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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혁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지난 5년 동안 지연된 개혁으로 인해 기금 고갈은 2년 앞당겨지고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1.5%p 늘었다. 2055년이면 기금이 모두 소진되고 국민연금은 완전부과방식으로 전환된다. 적립금이 남아있지 않은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26.1%로 늘어났다. 세대 간 부양을 전제로 하는 공적연금 개혁의 주안점은 세대 간 형평성이다. 적립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는 개혁안으로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절대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부과방식 공적연금제도를 자랑하던 선진 복지국가들은 최근 부과방식 연금에 적립 성격의 완충기금을 쌓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적립방식에 비해 부과방식 연금제도는 인구변화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연금제도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우리 국민연금에는 이미 1,00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이 쌓여있다. 기금을 모두 소진시키고 부과방식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적립금이 영구히 유지되는 재정방식을 재설계하기에 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캐나다 국민연금의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steady state partial funding system)을 의미한다. 우리도 수용가능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합리적 수준의 운용수익률 제고를 통해 정상상태적립을 달성할 수 있다. 공적연금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이다.
들어가는 말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그로 인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여론이 정치권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개혁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번에도 역시 의미 있는 연금개혁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하다. 세대 간 그리고 계층 간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연 금개혁은 그만큼이나 제도적으로 풀기 힘든 난제 중의 난제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국회의 공적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모수개혁에 대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1기를 마무리하였으며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다.1) 국회 연금특위는 개혁의 우선순위를 모수개혁보다는 구조개혁으로 선회하고, 2기 전문가자문위원회에서는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이어가기로 하였다.2) 하지만 공적연금 개혁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간에는 선후와 경중이 있을 수 없다. 개혁안은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으로 대표되는 모수개혁 관련하여,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함에 있어 적립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는 어떠한 해법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공적연금 재정방식의 문제이다.3) 완전부과방식 공적연금제도를 자랑하던 선진 복지국가들은 최근 부과방식 연금에 완충기금 성격의 적립금을 추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적립방식에 비해 부과방식 연금제도는 인구변화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완전부과방식은 세대 간 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연금제도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우리 국민연금에는 이미 1,00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이 쌓여있다. 기금을 모두 소진시키고 완전부과방식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적립금이 영구히 유지되는 재정방식을 재설계하기에 보다 유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캐나다 국민연금의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steady state partial funding system)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하에서는 먼저 공적연금의 재정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연금제도의 재정방식은 크게 부과방식(Pay-As-You-Go: PAYG)과 적립방식(funding system)으로 나뉘며, 적립방식에서 적립 수준에 따라 완전적립(fully funded)과 부분적립(partial funding)으로 구분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부분적립방식 공적연금제도로 분류된다. 본 글에서는 국민연금의 제도개혁 방향이 공적연금의 보편적 재정방식이라 할 수 있는 완전부과방식을 지향하기 어려운 이유를 최근 부과방식 연금제도에 적립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선진 복지국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제도개혁 방향으로 연금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보험료 수입과 적립금 운용수익으로 분담하는 캐나다 공적연금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제도개혁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공적연금의 재정방식

영구존속을 전제로 하는 공적연금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재정의 장기적 균형이 달성되어야 한다. 연금재정의 장기균형이란 ‘모든 미래지출의 현재가치가 모든 미래수입의 현재가치와 그때까지 적립된 기금의 합과 동일함’을 의미한다. 공적연금에 대한 다양한 재정방식이 있겠으나, 모든 재정방식은 이러한 장기재정균형을 충족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제도는 부과방식(PAYG)이 복지국가의 보편적인 재정방식으로 간주되어 왔다.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공적부조와 세대 간 부양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공적연금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부과방식은 은퇴세대의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근로세대의 보험료로 조달한다. 내가 내는 보험료가 나의 몫으로 적립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연금수급자의 급여로 지출되기 때문에 별도의 적립금이 쌓이지 않는다.4) 부과방식에서는 수입과 지출이 기계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별도의 적립금을 가져가지 않는 완전부과방식에서 수입은 해당 시점 보험료의 합을 의미한다. 급여 지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온전히 보험료 수입에 의존하게 되며, 이때 요구되는 보험료율을 ‘부과방식비용률’이라 한다.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부과방식비용률은 2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5) 즉, 기금이 모두 소진된 미래세대는 소득의 26% 이상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여야 한다는 뜻이다.6) 퇴직연금을 포함한 다른 사회보험료 등을 감안할 때 이는 부담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기금 고갈은 완전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뿐, 국가가 존속하는 한 공적연금의 약속된 급여는 반드시 지급된다는 주장을 MZ세대가 온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이유라 하겠다.

