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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DeFi 서비스의 개발과 가입, 이행에 있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이로 인해 DeFi는 기존 금융산업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DeFi에는 새로운 위험요인 또한 존재한다. 현재 DeFi 관련 가장 큰 위험은 보안 사고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며, 그 밖에도 서비스 운영 주체에 대한 위험, 서비스 내 수요-공급량 조절 기능 상실 등에도 이용자들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요인들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DeFi에 대한 규제 요구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구체적인 규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어 금융당국은 이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향후 정책 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21년은 비트코인ㆍ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하는 DeFi 생태계에 대한 투자 열풍 역시 크게 일었던 한 해였다. DEFI PULSE에 따르면 주요 DeFi 서비스에 예치된 가상자산 규모는 2020년말 267억 달러에서 2021년말 977억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하였다.1) 이는 가상자산에 익숙한 기존 투자자들 뿐 아니라 올해 새롭게 유입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DeFi, NFT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으로 관심 분야를 점차 넓혀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DeFi에 대해 이용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원리와 차별성, 위험요인 등을 설명하고 국제 사회의 관련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DeFi의 기본 원리
 

DeFi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구현된 금융서비스를 의미한다.2) 아직 DeFi에 익숙지 않은 독자의 경우 이러한 정의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DeFi를 비교하여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돕고자 한다. 
 
먼저 기존 금융기관, 이를테면 은행이 고객에게 예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을 떠올려보자. 그 과정은 크게 ① 금융상품 개발, ② 판매, ③ 서비스 이행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단계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은행은 우선 새로운 예금 상품을 기획하고 상품의 약관3)을 작성한다(금융상품 개발 단계). 그다음으로 고객에게 예금 상품의 내용을 설명하고 판매한다(판매 단계). 마지막으로 은행은 약관에서 사전에 정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예금 서비스를 제공한다(서비스 이행 단계). 이 모든 과정은 은행의 자체 시스템 안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각 단계에서 불공정약관ㆍ불완전판매ㆍ서비스 미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은 법적인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된다. 
 
한편, DeFi에서 금융서비스는 ① 서비스 규칙 생성, ② 이용자 가입, ③ 규칙 이행의 순으로 진행된다. 큰 틀에서 은행의 각 단계와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선 DeFi에서는 서비스 규칙을 생성하는 주체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 전통적인 예금 업무를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상당한 수준의 물적ㆍ인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DeFi에서는 별도의 자본금이나 전산 설비가 없더라도 누구든지, 심지어 일반 개인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서비스 규칙을 생성함으로써 예금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다.4)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예: 이더리움)가 각종 계약과 관련하여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상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대로 서비스 규칙을 만들 수 있으며(서비스 규칙 생성 단계), 해당 규칙에 동의하는 이용자들은 서비스 개발자의 허락을 받거나 별도의 판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이용자 가입 단계).5) DeFi가 지니는 또 다른 차이점은 서비스의 규칙을 이행하는 주체가 개발자가 아닌 블록체인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블록체인을 생성ㆍ유지하는 다수의 노드(node)들은 프로그래밍 코드로 작성된 서비스 규칙을 각자 독립적으로 실행하고 서로의 결괏값을 비교ㆍ검증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단일의 결과물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서비스 규칙들이 이행되며 이용자들에게 DeFi 서비스가 제공된다(규칙 이행 단계). 
 
요컨대 DeFi 서비스의 개발과 가입, 이행에 있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이로 인해 DeFi는 기존 금융산업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는다. 즉, 누구든지 자신만의 규칙을 적용한 금융상품을 새롭게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이용자가 만든 금융상품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한번 생성된 DeFi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한 기계적으로 변함없이 이행된다는 점에서도 기존 금융산업과 차이가 있다. 
 
