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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3월 발생한 미국 내 중소은행들의 파산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위기감이 높아진 바 있다. 실증분석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불안 충격 발생시 국내에서는 주가가 하락하고, 회사채ㆍ국채금리 및 CPㆍ콜금리 간 스프레드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금리 스프레드들은 6개월 가까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행히 3월 금융불안은 충격의 강도가 크지 않았고,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그 여파도 점차 가라앉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연준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은행권에 다수의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어, 앞으로도 크고 작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불안이 국내 금융불안을 촉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국내 물가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필요 영역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분리 대응 방식으로 신속하게 혼란의 확산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취약점이 있었던 미국 내 금융기관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3월 들어 실리콘 밸리 은행(SVB, 자산 2,120억 달러1))에 이어 시그니쳐 은행(자산 1,100억 달러)이 파산하였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자산 2,130억 달러)은 유동성 위기를 맞는 등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불안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들 은행은 자산ㆍ부채 간 만기불일치, 보유자산의 평가손, 과도한 비부보 예금 비중 등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를 겪었다.


정책 대응 및 경과

연준 등 정책 당국은 불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유동성 공급 및 예금자 보호 조치를 취하였다.2) 연준은 SVB 파산 직후 신규 대출제도(Bank Term Funding Program: BTFP) 실시 및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 대출의 담보 인정비율 상향3)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가 가교 은행을 설립하고 여기에 연준이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파산한 은행의 예금자들이 한도의 제약없이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하였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은 낙인효과(stigma effect)4)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재할인 창구 등 중앙은행 대출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SVB 등의 파산 이후 BTFP와 재할인 창구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면, 당시 긴박하게 유동성이 필요했던 은행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 다만, <그림 2>에서 지역 연준별 자산 증감 내역을 보면, 대출 자금은 뉴욕 연준에서 일부, 샌프란시스코 연준에서 대부분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 그러한 필요성은 파산 은행의 소재 지역에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당국의 조치 이후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3월 중소은행들의 파산사태가 미국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3>은 주요 금융불안기인 저축ㆍ대부조합(S&L)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GFC) 시기, 그리고 2020년 1월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미국 금융상황지수(Adjusted National Financial Conditions Index: FCI)5)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저축ㆍ대부조합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긴축적인 금융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금년 3월의 경우, FCI가 긴축적인 방향(상승)으로 변화하기는 했지만 그 폭이 크지 않고6) 움직임도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 요인

미국 내 금융상황이 다소 호전됨에 따라 3월 충격의 여파는 점차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는 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다수의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어 금융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불안 요인으로는 미 은행권 전체적으로 보유자산의 평가손이 약 2조 달러에 이르며, 비부보 예금비율7) 및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져가 높은 중소은행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비부보 예금 비율이 높은 미국 내 은행들의 경우, 작은 충격으로도 SVB 사태와 같은 뱅크런이 촉발될 위험이 있다. Jiang et al.(2023)은 미국 내 은행의 비부보 예금 중 10%만 인출되더라도 66개의 은행이 지급불능8) 사태를 겪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들 66개 은행의 총자산은 약 2,1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동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SVB급 은행 하나가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게 됨을 예상할 수 있다. 아울러 해당 분석은 재무적인 관점에서 직접적인 영향만을 추정한 것이므로,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뱅킹 등을 통한 파급효과가 작용한다면 그 규모가 한층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즉, 최근과 같이 예금자들의 주의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특정 은행의 취약성이 부각된다면, 해당 은행뿐만 아니라 일부 유사성이 있는 여타 은행들로까지 디지털 뱅크런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미국 금융불안의 영향

대규모 뱅크런이나 자산가격 급락 등으로 미국에서 금융불안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자국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ㆍ경제상황에도 영향을 미친다. 먼저, <그림 4>는 미국의 금융상황에 긴축적인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미국 내 산업생산지수와 소비자물가가 유의하게 하락한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9) 아울러, 금융불안으로 인해 생산활동과 인플레이션이 둔화된다면, 연준의 대응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데 <그림 5>는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추정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3월의 충격은 정책금리를 약 20b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10) SVB 사태 이전, 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 50bp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중소은행 파산으로 금융상황이 악화되면서 시장의 전망은 25bp 인상으로 하향 조정되었다(<그림 6>). 그리고 Powell 의장도 FOMC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폭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었음을 시사한 바 있다.11) 다만, 그 충격이 크지 않았고 시장도 빠르게 안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3월의 금융불안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금년으로 앞당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금융상황 악화는 경기 전망이나 리스크 프리미엄 등의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준금리를 통한 정책 대응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와 CP 시장에 대한 영향은 다소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 7>의 좌측 상단을 보면, 미국의 금융불안 발생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나 인상폭 축소를 통해 대응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대응은 단기물을 중심으로 시장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CP(91일물 A1)와 콜금리 간 스프레드가 6개월 내외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그림 7> 우측 상단). 이러한 결과는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관측된다(<그림 7> 좌측 하단). 추정 결과에 따르면, 3월과 같은 미국의 금융불안은 신용 스프레드를 최대 15bp 내외 상승시키고, 그 영향이 6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그림 7>의 우측 하단은 주가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데, KOSPI 지수는 최대 약 1.5% 하락(3월 충격 기준 환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그 영향은 2개월 내외 정도만 유의한 것으로 분석되어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알 수 있다.
 

