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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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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스테이블코인은 민간통화에 해당하는데, 역사적으로 민간통화가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 결과 지급결제시스템 훼손이 빈발했다. 이를 고려, 주요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안전자산으로만 구성하도록 규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위기시에는 공적 안전망(public safety net) 제공이 불가피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을 통해 지급결제시스템의 무결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공적 안전망이 제공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된다. 구체적으로, 엄격한 준비자산 규제와 더불어 발행업자에 대한 건전성 및 유동성 규제 부과, 발행업자 수 제한 등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U,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완료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로서 기능하기 위한 핵심요소인 가격안정 가능성을 평가하고,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1)


민간화폐의 불안정성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다수의 민간 사업자가 각자 자신의 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민간화폐의 가치가 안정된 경우는 드물었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의 예금통화다. 오늘날 일상의 지급결제에 사용되는 통화는 거의 대부분 은행예금이다. 실제로 우리는 상거래 과정에서 다른 이에게 은행예금을 전송하고, 상대방은 자신이 받은 예금이 확정적인 원금의 가치를 온전히 유지할 것임을 믿는다. 그런데 은행의 예금이 안정성을 갖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금의 은행예금은 17세기 런던 금장(goldsmith)의 보관증에서 비롯되었다. 금장은 자신에게 귀금속이나 주화의 보관을 의뢰한 사람에게 보관증을 발급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보관증이 마치 통화처럼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관증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사람들이 주화나 귀금속을 맡기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증(가짜 보관증)을 발급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장은 가짜 보관증을 발급해 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았고, 따라서 이자수입을 늘리기 위해 자신이 보관 중인 주화나 귀금속의 양을 초과하는 보관증을 발급했다.2) 이처럼 보관증이 남발되자 사람들은 보관증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관증이 액면가(확정금액)로 수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발했다. 상거래 과정에서 통화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유통되는데, 각 유통단계마다 통화의 가치가 의심받는다면 상거래는 중단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통화에 기록된 액면과 정확히 동일한 가치, 즉 고정된 가치(fixed amount)가 유지될 것임을 확신할 때만 상거래는 단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이 상대방이 건네는 통화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NQA 원칙(No Questions-Asked Principle)이라고 한다.3)

그러나 민간은행이 만들어낸 통화는 남발로 인해 끊임없이 가치를 의심받았고, 그 결과 통화로 수용되지 못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사람들이 은행예금을 의심 없이 수용하게 된 것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을 비롯, 은행에 대한 안전망(safety net)이 제공된 후의 일이다. 민간이 창출한 화폐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예금이 거의 언제나 액면가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사실상 정부의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가격 안정을 위한 준비자산 규제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도입한 주요국에서는 코인 가치 안정을 위해 엄격한 준비자산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의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는 자신이 발행한 코인의 가치가 항시 액면가를 밑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액면가 유지는 스테이블코인이 상거래에서 지불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액면가 보장은, 코인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코인의 상환(redeem)을 요구할 때 액면에 표시된 금액, 즉 확정금액(fixed amount)을 내줄 수 있는 발행업자의 능력에서 비롯된다. 즉, 항시 코인의 액면가와 미 달러화 간에는 1:1의 관계가 성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게 엄격한 준비자산규제를 부과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코인을 발행하고 받은 자금은 미국 법화(US coins and currency), 부보은행 요구불예금(demand deposit at insured depository institutions), 만기 93일 이하의 국채, 만기 7일 이하의 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 RP), Money Market Fund(전술한 자산들만 편입한 경우) 등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4) 한편, 코인 발행업자는 최대한 높은 수익을 얻으려 할 것이므로, 코인발행 자금의 대부분을 주로 국채에 투자할 개연성이 높다. 그런데 만기가 긴 국채를 편입할 경우, 약간의 금리 상승으로도 국채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그 결과 1:1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짧은 만기의 국채만 편입하도록 규제하는 데는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EU의 준비자산규제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인 발행업자는 코인발행으로 받은 자금의 최소 30% 이상을 여신금융기관(credit institution)에 예치해야 한다.5) 여기서 여신금융기관이라 함은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기관, 즉 은행(혹은 이름만 다를 뿐 경제적으로 은행과 동일한 금융기관)에 해당한다. 미국의 지니어스법이 은행예금 비중의 하한을 정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그리고 준비자산 중 은행예금을 제외한 부분은 시장위험, 신용위험, 집중위험이 최소화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6)

일본은 일찍이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였다. 일본의 준비자산규제에 의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받은 자금은 전액 요구불예금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2025년 개정안에서는 코인 발행자금의 최대 50%까지는 잔존만기 3개월 이내의 국채, 중도해지 가능 정기예금도 준비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7)


주요국 준비자산 규제에 대한 평가

전술한 바와 같이 주요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은행예금이나 국채 등 위험도가 낮은 상품을 편입하도록 규제한다. 이 경우 스테이블코인 가격의 안정성은 상당 부분 확보될 수 있다. 소위 NQA원칙이 달성되고, 그 결과 민간화폐임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로 수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도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준비자산으로 은행예금을 주로 보유할 경우, 해당 은행에 위기가 발생하면 코인발행업자의 준비자산 가치가 훼손되고 그 결과 은행위기가 코인시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3월 10일 밤, USDC의 발행기관인 써클은 자신의 준비자산 중 USD33억을 뱅크런에 겪고 있던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에 예치 중이라고 공시했다. 그 즉시 USDC와 미달러화 간의 1:1 관계는 무너졌다. USDC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1달러에서 이탈, 액면가 대비 최대 12.5%까지 급락한 것이다.

