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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업자의 성과와 시장점유율
2026-19호 2026.09.21
요약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여 2025년 말 적립금이 501.4조 원에 이르렀다. DB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DC형 퇴직연금과 IRP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펀드, TDF, ETF 등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쟁에서도 상품과 운용성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11~2025년 퇴직연금 시장의 시장집중도를 보면 HHI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상위 사업자군의 점유율은 상승하였다. 한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상당한 지속성을 보이며, 장기 운용성과와 시장점유율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사업자 간 경쟁이 우수한 운용성과를 보상하는 시장규율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금형의 전문적 운용기능을 활용하는 한편, 현행 계약형에서도 대표 운용상품, 디폴트옵션 개선, 투자상품 단순화 등을 통해 사업자의 운용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도 사업자 수나 시장집중도보다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2011~2025년 퇴직연금 시장의 시장집중도를 보면 HHI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상위 사업자군의 점유율은 상승하였다. 한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상당한 지속성을 보이며, 장기 운용성과와 시장점유율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사업자 간 경쟁이 우수한 운용성과를 보상하는 시장규율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금형의 전문적 운용기능을 활용하는 한편, 현행 계약형에서도 대표 운용상품, 디폴트옵션 개선, 투자상품 단순화 등을 통해 사업자의 운용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도 사업자 수나 시장집중도보다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2025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4조 원으로 증가하였으며, 특히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DB형 퇴직연금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DB형 퇴직연금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가입자가 직접 운용방법을 선택하는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퇴직연금 자산의 대부분은 예ㆍ적금이나 금리확정형 보험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펀드, TDF(Target Date Fund), ETF 등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쟁이 주로 기업 고객 확보와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운용성과와 상품 경쟁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펀드ㆍTDF 경쟁, ETF를 둘러싼 상품 경쟁까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확대와 경쟁 심화가 실제 가입자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본고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구조와 사업자의 운용성과 및 시장점유율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으로 이어지는 성과 중심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구조와 운용성과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는 총 46개사이며, 이 중 운용관리 실적이 있는 사업자는 43개사이다. 운용관리 실적이 있는 사업자를 기준으로 하면 2011년 51개사에서 8개사가 감소하였다.1) 퇴직연금 도입 후 신사업 영역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일부 사업자가 시장에서 이탈하는 등 사업자 간 경쟁도 지속되어 왔다.
2011년 이후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추세를 보면 증권사 비중이 확대되었고, 보험사(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비중이 축소되었다(<그림 1> (a) 참조). 같은 시기에 진행된 DB형 퇴직연금의 상대적 비중 하락과 DC형 퇴직연금과 IRP 확대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퇴직연금 도입 이후 감독당국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일부 사업자에 대한 시장집중을 방지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시장집중도를 허핀달-허쉬만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와 집중률(Concentration Ratio: CR)을 이용하여 살펴보면, 전체 시장의 HHI는 2011년 632.8에서 2025년 664.8로 큰 변화가 없었다(<그림 1> (b) 참조). DB형 퇴직연금은 같은 기간 677.9에서 727.1로 소폭 상승하였으며, DC형 퇴직연금 역시 751.7에서 761.6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IRP는 1,087.4에서 955.8로 하락하여 시장집중도가 다소 완화되었다.
