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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와 기금운용체계 개편
2022-17호 2022.08.22
요약
국민연금 1,000조원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현행 기금운용체계는 운용규모 160조원 수준에 국내채권 중심의 단순한 자산구성이었던 2005년에 설계되었다. 1,000조원의 운용규모는 단순히 비례적인 양적 확대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투자전략의 고도화라는 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자국편의(home bias)를 축소하여 분산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장기운용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나, 전략의 집행은 더디고 목표 달성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운용 고도화에는 효율적 의사결정체계와 역량 있는 운용조직이 필수적이다. 대표자 중심의 현행 위원회 구조는 고도화된 자산운용에는 적합하지 않은 의사결정체계로 평가되며, 공단 산하 집행조직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제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조직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의 앞선 개혁 사례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최고의사결정기구와 독립적인 전문운용기관이 바람직한 공적연기금 지배구조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적될 수 있는 정부의 책임성 및 제도와 운용의 연결 문제는 ALM 체계의 강화로 풀어야 한다. 제도운영위원회에 ALM위원회의 기능을 부과함으로써 기금운용과 연금제도의 명시적 연계를 강화하고, 급여 지급의 최종 의무자인 정부의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조응하여 운용의 집행조직은 독립적인 집행이사회(CxO)를 갖는 국제적 위상의 전문운용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앞두고 연금제도 개혁과 함께 기금운용체계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연금제도의 장기적 재정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개혁은 운용의 효율화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운용수익률 제고가 재정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 기금운용은 가입자에게 불리한 제도개혁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수익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해외 연기금의 앞선 개혁 사례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최고의사결정기구와 독립적인 전문운용기관이 바람직한 공적연기금 지배구조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적될 수 있는 정부의 책임성 및 제도와 운용의 연결 문제는 ALM 체계의 강화로 풀어야 한다. 제도운영위원회에 ALM위원회의 기능을 부과함으로써 기금운용과 연금제도의 명시적 연계를 강화하고, 급여 지급의 최종 의무자인 정부의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조응하여 운용의 집행조직은 독립적인 집행이사회(CxO)를 갖는 국제적 위상의 전문운용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앞두고 연금제도 개혁과 함께 기금운용체계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연금제도의 장기적 재정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개혁은 운용의 효율화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운용수익률 제고가 재정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 기금운용은 가입자에게 불리한 제도개혁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수익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재정계산과 기금운용체계 개편
국민연금은 5년마다 연금의 장기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의 방향을 재정립할 것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2003년에 첫 번째 재정계산이 실행된 이후 내년 2023년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해다. 재정계산에서는 흔히 장기 재정추계라 불리는 연금 계리를 통하여 70년 동안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전망한다. 지난번 4차 재정계산(2018년)에서는 2045년까지 기금 적립금이 2,5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하였다가 15년 내로 빠르게 소진된다는 추계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기금 고갈 시나리오는 이번 5차 재정계산에서 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계산에 따른 기금 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과 운용체계 개편이 범 정부적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1)
국민연금과 같이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한 자동조정장치2)가 부재한 확정급여형(DB)의 공적연금제도에 있어, 주기적인 재정계산에 따른 보험료율 및 급여율 조정 등의 모수적 개혁은 상시적이고 당위적인 제도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연금개혁은 매번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유로 좌절되거나 지연되었다. 공적연금의 개혁 방안은 어떤 식으로든 애초에 국가가 약속했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복지 혜택의 축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세대의 양보 또는 희생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제도개혁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효율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수반되어야 한다. 1995년 재앙에 가까운 재정추계 결과에 대응하여 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라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적연금 전문운용기관을 설립함으로써 연금 보험료를 6.6%에서 9.9%까지 올릴 수 있었던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3) 공적연금의 장기적인 운용수익률 제고는 그 자체로 연금제도의 재정안정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효율적인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모수적 개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완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1,000조원 규모의 거대 적립금 운용을 위한 최고의사결정위원회와 집행조직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필수불가결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현재 기금운용체계는 적립금 규모가 160조원 수준이던 2005년에 설계된 운용구조로, 그때에 비하여 자산구성이 고도로 다변화된 오늘날 비효율적인 기금운용 지배구조로 인한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정부 및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기금운용위원회)는 독립성 결여 및 전문성 부족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하위 위원회는 옥상옥의 비효율적 의사결정체계로 평가된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는 1,000조원의 거대 자금을 전 세계에 투자하는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로의 운용 역량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여 온전히 자산운용의 관점에서 기금운용의 안정성 및 수익성을 극대화하도록 재편하고, 집행조직은 이에 부합하는 연기금 전문운용기관으로서 글로벌 투자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을 제안한다.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 재편
