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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scale-up)을 위한 벤처대출의 역할
2019 02/26
스케일업(scale-up)을 위한 벤처대출의 역할 2019-05호 PDF
요약
성장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스케일업 기업 육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다.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은 성장자금 수요가 지속적이고 대규모인 반면 연속적인 지분투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창업자의 경영권 희석 부담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케일업 기업의 자금수요 충족과 경영권 희석 부담을 경감시켜 창업자의 스케일업 동기를 고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벤처대출과 같은 부채성 자금조달을 고려할 수 있다. 벤처대출은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대출을 의미하며 벤처캐피탈을 통한 자금공급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정책적으로도 지난 사모펀드 제도개편의 핵심 취지가 자본시장을 통한 성장자금의 공급인 만큼 벤처대출과 같은 다양한 부채성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는 기반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혁신성장과 스케일업의 중요성 

지난 수년간 혁신성장 자금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자금조달이 증가하고 국내에서도 유니콘1) 기업과 같은 고성장 혁신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벤처투자는 2013년 1.4조원 규모에서 2018년 3.4조원으로 증가하였으며 코스닥 IPO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2013년 1.4조원에서 2018년 3.6조원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편 국내 유니콘 기업은 2018년말 기준 6개사로 증가하였다.2) 

현재 영국 및 EU를 중심으로 스타트업(start-up)으로부터 스케일업(scale-up) 으로 정책적 관심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스케일업 기업과 같은 고성장 기업이 성장과 고용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높음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 Nesta가 발간한 보고서3)에 의하면 2002년에서 2008년간 매출성장률 상위 6% 기업이 고용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스케일업 기업은 과거 3년 간 평균 매출 또는 고용성장률이 20% 이상이고 관측시작 시점의 종업원이 10명 이상인 기업으로 정의되는데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정책, 인재, 리더쉽, 판매망 확장, 관련 인프라 등 다양한 경영 자원이 필요하다.4)


스케일업 지원을 위한 자금조달원 다양화: 벤처대출

그간 혁신성장 정책에 힘입어 국내 모험자본이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망 스타트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성장자금 지원의 한계가 상존하고 있다. 먼저 투자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스타트업 성장 지원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 펀드의 평균규모가 작아 후속투자 등 스케일업 지원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미국과 중국의 벤처캐피탈 펀드의 평균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기업 측면에서 본다면 스케일업 기업은 성장과 함께 소요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연속적인 지분투자 유치는 경영권 희석 우려로 창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스케일업 기업의 성장자본 조달을 위해서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지분투자 뿐만 아니라 부채성 자금도 필요하다. 부채성 자금조달의 장점은 무엇보다 경영권 희석을 최소화하며 기업가치 상승시점까지의 자금수요(cash runway) 충족을 통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지분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장기에 접어든 스타트업의 설비투자, 해외진출 또는 인수자금 등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채성 자금으로서 그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벤처대출(venture debt)이라고 불리는 자금조달 방식이 많이 활용되어 왔다. 물론 벤처대출에도 원리금 상환의무에 따른 현금지출 부담과 특약사항(covenant)으로 인한 경영제약 가능성 등 부채성 자금에 따르는 단점이 있을 수 있으나 스케일업 기업과 같이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원 다양화 측면에 있어서는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스케일업 자금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과제는 다양하지만 스타트업 자금생태계 정책에 차이를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벤처대출과 같은 자금조달원의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Duruflé, Hellmann & Wilson(2016)에 의하면 스케일업 자금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6가지 과제가 중요한데, 이들 과제는 (1) 스케일업 특화 정책 수립, (2) 벤처캐피탈 대형화 및 역량 강화, (3) 벤처대출시장 형성, (4) 벤처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 및 기업투자 확대, (5) IPO 시장 활성화, (6) 장외 유통시장 활성화이다.5) 스케일업 특화 정책 수립을 제외하고는 스케일업 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과제는 벤처대출과 같은 부채성 자금시장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대출의 특징