국민연금은 현재 적립비율(funding ratio)7)이 1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적립 상태이다. 제도로서의 부분적립방식은 연금제도 초기의 과도기적 상태로, 제도가 성숙됨에 따라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중간 단계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개념의 부분적립은 일정 기간 내에서만 적립금이 유지되는 ‘단계적 부분적립(scaled premium partial funding)’으로 정의된다. 단계적 부분적립방식에서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축적된 적립금은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급여 수준이 고정되어 있다면 재정안정화를 위한 주요 정책변수는 보험료의 조정뿐이며, 적립금의 운용수익은 정책적으로 목표할 수 없는 외생변수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렇게 고갈을 전제로 제시되는 모수개혁의 대안이 어떤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렵다. 고통스러운 보험료 인상을 감내한 결과가 연금재정의 영구 안정이 아니라 단순히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정도의 효과일 뿐이라면 이는 반복되는 개혁의 피로도만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세대 간 형평성임을 감안할 때, 완전부과방식을 전제로 제시되는 모수개혁의 대안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공적연금의 보편적 재정방식으로 여겨져 왔던 부과방식이 우리 국민연금의 미래로 부적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과방식은 기여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단순히 현세대가 적게 내고 많이 받으려고 하기 때문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근로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부양이라는 메커니즘에서 미래 세대의 인구가 현세대보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공적연금의 사회적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제도에서 불거지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의 문제이다. 서구의 앞선 복지국가들이 최근 부과방식 공적연금에 현세대의 추가적 기여를 통한 적립 성격을 강화하고자 애쓰는 이유이다. 인구 감소의 시대에 완전부과방식은 세대 간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음으로 현세대가 기금을 조성하여 미래 세대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부과방식 공적연금의 적립 성격 강화

대표적으로 2001년 출범한 뉴질랜드의 슈퍼에뉴에이션(Superannuation fund)을 들 수 있다. 호주의 퇴직연금제도와 이름이 동일하여 오해되기도 하나, 뉴질랜드의 슈퍼에뉴에이션은 기초연금에 대한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을 덜기 위해 현세대가 세금으로 조성한 일종의 국부펀드다. 국부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연금펀드로 불리는 이유는 펀드의 조성 목적이 미래 세대의 연금 재원 확보이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현세대와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의 격차를 줄여 세대 간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매년 기금에 투입되는 국가 기여금은 GDP의 일정 비율로 정해지며, 2023년 현재까지 243억 달러의 정부 재정이 투입되었다. 기준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 체계하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통해 기금의 현재 누적 규모는 620억 달러에 이른다. 2036년까지 적립금의 중도인출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뉴질랜드 정부는 2050년까지 적립금 인출이 없을 것으로 예고하였다.

호주 역시 미래 세대의 연금 급여 지급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 목적으로 2006년에 퓨처펀드(Future fund)를 조성하였다. 2006년에 605억 달러의 재정을 투입한 이후 연평균 9.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여 2022년 현재 기금의 전체 운용규모(AUM)는 1,940억 달러에 이른다. 적립금의 사용은 2020년부터 가능하였으나 호주 정부는 적어도 2027년까지는 중도인출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보다 직접적인 사례로 아일랜드의 국민연금적립기금(National Pension Reserve Fund: NPRF)을 들 수 있다. 아일랜드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공적연금의 급여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2025년 이후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1년 국민연금적립기금을 조성하였다. 정부는 매년 GNP의 1%를 재정으로 기여하고,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2025년부터 최소한 3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지출토록 하고 있다. 완전부과방식의 공적연금이 사전 적립 기반 부분적립방식으로 전환된 사례라 하겠다.

