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AI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정책
2025-22호 2025.10.27
요약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통한 생산성 혁신에 대한 기대로 주요 선진국들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중국, 유럽의 AI 산업정책을 비교하여 각국의 정책 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써 자본시장의 역할을 분석하고, 한국의 AI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AI 산업은 규모의 경제, 외부효과, 과점적 시장구조 등의 측면에서 산업정책의 필요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산업정책 수단은 공급(기술ㆍ인력), 수요(시장 창출), 거버넌스(제도ㆍ규범)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자본시장은 이들을 연결하는 기반으로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미국, 중국, 유럽은 각각 민간, 정부, 규범이 중심인 성장 전략을 수립하였으나 자본시장을 통해 혁신의 동력을 얻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민간 자본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나 투자 규모, 특히 해외 투자 유치는 제한적이다. 정부는 AI 가치사슬 중 강점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자본시장을 통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여 R&D 수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AI 산업은 규모의 경제, 외부효과, 과점적 시장구조 등의 측면에서 산업정책의 필요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산업정책 수단은 공급(기술ㆍ인력), 수요(시장 창출), 거버넌스(제도ㆍ규범)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자본시장은 이들을 연결하는 기반으로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미국, 중국, 유럽은 각각 민간, 정부, 규범이 중심인 성장 전략을 수립하였으나 자본시장을 통해 혁신의 동력을 얻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민간 자본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나 투자 규모, 특히 해외 투자 유치는 제한적이다. 정부는 AI 가치사슬 중 강점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자본시장을 통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여 R&D 수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GenAI)을 통한 생산성 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연관된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특히 AI 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다양한 형태의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 국가별로 추진되는 배경이 되었다.1) 이와 같은 배경에서 AI 산업에서 선도적인 지위에 있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AI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산업정책의 내용과 범위, 특징을 비교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환경에서 AI 산업정책을 지원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을 논의하였다.
산업정책의 의미와 수단
넓은 의미에서 산업정책은 특정한 경제 활동을 증진하거나 산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지원을 의미한다.2)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 정책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맥락에서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Alexander Hamilton은 금융지원을 통해 당시 신생국인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주장했으며3)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John Stuart Mill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4) 최근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Paul Krugman, Daron Acemoglu 등이 과점시장, 투자 유인의 왜곡 등이 산업정책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5)
그렇다면 AI 산업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Krugman은 산업정책의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시장 실패의 존재, 특수한 산업 구조, 다른 대안의 부재를 제시하였다.6) 우선, 시장 실패가 존재하면 산업의 육성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AI 산업 중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의 경우 거대화로 인하여 R&D에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하며 하나의 고성능 모형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사용될 수 있어 외부성(externality)이 있다. 또한, 구조적인 측면에서 AI 산업은 과점시장에 가까우며 이는 반도체, 대규모 AI 모형 개발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본시장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실현시키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산업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산업정책의 수단은 크게 공급, 수요, 거버넌스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표 1>), 자본시장의 활성화는 좁게는 (민간) 투자의 활성화를 통해 혁신 기업으로 자원이 효과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역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책 펀드의 조성, 공공 R&D 및 인프라 투자의 효과적인 시행을 지원하며, 수요 정책 요소 중 공공 조달 정책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자본시장은 산업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인프라로서 작동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역할은 국가 및 시장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국가별 AI 산업정책 특징: 미국, 중국, 유럽
미국, 중국, 유럽은 글로벌 AI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이들 각각의 산업정책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정책의 지향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 및 지역별 가용 자원, 특히 산업정책을 지원하는 자본시장의 환경 차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을 보면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시장의 역동성이 AI 개발과 활용 모든 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과 실리콘밸리 등을 중심으로 결집한 우수한 R&D 자원은 혁신적인 AI 기술의 탄생 기반으로서 산업 발전의 기초가 된다. 미국 내 AI 관련 특허 출원 집중도가 세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것에서 이와 같은 혁신의 기반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우수한 R&D 자원이 태동시킨 신기술은 자본시장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내 모험자본(VC) AI 투자 규모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약 18%씩 증가하여 2024년에는 950억 달러를 초과하는 규모의 자금이 조달되었다(<그림 2>).