CR3는 2011년 32.7%에서 2025년 31.3%로 하락한 반면, CR5는 46.8%에서 48.5%, CR10은 68.4%에서 74.8%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소수 사업자에 대한 시장집중이 크게 심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시장 전체의 경쟁도가 뚜렷하게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최상위 3개사의 지배력이 강화되었다기보다는 상위 10개사까지 포함한 상위 사업자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구조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금융시장에서는 경쟁이 확대되면 가격이 낮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논리를 퇴직연금 시장에 적용하면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수료가 낮아지고 운용성과가 개선되며, 성과가 우수한 사업자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성과가 우수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성과가 낮은 사업자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게 된다. 따라서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가입자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자 수가 많거나 시장집중도가 낮은 것뿐 아니라, 사업자의 성과가 시장점유율의 변화로 연결되는 시장규율이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이러한 시장규율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운 제도적 특성이 있다. 가입자가 사업자의 수익률과 비용을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고, 사업자 선택과 실제 투자상품 선택의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DB형 퇴직연금에서는 사업자와 운용방법을 사용자가 결정하며, DC형 퇴직연금에서도 사업자는 주로 사용자가 선정하는 반면 실제 투자상품은 가입자가 선택한다. IRP는 가입자가 사업자와 투자상품을 모두 선택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선택권이 크지만, 금융회사와 상품에 대한 정보비대칭과 사업자 변경에 필요한 탐색비용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에도 상당한 지속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림 2>의 (a)는 과거의 시장점유율이 이후에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단기간의 운용성과보다는 기존 고객관계, 기업의 사업자 선정, 판매채널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성과가 우수한 사업자가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2>의 (b)를 보면 사업자의 2016~2025년 장기 운용성과와 2025년 말 시장점유율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장기 운용성과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수준에 충분히 반영되는 ‘성과 중심의 경쟁’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사업자별 수익률에는 가입자의 자산배분과 상품선택 결과도 반영되어 있으므로 이를 전적으로 사업자의 운용능력 차이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과 중심의 퇴직연금 경쟁을 위한 제도 개선
앞의 분석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가입자의 운용성과가 자동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 배경에는 사업자 선택과 실제 자산운용 의사결정이 분리되어 있는 현행 퇴직연금제도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따라서 시장집중도를 낮추거나 사업자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누가 가입자의 자산배분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운용구조의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금형에서는 개별 가입자가 모든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하기보다 기금의 수탁자 또는 전문 운용조직이 자산을 집합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자산배분, 규모의 경제, 장기투자 및 다양한 자산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금형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금의 지배구조가 적절하지 않거나 운용자의 책임과 권한이 불명확하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기금형의 성과는 누가 기금을 지배하고,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며, 운용성과에 대해 누가 책임지는가에 크게 좌우된다.
미국의 경험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가입자 100명 이상 퇴직연금의 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기하평균)은 DB형 퇴직연금이 5.5%, DC형 퇴직연금이 7.1%, 401(k)이 7.1%로 나타났다.2) 이러한 결과는 전문 기금이 운용하는 DB형 퇴직연금이 개인계정 방식의 DC형 퇴직연금보다 반드시 우월한 성과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401(k)가 단순히 개인에게 모든 자산운용을 맡기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401(k)에서도 저비용 인덱스펀드와 TDF, 자동가입 및 디폴트 투자수단 등이 확대되면서 개인계정 안에서 전문적ㆍ자동화된 운용기능이 상당 부분 구현되고 있다. 따라서 기금형 대 계약형이라는 이분법보다 어느 수준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전문화하고 집합화할 것인가가 보다 중요한 논점이다.
그동안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이 지적될 때마다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현행 계약형 제도에서는 실제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가입자 또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하지만, 최종적인 자산배분 결정은 가입자에게 맡겨져 있어, 가입자의 사업자 선택과 운용성과 사이의 연결관계가 약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그 경쟁이 반드시 높은 운용성과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과 관계없이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 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안은 자산운용에 대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다. 사업자별로 대표적인 운용상품 또는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가입자가 이를 선택할 경우 사업자가 일정한 원칙에 따라 자산배분과 상품구성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TDF 등 개별 펀드에서 이루어지는 전문적인 자산배분 기능을 퇴직연금 사업자 단위로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현행 디폴트옵션을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가입자가 수많은 개별 투자상품을 비교하는 대신 사업자의 대표적인 운용전략과 성과를 비교하여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다. 운용성과가 우수한 사업자로 가입자와 자금이 유입된다면 사업자의 성과와 시장점유율 사이의 연결관계도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사업자 간 경쟁을 단순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운용성과를 둘러싼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업자 선택과 투자상품 선택을 직접 연계하지 않더라도, 가입자가 선택해야 하는 투자상품의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별 또는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소수의 대표 상품을 선택하는 방안이다.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적극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선택 환경에서는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익숙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사업자가 제시하는 대표 운용상품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기존과 같이 다양한 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2025년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수익률은 각각 8.47%, 9.44%로 크게 높아졌지만,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의 67.7%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 수익률 6.47%에 미치지 못하였다.3) 이는 실적배당상품의 확대와 시장수익률의 상승만으로 모든 가입자의 운용성과가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투자상품 선택을 전적으로 가입자에게 맡기는 방식과 함께 전문적ㆍ자동화된 자산운용 수단을 확대하고, 이를 원하는 가입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의 정도는 사업자 수나 시장집중도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 나아가 시장점유율의 변화로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도 고객 확보 중심의 경쟁에서 가입자의 장기 운용성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1) 운용관리사업자 기준.
