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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융시장안정화기구 비교 및 정책적 시사점
2022 10/24
한미 금융시장안정화기구 비교 및 정책적 시사점 2022-21호 PDF
요약
지속되고 있는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금융회사의 유동성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고, 신용스프레드는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회사채시장의 경색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금융시장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양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가 가진 특성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①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마련을 민간금융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② 미국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과정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신용위험을 재정당국(재무부)이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출연하는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

③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시장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개입을 가장 신속히 실행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별 세분화 수준이 낮고 단기자금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 볼 수 있다.

④ 미국의 경우 유동성 지원에 대한 비용을 가산금리 책정을 통해 확실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나 투자자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기 때문에 유의적인 가산금리의 부과가 사실상 부재하다.

⑤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도 이루어진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필요성이 2020년 3월에 이어 다시 급격히 커지고 있다. 위기의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파산위험성이 급증한다면 금융시장안정화 조치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그 실행방법과 절차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매뉴얼화시켜야 한다. 매뉴얼화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지속되고 있는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2022년 1월 0~0.25%이던 연준의 기준금리는 10월 현재 3~3.25%로 상승했고, 11월에는 3.75~4.0%로 상승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연말기준으로는 4.5~4.75%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이러한 금리인상에 발 맞추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4월부터 한은은 매 금융통화위원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내외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과 한국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 및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 주가는 연중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채권시장 금리도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10월 20일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연초(2,218.09)대비 770.68포인트(25.79%) 하락한 2,218.09포인트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037.83에서 680.44포인트로 34.44%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원/달러 환율은 연초 1,191.8원에서 10월 20일 기준 1,433.30원으로 241.5원(20.26%) 상승하였다. 채권시장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용스프레드도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연초 1.855%였던 국고채 금리는 10월 20일 기준 4.350%까지 높아졌고, 신용스프레드(회사채 3년물(AA-), 국고채 3년물)는 연초 60.5bp에서 123.8bp까지 상승하였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금리상승, 주가 및 원화가치의 하락은 시장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그중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나타나는 자금경색 현상은 기업의 자금조달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우려할만하다.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환율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인 무역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고공행진중인 국내 인플레이션에 지속적인 열에너지를 제공한다. 채권시장에서의 자금경색은 시장금리를 상승시킴과 동시에 신용스프레드를 확대시키고 있다. 6개월 이상 이어지는 금리 급등세에 시장이 느끼는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져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모두가 두려워하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가 실현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공포감이 시장참가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압도할 때 시장에서는 경쟁적인 자산매각이 이루어질 위험성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정상자산의 부실화로 인한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혼란의 시기에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역할은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다. 패닉셀링에 의한 무질서한 시장붕괴를 막고 시장기능이 일부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금융시장안정화기구를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으며, 시장안정에 따른 경제주체의 후생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10월 23일에 발표된 정부의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공급조치는 시장기능회복에 있어서 긍정적이고 유의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본고는 자금경색기에 활용될 수 있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유형을 검토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신용사건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활용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본고 내용은 10월 23일 정부조치 발표 이전에 작성되었으며, 10월 23일 정부조치에 대한 사후적 평가가 아니라 금융시장안정화기구가 갖추어야 할 일반적인 특징을 분석하였음을 밝힌다.

 
국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종류 및 특징: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사례

국내에서 활용되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 등이 있다. 이중 위기상황에서 기업금융지원 효용성이 높은 수단은 채안펀드, 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채안펀드, 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인해 기업으로의 자금공급이 막혔을 때 시장의 막힌 곳을 뚫어 자금이 다시 흐르게 만듦으로써 기업의 도산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안펀드는 주식시장의 가격부양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의 자금유입개선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기능정상화를 위하여 상기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실행을 발표하였다.1)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함과 동시에 신용스프레드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이다. 정부는 팬데믹으로 인한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조성되었던 총 1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에 10조원을 추가로 조성하여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채안펀드의 조성은 은행‧증권‧보험‧정책금융기관 등 총 84개 금융회사들의 공동출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채안펀드의 투자대상은 회사채, 우량기업CP와 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 금융채 등을 포함하였다. 채안펀드의 조성계획은 2020년 3월 19일에 발표되었고, 채안펀드 세부운영 방안은 3월 24일에 발표되었으며, 1차로 3조원의 규모의 Capital call을 결정한 후 4월 2일부터 회사채매입을 시작하였다.
 
P-CBO는 회사채시장의 안정화 및 원활한 기업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실행되는 제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회사채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인수하여 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의 형태로 유동화시키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회사채발행을 지원하려는 목적을 가졌으며, 총 6.7조원(1단계 1.7조원+추가 5조원)을 발행했다. 발행구조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인수한 후 주채권은행‧신용보증기금에 매각하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하여 시장안정 P-CBO를 발행하는 방식을 따른다.
 
