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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파트 월세시장 안정화와 기관투자자의 역할

비아파트 월세시장 안정화와 기관투자자의 역할

2026-10호 2026.05.18

요약
전세사기 피해 급증 이후 비아파트 월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정부는 2024년 기관투자자의 임대주택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오피스텔ㆍ코리빙 시장에 진입해 왔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세보증금 대신 소액 임대보증금 구조를 취해 전세사기형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우며,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임대 공급을 확충하고 관리 품질을 높인다면 청년 월세시장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사례는 기관투자자의 임대시장 진입이 임대료 하락과 동시에 매매가격 상승을 수반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국의 경우 기관투자자에게 열린 공간은 아파트 중심 주택시장과 분리된 비아파트 임대시장인 만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다만 2025년 10ㆍ15 부동산 대책으로 보유 비용이 급증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만큼, 월세 안정화와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를 위해 기관투자자에게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공간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서론

2022년 이후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비아파트 임대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해는 오피스텔ㆍ빌라 등 비아파트 유형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며, 피해자의 대다수가 20~30대 청년층으로, 보증금 2억원 이하의 비아파트에 거주하던 사회초년생이 주를 이뤘다.1) <그림 1>을 보면, 이를 계기로 비아파트 전세수요는 빠르게 월세로 이동하고 있으나, 공급 측은 정보 비대칭과 관리 부실이 만연한 개인 임대인(다주택자)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4년 8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ㆍ중산층과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하였다.2) 이 방안은 민간임대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개인 다주택자 중심의 비산업화 구조를 개편하고, 기관투자자의 임대주택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핵심 취지였다. 이듬해인 2025년 10월에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험사 자회사의 민간임대주택 운영이 공식 허용되며 후속 조치가 구체화되었다.3)


비아파트 임대주택시장이 기관투자자에게 점진적으로 개방되는 가운데, CPPIB(캐나다 연기금)와 Morgan Stanley 그리고 KKR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오피스텔 임대주택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4)


국내 비아파트 임대주택 시장 해외 기관투자자 투자 현황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파트너와의 공동투자(JV) 또는 국내 자산운용사와의 펀드 조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산 매입 이후 실제 임대 운영은 국내 전문 오퍼레이터에게 위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림 2>를 보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비아파트 임대주택 시장 진입은 2023년 말을 기점으로 본격화되었으며,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그림 3>은 이들이 매입한 오피스텔ㆍ코리빙5) 건물의 위치를 나타낸다. 매입 시점 기준으로 대부분의 물건이 2025년 10ㆍ15 부동산 대책 이전의 조정대상지역 바깥에 분포하고 있어,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규제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면서도 임차 수요가 안정적인 업무지구·역세권 인근을 전략적으로 선별해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개인 임대인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개인 다주택자 중심의 임대차 시장에서는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받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따라서 임대인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보증금 미반환으로 이어지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반면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운영하는 코리빙 시설은 통상 1~2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소액의 보증금(deposit)을 받거나, 최대 6개월치 월세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예를 들면, CPPIB가 투자한 국내 코리빙 운영사의 경우 숙박시설 용도 지점은 보증금 없이, 주거 용도 지점도 월세 3~4개월치 수준의 소액 보증금만 수취하고 있다. 코리빙 운영 업계 전반적으로 1~2개월치 월세 수준의 deposit을 표준으로 삼는 계약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6) 이러한 구조에서는 임차인이 수억 원의 목돈을 맡길 필요가 없으며, 임대인의 재정 악화가 곧바로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연결되는 전세형 리스크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세사기 피해의 구조적 원인이 개인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보증금 의존이었음을 감안하면, 기관 임대 모델의 확산은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다.


참고사례: 미국의 기관투자자의 임대시장 진출

미국에서 기업형 SFR(Single-Family Rental) 기관투자자들의 교외 단독주택 시장 진입은 2012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두 가지 구조적 계기가 맞물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 압류된 주택을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2012년부터 대량판매(bulk sale)하기 시작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지역에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어 2013년에는 기관투자자인 Invitation Homes가 보유 주택들을 담보로 한 최초의 상업용 모기지 담보증권(CMBS) 발행이 완료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소규모 개인 임대인 대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관투자자들이 중점적으로 매입한 건 교외 단독주택으로, 대부분 조지아주 애틀랜타(Atlanta),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Charlotte) 등 남부 대도시의 교외 지역에 집중되었다 이 지역들은 자가 비율이 높아 임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집값 대비 임대료 비율(rent-to-price ratio)이 높아 임대 수익성이 검증된 곳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학계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임대주택 시장 진입이 월세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실증 연구들이 활발하게 축적되고 있다. 대체로 기관투자자 진입 이후 해당지역의 임대료가 하락한다는 결과를 보인다.7) 특히, Chang(2025)8)은 기관투자자가 임대주택 시장에 진입한 이후 해당 지역 내 임대료가 평균 2% 하락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주목할 점은 같은 연구에서 임대료 하락과 동시에 해당 지역의 주택매매 가격은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기관투자자는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먼저 매매시장에서 주택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매매 수요가 늘어나 집값을 끌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즉,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이 임대시장에서는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해 임대료를 낮추지만, 매매시장에서는 수요를 키워 집값을 끌어올리는 양면적 효과를 가진다. 이처럼 미국의 경험은 기관투자자의 임대시장 진입이 단순히 임대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다를까.