2) U.S. Department of Labor, 2025, Private Pension Plan Bulletin Historical Tables and Graphs 1975–2023, Tables E20, E22.
3)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2026,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퇴직연금 자산의 대부분은 예ㆍ적금이나 금리확정형 보험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펀드, TDF(Target Date Fund), ETF 등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쟁이 주로 기업 고객 확보와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운용성과와 상품 경쟁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펀드ㆍTDF 경쟁, ETF를 둘러싼 상품 경쟁까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확대와 경쟁 심화가 실제 가입자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본고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구조와 사업자의 운용성과 및 시장점유율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으로 이어지는 성과 중심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구조와 운용성과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는 총 46개사이며, 이 중 운용관리 실적이 있는 사업자는 43개사이다. 운용관리 실적이 있는 사업자를 기준으로 하면 2011년 51개사에서 8개사가 감소하였다.1) 퇴직연금 도입 후 신사업 영역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일부 사업자가 시장에서 이탈하는 등 사업자 간 경쟁도 지속되어 왔다.
2011년 이후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추세를 보면 증권사 비중이 확대되었고, 보험사(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비중이 축소되었다(<그림 1> (a) 참조). 같은 시기에 진행된 DB형 퇴직연금의 상대적 비중 하락과 DC형 퇴직연금과 IRP 확대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퇴직연금 도입 이후 감독당국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일부 사업자에 대한 시장집중을 방지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시장집중도를 허핀달-허쉬만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와 집중률(Concentration Ratio: CR)을 이용하여 살펴보면, 전체 시장의 HHI는 2011년 632.8에서 2025년 664.8로 큰 변화가 없었다(<그림 1> (b) 참조). DB형 퇴직연금은 같은 기간 677.9에서 727.1로 소폭 상승하였으며, DC형 퇴직연금 역시 751.7에서 761.6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IRP는 1,087.4에서 955.8로 하락하여 시장집중도가 다소 완화되었다.
CR3는 2011년 32.7%에서 2025년 31.3%로 하락한 반면, CR5는 46.8%에서 48.5%, CR10은 68.4%에서 74.8%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소수 사업자에 대한 시장집중이 크게 심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시장 전체의 경쟁도가 뚜렷하게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최상위 3개사의 지배력이 강화되었다기보다는 상위 10개사까지 포함한 상위 사업자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구조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금융시장에서는 경쟁이 확대되면 가격이 낮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논리를 퇴직연금 시장에 적용하면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수료가 낮아지고 운용성과가 개선되며, 성과가 우수한 사업자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성과가 우수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성과가 낮은 사업자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게 된다. 따라서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가입자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자 수가 많거나 시장집중도가 낮은 것뿐 아니라, 사업자의 성과가 시장점유율의 변화로 연결되는 시장규율이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이러한 시장규율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운 제도적 특성이 있다. 가입자가 사업자의 수익률과 비용을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고, 사업자 선택과 실제 투자상품 선택의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DB형 퇴직연금에서는 사업자와 운용방법을 사용자가 결정하며, DC형 퇴직연금에서도 사업자는 주로 사용자가 선정하는 반면 실제 투자상품은 가입자가 선택한다. IRP는 가입자가 사업자와 투자상품을 모두 선택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선택권이 크지만, 금융회사와 상품에 대한 정보비대칭과 사업자 변경에 필요한 탐색비용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에도 상당한 지속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림 2>의 (a)는 과거의 시장점유율이 이후에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단기간의 운용성과보다는 기존 고객관계, 기업의 사업자 선정, 판매채널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성과가 우수한 사업자가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2>의 (b)를 보면 사업자의 2016~2025년 장기 운용성과와 2025년 말 시장점유율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장기 운용성과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수준에 충분히 반영되는 ‘성과 중심의 경쟁’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사업자별 수익률에는 가입자의 자산배분과 상품선택 결과도 반영되어 있으므로 이를 전적으로 사업자의 운용능력 차이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과 중심의 퇴직연금 경쟁을 위한 제도 개선
앞의 분석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가입자의 운용성과가 자동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 배경에는 사업자 선택과 실제 자산운용 의사결정이 분리되어 있는 현행 퇴직연금제도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따라서 시장집중도를 낮추거나 사업자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누가 가입자의 자산배분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운용구조의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금형에서는 개별 가입자가 모든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하기보다 기금의 수탁자 또는 전문 운용조직이 자산을 집합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자산배분, 규모의 경제, 장기투자 및 다양한 자산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금형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금의 지배구조가 적절하지 않거나 운용자의 책임과 권한이 불명확하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기금형의 성과는 누가 기금을 지배하고,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며, 운용성과에 대해 누가 책임지는가에 크게 좌우된다.
