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 바로 이동합니다.
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방안은 한계기업의 시장 퇴출을 촉진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한 개선 기회를 1회로 제한하고 퇴출 절차를 신속화하는 조치는 퇴출제도의 비효율성을 완화하고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계기업 문제는 완화적 통화정책, 산업 구조 변화, 정부 및 금융기관의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내 경쟁 압력을 강화하고, 정부 및 금융기관의 지원 관행을 재검토하는 등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퇴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공시 정보를 보다 충실히 제공하고, 시가총액 기준이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하며, 청산가치 미만으로 거래되는 자산주의 퇴출 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이 한계기업 문제 해결의 중요한 첫걸음인 만큼,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대응을 통해 기업 부문의 역동성을 제고하고 시장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계기업 확산과 증시 경쟁력 저하

최근 금리 상승과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인해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장기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약 41%에 달했으며, 이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은 약 18%로 집계되었다(<그림 1> 참조). 이러한 한계기업 문제는 2017년 이후 미ㆍ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의 충격을 거치며 더욱 심화되었으며, 특히, 코스닥시장과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속하면서, 소위 좀비기업(zombie firm)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고 증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먼저, 부실기업의 경영진은 자금 확보를 위해 불투명한 자본 조달, 무분별한 M&A 등 불공정 거래를 시도할 동기가 높아지며1), 최근에는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해 허위ㆍ가공 매출을 계상하는 회계 부정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2) 이는 투자자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시장 신뢰도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한계기업은 경제 내 희소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점유하면서 정상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성장 기회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3) 국내 연구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할수록 정상기업의 고용 및 설비투자, 기술 생산성이 위축됨을 확인한 바 있다.4)

한계기업의 존속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역시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한계기업의 주식 수익률은 장기간 시장 평균을 하회하고 있으며, 특히 한계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2011년 이후 매년 6월을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하고 이를 재산출할 경우, 2024년 6월 말 기준 코스닥 지수는 37%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그림 2> 참조).5)
 

결과적으로, 한계기업의 적시 퇴출과 상장기업의 적격성 제고는 저조한 주가지수의 회복을 촉진하고, 나아가 자본시장의 경쟁력과 투자 매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존의 상장폐지 제도는 기업 회생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퇴출 요건이 지속 완화되면서 한계기업의 시장 퇴출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6) 이는 증시 경쟁력과 시장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퇴출제도의 운용 기조를 구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및 절차 효율화

2025년 1월,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한계기업의 실효적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였다.7) 이번 개편은 과소 설정된 재무 요건을 현실화하고, 퇴출 절차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며,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상장폐지 요건 중 재무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50억 원에서 2028년까지 500억 원으로, 코스닥시장은 4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매출액 기준 역시 유가증권시장은 2029년까지 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코스닥시장은 3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된다. 이번 조치는 기존 기준이 과도하게 낮아 실질적인 퇴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기업의 계속성과 시장 건전성을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의견 요건도 강화하여, 2년 연속 감사의견이 비적정일 경우 즉시 상장폐지되도록 규정을 명확히 한다. 이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남아 투자자 피해를 초래하는 문제를 방지하고,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퇴출 절차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심의 단계를 간소화하고, 개선기간을 단축한다. 기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대 4년까지 허용되었던 개선기간은 2년으로 줄어들며, 코스닥시장은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전환하고 개선기간 역시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된다. 또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를 병행하여 판단하도록 개선함으로써, 퇴출 심사의 불필요한 장기화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퇴출 이후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보완 조치도 마련된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거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 K-OTC 내 ‘상장폐지 기업부’를 신설하여 6개월간 비상장 주식의 거래를 지원한다. 또한, 퇴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이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여, 투자자들이 퇴출 위험 기업의 계속성에 대한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제도 개편 이후, 상장 적격성이 저하된 한계기업의 상당수가 보다 이른 시기에 퇴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 요건만 고려하더라도 2024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약 8%, 코스닥시장 기업의 약 7%가 최종 상향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퇴출 심사 과정에서 가장 큰 절차적 지연을 초래한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해 개선 기회 부여를 1회로 명확히 제한한 점은 퇴출 절차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3> 참조). 이는 거래정지 장기화를 완화하는 동시에,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투자자의 환금성을 높이고, 시장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과제