시사점

미국 사례와 한국 상황 사이에는 중요한 구조적 차이가 있다.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일반 가구의 실거주 및 자가 취득이 이루어지는 단독주택 시장 안에서 임대사업을 전개하였고, 이는 자가 공급 축소와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하였다. 반면 한국에서 기관투자자에게 열린 공간은 아파트 중심의 주택시장이 아니라, 비아파트 중심의 임대주택 시장이다. 이 시장은 주로 20~30대 청년층이 사회초년생 단계에서 이용하는 임대 주거의 핵심 무대로,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되었던 바로 그 공간이기도 하다.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기존 단독주택을 개별 매입한 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 것과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건물 전체를 매입하거나 신축ㆍ리모델링을 통해 임대 공급을 직접 늘리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자가 주택을 임대 전환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자가 공급 축소라는 부작용 없이 임대 공급 자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례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이 시장의 임대 공급을 확충하고 관리 품질을 높인다면, 미국 사례에서 확인된 임대료 안정화 효과가 청년 월세시장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 나아가, 비아파트는 아파트 중심 주택가격 형성 구조와 분리되어 있는 만큼,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 임대 공급이 부족해 사실상 집을 사야만 입주할 수 있었던 양질의 주거 지역에 기관투자자가 임대 물건을 공급하면서, 자금 제약으로 매입이 어려웠던 저소득 가구가 임차인으로서 그 지역의 인프라와 생활 편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존재한다. 역세권과 업무지구 인근 오피스텔ㆍ코리빙 시설은 20~30대 청년층이 서울 핵심 지역에 거주하고 싶지만 자가 취득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주거 대안이다.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이 시장의 공급을 늘리고 임대료를 안정화한다면, 청년층이 자가 소유 없이도 입지 좋은 지역에 거주하며 직주근접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 나아가 월세 부담이 낮아지면 목돈이 필요한 전세에 대한 의존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전세 대출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 안정화가 청년층의 주거 선택지를 오히려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5년 10ㆍ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매입 시 취득세 중과가 적용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까지 제외되었다.9) 이로 인해 임대주택 취득ㆍ보유 비용이 급증하면서 투자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고,1~2년 전까지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신규 투자를 잠시 보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10) 월세 안정화와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으로는 장기 임대를 조건으로 하는 기관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의 선별적 복원을 검토할 수 있다. 재무 건전성과 신용이 검증된 기관투자자는 전문적인 자산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임대주택의 품질과 운영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임대사업자와는 구별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10년 이상의 임대의무를 부담하고 임대료 인상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11) 조건을 수용한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을 유지함으로써, 임대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1) 국토교통부, 2025. 6. 27,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전체 피해자(2만 7,372건) 중 20~30대 비중 74.7%, 피해 보증금 2억원 이하 비중 83.8%, 비아파트(다세대ㆍ오피스텔ㆍ다가구 등) 비중 70%.
2)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 2024. 8. 28, 서민ㆍ중산층과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 보도자료.
3) 금융위원회, 2025. 10. 21, 국민 체감형 제도 개선을 위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보도자료. 개정안은 2025. 10. 28, 부터 시행. 보험사 자회사의 업무범위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임대 업무가 추가됨
4) 인베스트조선, 2025. 1. 3, 월세 인상에 배팅한 KKRㆍ모건스탠리…정권따라 바뀌는 부동산 정책은 ‘변수’.
5) 코리빙은 개인 침실과 공용공간 (거실ㆍ주방 등)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관리형 임대주택으로, 생활서비스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6) 한국기업평가, 2025. 7. 30, 코리빙 시장 현황과 투자사례
7) Barbieri, F., Dobbels, G., 2025, Market power and the welfare effects of institutional Landlords, Working Paper; Coven, J., 2025, The impact of institutional investors on homeownership and neighborhood access, Working Paper; Gorback, C., Qian, F., Zhu, Z., 2025, The impact of institutional owners on housing markets, Working Paper.
8) Chang, K., 2025, Diversifying the suburbs: Rental supply and spatial inequality, Working Paper.
9) 국토교통부, 2025. 10. 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보도자료. 서울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2주택 8%, 3주택 이상 12%) 및 민간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제외 조치가 포함되었다.
10) 서울경제, 2026. 4. 27, 해외 큰손들, 韓 민간임대 투자 올스톱 
11)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5호(의무임대기간 10년) 및 제44조 제2항(임대료 증액 5% 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