미국의 경험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가입자 100명 이상 퇴직연금의 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기하평균)은 DB형 퇴직연금이 5.5%, DC형 퇴직연금이 7.1%, 401(k)이 7.1%로 나타났다.2) 이러한 결과는 전문 기금이 운용하는 DB형 퇴직연금이 개인계정 방식의 DC형 퇴직연금보다 반드시 우월한 성과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401(k)가 단순히 개인에게 모든 자산운용을 맡기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401(k)에서도 저비용 인덱스펀드와 TDF, 자동가입 및 디폴트 투자수단 등이 확대되면서 개인계정 안에서 전문적ㆍ자동화된 운용기능이 상당 부분 구현되고 있다. 따라서 기금형 대 계약형이라는 이분법보다 어느 수준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전문화하고 집합화할 것인가가 보다 중요한 논점이다.
그동안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이 지적될 때마다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현행 계약형 제도에서는 실제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가입자 또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하지만, 최종적인 자산배분 결정은 가입자에게 맡겨져 있어, 가입자의 사업자 선택과 운용성과 사이의 연결관계가 약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그 경쟁이 반드시 높은 운용성과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과 관계없이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 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안은 자산운용에 대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다. 사업자별로 대표적인 운용상품 또는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가입자가 이를 선택할 경우 사업자가 일정한 원칙에 따라 자산배분과 상품구성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TDF 등 개별 펀드에서 이루어지는 전문적인 자산배분 기능을 퇴직연금 사업자 단위로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현행 디폴트옵션을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가입자가 수많은 개별 투자상품을 비교하는 대신 사업자의 대표적인 운용전략과 성과를 비교하여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다. 운용성과가 우수한 사업자로 가입자와 자금이 유입된다면 사업자의 성과와 시장점유율 사이의 연결관계도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사업자 간 경쟁을 단순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운용성과를 둘러싼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업자 선택과 투자상품 선택을 직접 연계하지 않더라도, 가입자가 선택해야 하는 투자상품의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별 또는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소수의 대표 상품을 선택하는 방안이다.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적극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선택 환경에서는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익숙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사업자가 제시하는 대표 운용상품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기존과 같이 다양한 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2025년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수익률은 각각 8.47%, 9.44%로 크게 높아졌지만,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의 67.7%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 수익률 6.47%에 미치지 못하였다.3) 이는 실적배당상품의 확대와 시장수익률의 상승만으로 모든 가입자의 운용성과가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투자상품 선택을 전적으로 가입자에게 맡기는 방식과 함께 전문적ㆍ자동화된 자산운용 수단을 확대하고, 이를 원하는 가입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의 정도는 사업자 수나 시장집중도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이동, 나아가 시장점유율의 변화로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도 고객 확보 중심의 경쟁에서 가입자의 장기 운용성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1) 운용관리사업자 기준.
2) U.S. Department of Labor, 2025, Private Pension Plan Bulletin Historical Tables and Graphs 1975–2023, Tables E20, E22.
3)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2026,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