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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의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진출
2024 04/15
국내 증권사의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진출 2024-08호 PDF
요약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2010년대 들어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국내 증권사는 미국, 영국, 홍콩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에 나섰으나, 오랜 기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물 중개 사업 외의 뚜렷한 경쟁력 부재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이후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신흥시장, 사업모델로는 리테일 브로커리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진출 전략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중 해외진출이 집중되어 있는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서 다수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이 현지 10대 증권사 순위에 포함되어 있으며,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수익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 부족하게 나타난다. 이는 각종 비용 증가와 더불어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시장 자본시장의 발전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시장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신흥시장은 높은 잠재성을 지니고 있지만, 해외사업은 장기적인 안목과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984년 대우증권, 대신증권 및 쌍용증권이 도쿄 및 뉴욕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시작된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벌써 40년이 넘었다. 이후 국내 증권사는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했으며, 2010년 기준 20개 국내 증권사의 93개 해외점포 중 54%, 56개 현지법인 중 66%가 선진시장에 위치하였다. 그러나 외형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 성과는 미진했으며, 2010년의 경우 국내 증권사 전체 해외사업은 6,50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1)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대 들어 국내 증권사는 해외진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선진시장 중심에서 신흥시장,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으며, 사업모델도 한국물 중개에서 리테일 브로커리지 중심으로 바뀌었다. 본고에서는 2010년 이후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특징을 살펴보고,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조명해 본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현황

2023년 9월 기준 14개 국내 증권사가 해외진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계를 제외한 37개 국내 증권사의 40%가량으로 작지 않은 비중이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범위도 상당히 넓으며, 해외진출 국가 수는 13개, 해외점포 수는 65개에 달한다. 또한 해외진출 증권사 유형도 다양하며, 8개 대형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더불어 6개 중소형사가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해외진출에 있어서는 많은 자본력이 필요한 만큼, 대형사의 해외진출이 보다 활발하다. 2023년 9월 기준 8개 대형사의 평균 해외점포 수는 7.0개, 평균 진출국 수는 5.4개에 달하며, 진출 지역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아우른다. 이에 반해 6개 중소형사의 평균 해외점포 수는 1.5개, 진출국 수는 1.5개에 불과하며, 진출 지역은 주로 아시아 신흥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림 1>은 2010년에서 2023년 9월 사이 국내 증권사 해외점포 수 추이를 보여준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수는 2010년 93개에서 꾸준하게 감소하여 2023년 9월에는 65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2010년대 들어 증시 침체로 국내 증권사 수익성이 악화되고, 해외점포를 축소하기 나서면서 나타난 결과다. 해외점포의 축소는 주로 사무소 폐쇄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2010년 37개에 달하던 해외 사무소는 2023년 9월 11개로 감소하였다. 현지법인 수의 경우 2010년 56개에서 2023년 9월 54개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2) 그러나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현지법인 구성에는 주요 변화가 있으며, 2010년 이후 선진시장 현지법인은 감소하고, 신흥시장 현지법인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표 2>는 2010년 및 2023년 9월 국가별 국내 증권사의 해외 사무소 및 현지법인 수를 보여준다. 2010년 국내 증권사는 영국에 현지법인 8개, 홍콩에는 사무소 1개 및 현지법인 14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2023년 9월에는 영국 현지법인 4개, 홍콩 현지법인 8개로 축소되었다. 일본에는 2010년 8개 사무소 및 3개 현지법인이 있었으나, 2023년 9월에는 2개 사무소 및 1개 현지법인만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현지법인 수는 2010년 8개에서 2023년 9월 10개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미국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더불어 최근 국내 투자자의 미국자산 투자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3) 국내 증권사의 중국 해외점포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가입 이후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가 앞다투어 사무소 및 현지법인 설립에 나섰다. 2010년 국내 증권사는 중국에 13개 사무소와 6개 현지법인을 두고 있었으나, 2023년 9월에는 9개 사무소와 3개 현지법인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중국의 시장 개방이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다수 국내 증권사가 중국 해외점포를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진출은 2010년대 들어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 현지법인 수는 2010년 10개에서 2023년 9월 19개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 사무소 수는 2010년 10개에서 2023년 9월 1개로 감소했으나, 이는 주로 사무소의 현지법인 전환에 기인한다.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2010년에서 2023년 사이 베트남 현지법인은 4개에서 7개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3개에서 9개로 증가했다.
 

2010년대 들어 아시아 신흥시장 현지법인 증가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전략 전환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주로 미국, 영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시장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선진시장에서의 주요 사업은 현지 기관투자자 대상 한국물 중개였으나, 제한된 수요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해야 하는 선진시장 해외사업은 국내 증권사에게 경쟁우위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는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해외진출 목적지를 돌리고, 주력 사업도 리테일 브로커리지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 전략은 국내에서 축적된 리테일 브로커리지, 특히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역량을 경쟁력으로 삼아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이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 주식시장 발전도, 개인 투자자 수요, 모바일 활용도 등이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 비해 매력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증권사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에도 진출하였으나, 해당 금융시장은 아직 은행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자본시장의 발전이나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의 성과

국내 증권사의 아시아 신흥국 해외진출 전략은 나름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다수 국내 증권사는 리테일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표 3>은 2023년 상반기 기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상위 10개 증권사를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미래에셋증권(Mirae Asset Sekuritas Indonesia), KB증권(KB Valbury Sekuritas) 및 한국투자증권(Korea Investment and Sekuritas)의 현지법인이 거래주식 수 기준 각각 1위, 7위, 10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미래에셋증권(Mirae Asset Securities Vietnam) 및 한국투자증권(KIS Vietnam Securities)의 현지법인이 주식 거래량 기준 각각 5위, 9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이 모든 면에서 완만한 상황만은 아니다. <그림 2>는 국내 증권사의 7개 베트남 및 9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실적 추이를 보여준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 영업수익은 베트남의 경우 598억원에서 4,174억원으로 7.0배, 인도네시아의 경우 528억원에서 1,492억원으로 2.8배 증가했다. 그러나 동 기간 당기순이익은 베트남의 경우 3.8배만 증가하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0.1배로 큰 폭 감소하였다.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그리고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인력 확충, 지점 확대 등 사업 증대를 위한 비용 증가 요인도 있지만, 해당 자본시장의 발전이 아직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경우 기업 지배구조, 공시 투명성, 신용평가 신뢰성 등에 있어서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의 중요한 수익원인 신용거래(margin lending) 사업에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여기에 파생상품시장의 미발달로 인해 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의 과제

지난 10여 년간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선진시장에서 신흥시장으로,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방향 전환을 해왔다. 과거 뚜렷한 경쟁우위가 없었던 선진시장 해외진출과 달리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진출은 국내 증권사가 경쟁력을 지닌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을 필두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가 기대된다. 이미 다수 국내 증권사는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지 경쟁사에 비해서도 규모나 자본력의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는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 네트워크, 시장정보 등을 기반으로 투자은행, 트레이딩 등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계획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시장 사업환경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신흥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발전도는 국내 증권사가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증권사의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도 일정 수준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증권사는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입지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리스크 관리 체계의 강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업무 범위의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현지 시장의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1) 금융감독원(2011. 7. 13)
2) 본고에서는 편의상 지점 및 현지법인을 모두 현지법인으로 지칭한다.
3) 최순영(2024)


참고문헌

금융감독원, 2011. 7. 14, 국내 증권회사 FY’10 해외점포 영업실적, 보도자료.
최순영, 2024, 『증권업 경쟁력 강화 시리즈 3: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현황 및 과제』,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