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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글로벌 금융시장 인프라는 디지털 자산, 토큰화, 분산원장기술의 확산에 대응하여 기존의 기록ㆍ보관 중심 기능을 넘어 다자산ㆍ다중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DTCC, Euroclear, Clearstream 등 주요 CSD들은 디지털 자산을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와 단절된 별도 시장으로 다루기보다, 발행ㆍ보관ㆍ결제ㆍ권리관리 체계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과제로 부상한 것은 상호운용성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다양한 블록체인, 분산원장, 전통 금융 인프라가 병존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산ㆍ부채 인식, 소유권 확인, 자산 이동 프로토콜, 원장 관리, 법적ㆍ규제 정합성에 대한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거래 인프라의 경쟁 도입, 복수 전자등록기관 도입 논의, 토큰증권 제도화 등으로 인프라 구조가 다층화되고 있다. ATS 도입이 거래 인프라의 혁신을 촉진한 것처럼 복수 전자등록기관 도입도 비상장주식 시장의 서비스 개선과 권리관리 고도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후선 인프라는 자산의 동일성, 권리자의 확정, 장부 간 정합성, 법적 효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쟁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향후 상장증권, 비상장주식, 토큰증권 등 다양한 자산이 서로 다른 등록ㆍ결제 인프라와 연결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내 자본시장 역시 경쟁 도입과 함께 상호운용성을 전제로 한 인프라 설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언제나 거래(trading)다. 그러나 실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거래 이후의 청산(clearing)ㆍ결제(settlement)ㆍ보관(custody)으로 구성되는 후선업무 인프라에 달려 있다. 거래가 체결된 이후 그 거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 — 대금과 증권의 교환, 위험관리, 소유권 기록의 관리 — 이 모두 후선업무의 영역이다. 그간 이 영역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의 대상으로 주목받았지만, 기술 변화 속에서 수익 창출과 경쟁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후선업무 인프라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토큰증권과 디지털 자산의 부상이 전통 인프라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자산은 발행부터 결제까지의 구조가 전통 증권과 근본적으로 다른데, 이를 기존 인프라에 통합하는 방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후선업무를 담당하는 CSD들은 후선업무에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산의 생애주기(life cycle) 전체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둘째, AI와 클라우드 기술이 데이터 처리와 리스크 관리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상거래 탐지, 담보 최적화, 운영 자동화 등 과거 사람이 담당하던 업무가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면서 후선업무의 비용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셋째, 결제주기 단축이 인프라 전반의 자동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2024년 5월 결제주기를 T+2에서 T+1으로 단축하였으며, EU와 영국도 2027년 10월 T+1 전환을 예정하고 있다.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기관투자자, 보관기관, 브로커 모두 매매확인, 환전, 대차증권 회수 등을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데, 이는 수작업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자동화를 요구한다.


글로벌 주요 인프라 기관의 동향

글로벌 후선업무 인프라를 이끄는 DTCC, Euroclear, Clearstream은 이러한 변화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DTCC는 전통적인 청산ㆍ결제ㆍ보관 기관에서 디지털 자산 시대에 적합한 종합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DTCC의 역할이 거래 후 청산ㆍ결제 및 자산보관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데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토큰화, 실시간 담보관리, 자산 이동성 제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DTCC는 2025년 디지털 자산의 발행, 유통, 권리관리 및 보고 기능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인 ComposerX를 발표하였다. ComposerX는 전통 금융시장 인프라와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산의 전 생애주기(lifecycle)를 단일 프레임워크 내에서 관리하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DTCC는 특정 블록체인에 의존하지 않는 멀티체인 전략을 채택하여 다양한 네트워크 간 연결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예탁ㆍ청산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토큰화 자산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DTCC가 단순한 중앙예탁ㆍ청산기관에서 벗어나 전통 금융시장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연결하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6년 5월 DTCC의 자회사 DTC는 토큰화 서비스의 출범 일정을 공식 발표하였다. Russell 1000 구성 종목, 주요 지수 ETF, 미국 국채 등 DTC가 보관 중인 자산을 대상으로 2026년 7월 제한적 실거래를 시작하고, 10월 정식 서비스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DTC는 2025년 12월 SEC로부터 No-Action Letter를 획득하여 3년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였다. 현재 DTC가 보관 중인 자산 규모는 114조 달러에 달하며, BlackRock, Goldman Sachs, JPMorgan 등 전통 대형 금융기관부터 BitGo, Fireblocks, Circle 등 디지털자산 핀테크까지 50개 이상의 기관이 서비스의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DTC는 토큰화 자산에도 기존 DTC 보관 자산과 동일한 권리와 소유권 구조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Clearstream은 D7 플랫폼을 통해 후선업무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다. Google Cloud와의 협업으로 구축된 D7은 증권 발행 시간을 기존 최대 이틀에서 수초 단위로 단축시켰다. D7 DLT는 2024년 유럽중앙은행(ECB)의 도매 CBDC 실험에도 참여하여 토큰화 상업어음 및 당일 레포(intraday repo) 거래의 결제 가능성을 실증하였다. 2025년에는 CSDR에 완전히 부합하는 방식으로 토큰증권 발행 및 관리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Clearstream과 Euroclear는 2026년 1분기부터 유로본드를 완전 무권화(dematerialised) 방식으로 발행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를 위한 공통 발행ㆍ관리 체계의 디지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Clearstream이 발표한 차세대 Digital Securities Infrastructure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존 D7이 발행과 등록 중심의 디지털화에 초점을 두었다면, 새로운 인프라는 발행, 유통, 결제, 보관, 권리관리, 담보관리 및 자금조달에 이르는 자산의 전 생애주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기존 증권과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을 하나의 포트폴리오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하고,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되지 않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CSD의 역할을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Euroclear는 Digital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D-FMI)를 통해 디지털 자산과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D-FMI의 첫 서비스인 D-SI(Digital Securities Issuance)는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 증권의 발행, 분배 및 1차시장 결제를 수행하고, 유통시장의 거래와 결제는 기존 Euroclear Bank의 인프라와 연계하여 처리한다. 이는 디지털 자산을 별도의 시장으로 분리하기보다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 내로 편입하려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Euroclear는 D-FMI를 통해 디지털 네이티브 증권(Digitally Native Notes)을 발행하고 있으며, 향후 데이터 관리, 규제보고, 투자자 정보 제공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중요성

