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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 약세의 배경과 거시경제적 영향 평가
2025-26호 2025.12.22
요약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고령화ㆍ저성장에 따른 해외증권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요인과 엔화 동조화ㆍAI 투자붐 등 순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순대외금융자산 확대, 외국인 자금 순유입, 낮은 환율 변동성, CDS 프리미엄 및 단기외채 지표의 양호한 흐름 등을 감안하면 대외 건전성은 대체로 견조하다. 또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부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5년 중 평균 환율의 전년 대비 상승폭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최근과 같이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원화 약세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종합적으로, 대외 건전성이 견조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환율 수준에 대한 단선적 해석을 경계하되, 변동성 관리와 취약부문의 비용 부담을 중심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80원을 상회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금융시장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과 가계 실질소득이 악화되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수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고, 필요한 정책 대응을 모색할 시점이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본고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의 구조적·순환적 배경을 분석하고 대외 신인도 및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구조적 동인
원달러 환율은 <그림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2015~2021년중 평균 1,150원 내외에서 거래되었으나, 2022년 이후에는 평균 약 200원 높은 1,350원 수준에서 새로운 균형 구간을 형성한 모습이다. 이 같은 환율 레벨의 구조적 상향 이동은 대외 요인과 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요국 대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달러화 지수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다만 환율의 중기 레벨은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되기보다, 국내 자금흐름과 투자구조 변화가 함께 누적되며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 대내적으로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국내 저축, 특히 연기금 등 장기자금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성장동력 약화와 투자대상 제약으로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해외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흐름은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그림2>는 2015년 이후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를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와 ‘개인투자자 등 비금융부문’으로 구분해 보여준다. 2018년 이후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는 대체로 연간 200억달러를 상회하며 높은 수준을 지속해 왔는데, 이는 일시적 쏠림이라기보다 해외자산 비중 확대라는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의 해외투자는 경기ㆍ심리에 따른 변동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기저 흐름을 형성해 왔고, 개인투자자 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2020~2022년 중 급증한 이후 조정 국면을 거쳤다가 2024년 이후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나아가 이러한 수급 구조의 변화는 국내외 상대수익률에 대한 기대, 특히 시장이 인식하는 중기 장기금리의 균형 수준과 결합되면서 금리 격차 및 환율 기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채권시장은 미국의 균형금리 수준을 4%에 근접한 것으로, 한국은 2% 중반 수준으로 평가1)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중기적으로 금리차 전망이 해외투자 유인을 통해 원화 약세 기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순환적 요인과 엔화 동조화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은 구조적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순환적 요인이 상승 속도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2024년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지수의 움직임과 괴리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예컨대 2025년 들어 달러화 지수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동조화되며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금년중 엔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기대 조정, 일본 내 재정확대 기대 등 정책 조합에 대한 시장 해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대미 투자 압박 등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을 원달러 환율의 중요한 준거(reference rate)로 보는 경향이 강화되었다(<그림3> 참조).
이러한 순환적 환경은 금년 중 AI 투자붐에 따른 미국 주식시장 투자 확대와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증폭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증권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추세(구조적 기저)가 존재하되, 특정 연도에는 민간의 위험선호와 환율 기대에 따라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림2>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2025년 1~10월 중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2024년 연간 규모의 각각 3.8배와 2.3배에 달하는 이례적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즉 해외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흐름 위에서 2025년에는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되며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단기 수급과 기대를 통해 환율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환율 상승을 자극했던 순환적 요인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와 이에 상반된 일본은행의 점진적 정상화, 국내 채권시장의 선진국 채권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유입, 국내 경기 회복 등이 원화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로이터(Reuters)가 집계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2026년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18.5원으로, 현재 수준보다 낮다. 다만 이러한 전망치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순환적 요인이 완화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해외증권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유지되는 한 환율 레벨의 하향 조정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원달러 환율 경로는 구조적 요인이 결정하는 높아진 기저 레벨 위에서, 금리 기대와 위험선호, 여타 통화와의 동조화 등과 같은 순환적 요인이 환율의 방향 및 변동성을 좌우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적 영향과 대외 신인도 평가
원달러 환율 상승은 가격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증가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실질소득 감소 및 금융불안이라는 양면적 효과를 지닌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에너지와 식품 등 수입물가 급등으로 국내 물가와 소비에 부담이 가중되었고, 환율 상승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었다. 또한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원화 가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자금유출이 확대되는 등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이 상존한다.
