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 바로 이동합니다.
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한국 자본시장에서 자산주는 보통주 시가총액이 보수적으로 산정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2025년 6월 말 기준 상장기업의 약 12%가 이에 해당하며, 이들의 평균 청산가치 배율은 시가총액 대비 1.62로, 상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할 경우 62% 이상의 잔여 수익률이 기대된다. 실제로 자산주의 장기 실현수익률은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으며, 대주주의 높은 지분 집중도와 낮은 유동주식 비율로 인해 시장 기제를 통한 개선은 요원하다. 이러한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동 시가총액 제도의 도입, 장기적ㆍ협력적 관여 기반의 확대, 장기보유를 유도하는 세제 개편 등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의 자산주는 단순히 알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자산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을 주주의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신뢰 기반을 보유한 기업이어야 한다.
자산가, 자산주, 코리아 프리미엄

2025년 한국에서 ‘자산가’와 ‘자산주’는 어떻게 인식될까? 우선, 건실한 자산의 보유 주체가 개인이면 자산가, 상장된 법인이면 자산주로 구분된다. 자산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millionaire)를 지칭한다. 이들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크게 편중된 자산 구성을 보이며, 부의 원천 또한 금융투자보다는 사업 소득과 부동산 투자에 기초한다. 인구 상위 0.9%에 해당하는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투자의 방향 측면에서도 대중의 기준점(benchmark)이 된다.1)     

자산주 역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알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순자산 공정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장법인을 가리킨다.2) 시장 평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기에, 자본시장에서는 비판의 대상이자 투자 환경에서는 하나의 이례적(anomalous) 현상으로 인식된다. 특히 하부구조(infrastructure)가 발달한 현대의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극심한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자산주’가 한국 증시에서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는 저 PBR을 극복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자산주 문제를 한국 자본시장 맥락에서 심층적으로 다룬 연구는 드물고, 정책적 고려에서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자산주 비중 및 특성 

2025년 6월 말 현재 한국 상장기업의 약 12.0%는 보통주 시가총액이 보수적으로 산정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림 1> 참조). 비유동자산과 재고자산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매우 엄격하게 추산하더라도 3.3%가 자산주에 해당한다(기준[1]). 금융자산과 토지 가치는 인정하되, 범용성이 낮을 수 있는 유형자산은 절반만 반영할 경우 자산주 비중은 11.0%에 이른다(기준[3]).3) 연결 및 개별 재무제표 기준을 통틀어, [1]~[3]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는 기업은 전체 주권 상장법인의 12.0%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유가증권시장 지수가 2023년 6월 말 2,564.3pt에서 2025년 6월 말 3,072.7pt로 19.8% 상승했음에도 자산주 비중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 지수 급락과 함께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자산가치 대비 할인 현상과는 다른 양상이다.4) 즉, 한국 시장의 자산주는 만성적인 저평가 구조에 놓여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대한민국 자산주 관점의 합산 재무상태표를 작성해 보면(<표 1> 참조), 비효율적 자산 운용의 단면이 드러난다. 토지는 총자산의 20%를 차지하며 단일 자산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보인다. 부채총자산비율은 36%로 안정적이지만, 시가총액은 역사적 원가로 계상된 토지가액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유 재고를 전액 손상 처리하고, 유형자산의 절반과 금융자산을 제외한 모든 비유동자산을 0으로 간주하더라도, 잔여 청산가치는 시가총액의 약 45%이다(=16.1÷35.4).


자산주는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저평가 수준을 살펴보면, 정책 논의에서 핵심 의제로 삼을 충분한 근거가 확인된다. 실제 기준[3] 자산주의 시가총액 대비 청산가치 배율(=청산가치÷시가총액)의 평균은 1.62로, 청산 시 최소 62%의 잔여 수익률이 기대된다. 반면 비자산주의 평균은 -0.05에 불과해 청산가치와 비교할 때 상장유지의 가치가 더 높게 나타난다. 이는 자산주가 비자산주와 유사한 수준에서 상장유지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주요 원인을 개선한다면, 주가의 상당한 재평가가 가능함을 시사한다. 특히 자산주가 보유한 순자산의 실현 가능 가치는 가치평가의 확고한 기준점(anchoring value)으로 작용하므로, 불확실성이나 정책 시차 없이도 즉각적인 시장 재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산주 저평가 원인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자산주의 저평가가 일시적인 이례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 제도개선 없이는 해소되기 어려운 만성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총주주수익률로 측정한 자산주의 실현수익률은 가치평가 모형에 내재한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현저히 밑돌았다(<그림 2> 참조). 특히 장기간 요구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 비중은 비자산주에서도 적지 않았지만, 자산주의 경우 무려 82%에 달했다. 이는 경영진이 위험자본을 제공한 투자자에게 기대에 상응하는 보상을 돌려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기제와 규율 체계 또한 이를 교정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5)