 
DeFi의 차별성과 위험요인
 

DeFi는 분명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금융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DeFi에서는 직원을 고용하여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전산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도 누구든지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며, 다른 한편으로 서비스 이용자는 기존 금융기관에 지불하던 막대한 중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6) 또한 DeFi 생태계에서는 서비스 간 상호작용이 원활하여 창의적이고 다양한 융합 서비스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DeFi 서비스를 누구든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인데, 이를테면 자산운용 서비스 개발자는 동일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다른 DeFi 서비스, 즉, 예금이나 대출, 투자, 스왑 상품 등을 자유자재로 편입하거나 활용함으로써 쉽게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DeFi에는 중대한 위험요인 또한 존재한다. 현재로서 가장 큰 위험은 보안 사고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다. DeFi 관련 보안 사고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달한다. 2021년에 DeFi 보안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 규모는 <표>에서 보는 것처럼 상위 10건에서만 그 합계가 무려 16억 달러에 달하였다. 이러한 보안 사고는 주로 해커들이 서비스 프로그래밍 코드상의 취약점을 공격하거나 관리자의 계정을 탈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나타나며, 보안 사고로 한번 피해가 발생하면 관련 환수 규정 및 사회적 인프라 미비,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익명성 등으로 인해 이를 보전받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서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DeFi 서비스 운영 주체에 대한 위험도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DeFi는 그 용어가 의미하듯 탈중앙화 서비스를 표방하지만, 현재 작동 중인 DeFi 서비스들은 대개 완전하게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서비스 규칙을 기록한 프로그래밍 코드 안에 관리자 키(admin key) 기능을 설정함으로써 서비스 개발자가 해당 서비스의 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개 서비스 규칙을 유지보수하거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해킹과 같이 예상치 못한 이벤트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의의 목적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완전한 탈중앙화는 결과적으로 DeFi 고유의 장점을 일부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운영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서비스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권한을 남용하여 상당수 이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서비스 규칙을 중간에 변경할 수도 있다. 만약 운영 주체가 자금난 등의 이유로 운영을 포기한다면 서비스의 유지보수가 중단되면서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대부분의 DeFi의 서비스 규칙이 내포하고 있는 실시간 수요-공급량 조절 기능이 향후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DeFi의 예금-대출 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예금 인출에 대비하여 일정 수준의 자산 유동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이른바 블랙스완(Black Swan)7)이라 불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이러한 기능이 여전히 잘 작동할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 밖에도 DeFi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 위험에 크게 노출되며,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대비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DeFi 서비스 이용자라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제 사회의 규제 동향
 

DeFi가 지니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들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DeFi에 대한 규제 요구는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8)을 활용한 DeFi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이것이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와 거의 유사한 기능을 별도의 규제 없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당국에서는 DeFi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하였으며, 실질적인 규제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9) 또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최근 DeFi 서비스 운영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에게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적용할 것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10)
 
그러나 DeFi는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와 크게 다른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틀로 규제하기가 까다로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이유로 첫째, 규제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지가 불분명하다. DeFi는 탈중앙화의 특성으로 인하여 이용자의 재산을 직접 위탁받거나 보관하는 법적 주체가 따로 없으며, 서비스 운영도 법인이 아니라 익명의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법적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둘째, 기존 금융산업 규제의 내용을 DeFi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컨대 예금-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에게 은행에 적용되는 기존 유동비율 규제를 준수하도록 하거나, 적합성원칙ㆍ설명의무 등의 기존 판매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DeFi의 특성과 부합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셋째, DeFi는 국경과 무관하게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설령 일부 국가에서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DeFi 서비스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기에 국내 규제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거론되는 DeFi 관련 직간접적 규제방안들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DeFi 서비스 운영에 관여하는 주체를 식별한 다음 이들을 직접 규제하는 안이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DeFi 서비스를 직접 규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운영 주체를 식별하기가 까다로우며 실효성 있는 규제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거나 법정화폐를 취급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관련 영업행위를 통제하는 안이다. 이는 법정화폐와의 연결고리를 통제함으로써 DeFi 서비스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대되거나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에 적용되는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가진다. DeFi에 대한 규제 논의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 정책당국도 앞으로 이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정책 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한국 시각으로 2020년 12월 30일 오전 9시와 2021년 12월 21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하여 각각 집계하였다.
2) 전문적인 용어로 정의하면 DeFi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중앙화(centralized)된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구현된 탈중앙화 금융서비스’다.
3) 약관은 ‘다수를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놓은 계약 문서’를 의미한다.
4) 단, 서비스 개발을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이 일정 수준 필요하다. 문서로 작성되는 기존 금융상품의 약관과는 달리 DeFi에서는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지정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서비스 규칙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5) 상세한 원리는 권민경(2021)을 참고하길 바란다.
6) 대신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용에 따른 비용을 노드에게 지불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는 기존 금융기관에 지불하는 비용과 비교하여 현저히 작은 편이다.
 
 
참고자료
 

권민경, 2021, 『스마트계약에 기반한 DeFi의 활용 가능성』,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24.
FATF, 2021, Updated guidance for a risk-based approach: Virtual assets and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 .
King & Spalding, 2021, Decentralized Finance - Risks, Regulation, And The Road Ahead, https://www.jdsupra.com/legalnews/decentralized-finance-risks-regulation-935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