Yermo(2008)8)는 부과방식 공적연금제도에서 사전 적립의 기금을 조성하는 논거로 조세부담의 평탄화(tax smoothing)를 통한 세대 간 형평성 제고 외에, 공적기금의 투자 성과 제고를 통한 공적연금의 급여 지급 역량 강화를 제시하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적기금은 사적 연금기금에 비해 장기 투자자로서의 이점과 운용규모 및 평판도 등에 의한 투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투자를 통해 인구고령화 수준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자본소득을 수취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사전 적립 기금들이 대부분 6% 후반대의 높은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보험료와 기금 수익의 역할 분담

부과방식 공적연금의 적립 성격 강화라는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현행 재정방식인 부분적립방식은 부가방식 국가들이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통해 조성하려는 적립 기금이 이미 1,000조원이 쌓여있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소진시키지 않고 일정 규모 적립금을 영구히 존속시킴으로써 인구 고령화로 인한 부과방식 공적연금의 제반 문제를 제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재정방식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의 적립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부과방식비용률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정상상태적립(steady state funding)이라 한다. 캐나다 국민연금인 CPP(Canada Pension Plan)가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공적연금 재정방식이다.

캐나다 CPP는 재정계산의 주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평가기간인 75년 동안 일정 수준(5~6배)의 적립배율9)을 유지하는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을 설계하였다.10) 재정계산에 따라 정상상태적립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보험료율(minimum contribution rate)과 적립금 운용의 목표수익률이 제시되는 구조이다. 개혁 초기에 1998년 6.4% 수준이던 보험료를 2003년까지 9.9%로 단계적 인상하였으며, 보험료 조정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이후의 재정계산 과정에서 정상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주요 정책변수는 기금운용 목표수익률의 조정이 된다. 기준 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 체계로 제시되는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은 6% 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11) 이를 부과방식비용률에서 보험료와 운용 수익금의 역할 분담으로 해석하면, 급여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의 60%를 미래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충당하고 나머지 40%는 적립금 운용이 책임지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정상상태 부분적립방식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적립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적립금의 운용에 있어 제도가 요구하는 목표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CPP는 이를 위하여 1998년 연금개혁에서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CPPIB(CPP Investment Board)라는 독립된 전문 운용기관을 신설하였다. CPPIB는 최고 수준의 민간 투자 전문가를 채용하고 정부로부터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왕립법인(Crown Corporation)이라는 독립성 강한 공공기관(공기업)으로 설립되었다. CPPIB는 최근 투자 전문회사로서의 위상을 보다 강조하기 위하여 기관 명칭을 CPPI(CPP Investment)로 변경하였다. 공적연기금 운용기관으로서는 세계 최고의 운용 효율성을 자랑하는 CPPI는 제도로부터 부여받은 운용 목표(mission)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준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라는 독특한 운용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CPPI 연차보고서(2022)에 의하면 5년 연평균 6.11%라는 목표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위험자산 비중 85%의 기준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이로부터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10%를 상회하는 우수한 투자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이러한 캐나다 CPP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물론 경로의존성이 강한 연금제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와 캐나다의 상이한 인구구조와 거시경제 환경, 투자 문화 등으로 인하여 CPP 모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완전부가방식으로의 전환이 아닌 정상상태 부분적립의 유지와 보험료와 운용수익의 역할 분담으로 미래 급여지급에 대응한다는 개혁의 큰 방향은 참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재정균형을 ‘연금보험료, 기금운용수익, 국고부담의 금액과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 및 기타 국민연금사업 비용에 관한 수지가 70년의 재정평가기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하되, 평가기간 50번째 연도부터 마지막 연도까지 매년 연금지출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보유’하는 것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정상상태 부분적립의 목표 재정지표가 적립배율 10배로 설정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ALM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정상상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p의 보험료 인상과 6.8%의 운용수익률이 필요한 것으로 시뮬레이션 되었다.12)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이 없다면 보험료율 13%는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수준이며, 해외 연기금 사례를 감안할 때 6.8%의 운용수익률은 현실적으로 설정가능한 목표 수준이다. 물론 이는 현행 기금운용체계가 해외 유수의 연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 또는 전문화됨을 전제로 한다. 제도개혁과 함께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이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를 미래 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역할 분담의 측면으로 해석하면 보험료 수입이 전체 비용의 34.8%를, 기금운용 수익이 65.2%를 책임지는 구조이다. 만일 여기에 지금부터 10년 동안 GDP의 1%를 매년 국고로 보조하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면 동일한 정상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 인상을 3%p로 제한하거나, 또는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을 6.3%까지 낮게 잡을 수 있다. 이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수익률 제고의 실현 가능성 간 선택의 문제이다.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논의 과정을 통하여 현실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의 개혁 방안이 국민에게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맺는말

