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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거래정지 장기화와 투자자 보호 관점의 전환 필요성
2022 08/08
주식 거래정지 장기화와 투자자 보호 관점의 전환 필요성 2022-16호 PDF
요약
최근 주식시장에서 거래정지의 장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개정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감사환경이 강화되면서 거래정지 조치가 확대된 부분은 재무제표의 왜곡표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대부분의 거래정지 조치에서 원인 사유의 해소 이후 매매거래를 재개함에 따라 거래정지 상태가 장기화되고 재산권 침해, 변동성 확대 등의 우려가 증대되는 점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중요 정보의 충실한 공시가 이루어지는 즉시 거래정지 조치의 해제를 원칙으로 하여 장기간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는다.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측면에서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거래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거래재개 절차의 개선 검토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거래정지 제도는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의 공시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원인 사유의 해소를 전제로 하는 장기 중단의 정지가 아니라, 사유 발생의 공시를 전제로 하는 일시 멈춤의 정지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거래정지 장기화와 시장구조 왜곡

2022년 상반기 유가증권ㆍ코스닥 시장에서 한 차례 이상 매매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총 103개사에 달한다(<그림 1>).1) 이중 올해 새롭게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29개사로, 상당수는 기존 거래정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여 과거연도부터 정지 조치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된다. 2022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181일 동안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139일에 달하며, 올해 신규로 정지된 기업만 보더라도 평균 87일 간은 매매거래가 불가능하여 거래의 정지일수가 정상 거래일수를 초과했다. 1년의 절반을 집계한 수치임에도 2022년 상반기 중 거래정지 기업의 정지일수 비율은 77%(=139일/181일)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2021년의 69%(=252일/365일)를 넘어섰다. 
 

 

 
거래정지가 장기화하면서 시장구조의 왜곡 문제도 점증하는 추세다. 국제적인 물가상승 압력과 이로 인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 수개월 간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부정적 거시환경 정보가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대다수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거래정지 기업의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0.46%로 보합세를 유지했다.2) 이는 장기간 거래가 불가능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이례적 현상임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정지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약세장일 때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올해 상반기 거래정지 기업의 99%는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성과를 기록했으며, 거래정지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도 13.4조원에 달했다(<그림 2>). 실제 대규모 횡령사태로 2022년 1월 3일 부터 4월 27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정지 기간 코스닥 지수가 13.3% 하락하는 가운데 한때 시장 내 시가총액 규모가 22위에서 14위까지 상승했다(<그림 3>).3)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거래정지 장기화 현상은 동기간 미국의 거래정지(trading halt) 기업이 평균 33분 만에 거래를 재개한 것과 대조적이다.4) 미국의 경우 사안이 엄중하여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직접 거래중단(trading suspension) 조치를 발동하는 경우에도 매매 중단일이 최대 10 영업일을 초과하지 않아 시장구조의 왜곡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5) 그러한 미국에서도 거래정지 제도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된다.6) 매매거래의 정지 조치는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0으로 만들어 정상적인 거래를 제한하기에 고도의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며, 조치의 빈도와 재량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7)
 

거래정지 장기화 원인

최근 우리나라에서 거래정지 조치가 유독 장기화하는 이유는 2018년 이후 개정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2018년 이후 감사환경이 강화되면서, 감사의견 미달 사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 동안 신규로 거래가 정지된 29개 기업 중 감사의견 미달 이외의 사유만으로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5개사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감사의견 변형과 함께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효과성,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등이 의문시되는 경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상장회사로서의 적격성에 대해 심층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 거래소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정기보고서 미제출에 준하여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간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선기간 부여 절차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하므로 감사의견 미달로 인한 퇴출 측면에서는 선진 시장에 비해 이미 완화된 요건을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재무상태 및 사업운영에 관한 기본 정보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매매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에 우선 거래를 정지한 상태에서 사안의 개선과정을 지켜 볼 필요성은 충분하다. 즉, 감사의견 미달로 인한 거래정지의 장기화는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 말 현재 1,000일 이상 거래가 정지된 기업이 12개사에 달하는 등 거래정지가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문제를 용인하기에는 재산권 침해,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매매거래정지 제도는 정보비대칭적 상황에서 무정보 투자자(uninformed investor)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기간 거래가 제한됨에 따라 기존 투자자가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측면에서 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또한, 시장지수의 낙폭이 큰 상황에서는 거래정지 종목이 시장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할 만큼 주가와 기업가치 간 괴리가 심화되고 이는 향후 거래재개 시 주가 변동성의 확대로 이어져 또 다른 투자자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거래재개 절차에 대한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 


