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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국내 퇴직연금 세제는 퇴직연금 납입액과 투자수익은 과세하지 않고 인출 시에 퇴직소득에 대해서 과세한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된다. 한편 개인연금 등의 사적연금 납입액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방식이 적용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납입액에 대하여 세제상의 차이가 존재하여 사적연금 제도의 통합적 운용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의 세제 개선의 효과로 인출 단계에서 일시금 인출 시기가 늦추어지고, 연금화가 증가하고 있지만 연금화의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포함한 사적연금 납입액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을 적용하여 사적연금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출 단계에서 일시금 인출시 면세 허용 한도를 신설하여 퇴직자의 연금 자산 인출 시 부담을 줄여야 한다.
국민연금 개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의 국민연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상된다. 보험료율이 현재보다 40% 이상 인상될 예정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가입 여력에 영향을 미쳐, 사적연금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적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제 혜택을 높여,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높아져도, 연금액의 증가는 미미하므로 여전히 사적연금을 통한 노후 소득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 수급 연령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연금 수급 시기까지 생활자금은 사적연금을 통해 조달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퇴직연금 세제를 포함한 사적연금 세제의 현황과 주요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


사적연금 세제 현황

국내 퇴직연금 세제는 퇴직연금 납입액과 투자수익은 과세하지 않고 인출 시에 퇴직소득에 대해서 과세하는 방식이다. 즉 납입액 면세(Exempted), 투자수익 면세(Exempted), 퇴직소득 과세(Taxed) 방식(EET)이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나라에서 퇴직연금에 적용하는 과세 방식이며,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에도 EET 방식이 적용된다. 한편 개인연금과 개인형(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IRP)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2014년 이후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하고, 투자수익은 면세, 연금소득에 과세한다.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누진 소득세율이 적용되므로 소득공제 방식은 고소득자의 세금 감액 효과가 커지고, 세액공제 방식은 소득의 고저와 관계없이 납입액의 일정액만큼 세금 감액 효과가 있다.

현재 사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는 900만원이며, 세액공제 비율은 12% 또는 15%이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에 납입할 경우 600만원이며, IRP형 퇴직연금에 납입할 경우 900만원까지이다. 세액공제율은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 이하) 15%,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액 5,500만원 초과(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 초과) 12%로 소득에 따라 세액공제율이 달라진다.

연금의 인출 단계에서 현행 세법은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연금계좌’에 통합하여 연금으로 인출할 경우 연금소득세를 과세하고, 연금외 인출시는 이연퇴직소득세나 기타소득세를 과세한다(임상엽ㆍ정정운, 2025, 『세법개론Ⅱ』, p.458). 이때 연금소득은 연금소득자의 나이에 따라 3~5%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나, 기타소득은 20%의 높은 세율로 과세한다. 즉 이연된 퇴직연금은 일시금 등 연금외 인출 시에는 이연된 퇴직소득세가 과세되며, 연금으로 인출될 경우 실제 연금수령 연차가 10년 이하일 때는 이연된 퇴직소득세의 70%(10년 초과일 때 60%)가 과세된다. 여기서 이연된 퇴직연금이란 근로자가 퇴직시 자신의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을 인출하지 않고 IRP 계좌로 이체한 금액을 말한다. IRP 계좌로 이체되는 경우 퇴직소득세가 계산은 되지만 과세되지 않고, IRP 계좌에서 인출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는데 이를 이연 퇴직소득세라 한다.


납입 단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유사한 역할을 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제 처리가 서로 다르다. 개인연금과 IRP에 대한 납입액에 대한 세제 처리 방식도 소득별, 계좌별로 공제율과 공제 한도가 달라 복잡하다. 소득공제 방식은 납입 단계에서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인출 단계에서 과세하는 방식이 합당하지만, 세액공제 방식은 납입 단계에서 일정 부분 세액을 덜어주는 셈이므로 인출 단계에서 과세할 때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IRP는 근로자들이 퇴직시에 받는 퇴직연금 또는 퇴직금을 인출 시까지 운용하는 이전 계좌로서의 역할을 한다. 또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직연금에 추가 납입을 하여, 퇴직자산을 늘리려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추가 납입액 운용 계좌로서 IRP는 개인연금과 동일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IRP와 개인연금의 구분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 그리고 개인연금과 IRP를 구분하여 공제 한도를 달리하는 방식도 변경해야 한다. IRP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IRP에 대한 납입 한도를 별도로 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IRP에 납입할 때는 900만원 한도를 허용하고, 개인연금에 납입할 때는 600만원까지만 한도를 허용하여 IRP를 우대하는 편향이 발생하였다. 즉 개인연금과 IRP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경우, IRP에 한번에 납입하는 쪽이 더 편리하다.