기금의 운용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됨에 따라 안정성 및 수익성 원칙뿐만 아니라 독립성 및 공공성 측면에서도 현행 기금운용 지배구조하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가 부각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금융부문 운용규모는 924조원으로 2018년 말 639조원 대비 매년 100조원씩 증가하였다. 현행 기금운용체계가 설계된 2005년 당시 국내채권 비중이 90%를 상회하던 자산 구성에 비하면, 기금의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는 주식(45%)과 대체투자(12%) 등 이른바 위험자산 비중이 52%를 상회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도 해외투자 비중이 40%에 이른다. 거대 기금의 초장기 운용에 따르는 자산배분전략 고도화의 어려움,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제약, 정부 및 시장으로부터 독립성 확보가 어려운 운용 여건, 거대 공적연기금으로서 국가경제 및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공성 확대 요구, 핵심 운용인력 유지 및 관리의 어려움 등 현행 체계로는 기금운용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다양한 난제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 논의가 시급함을 시사하는 최근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기금운용 원칙 중 독립성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일부 공공성 원칙과 배치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공공성과 다른 운용 원칙과의 조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독립성 원칙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기금의 모든 투자의사결정은 오롯이 기금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독립성 원칙과 관련하여 최근에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뿐만 아니라 ‘시장(업계 및 투자자)으로부터의 독립성’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주식 부문에 있어 정부 차원의 국내 주식시장 부양 필요성, 일부 개인투자자의 민원 또는 집단행동 등으로 인하여 국내주식에 대한 중장기 목표비중을 기금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투자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전략적자산배분(SAA)이며, 국내주식에 대한 중장기 목표비중은 시장 여건과 타자산군과의 관계, 기금의 장기 재정추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핵심적인 운용전략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의 위험수익특성(risk return profile)과 타자산군 간의 상관관계뿐만 아니라 장기재정추계에 따른 수지차 역전에 대비한 유동성 관리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국내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전략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투자 비중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압력은 중장기자산배분의 실질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400조원 규모로 확대된 국민연금 해외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운용전략이라 할 수 있는 환정책(currency policy)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4) 재무이론에 따르면 제약 하의 자산배분은 무제약 하의 자산배분에 비해 열위에 있다. 운용전략 수립에 대한 독립성 훼손은 어떤 식으로든 기금의 손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현행 지배구조에서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전문가 집단인 전문위원회는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는 시장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지며, 전문위원회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취약한 문제점만이 부각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운용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금운용위원은 시장의 부당한 요구 및 압력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선임 및 임기 연장 권한이 정부에 있는 전문위원은 정부 부처 차원의 정무적 판단에 대항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현실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 차원의 노력과 활동에 있어 최고의사결정기구와 집행조직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기금 지배구조 연구로 저명한 Kieth Ambachtsheer는 연기금 지배구조의 개선이 2%p 이상의 수익률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5)
지배구조 측면에서 연금제도 운영으로부터 기금운용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운용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제도 특성을 반영하는 기금운용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른바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 운용체계의 필요성이다. 제도 특성을 반영한 운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정부 내에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을 포괄하는 가입자 대표 성격의 ALM위원회의 설치가 요구된다. 전문가에 의한 독립적인 기금운용이 지향 또는 준수해야 할 목표수익률과 허용위험한도 등은 재정방식 및 재정목표 같은 제도 특성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채를 고려한 자산운용으로 정의되는 ALM 체계에서 ALM위원회는 장기재정추계를 통한 기금의 부채 규모를 파악하고, 이로부터 적정 적립비율(funding ratio)을 관리하며, 기금운용의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레퍼런스 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6)를 설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법상 기구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가입자 대표성 및 정부의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운영위원회로 격상시키고, 여기에 ALM위원회의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연금 개혁을 포함한 제도운영 전반은 정부와 국회로 구성된 현행 틀을 유지하고 기금의 운용은 ALM위원회 및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가교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 부여하는, 아래 그림과 같은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
