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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의의, 영향 및 시사점
2021-03호 2021.02.01
요약
최근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서 가상화폐와 달리 기존의 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어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발행은 일반 경제주체들의 지급 편의를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되나 새로운 금리체계의 형성과 은행 예금의 감소 등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금융안정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의 발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술적,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으므로 성급히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논의 과정이나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화폐의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화폐(cryptocurrency)가 처음 등장한 이후 가파른 가격 상승을 보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극심한 가격변동성과 화폐가 갖는 지불수단으로서의 한계 등이 노정된 바 있다. 2019년에는 전 세계 25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facebook)이 가상화폐와 달리 명목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새로운 디지털화폐인 리브라(libra)의 발행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화폐의 개념과 관행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각국 화폐발행 주체인 중앙은행들도 우려와 관심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전자적 형태의 화폐 발행에 대한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6개 선진국 중앙은행이 이에 관한 경제적, 기술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나가기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런 점을 배경으로 본고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의의와 현황, 도입시 영향 및 위험요인을 살펴본 후 향후 디지털화폐의 발행과 관련한 시사점을 간략히 기술하였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의의 및 현황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란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한다. 이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구별되는 법정통화(legal tender)로서 실물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어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므로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와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도 발행하는 ‘소매 디지털화폐’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개인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디지털화폐를 공급받은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디지털화폐를 획득하게 된다. 개인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보유하는 경우 화폐발행액에는 기존의 구성 요소인 민간보유 실물화폐와 은행의 시재금과 더불어 디지털화폐 발행액도 포함하게 된다. 이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전자적으로 예치 또는 계리하는 지급준비금과 마찬가지로 개인 등 민간경제주체들도 전자적 형태의 디지털화폐를 실물화폐와 함께 보유하고 이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나 다양한 기술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급결제의 중앙집중 혹은 분산 형태에 따라 지급결제 관련 정보의 보관과 관리를 중앙은행 또는 위임받은 은행이 운영하는 단일원장방식(계정형)과 블록체인기반에 의거하여 거래정보가 다수에 의해 분산되어 관리되는 분산원장방식(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일명 토큰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산원장방식의 경우 중앙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보유자가 전자지갑을 활용하여 잔액을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실물화폐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분산원장방식은 다시 허가형과 비허가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거래취소 등에 따른 지급결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허가형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아직까지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공식화한 나라는 없으나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경제내 현금 이용 비중이 하락함에 따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e-krona)의 발행 여부를 금년중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아직까지 발행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캐나다와 싱가포르는 도매 디지털화폐 발행을 거액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로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에는 인구가 적고 현금이용이 감소추세인 경우나 지급결제서비스 등 금융서비스가 미흡한 나라(우루과이, 튀니지 등)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화폐를 이용하여 은행간 결제에 시험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인민은행이 중앙은행-상업은행-일반고객으로 이어지는 2단계 디지털화폐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국경간(cross-border) 거래에 활용하여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화폐 발행시 영향 및 리스크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해서만 디지털화폐를 보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디지털화폐와 지급준비금간의 전자적 교환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경제내의 통화총량이나 금융부문에 새로운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디지털화폐가 보급되는 소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지급결제의 편의성은 물론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금융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 디지털화폐의 보급 확산시 금융분야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우선 지급결제와 관련하여 편의성과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많은 나라에서 현금의 보유나 이를 이용한 결제비중이 대체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디지털화폐의 보급은 현금사용에 따른 도난 및 분실 위험을 줄이고 거래의 신속성 및 편의성은 높여 지급결제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민간이 발행하는 전자결제수단과는 달리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에 대한 계좌개설이나 전자적 거래에 취약한 일부 금융소외계층에 대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효율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분산원장방식 하에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체계가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는 유리하나 불법 및 지하경제 자금의 유통이 용이해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자적 형태의 지급수단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은행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지급 및 송금업무 등을 담당하는 전자금융업자와의 경합이 불가피하므로 지급서비스 업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및 유효성에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긍정적 측면으로는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이용할 경우 민간 경제주체에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같은 신속한 유동성 공급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번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시의 경우 실물화폐의 공급이 금융중개기관을 거쳐 통화승수효과가 발휘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금융불안 확대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음(-)의 디지털화폐 금리를 부과함으로써 통화정책의 효과 제고가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에 금리를 부여하는 경우 금리전달경로에 의한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변화가 예상된다. 