현재의 퇴직연금은 자영업자를 포괄하지 못한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근로자들은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는다. 따라서 퇴직연금이 없는 자영업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연금 납입을 허용해야 하는데,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납입액에는 소득공제(소득이연) 방식을 적용하고,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납입액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2018년 이후 자영업자들의 IRP 퇴직연금 가입이 허용되었다. 이들은 별도의 퇴직연금이 없으므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합쳐진 형태로 연금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동일한 세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연금 납입액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재 IRP와 개인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방식을 2013년 이전처럼 소득공제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추가납입 금액 한도를 1개월분 소득으로 변경하여,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절한 금액이 납입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구분이 무의미하므로 2개월분 소득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으로 연금에 납입하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납입액에 대한 세제의 일관성을 회복할 수 있다. 여기서 2개월분 소득을 사적연금 납입 한도로 설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30년간 일한 근로자가 퇴직 후 30년간 연금을 받고, 그리고 연금을 받는 동안 투자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소득대체율(=연금액/최종급여)은 16.1%이다.1) 여기에 세제혜택을 받는 개인연금 또는 IRP에 1개월분 급여를 추가 납입하여 퇴직연금 적립금과 비슷한 규모의 재원을 축적한다면 사적연금을 통해 30%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할 수 있다.

캐나다의 퇴직저축 제도에 적용되는 방식이므로 현실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는 1991년 이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RRSP(Registered Retirement Savings Plan)에 전년도 소득의 18%(2024년 31,560 캐나다 달러 한도)까지 납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RRSP 납입액은 퇴직연금과 합산하여 공제받는데, 퇴직연금이 없는 경우 RRSP에 전년도 소득의 18%까지 납입할 수 있다.


인출 단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2014년 정부는 퇴직일시금 수급자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퇴직소득세제를 개정하였으며, 급격한 세금 부담의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세금 계산 방식을 2016년부터 일부 적용하고, 2020년까지 매년 적용 비율을 높이며 적용하였다. 제도 개정의 핵심 내용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은 퇴직소득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연금계좌에 이체하면 이연되는 퇴직소득에 해당하는 퇴직소득세도 이연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연된 퇴직소득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이연된 퇴직소득세의 30%(또는 40%)를 감면해 준다.

퇴직연금 일시금에 대한 과세 강화 이후 퇴직소득의 상당 부분이 연금계좌로 이체되고 있다. 퇴직연금 소득에 대한 과세는 퇴직급여를 연금계좌로 이체시키는 실질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2012년 7월 26일)으로 퇴직연금 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IRP) 계정으로 이체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퇴직자가 IRP를 해약하고 일시금으로 인출할 수 있지만, 퇴직소득 신고 대상세액 중 이연퇴직소득세의 비중이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퇴직 시 즉시 인출하는 추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 (a)> 참조).
 

 
연금계좌로 이체된 퇴직자산은 55세 이후 연금(달돈)으로 인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인출 상황을 보면 여전히 연금 이외의 인출이 많다. 연금계좌로 이체된 퇴직소득의 인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연금계좌 원천징수 신고 현황(국세통계연감 4-4-7 거주자의 연금계좌 원천징수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연금(달돈)이 아닌 일시금 또는 연금 한도 초과액 형태로 인출되는 금액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연금소득 신고자가 늘고 있다. 2014년 6만명이던 연금소득 신고자가 2023년 99만명으로 증가하였다(<그림 1 (b)> 참조). 그러나 연금이 아닌 인출 방식의 비중이 여전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연금계좌로 이체된 퇴직소득이 최종적으로 연금으로 수령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정년 퇴직자의 경우(또는 55세 이후 등 특정 연령 이후) 퇴직소득의 40% 정도를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즉 세액 계산 과정에서 40% 정률공제를 허용하는 방식 대신에 적립금의 40%를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연금계좌에 이체된 이후에 연금외 인출되는 경우 중 상당 부분이 퇴직 후 긴급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0%의 면세 인출이 허용된다면 퇴직자들은 우선 필요 자금을 충당할 수 있고, 긴급한 자금 인출로 인한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인출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25%의 면세 인출 한도를 유지하였다.
1) 월급여 30개월분의 퇴직일시금을 연금현가로 나누어 구할 수 있다( = 30 / 186.3). 30년, 투자수익률 연 5%, 매월말 지급 시 연금현가는 186.3이고, 다음 공식을 사용하여 구할 수 있다. 연금현가 = [ 1 - 1 / ( 1 + i ) N ] / i, i = 투자수익률, N = 지급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