거래재개 요건의 차이

한국과 미국, 양국 간 거래정지 기간에 현저한 차이가 나는 근본 원인은 거래재개의 절차 상 요건 차이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원인 사유의 '해소'를 거래재개의 요건으로 하는 반면, 미국은 원인 사유의 ‘공시’를 거래재개의 요건으로 하여 상대적으로 신속한 거래재개가 가능하다. 원인 사유의 해소와는 무관하게 관련 사안의 발생에 대한 공시가 충실히 이루어지는 즉시 거래정지 조치의 해제를 원칙으로 하므로 장기간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파산ㆍ회생절차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해당 사안이 투명하고 충실하게 공시됨을 전제로 거래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감사의견 미달 이외의 사유에 있어서도 거래정지의 해제까지 비교적 장기간이 소요되는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거래재개까지 비교적 장기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원인 사유의 해소를 거래재개의 요건으로 두는 이유는 시장교란 행위로부터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관점에서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장외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시장퇴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회계투명성이 낮은 기업을 보다 세밀하게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관리종목 지정,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등 비숙련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매매거래정지 제도와 연계하여 기업의 악재를 중심으로 거래정지 조치를 발동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거래정지 제도 본연의 기능은 비숙련 투자자의 보호가 아니라 사적 정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정한 정보 경쟁이 가능한 시장으로 평등화하는 것에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공시가 불충분할 경우 일시적으로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기업이 관련 사안을 충실히 공시한 직후 거래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하여 새로운 정보가 시장에 신속히 공급될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8) 아울러, 가격 민감 정보를 투자의사결정에 신중하게 반영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여 가치와 무관한 가격변동성으로부터 무정보 투자자를 보호하고 주가의 정보성을 높여 시장의 가격발견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9)

 
투자자 보호 관점의 전환 필요성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시장 내 부실회사가 많다는 점에서 비숙련 투자자의 적극적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가 매우 중요한 의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단, 투자자의 잠재적 피해 예방에 방점을 두고 거래정지 제도를 운영할 경우 거래정지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거래정지 제도 본연의 기능에 해당하는 공정한 정보 경쟁과 시장의 가격발견기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구조 왜곡으로 인한 암묵적 비용 역시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보환경을 강화하여 시장 자율기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투자자 보호 관점을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거래정지 기업이 주주와의 소통에 인색한 문제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거래재개의 요건이 원인 사유의 해소와 연동된 상황에서는 경영진이 불리한 정보를 적시에 공시하기보다 이를 은닉(hoard)하거나 공시를 최대한 지연할 유인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10) 실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여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당수 기업들은 거래재개 직전에서야 개선계획을 공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에서부터 기업심사위원회 심의까지 여러 사유로 기한이 연장되는 경우를 감안하면 통상적으로 상장유지 및 거래재개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상당기간 거래정지 상태에 놓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정지의 원인 사유에 대한 상세 내용과 거래재개에 필요한 예상조치, 회사의 대응상황 등에 대해 적시에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 및 제언

최근 유가증권ㆍ코스닥 상장시장에서 개별기업의 거래정지 기간이 장기화하고 거래정지 기업 수ㆍ규모 역시 함께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거래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상장기업으로서의 이점에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되는 만큼, 거래정지 조치의 심화는 상장시장 전반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어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
 
장기간 매매거래가 정지된 사례의 상당수는 감사의견 미달 사유에 따른 것으로 일정 부분 거래정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투자자의 숙련도와 무관하게 거래를 장기간 제한하는 조치의 장단점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으며,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측면에서 기존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할 필요성도 제기되는 만큼 최소한의 미세조정안에 대한 검토를 제안한다. 