정반대의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신뢰 저하로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코인 발행사는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은행예금을 인출해야 한다. 그런데 예금인출 규모가 클 경우 준비자산 보유 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코인런이 뱅크런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위기전염 차단을 위해 정부가 코인 발행업자를 구제해야 할 수도 있다.

준비자산으로 국채를 보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위기에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국채마저 현금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위기 국면에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본원통화(현금)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이로 인해 평소 안전자산이라고 간주되는 국채조차 무차별적인 투매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채가격이 하락하면서 준비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코인과 법정통화 간의 1:1 관계도 무너진다.

미국의 지니어스법을 비롯,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법규는 준비자산 규제를 통해 코인 가치의 안정성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는 중앙은행에 의한 최종대부자 기능, 예금보험과 같은 은행에 제공되는 공적 안전망이 아닌, 준비자산 구성만으로 코인의 안정성이 구조적(structural) 혹은 기계적(mechanical)으로 달성될 수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준비자산 구성에만 의존해 코인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 결과 지급결제시스템 붕괴를 차단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할 수 있다. 공적 안전망이 코인 발행업자에게까지 확장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스테이블코인이 지불수단을 위한 통화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코인 가격의 안정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급결제시스템 및 금융안정 훼손, 공적 안전망 확대 등을 초래함으로써 자칫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요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준비자산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2025년 7월말 현재 우리나라 국채 발행잔액은 1,223조원이며, 이 중 만기 3개월 이하는 42조 8천억원으로 전체 발행잔액의 3.5%에 불과하다.8) 이처럼 미국과 달리 단기국채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시뇨리지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채수익률이 낮은 만큼 코인 발행업자가 향유할 시뇨리지 또한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시뇨리지가 작다는 점, 그리고 준비자산으로 편입할 국채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코인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낮은 시뇨리지와 단기국채 물량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준비자산으로 편입할 자산의 유형과 만기를 확대하자는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비자산 규제 완화는 코인 가치의 안정성 훼손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코인 발행업자에 대한 건전성 및 유동성 규제가 필요하다. 단기국채 등 우량자산에 기초한 100% 준비자산 규제가 부과되더라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발할 경우 1:1 원칙의 훼손, 즉 코인 가치가 액면가에 미달할 수 있다. 이때 1:1의 관계를 신속히 회복하려면, 발행사가 자체 자금으로 부족한 준비자산을 보충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급결제시스템이 훼손되면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 공적 안전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물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공급과는 거리가 먼 코인 발행업자에게까지 공적 안전망이 확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충분한 수준의 진입자본을 요구하는 동시에, 진입 이후에도 적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하는 최소 자본비율규제가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준비자산 부족에 대비한 자본버퍼를 쌓더라도, 이러한 버퍼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형태를 띤다면 액면가의 신속한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준비자산과는 별도로 일정 금액의 현금성 고유동성 자산을 상시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준비자산 부족 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여기서 발행업자가 준비자산과는 별도로 보유하는 고유동성자산은 일종의 초과담보(excessive collateral)로서, 코인의 가치가 액면가를 하회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코인발행업자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신규 진입자, 특히 비금융업에 종사하는 코인 발행자의 경우, 금융회사와 달리 금융규제가 갖는 의미나 규제준수(compliance)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비금융업 코인 발행업자의 준비자산에 대해서는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나, 코인 발행자 수가 늘어날 경우 한정된 감독자원으로는 실효성 있는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1)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가격안정성 확보 외에도 다양한 정책과제들이 존재한다. 이 글의 내용을 포함,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한 정책과제 전반에 대한 보다 폭넓은 논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경제적 의미와 정책적 시사점』(신보성, 2025,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5-17)을 참고하기 바란다.
2) 가짜 보관증 발급행위는 은행의 대출에 해당하며, 보관 주화 혹은 귀금속의 양을 초과해 보관증을 발급하는 관행은 지금의 부분준비은행제도로 발전했다 (신보성, 2024, 『부채로 만든 세상』, 이콘).
3) Gorton, G., Zhang, J., 2023, Taming wildcat stablecoins,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Vol. 90, Issue3.
4) GENIUS ACT, Sec4 (a)(1)(A)
5) MiCA, 54조(a)
6) MiCA, 54조(b)
7) Financial Services Agency, Japan, 2025, 資金決済に関する法律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案 説明資料.
8) 연합인포맥스 통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