예컨대, M&A 압력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자산주의 저평가는 시장 기제를 통해 상당 부분 신속히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의결권 기반 압력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실제 유가증권시장 자산주의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 영향력이 50% 이상인 기업 비중이 71%에 달하며, 유동주식 비율 또한 현저히 낮아 상장주식으로서 요구되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그림 3> 참조). 


이와 같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자산주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건설적이고 실효적인 주주 관여(engagement)를 도모하기 위해 일반주주의 장기보유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질적 의결권 영향력이 없는 세법상 ‘대주주’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과세 방식은 상반기 주가 상승 시 하반기 매도 압력을 높여, 개인 투자자의 단기적ㆍ복권적 투자 행태를 강화할 수 있다. 더욱이 유동주식 비율이 낮아 국내외 기관의 적극적 투자에 제약이 있는 소규모 자산주일수록, 고액 자산가의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관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나 배당소득 과세의 실효세율 등 자본시장의 주요 세제는 장기보유와 정렬된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개선 과제 

한국 자본시장의 만성적인 자산주 저평가를 시장 기제를 통해 해소하려면, 첫째, 상장유지 및 퇴출 제도 운용에 유동(free-float) 시가총액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상장기업은 적정한 수준의 유통주식 물량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지분 분산,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유동성 요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장기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도록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산주가 형식적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할 경우, 기존 주주는 청산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주가 수준에서 정리매매 절차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공개매수 절차 도입 등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건설적인 행동주의를 촉진하는 협력적 주주 관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 시계를 견지한 행동주의는 관련 문헌에서 기업의 체질 개선과 초과 수익률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으로 비교적 일관되게 보고된다.6) 이러한 장기 동행형 행동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관여 비용을 분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확충이 긴요하다. 예를 들어, 공적 연기금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기반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때 위탁 운용사는 건설적 관여 활동과 그 성과를 기준으로 선정하여, 장기 시계의 행동주의 자본이 제도개선의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셋째, 투자 문화 측면에서도 장기보유 관행을 유도하여 주주 관여의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자산주는 낮은 거래 유동성과 높은 관여 비용 탓에 주주권의 적극적인 행사를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액 자산가나 이들의 자금을 수탁받은 운용사의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세제 구조가 투자자의 장기보유 유인과 얼마나 정렬되어 있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배당소득은 분리과세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자본이득은 단기적인 과세 회피를 유도하지 않는 근원적 과세 방식을 도입하여, 종합적으로 장기보유 기반의 협력적 관여를 촉진하는 방향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가가 선망의 대상이 되듯, 앞으로의 자본시장에서는 자산주 역시 투자자의 선망을 받는 대상으로 그 정의와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도래하려면 일부 대형주 중심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며,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자산주는 알짜 자산만 보유한 저평가된 기업이 아니라, 자산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을 주주의 현금흐름으로 연결하여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기업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의 선망받는 자산가는 부동산이 아니라, 변화한 자산주를 부의 원천으로 삼아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투자자이길 고대한다. 
1) 황원경ㆍ김남경ㆍ김진성, 2024, 2024 한국 부자 보고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 Graham B., Dodd, D.L., 1934, Security Analysis, McGraw-Hill.
3) 금융자산은 시장성 평가에 따라 공정가치로 측정되며(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109호), 토지는 대체로 원가모형을 적용하여 역사적 취득원가로 반영된다(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016호). 따라서 기준[3] 역시 순자산 장부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한 청산가치로 간주할 수 있다.
4) Goebel, J.C., Athavale, M., 2013, The persistence of the net current asset value stock selection criterion, The Journal of Investing 22(4), 83-91.
5) 자산주의 60개월 시장 베타(β) 평균은 0.87(Fama-French 3요인 모형)로 체계적 위험 수준은 높지 않다. 또한 부채총자산비율은 36%로 재무적 위험이 할인율에 유의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6)  Brav A., Jiang W., Partnoy F., Thomas R., 2008, Hedge fund activism, corporate governance, and firm performance, Journal of Finance 63, 1729-1775. 
Bebchuk L., Brav A., Jiang W., 2015, The long-term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Columbia Law Review 115, 1085-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