벤처대출은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담보와 현금흐름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은 원론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자금공급 형태이지만 벤처대출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후속투자나 이후 투자 단계의 벤처캐피탈 자금이 상환재원으로서 벤처캐피탈의 투자 가능성이 실질적인 신용공여의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후속투자 관련 평판이 높은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일수록 벤처대출이 용이하다. 또한 벤처대출은 벤처캐피탈과 상호보완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의 대규모 자금수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Duruflé, Hellmann & Wilson(2016)에 의하면 벤처캐피탈 투자 시 벤처대출을 동시에 받은 기업의 벤처캐피탈 조달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6) 따라서 벤처대출은 벤처캐피탈과 대체적인 관계가 아닌 보완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벤처대출은 1980년대 미국 벤처캐피탈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확대되기 시작하였으며 1990년대부터는 유럽에서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2010년에서 2015년 간 벤처대출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비중은 미국 19.8%, EU 6.7%이며 Google, Facebook, Youtube, Uber, Spotify, DocuSign 등 글로벌 고성장 기업들이 활용한 바가 있다. 현재 벤처대출 시장규모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대략 벤처캐피탈 투자규모의 1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근 2년간 평균 1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도 인도, 말레이시아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초창기에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숙과 더불어 그 활용도가 확산되고 있다.

벤처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사모대출(private debt)7)의 일종으로서 신용공여 기관이 전문성과 벤처생태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높은 신용위험을 감수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대출보다는 자본시장과 가까운 투자상품이다. 해외의 경우 벤처대출 운용사는 벤처대출 전문은행도 일부 있으나 PEF의 크레딧 펀드, 헤지펀드, 벤처대출 특화 금융기관, 사업개발회사(Business Development Company: BDC) 등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대부분이다. 이 중 사업개발회사는 정책당국이 2018년 11월 발표한「자본시장 혁신과제」에서 도입하기로 한 투자기구이다.


자본시장 시사점과 정책방향

혁신성장을 위한 자본시장 역할의 요체는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의 발굴과 이들 기업의 성장에 따른 대규모 자금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장 기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혁신성장 정책이 혁신기업 전반에 대한 자금공급의 양적확대에 주력하였다면 향후에는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의 성장 동기를 진작하고 소요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금조달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벤처대출은 사모대출의 일종이므로 벤처대출 공급 관련 투자기구로 지난 2016년「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 및 기업 자금조달 지원 방안」을 통해 성장형·중위험 기업에 대한 전문 대출기관 양성을 목표로 도입된 대출형 사모펀드(Private Debt Fund: PDF)가 활용될 수 있다. 또한 2018년 9월 사모펀드 제도개편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정책당국이 자본시장을 통한 성장자금의 공급에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 내에서 다양한 부채성 자금을 공급할 자본시장 플레이어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만약 민간자금 출자를 통한 벤처대출 관련 대출형 사모펀드의 자발적 조성이 어렵다면 제한적 범위 내에서 정책자금의 마중물 역할을 통한 초기 시장조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벤처대출 출자경험 부족 및 고위험으로 인한 민간출자의 한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 유니콘 기업은 자기자본 평가액이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의미한다.
2) 2018년말 기준으로 이들 6개 기업은 옐로모바일, 쿠팡, 비바리퍼블리카,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 L&P 코스메틱이다.
3) Nesta, 2014, Increasing ‘The vital 6 percent’: Designing effective public policy to support high-growth firms.
4) Sherry Coutu, 2014, Scale-up report on UK economic growth.
5) Duruflé, Hellmann & Wilson, 2016, From Start-up to Scale-up: Examining public policies for the financing of high-growth ventures
6) Duruflé, Hellmann & Wilson, 2016, From Start-up to Scale-up: Examining public policies for the financing of high-growth ventures
7) 사모대출은 직접대출(direct lending), 부실채권투자(distressed debt), 메자닌, 특별상황(special situation), 벤처대출(venture debt)로 구분되며 2018년 기준 글로벌 사모대출 비중은 직접대출(41.5%), 부실채권투자(18.8%), 메자닌(28.5%), 특별상황(10.5%), 벤처대출(0.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