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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포트폴리오(TPA) 운용체계의 의의와 활용 방안
2024 01/15
통합포트폴리오(TPA) 운용체계의 의의와 활용 방안 2024-02호 PDF
요약
연기금 및 공적기금의 자산운용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목표지향적(goal oriented) 자산운용이다. 연금성이든 사업성이든 모든 기금은 기금의 조성 목적이 관련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가장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금의 운용체계가 정렬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모든 공적기금이 관행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자산군(asset class)에 기반한 다단계 자산배분체계는 일종의 구조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특히 대체투자 중심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적으로 설정된 자산군에 목표비중을 부여하는 현행 체계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다수의 공적기금이 대체투자의 세부자산군 정의와 벤치마크 설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근본적 이유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국민연금기금이 논의하고 있는 캐나다 CPPI의 통합포트폴리오(TPA) 운용체계의 활용을 제안한다.

통합포트폴리오 운용체계는 위험기반운용(risk based management)을 전제로 설계된다. 기금운용의 목표는 기금의 위험성향을 표방하는 기준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의 형식으로 제시되며, 새롭게 편입되는 신규 자산은 특정 자산군으로 제약되지 않고 기준포트폴리오에 대한 가치부가(value add)의 관점으로만 평가되고 관리된다. 실행조직에 의한 액티브운용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시장수익(β) 자체에 대한 탐색을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위함이다. 목표지향적 자산운용을 위하여 대체투자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경우, 통합포트폴리오 운용체계는 자산군 기반 자산배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들어가는 말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연금개혁 과정에서 보험료율 조정 같은 모수적 개혁과 함께 기금운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0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거대 적립금의 장기수익률 제고는 미래 세대의 부담 완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제된 위험하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은 캐나다 CPP(Canada Pension Plan)의 통합포트폴리오(Total Portfolio Approach: 이하 TPA) 운용체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CPP는 위험자산 비중이 85%에 이르며, 그에 따른 10년 평균 수익률이 10%를 상회하는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전통자산의 동반 하락장에서도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TPA라는 독특한 운용체계를 통한 대체투자 중심의 안정적이고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대체투자 중심의 위험자산 비중 확대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공적기금의 공통된 중장기 운용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주식과 채권으로 대표되는 전통자산의 동반 하락을 경험하면서 대체투자 확대의 필요성은 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공적기금은 이러한 전략 방향을 포트폴리오로 구현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략 자산군에서 대체투자의 비중을 계획대로 확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자산군(asset class)에 기반한 다단계 자산배분체계(asset allocation system)의 경직성이 지목된다. 대체투자 자산의 이질적 속성으로 인하여 이를 전통적 의미의 자산군으로 분류하고 여기에 벤치마크(benchmark)를 설정하는 작업 자체가 무리이며, 이렇게 설정된 대체투자 세부자산군을 평균분산(mean variance) 모형에 기반한 기존 자산배분 모형에 내재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본고에서는 자산군 기반 다단계 자산배분체계의 실행 구조와 한계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안적 운용체계로 국민연금기금이 최근 기준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 도입과 병행하여 논의하고 있는 캐나다 CPP의 통합포트폴리오(TPA) 운용체계의 활용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산군 기반 다단계 자산배분체계

연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적기금은 전략적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 이하 SAA)에서부터 시작하여 유형투자(style investment)에 이르기까지 다단계의 자산배분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자산배분체계의 출발점은 사전적으로, 그리고 명시적으로 정의된 자산군이다. 아래 표에서와 같이 각각의 자산배분 단계에는 그에 상응하는 자산군이 정의된다. 전체 수익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SAA에는 전략 자산군이, 초과수익의 원천(alpha source) 중 하나인 전술적자산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 이하 TAA)에는 전술 자산군이 정의되는 방식이다. 유형투자를 실행하는 경우 정형화된 투자 유형군이 일종의 자산군 형태로 정의될 수 있다. 평균분산 방식의 자산배분모형으로 개별 자산군의 목표비중이 결정되면 이를 가중치로 가상의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SAA 목표비중과 벤치마크로 구성되는 가상의 포트폴리오가 SAA 포트폴리오이다. SAA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기금이 추구하는 시장수익(β)이 된다. 실제 포트폴리오(actual portfolio)를 제외한 자산배분 상의 모든 포트폴리오는 가상이며, 이러한 가상의 포트폴리오와 실제 포트폴리오의 조합으로 성과평가의 요인분석(decomposition analysis)이 수행된다.
 

