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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페그제 환율의 안정성과 금융허브 위상
2020 08/17
홍콩 페그제 환율의 안정성과 금융허브 위상 2020-18호 PDF
요약
중국의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관련 특별대우 폐지와 페그제 환율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며 금융허브 홍콩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페그제 환율 무력화 시도는 중국에 대한 견제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막대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적어도 현 시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시장기대를 반영하여 홍콩 금융 및 외환시장도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정치사회적 불안과 미ㆍ중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기업, 자본 및 인력 이탈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미ㆍ중간 정치적 갈등 및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나가되 장기적인 관점에서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현재보다 약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지속되면서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금년 6월말 홍콩에 대한 중국의 국가보안법이 정식으로 발효된 이후 미국 정부가 그간 홍콩과의 무역거래에 대해 부여해 온 관세 및 수출허가예외 적용, 비자발급 등에서의 특별대우를 즉각 철폐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이 홍콩에 대한 달러유동성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홍콩 환율제도인 통화위원회제도(currency board system)1)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엄격한 고정환율제도 형태인 통화위원회제도가 붕괴될 경우 홍콩이 갖는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장점이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도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보류결정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양국간의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홍콩 통화위원회제도의 의의, 미국의 페그제 환율 붕괴시도에 대한 유보 배경, 최근 홍콩 금융시장 영향 및 향후 위상변화 전망을 살펴본 후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간략히 기술하였다.


홍콩 통화위원회제도의 특징 및 의의

미국-홍콩정책법(1992)에 의거하여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가 채택되기 이전인 1983년부터 홍콩은 통화위원회제도를 자국의 독자적인 환율제도(exchange rate regime)로 사용해 오고 있다. 이 제도는 미달러화에 대한 홍콩달러 환율을 7.8수준(7.75~7.85 범위)으로 고정시키는 엄격한 형태의 고정환율제도(hard peg system)라 할 수 있다. 고정환율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홍콩통화청(HKMA: Hong Kong Monetary Authority)은 대외거래의 결과 외환이 홍콩으로 순유입되는 경우 이를 흡수하고 반대로 순유출시에는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범위 내에서 자국통화와 외환의 자유로운 교환을 허용함으로써 시중의 외환공급량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한다. 따라서 이 제도는 환율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자본유출입 변동에 대하여 국내금리가 자동적으로 변동하도록 함으로써 국제유동성(liquidity)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환투기공격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통화위원회제도 하에서는 대외거래에 따른 외환보유액의 증감이 자동적으로 국내통화의 공급 및 환수로 나타남으로써 독자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불가능하다.2) 또한 해외자본 유입에 대한 중앙은행의 재량적인 통화정책이 없으므로 「자본유입 → 통화량 증가(금리하락) → 경기과열 → 인플레유발」이나 반대로 「자본유출 → 금리상승 → 경기침체」현상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제도상의 특징에 따라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환투기 세력들이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홍콩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대한 동시적 공격을 감행하였으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여 단호히 대응하면서 환율수준을 방어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후에도 홍콩의 사스(SARS)위기시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고정환율의 안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홍콩의 풍부한 외화유동성에 기인한다.
 
홍콩의 통화위원회제도가 도입될 당시 미국은 미달러화 유동성에 대한 원활한 공급을 통해 고정환율의 유지를 암묵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홍콩이 국제금융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동 제도하의 고정된 환율수준은 해외자본이 환율변동위험 없이 홍콩으로 유입되어 금융거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금의 회수시 홍콩달러와 미달러화의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함으로써 홍콩이 국제금융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페그제 환율 붕괴시도 유보 배경

금번 미ㆍ중간의 분쟁시 미국은 홍콩 은행에 대한 미달러화 공급을 제한하여 홍콩 환율제도의 안정성과 국제금융중심지 홍콩의 위상을 위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미 정부의 구상은 다음과 같은 점을 배경으로 보류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홍콩 페그제 환율의 붕괴는 궁극적으로 미국이 겨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효과보다는 홍콩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우선적으로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홍콩에는 1,400개 내외의 미국기업이 진출해 있어 고정환율 붕괴시 이들의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통상적인 금융거래가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해외로의 자금이체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이 홍콩에 대한 달러유동성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현재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국내 홍콩달러 발행규모의 두 배 수준인 4,400억달러를 상회하므로 잠재적인 외환수요를 감당하고 고정환율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홍콩이 중국과 체결하고 있는 통화스왑계약(2,000억위안/630억달러 상당)을 활용할 경우 유동성 부족 우려는 더욱 줄어든다. 중국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3조달러 이상의 최대 외환보유액 보유국인 중국의 유동성 지원은 홍콩 환율제도의 방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국은 그간 홍콩을 후강퉁(2014) 및  선강퉁(2016) 등을 통해 외국자본의 본토 진출을 위한 금융시장 개방의 관문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홍콩의 환율 페그제가 붕괴될 경우 홍콩 금융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초래되면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위한 중요 거점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환율제도가 붕괴될 경우 이미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한 홍콩의 위상이 크게 훼손됨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년 4월 이후에도 홍콩증시에 대한 중국기업의 신규상장이 증가하면서 홍콩은 이미 전 세계 거래소중 가장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도 4,184억달러(2017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8배가 넘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미달러화 거래가 이루어지는 국제금융중심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의 고정환율이 불안정해질 경우 홍콩에 대한 환투기 공격이 재현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홍콩당국의 대규모 외환보유액 공급 과정에서 미국채 등 채권가격 하락과 국제금리의 상승으로 글로벌 금융불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는 국제사회에 대해 미국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홍콩 페그제 환율에 대한 붕괴 시도는 달러유동성을 무기로 홍콩에 대한 환투기공격을 감행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자국기업의 피해와 글로벌 금융불안 등 상당한 부작용에 반해 의도한 효과는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적어도 단기간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숨은 의도는 중국과의 추후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기축통화국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세계 경제패권을 유지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다가올 11월 미 대선에 힘을 보태려는 정치적 의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홍콩 금융시장 영향 및 위상변화 전망