미국의 AI 산업 발전이 민간의 주도로 이루어진 반면, 중국은 정부의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자국의 AI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7년 중국 국무원은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였다.7)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적 요소로는 기술 자립, 데이터 주권 확보, AI 생태계 국산화가 제시되었다. 이와 같은 전략의 결과는 중국의 AI 투자 규모의 변화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2015년에는 자율주행 분야에 집중되었던 투자가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중국의 AI 산업정책 실행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지방 정부가 조달 재원을 마련하면 국영 또는 민간 기업이 실행에 옮기는 협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앙집중화된 기획과 집행 구조는 조달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여 최근 중앙정부의 약 82억 달러 규모의 AI 산업 펀드 조성과 더불어 항저우(약 1,000억 위안 규모), 베이징(약 500억 위안 규모) 등 지방정부 또한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의 재원을 마련하였다.8) 이와 같이 조달된 기금으로 중국은 AI 반도체ㆍ딥러닝 프레임워크 등 핵심 기술의 내재화를 위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공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은 시장이 주도하는 미국, 국가 전략이 주도하는 중국과 달리 규범이 주도하면서 다층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점이 특징이다. GDPR, EU AI Act와 같은 포괄적인 규제 원칙과 더불어 최근 10년간 유럽 지역에서 발의된 AI 관련 법안이 128개9)에 이르는 점은 거버넌스의 확립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AI 기술이 (단기적인) 성장 동력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정착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InvestAI, EU AI Champions Initiative 등의 역내 국가들과 민간 투자 협력 계획을 통해 투자 규모 면에서 미국ㆍ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10) 이와 같은 노력으로 유럽 지역에서 새롭게 조달에 성공한 AI 기업 수는 202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같은 기간 동안 감소 추세인 중국과 대비된다(<그림 4>).
AI 산업정책 비교 및 국내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I 경쟁을 선도하는 미국ㆍ중국ㆍ유럽은 다양한 산업정책의 수단 중에서 각자의 환경에 적합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표 2>). 높은 R&D 역량과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자본시장이 있는 미국은 민간 중심으로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정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반대로 중국은 기술 자립을 목표로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정부 주도로 기획 및 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유럽은 다자간 협력을 통해 투자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규범 체계를 확립하여 지속가능한 혁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앞선 두 사례와 차별점이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AI 발전 전략을 비교할 때 장점과 더불어 한계점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간 자본시장이 주도하는 미국의 전략은 성장성이 높은 소수의 기업으로 투자가 집중되어 양극화, 일자리 감소 등 사회 전반에서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이 발생할 수 있다.11) 반면,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의 전략은 제한된 자원을 지나치게 많은 분야에 분산하여 배분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상대적으로 높은 규제 장벽은 혁신 기업의 탄생을 어렵게 하여 초기 단계에서부터 성장 동력이 축적되기 어려울 수 있다.
AI 선진국의 사례는 후발주자인 한국의 산업정책이 성공하기 위하여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발달한 자본시장은 VC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연결하여 연구 성과를 빠르게 사업화하고, 수익을 다시 혁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 역시 민간 자본이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국의 사례는 정부가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설정하고 대규모의 기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기술 후발주자인 점에서 중국과 같이 명확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만, 중앙집중화된 투자 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편의를 보완하기 위하여 정부는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 등 혁신의 기반을 마련12)하고 민간 자본이 전문성에 기반하여 효과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 체계에 기반한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사례와 같이 명확한 AI 규율 체계 마련하여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제한된 규모이지만 간접투자를 중심으로 AI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 기준 AI 벤처투자는 전년 대비 75.1% 증가하였으며13), 2025년 1분기 기준 신규 결성 펀드의 83.5%가 민간 출자로 이루어진 점14)은 긍정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 면에서 미국, 중국, 유럽과의 격차는 아직 클 뿐만 아니라 양적인 면에서 유사한 이스라엘, 캐나다와 비교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한 비중이 낮은 현실(<그림 5>)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공동펀드 등을 활용한 투자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민간의 후속 투자는 정책 펀드로 인한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제한하면서 경쟁력이 높은 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15)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명확한 성장 전략 및 규율 체계, 자본시장을 통한 공공, 민간, 해외 투자 협력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글로벌 AI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 지정학적 위기의 심화, 공급망 위기 등을 이유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선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AI 산업에 대한 지원도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산업정책의 확산 경향은 Millot, V., Rawdanowicz, L., 2024, 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y: Policy considerations in the current context, OCED Economic Policy Papers No. 34.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2) 예를 들어, Juhasz, R., Lane, N.J., Oehlsen, E., Perez, V.C., 2025, Measuring industrial policy: A text-based Approach, NBER Working Paper No. 33895.에서는 정책 목표를 명시한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역사적으로 시행된 다양한 산업정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를 정책적인 목표와 의도적인 개입으로 분석하였다.
