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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중심 자산 형성 방식은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잉여자금이 공급되는 것을 제약하고, 이는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활성화가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성장세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연구 결과는 가계 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경제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는 시기에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에 대한 투자는 거래 단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레버리지 활용을 수반하는 반면, 자본시장 상품은 자기자본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장려하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가계가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지속해 온 사실은 가계의 자산 형성 방식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가계의 국내 자본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인센티브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특히, 가계의 노후소득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금 적립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계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이 충분한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하여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의 제도 및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꾸준히 제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자본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 측면에서 가계 자산의 유입 확대 필요성을 살펴보고, 이를 유도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구조 현황

경제규모 대비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순자산(wealth)은 주요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문 순자산 배율은 5.25로 주요국 평균 수준이다(<그림 1> (A)). 그러나 가계 자산의 구성 측면에서는 주요국과 크게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림 1> (B)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비금융자산 비중(65%)이 상당히 높은 반면 금융자산 비중(35%)은 낮다.1)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형성하는 국내 가계의 행태는 순자산 분포에 따라 구분하여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표 1>은 우리나라와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을 대상으로 각각 순자산 상위 1%, 10%, 50%를 기준으로 가계를 구분한 다음, 각 그룹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순자산 상위 그룹일수록 부동산 비중이 더 높아지는 데 반해, 미국의 경우 순자산이 많을수록 부동산 비중이 크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미국 가계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자금잉여 주체로, 가계의 저축은 기업과 정부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중심 자산 형성 방식은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가계의 잉여자금이 공급되는 것을 제약하고, 이는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계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 필요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활성화가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성장세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Didier et al.(2021)2)은 65개 국가의 기업 단위 데이터를 활용하여 금융과 성장 간의 관계를 실증 분석한 결과,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며 고용과 유·무형자산을 늘려 생산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소규모 신생기업이나 R&D 비중이 높은 기업 등 자금조달 제약(financing constraints)이 큰 기업일수록3)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 빠른 성장세로 이어졌다. 또한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 구조보다 자본시장이 더 발달한 국가일수록 상장된 기업의 평균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으며, R&D 집약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가계 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보다 혁신적이고 성장성 높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함으로써 경제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유럽에서도 가계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요청으로 유럽 경제의 성장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드라기 보고서(Draghi report)4)는 유럽의 금융중개 효율성이 낮은 원인으로 자본시장의 분절성과 함께 저축의 낮은 자본시장 유입률을 지적하고 있다.5) 보고서는 유럽 가계가 대부분의 저축을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함에 따라 민간 저축이 생산적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였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낮은 수익률의 안전자산 중심 자산구성으로 인해 유럽 가계의 저축이 미국 가계보다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상품을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한 미국 가계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순자산 증가가 더 적었음을 지적하였다.6)

반면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를 가진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적극 유입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가계부문의 자산별 비중을 살펴보면(<표 2>) 주식, 채권, 펀드, 연금과 같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자산의 합산 비중이 약 50%로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이는 미국 가계의 잉여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활발하게 유입되어 자본시장의 발달과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부를 형성하는 우리나라 가계의 특성으로 인해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는 시기에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는 문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그림 2>). 최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으로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와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언급하는 등 높은 가계부채는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에 대한 투자는 거래 단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레버리지 활용을 수반한다. 반면 자본시장 상품의 경우, 가계가 자기자본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장려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국내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계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을 위한 과제

이처럼 경제성장을 제고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가계 자산의 국내 자본시장 유입을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가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지속해 온 사실은 가계의 자산 형성 방식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가계의 국내 자본시장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인센티브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노후소득 준비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 가운데 연금 적립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의무가입 연금을 기준으로 주요국의 소득대체율을 비교해 보면(<그림 3>), 우리나라는 31.2%로 OECD 평균(50.7%)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가계는 연금을 통해 은퇴 이후 부족한 현금흐름을 보완할 필요가 있으나, 부동산 중심의 자산 형성으로 인해 사적연금 적립액이 충분하지 않고 노후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김재칠·정화영, 2023)7).

주요국들은 사적연금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세제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그 기능을 강화하고 은퇴 이후 소득 마련을 유도하고 있다(김갑래·황세운, 2023)8).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연간 납입 한도가 2025년 기준 70,000달러에 달할 정도로 세제혜택 규모가 크다.9) 이러한 세제 인센티브는 가계 자산이 연금 계좌를 통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인센티브는 가계 자산이 실물경제로 유입되는 선순환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노후 빈곤 지원을 위한 국가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10)

궁극적으로 가계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이 충분한 수준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제공하여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주요국 주가지수의 장기 성과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그림 4>). 아울러 국내 금융자산과 비교할 때 부동산은 가격변동성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여왔는데(성병묵 외, 2022)11), 이러한 특성이 가계 자산의 부동산 집중도가 높은 주요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환원 확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관련 제도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이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최근 국내 주가지수는 해외 주요 지수 대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Bloomberg, 2025. 7. 1)12). 따라서 자본시장의 제도 및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꾸준히 제고할 필요가 있다.
 

1) 각국 가계부문 대차대조표(household balance sheet)를 이용하여 계산하였다. 해당 통계는 가계부문 전체의 총량(aggregate quantity)을 기준으로 작성됨에 따라 가구 단위 조사에 기반한 통계와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가구 단위 조사인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2024년 가구 평균 기준 총자산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2%로 나타난다.
2) Didier, T., Levine, R., Montanes, R. L., Schmukler, S. L., 2021, Capital market financing and firm growth, Journal of International Money and Finance 118, Article 102459.
3) 통상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으며 보다 혁신적인 기업일수록, 담보로 제공할 유형자산이 적고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아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4) Draghi, M., 2024, 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5) 드라기 보고서의 Part A (A competitiveness strategy for Europe)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A key reason for less efficient financial intermediation in Europe is that capital markets remain fragmented and flows of savings into capital markets are lower(p.63).”
6)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이 자본시장연합(Capital Market Union)을 구축하여 국가별 분절된 자본시장을 통합하는 한편 사적연금의 활용을 통해 가계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여 생산적 투자로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7) 김재칠‧정화영, 2023, 『가계의 사적연금소득과 주택연금의 역할』,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3-11.
8) 김갑래‧황세운, 2024, 『연금세제의 특성분석 및 개선방향』, 자본시장연구원 조사보고서 24-01.
9) 2025년 기준 사용자(고용주)와 근로자의 합산 납입 한도가 $70,000이며, 근로자만의 납입 한도는 $23,500이다. 한편 401(k) 납입 한도는 물가 상승을 반영하여 매년 조정되며, 50세 이상에 대해서는 추가 납입 한도가 주어진다.
10) 다만, 사적연금 적립금이 자본시장으로 원활히 유입되기 위한 제도 운용 측면의 개선이 필요하다. 2022년 7월부터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IRP) 퇴직연금에 대하여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도입되었으나, 가입자의 대부분이 예금 등 안전자산 중심의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하고 있어 연금 적립금의 자본시장으로의 유입이 제한적이다.
11) 성병묵‧김찬우‧황나윤, 2022, 『자산으로서 우리나라 주택의 특징 및 시사점』, BOK 이슈노트 제 2022-19호.
12) Bloomberg, 2025. 7. 1, Korean stocks gain on renewed optimism over corporate refor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