우선,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외 건전성 지표들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표1>에서 나타나듯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변동성은 지난해 수준을 소폭 하회하고 있으며, 한국물 CDS 프리미엄이나 외국인 자금 동향 등 대외 신인도 지표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2)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월평균 47억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으며,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20bp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 경제의 견조한 기초여건과 더불어,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해외투자 확대로 순대외금융자산(Net Foreign Assets: NFA)이 크게 축적된 점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NFA는 2024년 말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 3분기 기준 GDP 대비 약 54% 수준이다. NFA 규모가 크다는 것은 필요시 해외자산을 회수하여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버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며,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될 경우 민간 부문의 역송금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3) 아울러 과거 두 차례 위기 당시 단기 외화차입 급증이 주요 취약요인이었던 것과 달리, 외화건전성 규제 강화와 단기외채 관리 등을 통해 구조적 리스크가 완화된 점도 이러한 안정세에 기여하고 있다. 1997년과 2008년 위기 직전 GDP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짧은 기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하여 GDP 대비 50%를 상회했으나, 2025년 3분기 기준으로는 14%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 1,400원을 넘으면 금융안정을 걱정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외환시장 불안이 없다”4)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를 약 0.03%p 끌어올리는 수준으로 추정된다.5) 이를 바탕으로 2025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약 4% 상승(2025년 12월 12일까지의 평균환율 1,420원 기준)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직접 영향은 약 0.1%p로 시산된다. 여기에 더해 국제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향후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도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특히, 유가 하락은 수입물가를 낮추는 경로로 작용해, 환율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6)
한편, 환율 상승의 수출 촉진 효과는 수출의 기술집약화와 중간재 수입 비중 확대로 과거에 비해 약화7)되었으나, 여전히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수출과 경상수지의 완충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그림4>에서도 원화가 과소평가될수록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특히 최근처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환율 상승이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훼손을 일부 상쇄해 수출 둔화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관세 인상에 대응한 단가 인하의 영향으로 2025년 11월 자동차 수출물가지수는 계약통화 기준 전년동기대비 8.5% 하락했다. 그러나 원화 기준으로는 하락 폭이 2.8%에 그쳐, 환율이 가격조정 충격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순대외금융자산 축적 등 대외 완충력이 과거보다 확대되었고 환율 변동의 물가 전가도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고환율이 실물경제 전반에 즉각적ㆍ광범위한 충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의 고환율 국면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율의 수준 그 자체보다 변화의 속도이다. 급격한 변동 없이 높은 수준의 환율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가 비용과 가격을 조정할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커지고, 나아가 생산·수입구조의 조정 등 구조전환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수준에 대한 단선적 해석을 경계하되, 변동성 확대 여부와 취약부문의 비용 부담, 그리고 해외투자 흐름 변화가 외환수급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 강현주, 2024, 달러화 강세 장기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4-11호
2) 11월중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은 AI 고평가 우려와 함께 금년중 큰 폭의 국내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3) 원화의 외환 거래량이 확대되고 시장 접근성과 유동성이 제고되는 등 국제화가 진전될 경우, 장기적으로 높은 NFA를 기반으로 엔화와 같은 안전통화적 성격이 부각될 수 있다.
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년 11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 발언.
5) 한국은행, 2025, 경제전망(2025년 2월).
6)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2025년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2025년 및 2026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1%로 발표한 바 있다.
7) Lee, 2024, Real exchange rate misalignment and economic fundamentals in Korea, East Asian Economic Review 28(3), 277-314. 이소라ㆍ강성우, 2022, 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한국산업연구원 산업경제이슈 제43호.
원달러 환율 상승의 구조적 동인
원달러 환율은 <그림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2015~2021년중 평균 1,150원 내외에서 거래되었으나, 2022년 이후에는 평균 약 200원 높은 1,350원 수준에서 새로운 균형 구간을 형성한 모습이다. 이 같은 환율 레벨의 구조적 상향 이동은 대외 요인과 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요국 대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달러화 지수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다만 환율의 중기 레벨은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되기보다, 국내 자금흐름과 투자구조 변화가 함께 누적되며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 대내적으로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국내 저축, 특히 연기금 등 장기자금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성장동력 약화와 투자대상 제약으로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해외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흐름은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그림2>는 2015년 이후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를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와 ‘개인투자자 등 비금융부문’으로 구분해 보여준다. 2018년 이후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는 대체로 연간 200억달러를 상회하며 높은 수준을 지속해 왔는데, 이는 일시적 쏠림이라기보다 해외자산 비중 확대라는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의 해외투자는 경기ㆍ심리에 따른 변동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기저 흐름을 형성해 왔고, 개인투자자 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2020~2022년 중 급증한 이후 조정 국면을 거쳤다가 2024년 이후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나아가 이러한 수급 구조의 변화는 국내외 상대수익률에 대한 기대, 특히 시장이 인식하는 중기 장기금리의 균형 수준과 결합되면서 금리 격차 및 환율 기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채권시장은 미국의 균형금리 수준을 4%에 근접한 것으로, 한국은 2% 중반 수준으로 평가1)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중기적으로 금리차 전망이 해외투자 유인을 통해 원화 약세 기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순환적 요인과 엔화 동조화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은 구조적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순환적 요인이 상승 속도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2024년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지수의 움직임과 괴리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예컨대 2025년 들어 달러화 지수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동조화되며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금년중 엔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기대 조정, 일본 내 재정확대 기대 등 정책 조합에 대한 시장 해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대미 투자 압박 등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을 원달러 환율의 중요한 준거(reference rate)로 보는 경향이 강화되었다(<그림3> 참조).