디지털화폐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디지털화폐 유통에 따른 편의성을 차감한 수준에서 결정1)될 것으로 보이므로 「디지털화폐 금리 < 기준금리 < 단기시장금리 < 은행 예금금리」 의 순으로 금리체계가 형성되고 디지털화폐 금리는 단기금융시장에서 금리의 하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디지털화폐에 부과된 무위험 금리수준에 따라 은행 예금금리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 시장금리 및 은행대출금리 변화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이 나타나는 통화정책의 금리파급경로가 현재보다 복잡다기화되고 새로운 금리체계로 단기금융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양(+)의 금리가 부여된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무위험 금융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금리수준이나 경제주체들의 안전자산 선호 등에 따라 은행 예금중 일부가 디지털화폐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은행의 신용창출을 통한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금융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로 전환될 경우 민간의 은행예금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여력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불안 등 위험회피성향이 큰 상황에서는 이러한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면서 은행예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디지털 런(digital run)’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이에 대응하여 R/P나 콜차입과 같은 단기시장성 수신을 증가시켜 나가는 경우 금융기관간 상호연계성이 커지게 되므로 외부충격 발생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은행의 자금여력 감소에 대해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등으로 국공채를 매입 하거나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경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므로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영향은 디지털화폐에 대한 민간 경제주체들의 수요 정도와 이에 따른 은행 예금기반의 감소 정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전통적인 화폐의 개념과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인 지급결제의 안정성, 통화정책의 유효성, 금융안정 유지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통해 지급결제의 효율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증진시켜 나가면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에 우선하여 세부적인 발행형태를 설계하여야 한다. 블록체인 등 새로운 운영체계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급 편의성을 위한 출발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 및 금융안정성 유지에 각별히 유념하여야 한다. 디지털화폐에 대한 금리수준 부과시 장단기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은행의 자금조달 기반인 예금 감소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금리체계 하에서 현금 및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 변화나 은행의 신용창출 저하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금융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셋째, 향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발행될 경우 다양한 전자금융업자 등 민간부문과의 경합으로 지급서비스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화폐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과 아울러 금융관련 법률의 정비도 중요한 과제이다. 무엇보다 화폐의 발행과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한국은행법의 정비를 기반으로 하여 은행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률에 대한 금융당국자간 긴밀한 협조와 조율이 필수적이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추진 과정 또한 생각보다 복잡하므로 다른 나라의 논의 과정이나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보아가며 매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이에 관해서는 Meaning, J., Dyson, B., Barker, J., Clayton, E., 2018, Broadening Narrow Money: Monetary Policy with a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Bank of England, 참조
이런 점을 배경으로 본고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의의와 현황, 도입시 영향 및 위험요인을 살펴본 후 향후 디지털화폐의 발행과 관련한 시사점을 간략히 기술하였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의의 및 현황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란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한다. 이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구별되는 법정통화(legal tender)로서 실물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어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므로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발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와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도 발행하는 ‘소매 디지털화폐’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개인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디지털화폐를 공급받은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디지털화폐를 획득하게 된다. 개인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보유하는 경우 화폐발행액에는 기존의 구성 요소인 민간보유 실물화폐와 은행의 시재금과 더불어 디지털화폐 발행액도 포함하게 된다. 이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전자적으로 예치 또는 계리하는 지급준비금과 마찬가지로 개인 등 민간경제주체들도 전자적 형태의 디지털화폐를 실물화폐와 함께 보유하고 이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나 다양한 기술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급결제의 중앙집중 혹은 분산 형태에 따라 지급결제 관련 정보의 보관과 관리를 중앙은행 또는 위임받은 은행이 운영하는 단일원장방식(계정형)과 블록체인기반에 의거하여 거래정보가 다수에 의해 분산되어 관리되는 분산원장방식(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일명 토큰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산원장방식의 경우 중앙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보유자가 전자지갑을 활용하여 잔액을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실물화폐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분산원장방식은 다시 허가형과 비허가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거래취소 등에 따른 지급결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허가형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아직까지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공식화한 나라는 없으나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경제내 현금 이용 비중이 하락함에 따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e-krona)의 