디지털 자산 시대의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이다. 글로벌 선도 CSD들은 표준이 세워지는 이 시점에서 표준화 경쟁보다는 상호운용성의 확보을 선택하였다. DTCC, Euroclear, Clearstream과 Boston Consulting Group은 2024년 디지털 자산의 안전한 도입을 위한 공통 위험관리 프레임워크인 DASCP(Digital Asset Security Control Principles)를 공동으로 발표하였다. DASCP는 특정 기술이나 자산 유형에 종속되지 않는 기술중립적(technology-neutral), 자산중립적(asset-agnostic) 원칙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의 발행ㆍ보관ㆍ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운영 및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초기 단계에서 참여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함으로써 법적 명확성, 운영 안정성, 규제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어서 2026년에는 상호운용성의 필요성을 정면으로 다룬 공동백서를 발간하였다.1) 백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하나의 표준 기술이나 지배적 플랫폼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퍼블릭 블록체인, 프라이빗 DLT, 토큰화 플랫폼, 전통 금융시장 인프라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시장 구조가 점차 다원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다원적 구조는 동일한 자산이 여러 네트워크에 분산되면서 유동성이 나뉘어 축적되고, 투자자와 금융기관은 서로 다른 시스템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시스템 간 정보 정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발생하며, 운영 및 규제 리스크도 증가한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른바 디지털 분절화(digital fragmentatio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공동 백서는 상호운용성을 단순한 기술적 연결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구조 전반의 과제로 규정한다. 특히 자산ㆍ부채 인식(asset and liability recognition), 소유권 확인(ownership verification), 자산 이동 프로토콜(asset mobility protocol), 원장 관리(ledger management), 법적ㆍ규제 체계(legal and regulatory compliance)의 다섯 개 영역에서 공통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상호운용성이 자산의 발행, 보유, 이전 및 권리 행사 전 과정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문제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통 기준을 구현하기 위해 공동 백서는 데이터, 프로세스, 역할의 조화를 강조한다. 먼저 데이터 측면에서는 자산 분류체계(taxonomy), 식별자(identifier), 메시지 형식(message format)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국제증권식별번호(ISIN)가 국가와 시장을 초월하여 동일 증권을 식별할 수 있는 공통 언어 역할을 수행하였듯,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원장과 네트워크를 넘어 자산을 일관되게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거래확인, 청산, 결제와 같은 핵심 프로세스 역시 네트워크 간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SWIFT 메시지 체계와 국제 결제 관행이 국경 간 거래 확대와 운영리스크 감소를 가능하게 하였듯,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공통된 업무 절차가 마련되어야 예측 가능한 운영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수탁기관, 중앙예탁기관, 청산기관 등 핵심 시장참가자의 역할과 책임 역시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역할은 법률과 규제를 통해 제도화되어 왔으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역할의 명확성이 상호운용성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경쟁 관계에 있는 세 기관이 이러한 표준화를 위해 공동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간명하다. 분절화의 비용은 결국 업계 전체가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의 다층화와 상호운용성 과제