이러한 순환적 환경은 금년 중 AI 투자붐에 따른 미국 주식시장 투자 확대와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증폭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증권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추세(구조적 기저)가 존재하되, 특정 연도에는 민간의 위험선호와 환율 기대에 따라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림2>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2025년 1~10월 중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2024년 연간 규모의 각각 3.8배와 2.3배에 달하는 이례적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즉 해외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흐름 위에서 2025년에는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되며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단기 수급과 기대를 통해 환율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환율 상승을 자극했던 순환적 요인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와 이에 상반된 일본은행의 점진적 정상화, 국내 채권시장의 선진국 채권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유입, 국내 경기 회복 등이 원화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로이터(Reuters)가 집계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2026년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18.5원으로, 현재 수준보다 낮다. 다만 이러한 전망치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순환적 요인이 완화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해외증권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유지되는 한 환율 레벨의 하향 조정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원달러 환율 경로는 구조적 요인이 결정하는 높아진 기저 레벨 위에서, 금리 기대와 위험선호, 여타 통화와의 동조화 등과 같은 순환적 요인이 환율의 방향 및 변동성을 좌우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적 영향과 대외 신인도 평가
원달러 환율 상승은 가격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증가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실질소득 감소 및 금융불안이라는 양면적 효과를 지닌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에너지와 식품 등 수입물가 급등으로 국내 물가와 소비에 부담이 가중되었고, 환율 상승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었다. 또한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원화 가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자금유출이 확대되는 등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이 상존한다.
우선,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외 건전성 지표들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표1>에서 나타나듯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변동성은 지난해 수준을 소폭 하회하고 있으며, 한국물 CDS 프리미엄이나 외국인 자금 동향 등 대외 신인도 지표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2)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월평균 47억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으며,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20bp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 경제의 견조한 기초여건과 더불어,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해외투자 확대로 순대외금융자산(Net Foreign Assets: NFA)이 크게 축적된 점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NFA는 2024년 말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 3분기 기준 GDP 대비 약 54% 수준이다. NFA 규모가 크다는 것은 필요시 해외자산을 회수하여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버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며,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될 경우 민간 부문의 역송금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3) 아울러 과거 두 차례 위기 당시 단기 외화차입 급증이 주요 취약요인이었던 것과 달리, 외화건전성 규제 강화와 단기외채 관리 등을 통해 구조적 리스크가 완화된 점도 이러한 안정세에 기여하고 있다. 1997년과 2008년 위기 직전 GDP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짧은 기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하여 GDP 대비 50%를 상회했으나, 2025년 3분기 기준으로는 14%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 1,400원을 넘으면 금융안정을 걱정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외환시장 불안이 없다”4)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를 약 0.03%p 끌어올리는 수준으로 추정된다.5) 이를 바탕으로 2025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약 4% 상승(2025년 12월 12일까지의 평균환율 1,420원 기준)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직접 영향은 약 0.1%p로 시산된다. 여기에 더해 국제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향후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도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특히, 유가 하락은 수입물가를 낮추는 경로로 작용해, 환율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6)
한편, 환율 상승의 수출 촉진 효과는 수출의 기술집약화와 중간재 수입 비중 확대로 과거에 비해 약화7)되었으나, 여전히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수출과 경상수지의 완충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그림4>에서도 원화가 과소평가될수록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특히 최근처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환율 상승이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훼손을 일부 상쇄해 수출 둔화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관세 인상에 대응한 단가 인하의 영향으로 2025년 11월 자동차 수출물가지수는 계약통화 기준 전년동기대비 8.5% 하락했다. 그러나 원화 기준으로는 하락 폭이 2.8%에 그쳐, 환율이 가격조정 충격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순대외금융자산 축적 등 대외 완충력이 과거보다 확대되었고 환율 변동의 물가 전가도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고환율이 실물경제 전반에 즉각적ㆍ광범위한 충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의 고환율 국면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율의 수준 그 자체보다 변화의 속도이다. 급격한 변동 없이 높은 수준의 환율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가 비용과 가격을 조정할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커지고, 나아가 생산·수입구조의 조정 등 구조전환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수준에 대한 단선적 해석을 경계하되, 변동성 확대 여부와 취약부문의 비용 부담, 그리고 해외투자 흐름 변화가 외환수급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 강현주, 2024, 달러화 강세 장기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4-11호
2) 11월중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은 AI 고평가 우려와 함께 금년중 큰 폭의 국내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3) 원화의 외환 거래량이 확대되고 시장 접근성과 유동성이 제고되는 등 국제화가 진전될 경우, 장기적으로 높은 NFA를 기반으로 엔화와 같은 안전통화적 성격이 부각될 수 있다.
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년 11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 발언.
5) 한국은행, 2025, 경제전망(2025년 2월).
6)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2025년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2025년 및 2026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1%로 발표한 바 있다.
7) Lee, 2024, Real exchange rate misalignment and economic fundamentals in Korea, East Asian Economic Review 28(3), 277-314. 이소라ㆍ강성우, 2022, 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한국산업연구원 산업경제이슈 제4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