회사채신속인수제도는 회사채만기가 집중되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중견기업+대기업)을 대상으로 회사채의 80%를 산업은행이 총액인수해주는 제도이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기업은 자체자금으로 20%를 상환하고, 나머지 80%는 산업은행이 인수해 차환하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채권(80% 해당분)은 대부분은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을 통해 P-CBO에 편입시켜 시장에 매각하고, 일부는 해당기업 채권은행에 매각함으로써 신용위험을 분산시킨다. 2020년 시행된 회사채신속인수제도는 기업에 대한 순지원 금액 기준 2.2조원 규모로 집행되었다.
 
증안펀드는 주식시장의 주가급락 및 과도한 시장변동성 완화를 목적으로 조성된 펀드이다. 금융권의 공동출자를 통해 주식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개별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대표 지수 상품에 대해서만 운용된다. 증안펀드는 채안펀드와 유사하게 Capital call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여 증권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예: KOSPI200 등)에 투자한다. 증안펀드에 출자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펀드 출자금액에 대해 건전성규제(위험가중치) 비율이 완화되어 적용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5대 금융지주와 은행‧보험‧증권 각 업권 선도 금융회사(18개 금융회사) 및 증권유관기관(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이 10.7조원을 조성했으나, 주식시장이 신속히 반등한 관계로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증안펀드는 주가하락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전술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와 차별성을 가진다.

 
미국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종류 및 특징

금융위기 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연준이 미국 정부와 협력해 가동하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크게 금융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자본시장상품 매입 프로그램, 대출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본고는 국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와의 비교를 위해 자본시장상품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며, CP매입을 위해 운영하는 CPFF(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 회사채매입을 위해 운영하는 PMCCF(Prim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와 SMCCF(Second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 그리고 유동화증권 발행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의 특성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미국이 위기상황에서 운영하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은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는데, 재원은 연준이 마련하고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위험은 미국 정부(재무부)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연준간의 뚜렷한 역할분담 및 협력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위기상황에서 시장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상황에서 신속히 자금이 투입될 수 있어야 하고 자금투입의 규모도 시장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대규모이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는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연을 통한 재원마련은 신속성 측면에서 떨어지고 대규모 자금마련에도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은 민간금융회사들에 자금마련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준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재원을 공급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재원을 마련한 후 운영과정에서 부각되는 것은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이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가 신용위험이 내재된 회사채나 CP를 매입하다 보면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매입과정에서 매입대상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여 신용사건 발생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노력은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폴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금융시장안정화기구가 매입한 상품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때 그 위험은 재무부가 부담하며, 연준은 신용위험으로부터 절연된다. 이는 연준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재원마련에 대한 협력은 가능하지만, 그로부터 발생하는 신용위험을 떠안는 최종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에 기반하는 방식이다. 신용위험을 떠안는 것은 산업정책을 주관하는 재정당국의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ESF(Exchange Stabilization Fund)를 활용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대한 에퀴티 트렌치 투자를 실행함으로써 연준의 재원공급을 디폴트로부터 절연시킨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중 CPFF와 TALF의 설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해 CP시장의 경색이 극심해지자 연준은 재무부의 협조하에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긴급유동성 공급을 위해 2008년 10월 27일 CPFF(2008)를 최초로 설립했다. CPFF는 연준법(Federal Reserve Act) 13(3)에 근거하여 운영되며, 미국 재무부는 ESF를 활용하여 CPFF에 자본투자(Equity investment)를 집행한다. CPFF는 사전적으로 매입이 가능한 CP(이하 적격CP)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였고, 이를 엄격히 준수하며 일반CP와 ABCP를 매입한다. 적격CP가 되기 위해서는 주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부여받은 CP등급이 A-1/P-1/F1이상이어야 한다. 수수료는 CPFF 최대 잔액에 대해 10bp가 적용되고, 가격산정은 3개월물 OIS(Over-night Index Swap) 금리+110bp로 한다. 연준은 CP매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기구(SPV)에 자금을 대출하고, SPV가 뉴욕연준의 감독하에 등록된 PD들로부터 적격 CP를 매입한다. 2008년에 설립된 CPFF는 2010년 2월 1일까지 적격CP를 매입하였고, 이후 2010년 4월 26일 매입하였던 모든 CP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운영이 종료되었다. 해당기간동안 매입하였던 CP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경우는 없어서 전액 만기상환이 완료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극심해지자 연준은 2020년 3월 17일 CPFF(2020)를 재가동하였다. CPFF(2020)의 기본적인 구조는 CPFF(2008)과 동일하다. CPFF(2020)은 2021년 3월 31일까지 CP를 매입한 후 종료되었으며, 매입하였던 CP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
 
TALF는 가계 및 소상공인 신용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이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해 가계 및 소상공인 대출 경색이 극심해지자 연준은 2008년 11월 25일 재무부의 협조하에 가계 및 소상공인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 지원 프로그램(TALF(2008))을 설립했다. TALF는 CPFF와 유사하게 연준법(Federal Reserve Act) 13(3)에 근거하여 운영되며, 미국 재무부는 ESF를 활용하여 TALF에 자본투자를 집행한다. TALF가 지원할 수 있는 자산유동화증권은 기초자산이 학생대출, 자동차대출, 신용카드론, 중소기업청(SBA)이 보증한 대출 등으로 제한된다. 수수료는 CPFF와 동일하게 10bp가 적용되고, 가격산정은 CLO에 대해서는 30일물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150bp, SBA 보증론에 대해서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75bp, 그이외의 기초자산에 대한 유동화증권은 2년물 OIS금리+125bp로 한다. TALF(2008)은 2009년 3월부터 자산유동화증권시장에 자금을 공급하였고 2010년 6월 30일 종료되었다. TALF(2020)은 2020년 3월 23일 설립되었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자금을 공급했다.
 