발행 여부를 금년중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아직까지 발행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캐나다와 싱가포르는 도매 디지털화폐 발행을 거액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로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에는 인구가 적고 현금이용이 감소추세인 경우나 지급결제서비스 등 금융서비스가 미흡한 나라(우루과이, 튀니지 등)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화폐를 이용하여 은행간 결제에 시험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인민은행이 중앙은행-상업은행-일반고객으로 이어지는 2단계 디지털화폐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국경간(cross-border) 거래에 활용하여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화폐 발행시 영향 및 리스크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해서만 디지털화폐를 보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디지털화폐와 지급준비금간의 전자적 교환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경제내의 통화총량이나 금융부문에 새로운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디지털화폐가 보급되는 소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지급결제의 편의성은 물론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금융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 디지털화폐의 보급 확산시 금융분야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우선 지급결제와 관련하여 편의성과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많은 나라에서 현금의 보유나 이를 이용한 결제비중이 대체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디지털화폐의 보급은 현금사용에 따른 도난 및 분실 위험을 줄이고 거래의 신속성 및 편의성은 높여 지급결제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민간이 발행하는 전자결제수단과는 달리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에 대한 계좌개설이나 전자적 거래에 취약한 일부 금융소외계층에 대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효율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분산원장방식 하에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체계가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는 유리하나 불법 및 지하경제 자금의 유통이 용이해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자적 형태의 지급수단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은행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지급 및 송금업무 등을 담당하는 전자금융업자와의 경합이 불가피하므로 지급서비스 업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및 유효성에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긍정적 측면으로는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이용할 경우 민간 경제주체에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같은 신속한 유동성 공급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번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시의 경우 실물화폐의 공급이 금융중개기관을 거쳐 통화승수효과가 발휘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금융불안 확대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음(-)의 디지털화폐 금리를 부과함으로써 통화정책의 효과 제고가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에 금리를 부여하는 경우 금리전달경로에 의한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변화가 예상된다. 디지털화폐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디지털화폐 유통에 따른 편의성을 차감한 수준에서 결정1)될 것으로 보이므로 「디지털화폐 금리 < 기준금리 < 단기시장금리 < 은행 예금금리」 의 순으로 금리체계가 형성되고 디지털화폐 금리는 단기금융시장에서 금리의 하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디지털화폐에 부과된 무위험 금리수준에 따라 은행 예금금리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 시장금리 및 은행대출금리 변화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이 나타나는 통화정책의 금리파급경로가 현재보다 복잡다기화되고 새로운 금리체계로 단기금융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셋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금융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로 전환될 경우 민간의 은행예금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여력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불안 등 위험회피성향이 큰 상황에서는 이러한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면서 은행예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디지털 런(digital run)’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이에 대응하여 R/P나 콜차입과 같은 단기시장성 수신을 증가시켜 나가는 경우 금융기관간 상호연계성이 커지게 되므로 외부충격 발생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은행의 자금여력 감소에 대해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등으로 국공채를 매입 하거나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경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므로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영향은 디지털화폐에 대한 민간 경제주체들의 수요 정도와 이에 따른 은행 예금기반의 감소 정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전통적인 화폐의 개념과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인 지급결제의 안정성, 통화정책의 유효성, 금융안정 유지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통해 지급결제의 효율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증진시켜 나가면서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에 우선하여 세부적인 발행형태를 설계하여야 한다. 블록체인 등 새로운 운영체계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급 편의성을 위한 출발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 및 금융안정성 유지에 각별히 유념하여야 한다. 디지털화폐에 대한 금리수준 부과시 장단기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은행의 자금조달 기반인 예금 감소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금리체계 하에서 현금 및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 변화나 은행의 신용창출 저하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금융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셋째, 향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발행될 경우 다양한 전자금융업자 등 민간부문과의 경합으로 지급서비스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화폐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과 아울러 금융관련 법률의 정비도 중요한 과제이다. 무엇보다 화폐의 발행과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한국은행법의 정비를 기반으로 하여 은행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률에 대한 금융당국자간 긴밀한 협조와 조율이 필수적이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추진 과정 또한 생각보다 복잡하므로 다른 나라의 논의 과정이나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보아가며 매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이에 관해서는 Meaning, J., Dyson, B., Barker, J., Clayton, E., 2018, Broadening Narrow Money: Monetary Policy with a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Bank of England,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