3) Hamilton, A., 1791, Report on the Subject of Manufactures, Washington DC.
4) Mill, J.S., 1848,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In: Robson, J.M. (Ed.), Collected Works of John Stuart Mill, vol. III. University of Toronto Press, 918–919.
5) 이와 관련된 논의는 Krugman, P.R., 1983,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 123-155; Acemoglu, D., 2023, Distorted innovation: does the market get the direction of technology right?, AEA Papers and Proceedings, 1-28. 등을 참고할 수 있다.
6) Krugman, P.R., 1983,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 123-155.
7) 国务院, 2017,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的通知, 国发〔2017〕35号. Webster, G., Creemers, R., Kania, E., 2017. 8. 1, Full Translation: China’s ‘New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2017), DigiChina.의 번역을 참고하였다.
8) Chan, K., Smith, G., Goodrich, J., DiPippo, G., Pilz, K. F., 2025, Full Stack: China’s Evolving Industrial Policy for AI, RAND Expert Insight.
9) Stanford HAI, 2025, Chapter 6: Policy and Governance, AI Index Report 2025.
10) European Commission, 2025. 2. 11, EU launches InvestAI initiative to mobilize €200 billion of investment in artificial intelligence, Press Release.
11) Acemoglu, D., 2023, Distorted innovation: does the market get the direction of technology right?, AEA Papers and Proceedings, 1-28.
12) Bloom, N., Van Reenen, J., Williams, H., 2019, A Toolkit of Policies to Promote Innovatio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3(3), 163-184.은 시장 실패가 없는 상황에서는 민간의 주도로 충분한 수준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R&D 보조금 지원, 고숙련 인력 양성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13) 중소벤처기업부, 2025. 4. 8, 2024년 딥테크 10대 분야 벤처투자 동향 발표, 보도자료.
14) 중소벤처기업부, 2025. 5. 20, 2025년 1분기 벤처투자 2.6조원, 펀드결성 3.1조원, 보도자료.
15) 정책펀드의 한계점과 이를 보완하는 제도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는 최성일, 2025,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펀드의 효과적 운용, 『KIRI 리포트 포커스』를 참고하였다.
산업정책의 의미와 수단
넓은 의미에서 산업정책은 특정한 경제 활동을 증진하거나 산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지원을 의미한다.2)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 정책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맥락에서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Alexander Hamilton은 금융지원을 통해 당시 신생국인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주장했으며3)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John Stuart Mill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4) 최근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Paul Krugman, Daron Acemoglu 등이 과점시장, 투자 유인의 왜곡 등이 산업정책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5)
그렇다면 AI 산업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Krugman은 산업정책의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시장 실패의 존재, 특수한 산업 구조, 다른 대안의 부재를 제시하였다.6) 우선, 시장 실패가 존재하면 산업의 육성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AI 산업 중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의 경우 거대화로 인하여 R&D에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하며 하나의 고성능 모형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사용될 수 있어 외부성(externality)이 있다. 또한, 구조적인 측면에서 AI 산업은 과점시장에 가까우며 이는 반도체, 대규모 AI 모형 개발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가별 AI 산업정책 특징: 미국, 중국, 유럽
미국, 중국, 유럽은 글로벌 AI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이들 각각의 산업정책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정책의 지향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 및 지역별 가용 자원, 특히 산업정책을 지원하는 자본시장의 환경 차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AI 산업 발전이 민간의 주도로 이루어진 반면, 중국은 정부의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자국의 AI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7년 중국 국무원은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였다.7)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적 요소로는 기술 자립, 데이터 주권 확보, AI 생태계 국산화가 제시되었다. 이와 같은 전략의 결과는 중국의 AI 투자 규모의 변화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2015년에는 자율주행 분야에 집중되었던 투자가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유럽은 시장이 주도하는 미국, 국가 전략이 주도하는 중국과 달리 규범이 주도하면서 다층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점이 특징이다. GDPR, EU AI Act와 같은 포괄적인 규제 원칙과 더불어 최근 10년간 유럽 지역에서 발의된 AI 관련 법안이 128개9)에 이르는 점은 거버넌스의 확립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AI 기술이 (단기적인) 성장 동력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정착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InvestAI, EU AI Champions Initiative 등의 역내 국가들과 민간 투자 협력 계획을 통해 투자 규모 면에서 미국ㆍ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10) 이와 같은 노력으로 유럽 지역에서 새롭게 조달에 성공한 AI 기업 수는 202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같은 기간 동안 감소 추세인 중국과 대비된다(<그림 4>).
