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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IPO 시장에서는 일반 제조업보다 기술주와 바이오주, 신성장 대형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주 평가에서 미래 성장잠재력과 무형자산의 가치가 중요해지며, 공모가 책정의 어려움이 증가했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IPO 시장을 보면, 공모가 대비 상장 5영업일 주가 수익률이 56.0%로 공모가가 크게 저평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2022년에 공모가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PO 수요예측 제도를 개선했다. 개선 방안은 공모가격 설정 프로세스 개선, 기관투자자와의 대화 촉진, IPO 기업과의 대화 촉진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주관사는 공모가를 이전보다 유연하게 결정하거나 발행주식 수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관투자자의 수요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여 공모예정가격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IPO 기업에 공모가 결정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 시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 수요예측 제도 개선에 유용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IPO 시장에서는 일반 제조업보다 기술주와 바이오주, 그리고 카카오뱅크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신성장 대형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과 바이오 기술의 발전, 금융 및 에너지 산업의 혁신이 주요 배경이 된다. 이러한 IPO 기업의 특성으로 인해 공모주 평가에서 미래 성장잠재력과 무형자산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요예측 제도는 시장의 평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특히 시장 평가가 중요한 신기술 기업에 대해 주관사가 공모가를 적절히 책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년간 IPO 시장을 보면, 공모가 대비 상장 5영업일 주가 수익률이 56.0%로 공모가가 크게 저평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일본은 IPO 공모가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예측 제도를 개선했다. 특히 공모가격 설정 프로세스와 기관투자자 및 IPO 기업과의 대화를 강화하여 공모가 책정의 유연성을 높였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 IPO 시장의 제도 개선에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일본의 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IPO 시장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1. 일본의 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

가. 제도 개선의 배경과 과정

2021년 6월, 일본 정부는 성장전략 실행계획에 ‘기업공개(IPO) 가격결정 프로세스 재검토’를 포함했다. 당시 문제는 상장 후 시초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돌아 투자자들은 큰 차익을 얻지만 기업은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었다. 성장전략 실행계획에는 일본에서의 시초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수준(초기 수익률)이 48.8%로, 미국(17.2%), 영국(15.8%) 등 외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9월, 일본증권업협회는 관계당국과 협의하여 ‘공모가격의 책정 프로세스 등에 관한 워킹그룹’(이하 WG)을 구성했다. WG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6차례 논의를 거쳐 2022년 2월 WG 보고서를 발표했다. WG 보고서1)의 제안을 반영하여, ‘증권의 인수 등에 관한 규정’이 2022년 6월과 2023년 1월에 개정되었다.

나. 일본의 IPO 공모 절차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IPO 공모 절차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따라서, 최근의 수요예측 제도 개선을 설명하기에 앞서 그 절차를 설명하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증권신고서에 공모예정가 밴드 대신 공모예정가격(initial offer price; 想定発行価格)을 공표한다. 이후 로드쇼에서 주요 기관투자자의 피드백을 받아 공모가 범위를 지정하는 가조건(filing range; 仮条件)을 결정하고 수요예측을 시행한다. 이때 주관사는 공모가를 가조건 내에서만 결정할 수 있으므로, 가조건은 최종 공모가의 범위가 된다. 예를 들어, 가조건의 하한이 1,000엔이고 상한이 1,200엔이면 공모가는 1,000~1,200엔에서 결정된다.
 

공모 절차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주관사가 공모예정가 밴드를 설정하고 수요예측 정보를 반영하여 최종 공모가를 결정하는 반면 일본은 주관사가 특정의 공모예정가격을 결정한 후 로드쇼에서 주요 기관투자자의 피드백 정보와 수요예측 정보를 순차적으로 반영하여 공모가를 최종 결정한다. 또 다른 차이는 일본의 수요예측은 기관과 개인투자자 모두 참여할 수 있어, 기관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보다 투자자 참여의 허용 범위가 더 넓다. 다만, 주관사는 가조건 내에서만 공모가를 결정하므로 수요예측 정보는 질적으로 제한적이다. 실제로 WG 보고서에서는 투자자들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거나 수요예측 가격을 가조건 상한이나 하한에서 대부분 제시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 일본의 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의 주요 내용