첫째, 과거 연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또는 감사) 의견이 연속적으로 비적정에 해당하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해당 사유의 충실한 공시를 전제로 거래정지를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당해 연도의 비적정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또는 감사) 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어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과거에 발생한 회계처리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오류의 통제 미비점을 충분히 보완하여 당해 연도 의견을 적정으로 받은 경우에는 거래정지를 통한 투자자 보호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둘째, 계속기업 불확실성 사유만으로 감사의견이 변형되는 경우 그러한 사실을 충실히 공시하는 것을 전제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거래정지 사유는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복수의 원인 사유가 모두 해소되어야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미세조정만으로는 거래정지 장기화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11) 궁극적으로 거래정지 제도를 기업이 새로운 정보를 시장에 충실히 공급하는 유인체계로 활용하려면, 매매거래재개의 절차 상 요건을 원인 사유의 해소에서 충실한 공시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공시에 대한 인식개선과 투자 문화의 성숙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상장적격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장외시장의 활성화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1) SPAC 합병, 주식의 병합ㆍ분할에 따른 전자등록 변경 및 말소 등에 의한 형식적 거래정지는 제외하였다.
2) 수익률은 거래정지 기간이 일정하지 않은 사건의 비교를 위해 연율화하여 동일가중 방식으로 산출하였다. 
3) 연합뉴스, 2022. 1. 29, 폭락장 피한 ‘거래 정지’ 오스템임플란트, 시총 순위 급등.
     매일경제, 2022. 1. 29, ‘역대급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거래정지에도 시총 순위 껑충…왜?
4) 2022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NYSEㆍNasdaq 거래소의 시장감시부서(MarketWatch)는 중요 정보의 공개지연(news pending) 사유를 중심으로 보통주식 295건의 매매거래를 일시적으로 정지하였으며, 급등 혹은 급락에 따른 거래정지(LULD pause) 및 합병 등으로 인한 형식적 거래정지는 집계에서 제외하였다(https://www.nyse.com/trade-halt-historical). 
5) 정기보고서의 미발행과 같이 기업의 재무상태 및 사업운영 등에 관한 정보가 현저히 불충분하거나 시장 조작 등 이상 거래로부터 투자자 보호가 시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SEC가 직접 거래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다.
6) Wall Street Journal, 2018. 8. 12, ‘After Tesla buyout tweet, some investors wonder: Where was Nasdaq?’.
7) Marshall, N.T., Rogers, J.L., Zechman, S.L.C., 2022, Why can’t I trade? Exchange discretion in calling halts around important information events, SSRN Electronic Journal.
8) Christie, W.G., Corwin, S.A., Harris, J.H., 2002, Nasdaq trading halts: The impact of market mechanisms on prices, trading activity, and execution costs, The Journal of Finance 57(3), 1443–1478.
9) Schwartz, A.L., 1982, The adjustment of individual stock prices during periods of unusual disequilibria, Financial Review 17(4), 228-239.
10) DeHaan, E., Shevlin, T., Thornock, J., 2015, Market (in) attention and the strategic scheduling and timing of earnings announcement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60(1), 36-55.
11) 올해 상반기 계속기업 불확실성 사유만으로 감사의견이 거절된 경우는 2건 있었으나, 한 건은 재무요건 미달 사유에도 해당하여 별도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였으며, 다른 한 건은 감사의견 거절 이후 실제 사채원리금 미지급 상황이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과 관련해 잦은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에도 지정되어 추가적인 거래정지 조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