AI 산업정책 비교 및 국내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I 경쟁을 선도하는 미국ㆍ중국ㆍ유럽은 다양한 산업정책의 수단 중에서 각자의 환경에 적합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표 2>). 높은 R&D 역량과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자본시장이 있는 미국은 민간 중심으로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정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반대로 중국은 기술 자립을 목표로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정부 주도로 기획 및 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유럽은 다자간 협력을 통해 투자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규범 체계를 확립하여 지속가능한 혁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앞선 두 사례와 차별점이 있다.

AI 선진국의 사례는 후발주자인 한국의 산업정책이 성공하기 위하여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발달한 자본시장은 VC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연결하여 연구 성과를 빠르게 사업화하고, 수익을 다시 혁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 역시 민간 자본이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국의 사례는 정부가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설정하고 대규모의 기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기술 후발주자인 점에서 중국과 같이 명확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만, 중앙집중화된 투자 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편의를 보완하기 위하여 정부는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 등 혁신의 기반을 마련12)하고 민간 자본이 전문성에 기반하여 효과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 체계에 기반한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사례와 같이 명확한 AI 규율 체계 마련하여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1) 지정학적 위기의 심화, 공급망 위기 등을 이유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선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AI 산업에 대한 지원도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산업정책의 확산 경향은 Millot, V., Rawdanowicz, L., 2024, 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y: Policy considerations in the current context, OCED Economic Policy Papers No. 34.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2) 예를 들어, Juhasz, R., Lane, N.J., Oehlsen, E., Perez, V.C., 2025, Measuring industrial policy: A text-based Approach, NBER Working Paper No. 33895.에서는 정책 목표를 명시한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역사적으로 시행된 다양한 산업정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를 정책적인 목표와 의도적인 개입으로 분석하였다.
3) Hamilton, A., 1791, Report on the Subject of Manufactures, Washington DC.
4) Mill, J.S., 1848,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In: Robson, J.M. (Ed.), Collected Works of John Stuart Mill, vol. III. University of Toronto Press, 918–919.
5) 이와 관련된 논의는 Krugman, P.R., 1983,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 123-155; Acemoglu, D., 2023, Distorted innovation: does the market get the direction of technology right?, AEA Papers and Proceedings, 1-28. 등을 참고할 수 있다.
6) Krugman, P.R., 1983,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 123-155.
7) 国务院, 2017,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的通知, 国发〔2017〕35号. Webster, G., Creemers, R., Kania, E., 2017. 8. 1, Full Translation: China’s ‘New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2017), DigiChina.의 번역을 참고하였다.
8) Chan, K., Smith, G., Goodrich, J., DiPippo, G., Pilz, K. F., 2025, Full Stack: China’s Evolving Industrial Policy for AI, RAND Expert Insight.
9) Stanford HAI, 2025, Chapter 6: Policy and Governance, AI Index Report 2025.
10) European Commission, 2025. 2. 11, EU launches InvestAI initiative to mobilize €200 billion of investment in artificial intelligence, Press Release.
11) Acemoglu, D., 2023, Distorted innovation: does the market get the direction of technology right?, AEA Papers and Proceedings, 1-28.
12) Bloom, N., Van Reenen, J., Williams, H., 2019, A Toolkit of Policies to Promote Innovatio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3(3), 163-184.은 시장 실패가 없는 상황에서는 민간의 주도로 충분한 수준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R&D 보조금 지원, 고숙련 인력 양성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13) 중소벤처기업부, 2025. 4. 8, 2024년 딥테크 10대 분야 벤처투자 동향 발표, 보도자료.
14) 중소벤처기업부, 2025. 5. 20, 2025년 1분기 벤처투자 2.6조원, 펀드결성 3.1조원, 보도자료.
15) 정책펀드의 한계점과 이를 보완하는 제도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는 최성일, 2025,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펀드의 효과적 운용, 『KIRI 리포트 포커스』를 참고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