기금운용 집행조직 분리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를 민간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하부 집행조직 역시 이에 상응하는 공사(또는 공기업) 형태의 독립기구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전문운용기관으로 출범한 CPPIB와 네덜란드에서 공무원연금(Algemeen Burgerlijk Pensioenfonds: ABP)을 포함한 공적연기금 전문운용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는 APG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CPPIB 및 APG 사례는 전문성이 강조된 공적연기금 전문운용기관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연금제도의 재정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공적연금 운용기관인 일본의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는 공무원 중심의 비전문가 조직으로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운용조직이 아닌 관리조직이라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의 직역연금 CalPERS(The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는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이 분리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상기 전문운용기관에 비해 기금운용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적연기금 전문운용기관으로 신설되는 가칭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는 감독위원회 성격의 기금운용위원회(board)와 공사의 집행이사회7)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일본 GPIF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공적연기금 운용조직의 위상을 갖는다. 네덜란드 APG의 성장 과정을 참조하면, 독립된 전문운용기관은 탄력적인 조직 구성 및 운영이 가능함으로 글로벌 투자기관에 부합하는 해외법인의 적극적인 확대와 대체투자를 포함한 이질적 자산에 대한 자회사 형태의 분사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8) 전문운용기관에 의한 기금운용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량 있는 운용인력의 확보와 유지라 할 수 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민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채용 및 보상체계가 요구된다. 공기업 또는 공사의 형태로 신설되는 전문운용기관이 경쟁력 있는 운용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공공기관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완화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거대 적립금이 단일 기관으로 운용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경쟁 구도 강화를 위하여 기금의 분할 운용이 제기되기도 한다.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운용규모, 이른바 ‘연못 속의 고래’도 비효율성의 원인으로 제기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기금의 운용 기조를 감안할 때, 국내시장에서 거대 기금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보다는 해외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연기금 또는 국부펀드의 글로벌 투자 양상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는 분할에 의한 축소보다는 오히려 단일 조직으로서의 규모 확대가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해외투자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자의 현지화이다. 국민연금도 십여 년 전부터 뉴욕, 런던, 싱가폴 등지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지법인의 역할과 인력 구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준정부기관이라는 조직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담운용기관의 설립은 이러한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재정안정화를 통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 측면에서 기금 적립금의 운용 효율화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기금운용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률 제고는 복리효과를 통해 직접적으로 재정안정화에 기여한다. 1%p의 연간수익률 제고는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 없이 연금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해석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운용수익률 제고를 통한 공적연금의 재정안정화는 위험한 접근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는 자산운용에 수반되는 위험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연금자산의 운용에 있어 위험프리미엄 또는 비유동성프리미엄을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다. 단순히 큰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위험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하여 현행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요구되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기금운용 효율화는 제도개혁의 추진 동력이 된다. 국민연금제도의 운영에 있어 보험료 및 급여율 등에 대한 모수적 개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인구구조 변화 같은 환경적 요인에 연동되는 자동조절장치가 부재한 확정급여형(DB) 연금제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모수적 개혁은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됨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늘 지난하다. 공적연금의 지체된 제도개혁은 세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 효율적인 기금운용은 불리한 모수적 개혁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연금제도에 대한 모수적 개혁과 함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수익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1) 국민연금의 재정계산은 일반적으로 3개의 위원회를 중심으로 실행된다. 장기재정추계를 도출하기 위한 재정추계위원회와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모수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발전위원회, 그리고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위한 기금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논의 결과를 당해연도 10월까지 국회에 보고하는 구조이다.