글로벌 후선업무 인프라의 변화는 국내 시장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에서도 거래, 등록, 권리관리, 디지털 자산 인프라 전반에 걸쳐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거래 인프라에서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한국거래소 단일시장 구조에 경쟁이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거래시간이 확대되고, 새로운 호가 유형과 수수료 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ATS의 출범은 기존 거래 인프라에도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올해 9월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쟁 도입이 단순히 시장을 분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인프라의 서비스 개선과 시장 품질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변화는 거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등록ㆍ관리 인프라에서도 복수 전자등록기관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2) 전자증권법은 2019년 시행 당시부터 전자등록업을 허가제로 설계하여 복수 기관의 진입을 허용하였으나, 법 시행 이후 6년간 실제 신규 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이 사실상 유일한 전자등록기관으로 운영되어 온 가운데, 상장주식과 채권 등 정형화된 대규모 시장에서는 기존 전자등록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 왔지만, 비상장주식처럼 발행 규모가 작고 회사 수가 많은 영역에서는 기존 인프라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였다. 실제로 국내 벤처기업은 4만여 개에 달하지만 전자등록을 활용하는 기업은 300여 곳에 불과하며, 대다수 비상장기업은 여전히 수기 장부나 엑셀로 주주명부를 관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권리 증명, 주주명부 정합성, 거래 투명성 측면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있으며, 위ㆍ변조와 분쟁 위험도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상장주식 특화 신규 전자등록기관의 허가 심사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쿼타랩이 가칭 한국전자증권 설립을 추진하는 등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복수 전자등록기관 도입의 직접적인 기대 효과는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법적 안정성과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이 등장하면 주식 발행과 권리관리를 보다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고, 기업의 성장 단계와 지분 구조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벤처ㆍ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라운드별 지분 변동, 스톡옵션, 전환증권, 우선주 조건 등 권리관계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명의개서나 주주명부 관리 이상의 서비스 수요가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에서는 전자등록기관이 단순한 기록기관을 넘어 비상장기업의 자본정책과 투자자 권리관리를 지원하는 후선 인프라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다만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이 도입되더라도 해당 자산이 하나의 인프라 안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비상장기업이 성장하여 상장될 경우, 해당 주식은 거래소시장에서 거래되고 중앙청산ㆍ결제 인프라와 연결되어야 한다. 전자등록기관이 예탁결제원으로 교체되거나, 등록기관은 유지되더라도 결제는 예탁결제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가 필요할 수 있다. 복수 전자등록기관의 도입은 특정 기관의 신규 진입 허용 문제가 아니라, 비상장시장ㆍ상장시장ㆍ등록기관ㆍ결제기관 간에 자산과 권리정보가 어떻게 이동하고 연결될 것인가의 문제를 동반한다.

동시에 토큰증권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증권의 권리 기록 방식은 기존 중앙집중식 전자등록계좌부를 넘어 분산원장 기반 구조로도 확장되고 있다. 토큰증권이 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 형태로 도입되면 예탁결제원은 전자등록기관으로서 토큰증권의 적격성 심사, 발행ㆍ유통 총량 관리, 소유자명세 작성, 권리행사 대행 등 기존 전자증권 체계에서 수행하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토큰증권이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 밖의 별도 자산이 아니라, 전자증권 제도와 연결된 새로운 발행 형태로 편입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토큰증권이 안정적으로 발행ㆍ유통되기 위해서는 분산원장과 연계장부 사이의 정보 정합성, 발행총량과 유통총량의 일치, 계좌관리기관 간 수량 변동 정보의 연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예탁결제원이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을 마련ㆍ배포하려는 것도 이러한 필요성과 관련된다.

이러한 국내 변화는 앞서 살펴본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해외 주요 CSD들이 디지털 자산을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듯, 국내에서도 기존 전자증권 인프라,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 토큰증권 인프라가 병존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후선 인프라 변화의 핵심은 경쟁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인프라 간 상호운용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다. 복수 전자등록기관 체계가 도입되면 자산 식별, 권리 확인, 발행ㆍ등록 정보 이관, 계좌부 연계, 결제 인프라와의 접속, 법적 효력 인정 등에서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 앞서 글로벌 CSD들이 제기한 상호운용성의 다섯 가지 영역 — 자산ㆍ부채 인식, 소유권 확인, 자산 이동 프로토콜, 원장 관리, 법적ㆍ규제 체계 — 이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ATS 도입이 거래 인프라의 경쟁을 촉진하고 기존 인프라의 개선으로 이어졌듯, 복수 전자등록기관 도입도 주식 시장의 서비스 개선과 권리관리 고도화를 촉진할 수 있다. 다만 후선 인프라는 거래 인프라보다 권리관계의 정합성과 법적 안정성이 훨씬 중요하다. 거래 인프라의 경쟁이 가격, 속도, 접근성의 문제라면, 등록ㆍ결제 인프라의 경쟁은 자산의 동일성, 권리자의 확정, 장부 간 정합성, 법적 효력의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복수 전자등록기관 도입은 특정 기관의 진입 허용 여부를 넘어, 복수 인프라가 병존하는 환경에서 자산과 권리가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연결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글로벌 사례가 보여주듯 CSD를 포함한 후선업무 인프라는 단순한 기록ㆍ보관기관에서 다자산ㆍ다중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 역시 경쟁 도입과 함께 상호운용성을 전제로 한 인프라 설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1) DTCC, Clearstream, Euroclear, BCG, 2026. 2, Building the Path Towards Digital Asset Securities Interoperability.
2) 금융위원회, 2025. 12. 22,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