다만, 한계기업 문제는 완화적 통화정책, 산업 구조 변화, 정부 및 금융기관의 지원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다. 학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환경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한계기업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8) 또한,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이 경쟁에서 도태된 점9),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및 재정 정책10), 금융기관의 관대한 대출 관행11) 등도 한계기업이 구조적으로 존속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한계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출발점으로 삼되, 시장의 구조적 요인을 고려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에,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고 한계기업 문제를 근원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시장 내 경쟁 압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계기업의 엄격한 퇴출은 증시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중간재 수출 중심의 경기순환형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한계기업을 적기에 판별할 수 있는 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상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오인하는 중대한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다. 퇴출 기준을 일률적으로 상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여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 규율을 통해 신속히 퇴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 및 금융기관의 지원 관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 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고, 경제 내 희소한 자원의 배분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취약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기업의 생산성과 업종 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보다 선별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회생 기업에 대한 정책 금융과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관행도 비효율성을 초래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상장폐지 과정에서 기업이 관련 정보를 충실히 공시하도록 유인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퇴출 심사 과정에서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점은, 투자자가 기업의 개선 가능성을 보다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업이 불리한 경제적 상황을 왜곡 없이 투명하게 공시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공시의 신뢰성과 충실도를 높일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넷째, 시가총액 기준이 보다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이후 90일 동안 일정 일수 이상 시가총액 기준 미달 상태가 지속되어야 상장폐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려면 우선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미달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단 하루라도 기준을 초과하면 관리종목 지정 요건 자체를 충족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12) 분기 또는 반기 등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일평균 시가총액이 기준 시가총액 미만일 경우 시장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규정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산가치 미만으로 거래되는 자산주의 퇴출 시, 기업의 본질가치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서 정리매매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자산주의 저평가 현상이 합리적으로 해소될 수 있도록 M&A 압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부 기업이 시가총액 미달 기준을 벗어나기 위해 무분별한 M&A나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금조달의 목적성과 투명성에 대한 외부 감시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정규시장에서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거래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외시장의 거래 기반을 충분히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Pink Sheets 시장과 같이 진입요건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상장폐지 기업의 거래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투기적 접근에 따른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며, 시장에서도 이를 명확한 원칙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이번 상장폐지 요건 개편은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퇴출 제도 개선만으로 한계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규율을 강화하고 제반 환경을 보완하는 정책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개선을 통해 한계기업 문제를 구조적으로 완화하고, 시장의 경쟁력과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1) Cressey, D.R., 1986, Why managers commit fraud, 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Criminology 19(4), 195-209.
2) 금융감독원, ‘선제적 회계감리를 통해 한계기업을 조기 퇴출시키겠습니다’, 보도자료, 2024. 11. 27
3) Banerjee, R., Hofmann, B., 2022, Corporate zombies: Anatomy and life cycle, Economic Policy 37(112), 757-803.
    Acharya, V.V., Crosignani, M., Eisert, T., Eufinger, C., 2024, Zombie credit and (dis-) inflation: Evidence from Europe, The Journal of Finance 79(3), 1883-1929.
4) 이상호, 2021, 기업역동성 제고를 위한 한계기업 구조개혁 필요성,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1-03호.
5)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비한계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한계기업 퇴출이 시장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시장 신뢰도 제고의 관점에서 한계기업의 적시 퇴출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6) 구체적으로, 2014년에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2019년에는 감사의견 요건을 완화하여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이 차기 감사의견을 통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2년에는 기업 실적 요건을 완화하고, 회생 중심의 실질심사 적용을 확대하면서 퇴출 기준을 더욱 완화하였다.
7) 금융위원회, 2025. 1. 21,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
8) Banerjee, R., Hofmann, B., 2022, Corporate zombies: Anatomy and life cycle, Economic Policy 37(112), 757-803.
    Acharya, V.V., Crosignani, M., Eisert, T., Eufinger, C., 2024, Zombie credit and (dis-) inflation: Evidence from Europe, The Journal of Finance 79(3), 1883-1929.
9) McGowan, M.A., Andrews, D., Millot, V., 2018, The walking dead? Zombie firms and productivity performance in OECD countries, Economic Policy 33(96), 685–736.
10) Andrews, D., McGowan, M.A., Millot, V., 2017, Confronting the zombies: Policies for productivity revival, OECD Economic Policy Papers No. 21. 
      Schivardi, F., Sette, E., Tabellini, G., 2020, Credit misallocation during the European financial crisis, Review of Corporate Finance Studies 9(3), 569–597.
11) Caballero, R.J., Hoshi, T., Kashyap, A.K., 2008, Zombie lending and depressed restructuring in Japan, American Economic Review 98(5), 1943–1977.
12)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7조(관리종목지정) 및 제48조(상장폐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3조(관리종목) 및 제54조(형식적 상장폐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