 
자산군은 하나의 독립적이고 투자가능한 시장(investment market)을 의미하며, 이는 벤치마크를 통해 구체화된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정의하고 벤치마크로 ‘배당 포함 KOSPI’라는 시장지수(market index)를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이라는 자산군은 KOSDAQ 또는 K-OTC의 비상장 주식이 포함되지 않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으로 정의된다. 그에 비하여 캐나다 CPPI(CPP Investment)는 기업 지분에 대한 투자를 공적시장(public market)과 사적시장(private market)으로만 분류하며 국내와 해외를 별도의 투자시장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자산군 분류에는 표준적인 기준이 없으며, 그 자체가 성과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투자의사결정(investment decision making)의 일환임을 의미한다. 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사전적으로 설정된 전략 자산군은 SAA 활동의 기본 단위가 되며, 자산군 별로 설정된 벤치마크의 위험수익특성(risk return profile)과 타 자산군과의 상관관계를 추정하고 평균분산모형을 통해 개별 자산군의 전략적 목표비중과 허용범위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자산군 기반 자산배분체계를 설명할 수 있다.

지난 2022년은 주식과 채권으로 대표되는 전통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여 많은 공적기금이 두 자릿수의 손실을 기록한 한 해로 보고된다. 정교한 자산배분모형을 통해 나름 분산된 위험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가 높아짐으로 인하여 전통적 자산배분모형이 의도했던, 이른바 포트폴리오의 분산효과(diversificatioln effect)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위험자산 비중은 55% 수준임에도 –8.2%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위험자산 비중이 85%에 이르는 캐나다 CPPI는 –5.0%의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로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60%에 이르는 높은 대체투자 비중 때문이다. 위험자산 비중의 확대가 반드시 수익률의 변동성 확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하여 위험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위험의 양이 아니라 위험의 종류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자산군에 기반한 자산배분모형은 기본적으로 개별 자산군의 위험수익특성 및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가 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으며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전통 자산군의 상관관계는 상시적으로 시변(time varying)할 뿐만 아니라,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하여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만족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통자산과 동일한 차원에서 개별 자산군으로 설정되는 대체투자 자산의 경우 위험수익특성을 하나의 수치로 특정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질적인 속성의 다양한 대체투자 수단을 묶어 하나의 자산군으로 정의하는 것 자체가 자산군의 기본 개념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1)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대체투자를 여러 개의 세부자산군으로 나누어 가능한 동질성을 확보하고자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모든 공적기금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체투자 벤치마크 설정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산군 체계의 문제이다. 지난 2022년은 경직된 자산군 분류에서부터 출발하는 하향식(top down)의 정태적 자산배분체계가 갖는 구조적 한계가 극명하게 노정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캐나다 CPPI의 통합포트폴리오(TPA) 운용체계

캐나다 국민연금제도인 CPP는 1997년 연금개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 높은 연기금 운용기관으로 평가되는 CPPI를 설립하였다. CPPI는 제도 도입 당시 상당히 도전적인 실험으로 평가되던 기준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 기반 통합포트폴리오(TPA) 운용체계를 설계하였으며, 오늘날 CPPI의 TPA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나 호주의 퓨처펀드(Future fund) 같은 선진 연기금이 채택하고 있는 효율성 높은 운용체계로 자리잡았다.2) CPPI의 장기 운용목표는 기준포트폴리오 형태로 제시된다. 정상상태 부분적립(steady state partial funding)3)이라는 CPP의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수적 위험수준은 65% 미만의 위험자산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기금의 능력(ability)과 의지(willingness)를 반영하여 위험자산 비중 85%의 매우 공격적인 기준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있다. 기준포트폴리오에서 제시하는 위험자산의 비중이 동일하더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제 포트폴리오(actual portfolio)의 특성은 매우 상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PPI는 높은 위험자산 비중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단순히 위험자산 비중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위험을 어떻게 편입하느냐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기금의 운용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위험 수취를 제도화한 것이 CPPI의 TPA 운용체계라 할 수 있다.