시사점

3월 발생한 미국 내 중소은행들의 파산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다행히 정책 당국의 조치 이후 시장이 조기에 안정되면서 실질적인 충격의 강도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미국 내 예금의 경우, 기업자금을 중심으로 예금이 MMF로 대거 이동하는 등 순유출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MMF런까지 발생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하면 자금 경색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월말부터 미국 내 금융상황이 일부 호전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준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권에 다수의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어 앞으로도 크고 작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자력 회생에 결국 실패하고, 일부 중소은행들에 대한 위기설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은 불안의 불씨가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국지적인 자금 경색으로 CP 및 회사채 시장 전체가 냉각된 바 있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또 다른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아직 필요하지만,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에는 선별적인(targeted) 유동성 공급, 즉 분리 대응 방식으로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금융불안은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에 6개월 가까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의 긴축 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은 정책 당국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또한,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대응이 지연될수록 수습에 필요한 유동성이 증가하여 기존 통화정책의 효과와 향후 정책운영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긴급 유동성 공급 규모가 증가할수록 기존 통화정책 방향과의 상충이 커지고, 추후에 유동성을 회수하는 데 보다 강도 높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이 신속한 분리 대응 원칙을 견지하면서 미시적인 시장 안정화 방안을 준비하고 활용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1) 2022년말 기준이다.
2) SVB 파산(3월 10일) 직후인 3월 12일에 유동성 공급 및 SVB 예금에 대한 전액 보장 조치가 발표되었다. SVB 파산과 BTFP와 관련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황세운(2023)을 참조할 수 있다.
3) 재할인 창구 대출에 대한 국채, 공사채, MBS 등 담보증권의 헤어컷 비율을 1~5%에서 0%로 낮추었다.
4) 해당 시중은행이 시장에서 유동성을 조달할 수 없어 중앙은행의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인식됨을 의미한다.
5) 시카고 연준이 자금시장, 주식ㆍ채권시장, 은행ㆍ그림자금융 부문과 관련된 105개 금융시장 변수의 공통요인을 추출하여 작성하는 진단 지표이다.
6) 금융상황지수 자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충격을 식별하여(<그림 4>와 <그림 5>에 제시된 결과를 도출한 모형 이용) 비교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금년 3월과 비교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ㆍ대부조합 사태 당시의 최대 충격은 각각 9배 및 6배에 이르는 수준이었고, 해당 기간 중 상당한 크기의 충격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7) 일각에서는 미 재무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위기시 예금을 전액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지만(Bloomberg, 2023. 3. 21, US studies ways to insure all bank deposits if crisis grows), Yellen 재무장관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Wall Street Journal, 2023. 3. 22, Yellen says treasury isn’t considering garanteeing all bank deposits).
8) Jiang et al.(2023)은 비부보 예금 인출 후 시가평가된 자산 총액이 부보 예금 총액에 미달하는 경우를 지급불능 상황으로 정의하였다. 
9) 미국의 산업생산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실효 정책금리(effective Fed funds rate), 금융상황지수, 유가(WTI)를 변수로 벡터자기회귀(VAR) 모형을 설정하고, 상기 순서에 따라 축차적 식별(recursive identification) 조건을 부여하여 충격반응을 분석한 결과이다.
10) 그림에 제시된 충격반응함수는 금융상황지수에 대한 1표준편차 충격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로, 금년 3월 발생한 충격의 강도는 약 0.8표준편차에 해당한다. 본문에서 언급된 추정치(20bp)는 3월 발생한 충격에 상응하는 수치로 환산한 것이다.
11) “we also assess, as I mentioned, that the events of the last two weeks are likely to result in some tightening of credit conditions for households and businesses, and thereby weigh on demand, on the labor market, and on inflation. …⋯… you can think of it as being the equivalent of a rate hike or perhaps more than that.”(3월 FOMC 직후 기자 간담회 답변)


참고문헌

황세운, 2023,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3-06호.
Jiang, E. X., Matvos, G., Piskorski, T., Seru, A., 2023, Monetary tightening and U.S. bank fragility in 2023: Mark-to-market losses and uninsured depositor runs?, NBER Working Papers 3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