언론 지상에 알려진 바와 같이, 연금특위 1기 민간전문가자문위원회는 모수개혁 방안에 대한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모수개혁에 대한 가능한 합의된 단일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개혁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복수의 대안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종료된 것이다. 개혁 방향에 있어 전문가 자문위는 재정안정을 강조하는 측과 급여보장(소득대체율)을 강화하는 측으로 나뉘었다. 전자는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후자는 사회복지제도의 목적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양측 진영의 복수안13)이 모수개혁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더라도 어느 것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사료된다. 소득대체율 강화 측의 주장은 현재도 심각한 세대 간 갈등 양상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방향이며, 재정안정화 측의 주장은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수준에 불과하여 궁극적인 재정안정화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인구 감소가 아닌 지속적이고 추세적인 인구 감소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인구 감소의 시대에 완전부과방식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은 구조적인 한계를 노정한다. 부과방식으로 운영되던 다수의 공적연금이 추가적인 기금 조성을 통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제도 초기 단계에서 상당 수준의 적립금을 쌓고 있는 부분적립방식 국민연금은 일정 수준의 적립금이 영구히 지속하는 정상상태 적립방식의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미래 세대의 과중한 부담이 자신들이 내는 보험료와 이전 세대가 만든 적립금 운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에 부합한다. 공적연금제도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이다.
 
1)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의 일환으로 2023년 10월까지 제도개혁 및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포함한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2) 연금개혁에서 모수개혁은 제도 틀 내에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연금가입연령, 수급개시연령 등의 제도변수를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개혁은 제도 틀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기초연금을 포함한 타 연금제도와의 관계 재설정 또는 국민연금 내에서 균등부분(A값)과 소득비례부분(B값)의 조정 등을 의미한다.
3) 부과방식은 그해 필요한 지출을 그해의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적립금이 조성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적립방식은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적립금으로 미리 쌓아둔다.
4) 완전부과방식에서도 원활한 급여 지급을 위하여 일정 규모의 자금을 예비비로 쌓아둘 수 있다. 이러한 자금에 대해서는 수익률을 전제로 하는 기금운용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 년 치의 급여 지출만을 확보하고 있는 적립배율 1배의 재정상태는 부분적립이 아닌 부과방식으로 해석된다.
5) 이는 4차 재정계산 결과에 비해 1.5%p 증가한 값이다.
6) 부과방식비용률은 급여지출의 총액을 보험료 부과대상소득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때 분모에 해당하는 부과대상소득은 GDP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소득이나 상한액 초과 소득 등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부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전체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재원이 확대될 수 있다면 총소득(GDP) 대비 비용률이 보다 의미있는 지표가 된다. 5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총소득 대비 비용률은 최대 8% 수준으로 추계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하다는 것이 진보계열의 주장이다.
7) 연금 부채 대비 적립 기금의 비율
8) Yermo, J., 2008, Governance and investment of public pension reserve funds in selected OECD Countries, OECD Working Papers on Insurance and Private Pensions 15, OECD Publishing.
9) 해당연도 지출 대비 적립기금의 비율
10) 신화연‧최기홍‧김종훈‧신승희, 2020, 『 공적연금 재정평가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20-40.
11) CPPI 2022년 연차보고서에서는 5년 연평균 목표수익률을 6.11%로 제시하고 있다.
12) 보험료율 인상은 2025년부터 매년 0.5%p 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스케쥴을 가정한다.
13) 재정안정화 측은 보험료율은 점진적으로 15%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며, 소득대체율 강화 측은 보험료율 12% 인상과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