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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발전과 중소형 증권사의 역할: 미국 중소형 IB 사례의 시사점
코스닥 시장 발전과 중소형 증권사의 역할: 미국 중소형 IB 사례의 시사점

2026-09호 2026.05.04

요약
최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코스닥 기업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이를 장기 투자로 연결하는 시장의 중개 기능이 보완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그 핵심 주체는 중소형 증권사로, 이들의 리서치 역량과 투자자 연결(Corporate Access: CA) 서비스의 확대가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산업 전문 리서치를 기반으로 CA 서비스와 기업금융을 결합한 미국 중소형 IB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 또한 산업 전문성을 토대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리서치를 IB 부문까지도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핵심 자산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업계 자체 노력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는 과제인 만큼, 진입규제 개선이나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등 정책 환경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2월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동 방안은 코스닥 본부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 상장심사 및 상장폐지 제도의 재설계, 기관투자자 진입 여건 조성, 투자자보호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과 투자 환경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다산다사(多産多死) 방식의 상장 및 퇴출 기준 정비와 기관투자자의 기반 확대는 혁신기업의 적극적 발굴과 부실기업의 적시 퇴출을 통해 코스닥 시장을 혁신 성장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며 장기 투자 기반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의 특성과 구조적인 변화를 고려하면 현재의 제도 정비만으로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과 장기 투자에 기반한 시장의 질적 향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코스닥 시장은 기술특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재무성과보다 기술력과 연구개발 투자에 기반한 성장기업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단순 재무지표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우며,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정성적 판단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업모델, 기술 경쟁력, 산업 내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투자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초기 단계의 성장기업은 단기간 내 성과 창출이 제한적이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자 기반이 함께 요구된다. 따라서 코스닥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더불어,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정보 생산을 활성화하고 기관투자자와의 연결을 강화하여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시장의 중개 기능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장 기능을 실제로 구현하는 핵심 중개기관은 증권사이며, 특히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과 투자자 네트워크가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단순한 발행 및 중개 기능을 넘어, 시장 내 정보 생산자이자 투자자를 연결하는 매개자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내 중소형 증권사는 두 기능 모두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보 생산 측면에서는 리서치가 대형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코스닥 중소형주에 대한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제한적이다.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IB 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소형주 리서치를 핵심 정보 생산의 인프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과 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도 거의 볼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리서치 기반 중소형 IB가 일반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 중소형 IB의 사례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형주와 대규모 거래에 집중하는 글로벌 IB와 달리, 중소형 IB(Middle Market IB, Boutique IB, Elite Boutique IB)는 중소형주에 특화된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경쟁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IB의 신규 진입은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되어 2000년대에 큰 폭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차별화 전략을 넘어, 중소형주 시장의 정보 비대칭 해소와 자본조달 지원이라는 본질적 수요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는 사업 모델로도 잘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규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신규 진입의 확대는 낮은 자본 요건과 진입이 용이한 등록 제도, 그리고 자본 경량 사업모델을 가능케 한 영업 환경의 조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소형 IB의 주요 특징은 특정 산업이나 중소형주에 특화된 심층 리서치를 기반으로 전문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산업 전문성이 기관 영업, 투자자 연결, IB 자문, ECM 등 사업 부문 전반에서 공통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특징은 홀세일 중심의 전형적인 중소형 IB뿐 아니라, 리테일과 홀세일을 겸영하는 종합증권사형 사업구조를 갖춘 Raymond James, Stifel 등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시사점이 적지 않다.

Raymond James는 중소형주 커버리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10개 핵심 섹터를 중심으로 리서치를 제공한다. 특히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분석을 통해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를 해석하는 리서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이는 투자자가 산업적 맥락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뒷받침한다. Stifel은 리서치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독점 이벤트, 경영진 및 기업 현장 방문, 유통 채널 점검, 고객 및 핵심 오피니언 리더(Key Opinion Leader: KOL) 대상 설문조사, 산업 전문가 네트워크 등 1차 정보에 기반한 분석을 통해, 정보 비대칭이 두드러지는 혁신 성장산업 부문에서 차별화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성장산업에 특화된 리서치 전략은 ECM 서비스에 특화한 소규모 Boutique IB에서도 나타난다. Lake Street Capital Markets는 장기 성장 테마에 부합하는 중소 혁신기업을 선별하여 기관투자자에게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생명과학에 특화된 LifeSci Capital은 의사 설문, 학회 커버리지, 산업 전문가(expert)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산업 내 1차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투자자와의 활발한 교류와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독립적인 리서치를 기관투자자 그룹에 폭넓게 유통시키며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데, 이는 리서치의 역할이 정보 생산을 넘어 시장 네트워크 형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 미국 중소형 IB는 일반적으로 중소형주 리서치를 기반으로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Corporate Access(CA)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Piper Sandler는 미국 중소형주 커버리지 부문 2위의 리서치 역량을 기반으로, 연간 3만회 이상의 컨퍼런스, 이벤트, NDR(Non-Deal Roadshow), 1:1 미팅 등을 개최하는 등 폭넓은 C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소형주 유동성 공급 부문에서 바이사이드(buy-side)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리서치가 투자자 기반 확대뿐 아니라 시장 내 유동성 형성에도 긴밀하게 연결된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헬스케어에 특화된 Leerink Partners 역시 헬스케어 섹터 리서치와 업계 실무자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연간 7,500건 이상의 로드쇼, NDR, 1:1 미팅, 컨퍼런스 등을 운영하며 투자자와 기업 간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 중소형 IB가 일반적으로 심층 리서치와 CA를 통해 중소형주 부문에서 정보 생산과 투자자 기반 형성, 시장 유동성 공급, 나아가 자금조달이라는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 전략 측면에서 보면, 특정 산업과 중소형주에 집중된 심층 리서치는 차별화된 산업 특화 분석 역량을 형성하면서 동시에 CA 활동을 뒷받침하는 콘텐츠가 되며 CA 활동 또한 기업 경영진에 대한 접근 기회를 확대하여 리서치 분석의 깊이를 더한다. 나아가 이 두 서비스는 잠재 거래 발굴 과 밸류에이션 역량, 기관투자자 네트워크 등의 향상을 통해 IPO, 유상증자, M&A 자문 등 기업금융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미국 중소형 IB의 리서치 부문과 IB 부문이 동일한 산업군을 특화 영역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결합 구조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리서치는 그 자체로 수익성이 제한적이더라도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시사점

이러한 미국 중소형 IB의 사업모델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제약이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기반은 미국에 비해 협소하며, 중소 성장기업에 특화된 전문 운용사도 제한적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제한된 리서치 인력과 대형주 중심의 커버리지 구조 역시 산업별 심층 전문성을 축적하기에 미흡하다. 미국과 달리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중소형주 대상의 CA 활동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 사례는 코스닥 시장 발전 측면에서 중소형사의 전략 방향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중소형 증권사는 특정 산업에 특화된 리서치를 통해 산업 전문성을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한된 자원 여건에서 현실적인 선택인 동시에, 전문성이라는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코스닥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점차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심층 리서치를 통한 정보 생산 역량 강화와 차별화는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리서치를 단순 정보 생산 기능을 넘어 CA와 기업금융 등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CA는 리서치 기능을 확장하는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로 기업과 기관투자자 양측에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중소형 증권사도 리서치와 연계한 CA 서비스를 적극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는 코스닥 기업의 적절한 평가와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사업 모델 전환을 지원하거나 유도하는 정책 환경 조성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진입규제 개선이나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등을 통해 산업 특화 리서치와 CA 역량 구축에 필요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