지난해 이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지속과 최근 홍콩에 대한 미국의 특별대우 폐지와 같은 금융환경의 급변은 국제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과 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홍콩이 구축해 온 금융허브로서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단기간내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즉 홍콩의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3), 유연한 노동시장, 자유로운 기업 및 금융 환경,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등은 홍콩이 국제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홍콩이 갖는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성과 문화적 이점에 더하여 중국과 체결한 경제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CEPA)으로 상당수 품목에 대한 무관세와 서비스 및 투자 등에서의 혜택을 누리고 있어 중국 비즈니스의 관문으로서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실제 중국의 홍콩보안법이 발효되고 미국의 특별우대가 철회된 금년 7월 이후 홍콩달러 환율은 작년 민주화시위가 격화되던 시기와 대조적으로 변동허용범위의 하단(7.75) 근처에서 등락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홍콩금리(Hibor)가 Libor 금리를 상회함에 따른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유입과 중국본토 기업의 기업공개(IPO) 등으로 미달러화 자금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최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홍콩 금융 및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 및 미래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홍콩의 정치사회적 불안과 미ㆍ중간의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점차 상실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금융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지수(Global Financial Hub Index: GFHI)는 작년 세계 3위에서 금년 1/4분기중 6위로 하락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 중이며 일부는 이미 홍콩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중국 본토나 싱가포르 등으로 거점의 이동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특별대우 폐지로 무역 및 물류서비스가 위축되고 지난해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경기침체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버블붕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4) 이 경우 글로벌 및 중국기업의 철수와 홍콩의 과잉유동성에 따른 잠재적 자본유출, 그리고 고급인력들 마저도 점차 홍콩으로부터 이탈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중국 및 홍콩 당국의 정책 변화도 홍콩의 위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다. 중국은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을 계기로 홍콩에 버금가는 다양한 무역ㆍ금융지를 하이난, 상하이 등에 육성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5) 또한 미국의 환율 페그제 무력화 시도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의 환율제도가 현재의 통화위원회제도에서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를 대상으로 한 복수바스켓 형태의 위안화 페그제로 대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의 환율 페그제 붕괴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일국양제를 표방하는 중국과 홍콩의 상호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홍콩의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사점

홍콩은 중국에 대한 무역 및 금융의 관문으로서 우리나라 제4대 수출국이나 미국의 특별대우 폐지로 인해 우리나라의 실물부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 중 홍콩H지수의 비중이 크고 국내 금융회사의 홍콩 진출 등에 따른 금융연계성도 적지 않으나 아직까지 홍콩 금융시장에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홍콩 상황에 대한 대해 지나친 우려를 갖기 보다는 미ㆍ중간 정치적 갈등의 전개양상이나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나가면서 통상적인 영업활동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홍콩내 정치사회적 불안과 미ㆍ중간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신뢰저하로 금융허브로서의 매력이 점차 줄어들고 기업, 자본 및 인력의 이탈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외 금융투자처에 대한 다변화 등을 통해 홍콩과의 금융연계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1) IMF가 각국의 환율제도 운영 현황을 분류하여 매년 발표하고 있는 AREAER(Annual Report on Exchange Arrangements and Exchange Restrictions)에서는 특정 통화 및 바스켓에 대해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통상적인 페그제(peg system)와 달리 재량적인 통화정책이 부재한 홍콩의 페그제 환율제도에 대해서 통화위원회제도(currency board system)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전 세계에서 이 환율제도를 운영중인 나라는 홍콩을 포함하여 11개국이다.
2) 홍콩통화청(HKMA)은 자율적이고 재량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중앙은행(Central Bank)과는 구별된다. 실제 홍콩의 국내통화 발행은 홍콩통화청이 아니라 HSBC, 스탠다드챠타드 및 중국은행이 담당한다.
3) 현재 홍콩의 법인세(16.5%) 및 근로소득세(17.0%)는 주요 경쟁국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금융상품에 대한 이자 및 양도세도 비과세되고 있다.
4) 홍콩의 실질GDP 성장률은 2019년중 -1.2%를 기록한 데 이어 금년 1/4 및 2/4분기중에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9.1%와 -9.0%를 기록하였다.
5) ‘하이난 자유무역항 조성방안’ 및 ‘상하이 국제금융 중심 건설 행동계획(2018~2020)’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