2) 공적연금체계에서 연금급여, 은퇴연령, 보험료 등이 재정 상황을 반영하여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방식
3) 1996년 캐나다 공적연금(CPP) 개혁의 핵심은 기존의 부과방식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통한 적립방식으로의 제도 전환과 함께 기금운용의 목적으로 ‘캐나다 사회에 기여한다’와 같은 정부 개입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위험 대비 수익 극대화를 유일한 법적 책무’로 명시하는 연금법 개정을 통해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전문운용기관인 CPPIB를 설립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4) 국민연금은 모든 외환 익스포저에 대해 헤지하지 않는 환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 유출 등을 이유로 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전략 또는 환헤지 정책의 수정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요구가 큰 상황이다.
5) Ambachtsheer, K. P., 1998, Pension fund excellence, John Wiley & Sons. 참조
6) 기준 포트폴리오(norm portfolio) 또는 준거포트폴리오로 불리는 레퍼런스 포트폴리오(RP)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단순한 구성비로 표현되며, 기금 운용의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략적자산배분(SAA)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됨.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기금의 자산배분 방식을 기존의 2단계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포함하는 3단계 자산배분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7) 대표이사(CEO) 및 투자이사(CIO), 위험관리이사(CRO), 경영이사(COO) 등으로 구성되는 공사의 집행임원진을 의미한다.
8) CPPIB 및 APG는 해외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절반 이상의 운용 인력이 해외법인에 근무하고 있다. APG는 헤지펀드 투자를 위하여 New Holland Capital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기도 하였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연금의 장기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의 방향을 재정립할 것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2003년에 첫 번째 재정계산이 실행된 이후 내년 2023년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해다. 재정계산에서는 흔히 장기 재정추계라 불리는 연금 계리를 통하여 70년 동안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전망한다. 지난번 4차 재정계산(2018년)에서는 2045년까지 기금 적립금이 2,5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하였다가 15년 내로 빠르게 소진된다는 추계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기금 고갈 시나리오는 이번 5차 재정계산에서 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계산에 따른 기금 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과 운용체계 개편이 범 정부적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1)
국민연금과 같이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한 자동조정장치2)가 부재한 확정급여형(DB)의 공적연금제도에 있어, 주기적인 재정계산에 따른 보험료율 및 급여율 조정 등의 모수적 개혁은 상시적이고 당위적인 제도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연금개혁은 매번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유로 좌절되거나 지연되었다. 공적연금의 개혁 방안은 어떤 식으로든 애초에 국가가 약속했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복지 혜택의 축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세대의 양보 또는 희생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제도개혁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효율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수반되어야 한다. 1995년 재앙에 가까운 재정추계 결과에 대응하여 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라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적연금 전문운용기관을 설립함으로써 연금 보험료를 6.6%에서 9.9%까지 올릴 수 있었던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3) 공적연금의 장기적인 운용수익률 제고는 그 자체로 연금제도의 재정안정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효율적인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모수적 개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완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1,000조원 규모의 거대 적립금 운용을 위한 최고의사결정위원회와 집행조직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필수불가결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현재 기금운용체계는 적립금 규모가 160조원 수준이던 2005년에 설계된 운용구조로, 그때에 비하여 자산구성이 고도로 다변화된 오늘날 비효율적인 기금운용 지배구조로 인한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정부 및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기금운용위원회)는 독립성 결여 및 전문성 부족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하위 위원회는 옥상옥의 비효율적 의사결정체계로 평가된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는 1,000조원의 거대 자금을 전 세계에 투자하는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로의 운용 역량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여 온전히 자산운용의 관점에서 기금운용의 안정성 및 수익성을 극대화하도록 재편하고, 집행조직은 이에 부합하는 연기금 전문운용기관으로서 글로벌 투자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을 제안한다.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 재편
