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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방향
2023 02/20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방향 2023-04호 PDF
요약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가 빨라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경제 규모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자본시장과의 상호연계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복잡성이 크다. 또한 비은행 중소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연쇄 손실 개연성이 크다.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금 중개의 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레버리지를 포함하고 있어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손실이 금융회사의 손실로 전이되고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전이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국제금융감독기구가 그림자금융을 규율했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 금융당국도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정보 투명성을 높이며, 스트레스 테스트 정례화 등을 통해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현황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나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 또는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을 뜻하는데, 본고에서는 부동산을 매개로 자금 중개나 신용 창출 기능을 수행하는 PF(Project Financing) 대출‧보증, PF 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1), 부동산펀드 및 특별자산펀드를 부동산 그림자금융으로 정의했다. 2022년 9월말 기준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76조원으로 2014년말 246조원 대비 3.6배가 증가했는데 연평균 증가율은 17.8%에 해당한다(<그림 1> 참조). 동기간 상업은행의 대출 잔액이 연평균 7.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는 은행의 간접금융 증가율 대비 2.5배 빠르다. 부동산 그림자금융 유형별로는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PF 유동화증권 규모가 4~5배 증가했으며, 부동산신탁 및 PF 대출‧보증 규모가 3~4배 증가하는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은행의 간접금융 대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거나 부동산금융 취급 기관이 부실화되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금 중개의 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등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으며 레버리지가 큰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되면 금융기관이 연쇄 손실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실물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발생한 부동산 PF 관련 자금 경색 위기가 대표적인 예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중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수준을 진단하고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하지 않도록 위험관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금융시스템 내 중요 기관을 선정하거나 시스템리스크 수준을 측정할 때 규모, 상호연계성, 복잡성, 국내 특수성 요인 등을 고려한다.2)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규모, 상호연계성, 복잡성, 국내 특수성 측면에서 위험 수준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첫째,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경제 규모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말 GDP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은 16%에 불과했으나 2022년 9월말 해당 비중은 42%로 GDP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그림 2> 참조). 한국 전체 그림자금융 규모 중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발표한 글로벌 그림자금융 통계3)에 따르면 2014년말 한국 전체 그림자금융 규모는 621조원으로 이중 40%가 부동산 그림자금융으로 볼 수 있는데, 2021년말 한국 전체 그림자금융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은 62%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즉, 부동산을 제외한 그림자금융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배율은 동기간 0.7배에서 1.9배로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금융기관, 건설회사, 가계의 자산 및 부채 구조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고 부동산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크기 때문에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시스템리스크 잠재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타 금융회사나 건설회사의 손실로 빠르게 전이되고, 보유 부동산의 급매 출회(fire-sale)로 부동산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악순환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
 

 
둘째,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본시장과의 상호연계성이 높다. 부동산 PF 사업의 경우, 브릿지론 및 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때 증권회사,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자금 공급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PF 시행사가 유동화전문회사를 끼고 PF 대출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증권회사는 이에 대한 채무보증을 수행하는데, 만약 자본시장에서 PF-ABCP 및 PF-AB전단채 등의 발행이 어려워지면 증권회사 및 부동산 PF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4분기 채권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한전채의 대규모 발행으로 수급 쏠림현상이 나타나 상당수 PF-ABCP 및 PF-AB전단채가 차환 발행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PF 사업장이 자금 경색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본시장이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되면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만일의 경우 PF 사업장이 부실화되면 PF 대출‧보증을 수행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손실을 볼 수 있고 관련 신탁, 펀드, 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한 다수의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역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금융투자상품의 투매가 발생하는 등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복잡성 또한 매우 커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부실 발생시 시스템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 부동산 PF 대출‧보증 및 유동화증권의 경우 신용 변환과 만기 변환을 통해 기초자산의 위험을 재구조화하고 있으며, 일부 경로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PF 시행사는 지분형(equity)과 대출형(debt)으로 구분해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형은 구조화 기법을 사용해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눈 뒤 신용 변환을 거쳐 다수의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은 만기 변환 기능을 제공한다. 부동산 PF 사업장은 분양 완료까지 3년 내외의 기간이 필요한데 통상 3개월 만기의 PF-ABCP 및 PF-AB전단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만기 미스매칭 위험에 노출된다. 이때 3년 기간 중 한 번이라도 PF 유동화증권 발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부동산 PF 사업 단계에서 금융회사 또는 건설회사 등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증권회사의 PF 채무보증과 부동산신탁 책임준공의 경우 부실화 조건에 따른 이행 의무가 복잡하게 규정되어 있고, 계약 조건이 비정형화 되어 있는 등 복잡성이 크다.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역시 상당수가 신용 변환과 만기 변환 기능을 포함하고 있고 거래상대방 위험과 환율변동 위험, 유동성 위험 등도 가지고 있어 부동산 그림자금융 전체적으로 복잡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넷째, 비은행 중소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위험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취급하는 경향이 많다. 부동산 그림자금융 중에서 부실 위험이 큰 PF 대출‧보증 취급 금융기관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작고 위험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형 증권회사와 중소형 여전회사를 중심으로 PF 대출‧보증을 늘려왔다. 2022년 9월말 기준 부동산 PF에 대해 브릿지론 대출 및 채무보증을 수행한 22개 증권회사에 대해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 비중을 살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증권회사일수록 PF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이는 PF 대출‧보증 사업의 경우 주선 수수료율이 높고 건전성 규제 비율에 반영되는 위험액 산출 규모가 낮아 중소형사 중심으로 PF 대출‧보증을 확대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위험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형 금융회사들이 PF 익스포져를 확대하면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되었을 때 연쇄적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나빠질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위험관리 방향

이상을 요약하면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경제 규모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자본시장과의 상호연계성이 높으며, 복잡성이 크다. 또한 중소형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 급락시 연쇄적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될 개연성이 있다. 즉 규모, 상호연계성, 복잡성, 국내 특수성 측면에서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시스템리스크 개연성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자금융은 은행시스템을 대신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그림자금융 규모가 과도하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금융감독기구는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스트레스 테스트 정례화 등의 위험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국제금융감독기구의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율 방안을 참고하여 한국 금융당국도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금융안정을 위협하지 않도록 규제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본시장과의 연계성이 높고 복잡성 및 레버리지가 클 수 있는 부동산 PF 대출 및 보증, 책임준공형 신탁, PF 유동화증권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도록 비은행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기자본 규제 비율 산출에 반영되는 위험액 계산식을 개정하고 레버리지비율과 유동성비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부실 가능성 및 손실 전이 위험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그림자금융 전체에 대한 위험요인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때 정례적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여, 부동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급락하거나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들을 가정하여 부동산 그림자금융으로 인한 예상 손실 및 전이 손실을 측정하고 손실에 비례하는 만큼을 충당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단기 성과보수 극대화를 위해 고위험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을 늘리지 않도록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성과보수 체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은행이 제공하는 부동산 담보신탁은 그림자금융 통계에서 제외했다.
2) FSB, BIS, 2009, Guidance to Assess the Systemic Importance of Financial Institutions, Markets and Instruments: Initial Considerations 참조
3) FSB, 2022, Global Monitoring Report on Non-Bank Financial Intermediation 202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