일본의 수요예측 제도 개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개선 방안은 공모가격 설정 프로세스의 개선이다. 주관사가 가조건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조건 범위 밖의 공모가를 결정하거나 발행주식 수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여2),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정한 범위’란 가조건 하한의 80% 이상과 가조건 상한의 120% 이하를 의미한다.3) 예를 들어, 주관사가 이전에는 수요예측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가조건 1,000~1,200엔에서만 결정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800~1,440엔 사이에서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로 수요예측 투자자들은 가조건 범위 밖의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고, 주관사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더 다양한 수요정보를 얻어 이를 공모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안은 수요예측 정보의 질을 향상시키고, 주관사가 공모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더 큰 유연성을 가지게 했다.

두 번째 개선 방안은 기관투자자와의 대화를 강화하여 공모주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WG는 주관사의 공모예정가격이 기관투자자의 공모주 가치 평가에 앵커링(anchoring) 효과를 준다고 보았다. 즉, 공모예정가격이 낮으면 기관투자자의 평가도 낮아지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관사가 기관투자자의 수요정보를 먼저 알아보고(testing the waters) 공모예정가격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본증권업협회는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이러한 절차를 허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주관사가 기관투자자와의 대화를 통해 시장 정보를 반영하여 공모예정가격을 더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 개선 방안은 IPO 기업과의 대화를 촉진하여 공모가 결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방안에 따라 주관사는 공모예정가격, 가조건, 공모가를 결정할 때 그 근거를 IPO 기업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IPO 기업이 공모가 결정 과정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주관사는 로드쇼와 수요예측 결과, 고객의 공모주 주가 전망, 참여 의사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추가로, IPO 기업의 요청 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친인수(親引受)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러한 방안들은 주관사가 IPO 기업의 대리인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여 공모가 저평가 문제를 완화하고 공모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보인다.


2. 국내 IPO 시장의 시사점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IPO 시장에서 공모가 저평가가 심한데, 그 원인을 공모 절차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년간 IPO 중 3/4은 공모가가 공모예정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결정되었으며, 이들 IPO의 공모가 대비 상장 5영업일 주가 수익률은 평균 66.2%에 달했다. 이는 주관사가 상당수의 IPO에서 공모예정가를 시장 평가보다 낮게 책정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주관사가 투자자 유치를 위해 IPO 기업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을 가능성이다. 둘째, 주관사가 사전에 시장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전자의 경우 IPO 기업에 대한 주관사의 대리인 역할을 강조해야 하며, 후자의 경우 주관사가 공모예정가를 산정하기 전에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요예측 제도에서는 주관사가 공모가를 결정한 후에 개인투자자로부터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즉, 일본과 달리 공모가 결정에 개인투자자 청약률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청약률 정보는 공모주의 상장 후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공모가 결정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초래한다. 이석훈(2021)4)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청약률이 800대 1을 초과하는 IPO의 공모가 대비 상장 20영업일 주가 수익률이 평균 61.5%로 높았던 반면 200대 1을 밑도는 IPO의 수익률은 8.8%로 매우 낮았다. 이는 개인투자자 청약률 정보가 적정한 공모가 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함의한다. 따라서 주관사가 IPO 공모가를 결정할 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정보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청약률도 포함하여 정보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1) 日本証券業協会 公開価格の設定プロセスのあり方等に関するワーキング・グルー, 2022. 2. 28,「公開価格の設定プロセスのあり方等に関するワーキング・グループ」報告書.
2) 발행주식 수의 변경 조항은 미국의 Rule 430A를 참고한 것이다.
3) 공모가와 발행주식 수를 함께 조정할 수 있는 ‘일정한 범위’는 가조건 공모금액의 80~120%가 된다.
4) 이석훈, 2021,『최근 IPO 시장의 개인투자자 증가와 수요예측제도의 평가』,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