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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지난해 도입한 밸류업 공시는 대기업 중심의 주주환원 확대 성과를 냈지만, 중장기 경영계획을 통한 투자자와의 소통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흡하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중기경영계획 공시를 발전시켜 현재는 보편화되어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가치 공동창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러한 공시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서 2023년 도입된 밸류업 공시는 중기경영계획 공시의 연장선상에서 고품질의 실천계획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무형자산의 투자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공시 정책을 추가하여 기업의 가치창출 스토리에 관한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신기술과 산업 재편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투자자들은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나 중장기 경영계획에 관한 공시의 활성화와 양질의 공시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공시를 도입하였다. 밸류업 공시 정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이 확대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많은 상장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설득력 있는 중장기 가치창출 스토리는 투자자의 장기투자 결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 중요하다. 그런데 밸류업 공시의 시행에도 이러한 경영계획에 기반한 투자자와의 소통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최근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밸류업 공시 외에도 중기경영계획과 무형자산 투자와 활용에 관한 공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본고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공시 개선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일본의 중기경영계획 공시

2014년 Ito Review가 발표된 이후, 일본은 기업의 자본효율성 향상,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Ito Review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와 관련하여 기업의 성장계획에 관한 정보 제공과 이에 기반한 투자자와 기업 가치의 공동 창출을 강조하였다. 2015년 제정된 일본의 기업지배구조코드 원칙 4.1과 5.2에서 중기경영계획의 수립과 공시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두 원칙은 이사회가 경영전략 및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표할 때 수익성과 자본효율 등의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계획과 자본정책의 방침을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중기경영계획이 목표에 미달할 경우, 그 원인을 분석하여 대응방안을 주주에게 설명하고 다음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의 방식으로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실행 수준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2022년 1월 조사에서 일본 상장기업 1,074개사 중 70%가 중기경영계획을 공표하고 있었고 추가로 14.9%는 비공표 형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중기경영계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별도 공시, 통합보고서, IR 자료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시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공시 가이드라인의 마련이다. 중장기 경영계획은 재무제표와 달리 기업의 경영 철학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방향 등 미래 성장계획을 담아야 하며, 나아가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2017년 공표된 ‘가치 공동창출 가이드라인(価値協創ガイダンス)’은 이러한 목적으로 공시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철학, 사업모델, 전략, 성과 지표 등을 하나의 가치창출 스토리로 담는 정보 프레임워크로 중장기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스튜어드십 활동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20년 개정된 2.0 버전에서는 ESG, 지속가능성, 무형자산, 자본효율성 등이 더 강조되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들의 중기경영계획, 통합보고서, IR 자료 작성을 지원함으로써 자율 공시에서도 공시 품질과 정보 전달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자본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 실현을 위한 대응 방안 공시

일본거래소그룹(JPX)은 2023년 ‘자본비용 및 주가를 고려한 경영 실현을 위한 대응 방안’ 공시를 도입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밸류업 공시와 유사한 제도로, 2021년 기업지배구조코드 원칙 5.2 개정에서 강조한 ‘자본비용’의 정확한 인식을 구현하고 있다. 이 공시는 상장기업들이 주주의 자본비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기반하여 자본효율성과 PBR을 개선하며 주주환원과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앞서 논의한 중기경영계획 공시를 한 단계 발전시킨 제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상장기업들은 중기경영계획과 밸류업 공시를 각각 제공하기도 하고, 통합보고서에서 함께 제공하거나 중기경영계획 공시에 덧붙여 밸류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주가치 향상은 경영 철학, 중장기 전략, 성과 지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밸류업 공시가 완결성을 갖추려면 중장기 경영 방향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중기 실천계획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서 주주환원을 더 강조하는 현상은 일본과 달리 중기경영계획 공시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배경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과 무형자산 공시

일본 정부는 2021년 기업지배구조코드에 인적자본 및 지식재산의 투자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추가하였다(보충원칙 3-1③, 4-2②). 그 배경에는 기업들을 지식재산과 무형자산에 적극 투자하고 활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무형자산 투자 계획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기업의 가치창출 스토리로 연결되어 전달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지식재산 및 무형자산의 투자‧활용 전략 공개와 거버넌스에 관한 가이드라인(2.0 버전)’을 마련하였다. 한편, 이 가이드라인이 앞서 제시한 가치 공동창출 가이드라인과 연계된 것을 보면 기업의 중기 경영계획 공시를 보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무 공시: 유가증권보고서

일본은 우리나라 사업보고서에 해당하는 유가증권보고서에 대해서도 변화를 추진해왔다. 2019년에는 비재무정보를 전달하는 기술(記述) 섹션을 원칙중심 방식으로 전환하여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사업 내용을 담도록 하였다. 예컨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어떻게 창출할지에 대한 경영 방침과 전략을 설명하도록 하여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한층 더 요구하고 있다. 2023년에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개념과 대처’ 섹션을 신설하여 지속가능성 관련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목표, 종업원 관리 등을 새롭게 공개하도록 요구하였다. 유가증권보고서의 이러한 변화는 자율 공시와 별도로 중장기 경영 방침과 지속가능 성장과 같은 기업의 미래 전략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공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맺는 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일본은 투자자와의 대화를 향상하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는 방안으로 자율 공시와 의무 공시를 개선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공시의 활성화뿐 아니라 그 내용과 공시 품질의 향상을 위한 방안을 통해 투자자의 올바른 투자 판단을 지원하고 기업과 투자자가 가치 창출을 함께 도모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업의 중장기 경영계획, 무형자산 투자, 지속가능성에 관한 공시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재무성과나 현재의 시장 지배력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와 성장 방향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장기투자에 나설 수 있고 시장은 기업을 평가할 때 무형자산의 투자 및 전략이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응 노력과 같은 기업의 미래 성장에 관한 경쟁력 요인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 기업이 이러한 내용의 공시를 통해 자신의 성장계획을 알리고 투자자와 건설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시는 해당 정보를 정형화된 서식에 따라 단순 나열하거나 서술하기보다 공시 기업에 맞는 최적의 스토리로 전달할 때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 즉 기업은 투자자의 관점을 잘 반영한 가치창출 스토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의 중장기 경영계획에 관한 공시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양질의 공시를 위한 공시 가이드라인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