기금의 운용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됨에 따라 안정성 및 수익성 원칙뿐만 아니라 독립성 및 공공성 측면에서도 현행 기금운용 지배구조하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가 부각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금융부문 운용규모는 924조원으로 2018년 말 639조원 대비 매년 100조원씩 증가하였다. 현행 기금운용체계가 설계된 2005년 당시 국내채권 비중이 90%를 상회하던 자산 구성에 비하면, 기금의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는 주식(45%)과 대체투자(12%) 등 이른바 위험자산 비중이 52%를 상회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도 해외투자 비중이 40%에 이른다. 거대 기금의 초장기 운용에 따르는 자산배분전략 고도화의 어려움,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제약, 정부 및 시장으로부터 독립성 확보가 어려운 운용 여건, 거대 공적연기금으로서 국가경제 및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공성 확대 요구, 핵심 운용인력 유지 및 관리의 어려움 등 현행 체계로는 기금운용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다양한 난제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 논의가 시급함을 시사하는 최근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기금운용 원칙 중 독립성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일부 공공성 원칙과 배치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공공성과 다른 운용 원칙과의 조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독립성 원칙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기금의 모든 투자의사결정은 오롯이 기금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독립성 원칙과 관련하여 최근에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뿐만 아니라 ‘시장(업계 및 투자자)으로부터의 독립성’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주식 부문에 있어 정부 차원의 국내 주식시장 부양 필요성, 일부 개인투자자의 민원 또는 집단행동 등으로 인하여 국내주식에 대한 중장기 목표비중을 기금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투자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전략적자산배분(SAA)이며, 국내주식에 대한 중장기 목표비중은 시장 여건과 타자산군과의 관계, 기금의 장기 재정추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핵심적인 운용전략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의 위험수익특성(risk return profile)과 타자산군 간의 상관관계뿐만 아니라 장기재정추계에 따른 수지차 역전에 대비한 유동성 관리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국내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전략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투자 비중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압력은 중장기자산배분의 실질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400조원 규모로 확대된 국민연금 해외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운용전략이라 할 수 있는 환정책(currency policy)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4) 재무이론에 따르면 제약 하의 자산배분은 무제약 하의 자산배분에 비해 열위에 있다. 운용전략 수립에 대한 독립성 훼손은 어떤 식으로든 기금의 손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현행 지배구조에서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전문가 집단인 전문위원회는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는 시장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지며, 전문위원회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취약한 문제점만이 부각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운용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금운용위원은 시장의 부당한 요구 및 압력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선임 및 임기 연장 권한이 정부에 있는 전문위원은 정부 부처 차원의 정무적 판단에 대항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현실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 차원의 노력과 활동에 있어 최고의사결정기구와 집행조직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기금 지배구조 연구로 저명한 Kieth Ambachtsheer는 연기금 지배구조의 개선이 2%p 이상의 수익률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5)
지배구조 측면에서 연금제도 운영으로부터 기금운용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운용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제도 특성을 반영하는 기금운용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른바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 운용체계의 필요성이다. 제도 특성을 반영한 운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정부 내에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을 포괄하는 가입자 대표 성격의 ALM위원회의 설치가 요구된다. 전문가에 의한 독립적인 기금운용이 지향 또는 준수해야 할 목표수익률과 허용위험한도 등은 재정방식 및 재정목표 같은 제도 특성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채를 고려한 자산운용으로 정의되는 ALM 체계에서 ALM위원회는 장기재정추계를 통한 기금의 부채 규모를 파악하고, 이로부터 적정 적립비율(funding ratio)을 관리하며, 기금운용의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레퍼런스 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6)를 설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법상 기구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가입자 대표성 및 정부의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운영위원회로 격상시키고, 여기에 ALM위원회의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연금 개혁을 포함한 제도운영 전반은 정부와 국회로 구성된 현행 틀을 유지하고 기금의 운용은 ALM위원회 및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가교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 부여하는, 아래 그림과 같은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를 민간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하부 집행조직 역시 이에 상응하는 공사(또는 공기업) 형태의 독립기구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전문운용기관으로 출범한 CPPIB와 네덜란드에서 공무원연금(Algemeen Burgerlijk Pensioenfonds: ABP)을 포함한 공적연기금 전문운용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는 APG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CPPIB 및 APG 사례는 전문성이 강조된 공적연기금 전문운용기관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연금제도의 재정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공적연금 운용기관인 일본의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는 공무원 중심의 비전문가 조직으로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운용조직이 아닌 관리조직이라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의 직역연금 CalPERS(The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는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이 분리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상기 전문운용기관에 비해 기금운용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적연기금 전문운용기관으로 신설되는 가칭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는 감독위원회 성격의 기금운용위원회(board)와 공사의 집행이사회7)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일본 GPIF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공적연기금 운용조직의 위상을 갖는다. 