한다. 센터의 직원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여하며, 주주를 대표하여 이사를 상대로 한 대표소송과 이사해임소송도 제기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센터의 역할 중에 불공정거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주목하여 볼 점은 집단소송이다. 센터가 투자자를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되더라도 정보 부족, 제한된 개인 능력, 높은 소송 비용 또는 기타 어려움으로 인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경우가 드물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센터는 단일 사건이 다수의 증권 또는 선물 투자자에게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 센터 명의로 집단소송이나 중재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투자자 또는 선물거래업자로부터 소송 위임을 받아야 한다(법 제28조). 만약 센터가 투자자를 대리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관련 소송비용은 센터가 우선 부담한다. 센터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투자자에게 분배하기 전에 필요한 소송비용을 배상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허용되나, 센터가 패소할 경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법 제33조). 또한 센터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법원이 특별재판소를 설치하거나 소송비용 및 담보제공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법 제28조의1, 제34조, 제35조). 센터에 상장회사, 증권회사, 거래소 등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여 증거자료 수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17조).
2023년 말 기준으로 센터가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은 77건의 소송에서 원고 측의 완전 또는 부분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298억 대만 달러(한화 약 1.4조원)의 배상금이 지급되었다.9) 2024년 기준으로 센터는 총 300건의 집단소송을 제기하였고, 센터에 소송을 위임한 피해자는 18.6만명이다.10) 또한 센터는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해 증권관련 분쟁조정도 담당하는데, 2023년 말 기준으로 63억 대만 달러(한화 약 2,950억원)의 배상금이 센터를 통하여 지급되었다.

2005년에 도입한 우리나라의 집단소송의 경우 제기된 사건이 12건, 승소하거나 재판상 화해로 분배가 결정된 사건이 6건에 불과한 반면, 2003년에 도입한 대만 투자자보호센터의 경우 집단소송 제기 건수 300건이고 승소건수가 77건이다.11) 사건의 수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들인 노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직접 소송 비용을 마련하고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 대만의 투자자들은 직접 소송을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센터에 소송을 위임하면 된다. 센터가 법에서 부여된 권한에 의해 관계 기관으로부터 직접 자료를 요청하여 피해사실을 입증하고, 센터의 기금으로 소송을 수행한 후 손해배상금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였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의 과징금을 재원으로 직접 손해배상금을 분배하는 방안은 앞서 지적한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대만의 투자자보호센터를 벤치마킹하여 불공정거래의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거래소의 분쟁조정, 소송지원센터 기능을 확대한 새로운 투자자보호센터를 별도로 설립하되, 불공정거래 과징금을 포함하여 각종 출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불공정거래 피해자의 분쟁조정 및 집단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송비용이나 조정비용은 기금에서 우선 부담하되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투자자에게 분배하기 전에 필요한 소송비용을 배상금에서 공제하도록 한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소송지원센터는 제한된 소송자료 제공 및 상담만 하고 있지만, 새롭게 설립되는 투자자보호센터에서는 투자자를 대신하여 직접 소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여 단체소송을 인정하도록 하거나,12) 대만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여 센터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 사실상 6심제로 운영되며 엄격한 소송제기 요건을 요구하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개정과 대만과 같이 센터의 피해 입증자료 확보를 위한 지원 규정 마련도 추진되어야 한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단지 개인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장치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한국형 페어펀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실과 현행 제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페어펀드나 이와 유사한 기금 설립을 통한 직접적 분배 방식보다는 대만과 같이 센터를 설립하여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돕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피해 보상제도 마련을 통해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이정수, 2013, 증권불공정거래 규제영역에서의 공익소송 연구, 『증권법연구』 14(3), 121-152.
2) 최자유, 2022, 증권 불공정거래 피해 투자자의 사적 구제 수단에 대한 제 고찰, 『은행법연구』 15(1), 77-100.
3) 박준선, 2024, 미국의 페어펀드(Fair Fund) 분배와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상사법연구』 43(2), 103-140.
4) Velikonja, U., 2023, How fair funds changed public compensation and strengthened SEC enforcement, The Business Lawyer 78(3)
5) SEC, 2025, Fiscal Year 2024 Annual Performance Report.
6) Friedman, A. 2018, Managing uncertainty in the SEC Fair Fund process: Part 1. Law360.
7) 대만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누적 계좌 수는 약 2,323만 개, 거래 계좌를 보유한 누적 투자자 수는 1,290만 명, 거래 활동을 하는 누적 투자자 수는 564만 명이다.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개인 투자자가 전체 거래의 55%를 차지했고, 국내 기관 투자자는 12%, 해외 기관 투자자는 33%를 차지했다(2024 Guide to Investing in Taiwan). 2025년 4월 현재 대만의 인구 수가 약 2,336만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절반이 증권계좌를 가지고 있고 약 1/4이 지속적으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 초기 재원은 법 제7조에 규정된 기관을 상대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금액을 출연받았고, 이후 재원은 법 제18조에 의해 증권사, 선물회사, 증권거래소 등으로부터 기여금을 받고 있다. 대만에서 이러한 법정 의무를 정한 이유는 자본시장의 건전성 및 공정성 유지와 투자자보호가 결국 자본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유관기관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9) https://www.sfipc.org.tw/en/News_Content.aspx?n=7613&s=12062
10) https://www.sfipc.org.tw/en/cp.aspx?n=8818
11) 승소건수는 2023년말 기준의 수치로 2025년 현재 기준으로는 더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2) 이정수, 2013, 증권불공정거래 규제영역에서의 공익소송 연구, 『증권법연구』 14(3), 121-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