PMCCF와 SMCCF는 회사채시장에 대한 유동성공급을 위해 2020년에 설립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에는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회사채시장에서 나타난 극심한 자금경색을 완화하고자 2020년 3월 23일 연준은 재무부의 협조하에 PMCCF와 SMCCF를 설립하였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PMCCF는 회사채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었고, SMCCF는 회사채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다. PMCCF와 SMCCF는 TALF 및 CPFF와 유사하게 연준법(Federal Reserve Act) 13(3)에 근거하여 운영되며, 미국 재무부는 ESF를 활용하여 PMCCF와 SMCCF에 자본투자를 집행한다. PMCCF가 매입할 수 있는 회사채는 2020년 3월 22일 기준 신용등급이 BBB-/Baa3 이상이어야 하며, 3월 22일 이전까지는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었으나 이후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일 경우 최소 BB-/Ba3 이상이어야 한다. 신용등급에 대한 기준은 SMCCF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격산정은 PMCCF의 경우 발행기업마다 시장상황을 고려해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수수료 100bp가 가산된다. SMCCF의 경우 가격산정에 별도의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으며, 공정시장가격으로 회사채를 매입하는데, 발행시장과는 달리 유통시장에서 추가로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회사채보유자들이 SMCCF에 회사채를 매각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PMCCF와 SMCCF는 2020년 12월 31일에 회사채 매입을 종료하였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비교 및 정책적 시사점

전술한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우리나라 금융시장안정화기구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차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마련을 민간금융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자금조달의 신속성, 대규모 장기자금조달의 용이성과 같은 장점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금융회사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는 출연금 배분 및 동의와 같은 다자간 의견조율 절차가 필요하기에 신속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금융위기 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에 의한 재원마련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민간에 의한 자금출연은 최초에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자금동원이 필요할 경우 자금출연의 신축적인 확장에 제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위기상황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경우에도 효과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미국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과정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신용위험을 재정당국(재무부)이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출연하는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 신용위험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떠안을 경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보다 시장기능의 유지에 훨씬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위기상황에서 정부에 의한 신용위험부담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제도운영에 있어서도 참고할만한 사안이다.
 
셋째,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시장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개입을 가장 신속히 실행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별 세분화 수준이 낮고 단기자금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 볼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CP시장, 회사채발행시장, 회사채유통시장, 자산유동화증권시장 등으로 세분화되어 정밀타격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2008년과 2020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위해 CP시장으로의 개입이 가장 신속하게 일어나고, 그 이후에 회사채시장과 자산유동화증권시장으로의 개입이 일어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채시장과 CP 및 전자단기사채로 구성되는 단기자금시장간의 세분화가 뚜렷하지 못하다. 채안펀드로 회사채와 CP를 모두 매입하는 방식을 가진다. P-CBO도 유동화증권시장에 대한 지원형식을 가지지만 그 경제적 실질은 회사채시장지원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신속한 개입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째, 미국의 경우 유동성 지원에 대한 비용을 가산금리 책정을 통해 확실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나 투자자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기 때문에 유의적인 가산금리의 부과가 사실상 부재하다.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CPFF는 110bp, TALF는 75~150bp, PMCCF는 100bp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SMCCF만 가산금리의 적용이 면제되는 정도이다. 외견상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적용이 정부에 의한 보조금 지급성격을 전혀 가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의해 혜택을 보는 당사자가 그 혜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시장금리 또는 더 낮은 수준에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기상황에서 기업에 대해 주어지는 혜택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며 오히려 혜택을 주어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가산금리의 부재로 인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의한 긴급유동성 지원이 지원대상의 모럴헤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공급의 혜택을 보는 당사자가 그에 대한 비용을 일정 수준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인 금융시장안정화기구 설계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도 이루어진다. 연준이 운영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을 살펴보면 부채성 자금거래가 이루어지는 영역에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이상의 비교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금융시장의 환경이 극심하게 나빠질 때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위기의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파산위험성이 급증한다면 금융시장안정화 조치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 시장금리 급등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환경은 점차 심각한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필요성이 2020년 3월에 이어 다시 급격히 커지고 있으며, 지난 10월 23일에 발표된 정부의 시장유동성공급조치는 이러한 시장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방향성을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향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추가적인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성도 크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그 실행방법과 절차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매뉴얼화시켜야 한다. 매뉴얼화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국내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은 여러번의 실행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원마련과 위험부담 측면에서 매뉴얼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1) 금융위원회, 2020. 3. 19,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보도자료.
    금융위원회, 2020. 3. 24,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보도자료.
    금융위원회, 2020. 3. 27, 14개 유관기관이 함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100조원+@를 차질없이 이행해나가겠습니다,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