네덜란드 APG의 성장 과정을 참조하면, 독립된 전문운용기관은 탄력적인 조직 구성 및 운영이 가능함으로 글로벌 투자기관에 부합하는 해외법인의 적극적인 확대와 대체투자를 포함한 이질적 자산에 대한 자회사 형태의 분사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8) 전문운용기관에 의한 기금운용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량 있는 운용인력의 확보와 유지라 할 수 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민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채용 및 보상체계가 요구된다. 공기업 또는 공사의 형태로 신설되는 전문운용기관이 경쟁력 있는 운용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공공기관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완화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거대 적립금이 단일 기관으로 운용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경쟁 구도 강화를 위하여 기금의 분할 운용이 제기되기도 한다.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운용규모, 이른바 ‘연못 속의 고래’도 비효율성의 원인으로 제기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기금의 운용 기조를 감안할 때, 국내시장에서 거대 기금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보다는 해외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연기금 또는 국부펀드의 글로벌 투자 양상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는 분할에 의한 축소보다는 오히려 단일 조직으로서의 규모 확대가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해외투자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자의 현지화이다. 국민연금도 십여 년 전부터 뉴욕, 런던, 싱가폴 등지에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지법인의 역할과 인력 구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준정부기관이라는 조직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담운용기관의 설립은 이러한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재정안정화를 통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 측면에서 기금 적립금의 운용 효율화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기금운용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률 제고는 복리효과를 통해 직접적으로 재정안정화에 기여한다. 1%p의 연간수익률 제고는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 없이 연금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해석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운용수익률 제고를 통한 공적연금의 재정안정화는 위험한 접근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는 자산운용에 수반되는 위험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연금자산의 운용에 있어 위험프리미엄 또는 비유동성프리미엄을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다. 단순히 큰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위험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하여 현행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요구되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기금운용 효율화는 제도개혁의 추진 동력이 된다. 국민연금제도의 운영에 있어 보험료 및 급여율 등에 대한 모수적 개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인구구조 변화 같은 환경적 요인에 연동되는 자동조절장치가 부재한 확정급여형(DB) 연금제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모수적 개혁은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됨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늘 지난하다. 공적연금의 지체된 제도개혁은 세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 효율적인 기금운용은 불리한 모수적 개혁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연금제도에 대한 모수적 개혁과 함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수익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1) 국민연금의 재정계산은 일반적으로 3개의 위원회를 중심으로 실행된다. 장기재정추계를 도출하기 위한 재정추계위원회와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모수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발전위원회, 그리고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위한 기금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논의 결과를 당해연도 10월까지 국회에 보고하는 구조이다.
2) 공적연금체계에서 연금급여, 은퇴연령, 보험료 등이 재정 상황을 반영하여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방식
3) 1996년 캐나다 공적연금(CPP) 개혁의 핵심은 기존의 부과방식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통한 적립방식으로의 제도 전환과 함께 기금운용의 목적으로 ‘캐나다 사회에 기여한다’와 같은 정부 개입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위험 대비 수익 극대화를 유일한 법적 책무’로 명시하는 연금법 개정을 통해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전문운용기관인 CPPIB를 설립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4) 국민연금은 모든 외환 익스포저에 대해 헤지하지 않는 환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 유출 등을 이유로 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전략 또는 환헤지 정책의 수정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요구가 큰 상황이다.
5) Ambachtsheer, K. P., 1998, Pension fund excellence, John Wiley & Sons. 참조
6) 기준 포트폴리오(norm portfolio) 또는 준거포트폴리오로 불리는 레퍼런스 포트폴리오(RP)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단순한 구성비로 표현되며, 기금 운용의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략적자산배분(SAA)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됨.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기금의 자산배분 방식을 기존의 2단계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포함하는 3단계 자산배분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7) 대표이사(CEO) 및 투자이사(CIO), 위험관리이사(CRO), 경영이사(COO) 등으로 구성되는 공사의 집행임원진을 의미한다.
8) CPPIB 및 APG는 해외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절반 이상의 운용 인력이 해외법인에 근무하고 있다. APG는 헤지펀드 투자를 위하여 New Holland Capital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