CPPI가 TPA 운용체계를 통해 어떻게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지 아래 그림을 통해 살펴본다. CPPI의 기준포트폴리오는 일반적인 가상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저비용의 패시브 자산으로 구성된 실제 포트폴리오이다. 신규 액티브 프로그램은 기준포트폴리오의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이 조달됨으로 이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성과는 기준포트폴리오에 대비 초과수익으로 정확하게 분해된다. 개별 투자전략이 특정 자산군으로 제약되지 않음으로, 그 자체로 시장수익()에 대한 탐색과 액티브 수익을 포괄하는 전체 가치부가(value add)를 의미하게 된다. 아래 그림 ①번 과정에서의 다변화(diversification)는 유연한 시장수익의 탐색을 통한 전략포트폴리오(strategic portfolio)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하여 CPPI는 20% 수준의 부채(leverage)를 사용한다. 여기에 적극적인 비체계적 위험(non-systematic)의 수취를 통한 높은 액티브 수익을 추구한다. CPPI는 이를 위하여 대체투자를 포함한 모든 자산의 직접운용을 기본으로 그에 상응하는 인력의 전문성과 충분성을 확보하고 있다.4) 이러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높은 수익성과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기적인 시장의 부침에 대한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인다.
 


 
결론 및 시사점

기금운용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목표지향적(goal oriented) 자산운용이다. 연금성이든 사업성이든 모든 공적기금은 그 조성 목적이 관련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온전히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금의 운용체계가 정렬되어야 한다.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하여 연금성 기금의 경우 자산부채관리(ALM)가, 사업성 기금이라면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강조될 것이다. 기금의 운용목표는 기금의 성격에 따라 상이하게 설정될 수 있다. 이렇게 중장기 자산에 대한 운용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투자시계(investment horizon)에 걸쳐 가장 높은 확률로 달성할 수 있는 운용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목표지향적 자산운용이라 할 수 있다.

본고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공적기금이 채택하고 있는 자산군 기반 다단계 자산배분체계가 이러한 목표지향적 자산운용이라는 관점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금운용의 교과서적 방법론으로 인정되던 자산군 기반 자산배분체계에 문제점이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체투자의 확대이다. 기금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전통자산 위주의 위험자산 비중 확대로 기금의 운용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운 시장 환경이다. 많은 공적기금이 대체투자 확대를 중장기 전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대체투자로 통칭되는 다양한 대안적 투자 수단은 대부분 기존의 자산군 분류체계와 조응하지 않는다. 전통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대체투자 자산이 일부 편입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자산배분 모형의 잔차(error)로 처리될 수 있겠으나, 그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모형의 구조적 한계가 된다. 대체투자 비중의 확대를 통해 운용목표를 달성하려는 기금의 경우 통합포트폴리오 운용체계로의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합포트폴리오 운용체계를 전통자산을 제외한 대체투자에 한정하여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산배분체계 고도화, 투자 다변화, 대체투자 관리 방안 등은 국내 공적기금이 발주하는 연구용역의 단골 주제이다. 기획재정부 기금평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주요 지적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적사항이 반복된다는 것은 단순히 모수적인 또는 형식적인 개선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목표지향적 기금운용의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진정성 있는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1) 자산군은 유사한 특성을 갖는 유가증권의 집합으로 정의되며, 자산군 내의 종목들은 높은 동질성을 갖는 반면 자산군 간에는 배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2) 뉴질랜드 NZSF, 영국 USS, 덴마크 ATP 등의 공적연기금이 통합포트폴리오체계를 운용 중이며, 일본 GPIF도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완전적립(fully funding) 방식의 연금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분적립된 적립기금이 일정 수준의 적립배율을 유지하여 지속적으로 재정에 기여하는 재정방식
4) CPPI의 자산규모는 국민연금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운용인력은 두 배를 상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