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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고채의 역할이 다양한 측면에서 확대되고 있다. 먼저 국고채는 정부의 재정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된다. 재정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고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는데, 향후 민간 성장동력 약화 및 복지지출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국고채 발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음으로 국고채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유입에 있어 핵심적인 금융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고환율 여건에서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외환수급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안전자산의 지위를 바탕으로 국고채가 담보증권으로 널리 활용됨에 따라 Repo시장, 대차시장 등 국고채 연관시장도 활발한 거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자금조달 및 운용에 있어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금융시장 전반의 가격 발견 기능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은 국고채의 역할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높은 편으로 단기적인 우려는 크지 않으나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중장기적인 재정 전망이 밝지 않다. 따라서 경제 성장세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편 국고채 연관시장을 통해 확대된 레버리지가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다만 과도한 규제보다는 모니터링 중심의 접근이 요구된다.
국고채는 정부의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본래의 기능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 유입을 통한 외환공급, 담보증권으로의 활용을 통한 시장 안정성 제고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확대되고 있는 국고채의 역할을 고찰하는 한편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정지출 지원을 위한 역할 확대

국고채의 본질적인 기능은 자본시장을 통해 재정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여 정부의 재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장세가 둔화1)하는 가운데 재정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국내 경제에서 정부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그림 1>) 국세수입 등 이를 충당할 재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재정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던 2020년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GDP의 3%를 상회하고 있다(<그림 2>). 이에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정부의 차입수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국고채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국고채 발행을 중심으로 정부의 자금조달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에서 국고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표 1>). 향후에도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민간 성장동력 약화, 복지지출 수요 증가 등으로 정부의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정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고채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증권투자 유입을 통한 외환공급

국고채는 정부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본질적인 역할뿐 아니라 외국인 증권투자의 주요 금융상품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 3>은 2010년 이후 외국인(비거주자)의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누적 투자규모를 비교하고 있다.2) 2010년 1월~2025년 2월 중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규모는 2,877억 달러로 국내 주식투자(354억 달러)에 비해 훨씬 크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국고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그림 4>) 이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에 있어 국고채가 핵심적인 금융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환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외환수급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또한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내년 4월부터 8개월에 걸쳐 편입비중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3)인데, 이에 따른 WGBI 추종자금의 국내 유입은 향후 외환수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시스템 내 담보증권으로의 활용

안전자산(safe-asset)인 국고채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도 높은 유동성과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 담보증권으로 활용도가 높다. 대표적인 단기자금시장인 환매조건부매매(Repo)시장에서는 담보증권을 제공하고 자금을 차입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신용도와 유동성이 높은 국고채가 담보물로 많이 활용된다. 기관간 Repo시장을 살펴보면, 국채가 담보증권으로 활발히 사용되면서 Repo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지원하고 있다(<그림 5>). 2024년말 기준 담보증권 잔량(시가기준)의 57%에 해당하는 144조원이 국채인데, 국채의 대부분이 국고채인 점4)을 감안하면 Repo거래의 담보증권으로 국고채가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비청산 장외파생상품거래 증거금 제도에 따른 담보증권도 대부분 국고채가 사용되고 있다.5)

담보증권으로 높은 활용도를 바탕으로 대차시장을 통한 국고채 차입 수요도 늘어나는 모습이다(<그림 6>). 국고채 대차잔량은 2010년대 초반 약 20조원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13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차거래에는 다양한 목적6)이 있겠으나 Repo거래의 담보증권으로 사용하기 위한 국고채 차입 수요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Repo시장, 대차시장 등 연관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국고채의 활용이 높아지는 것은 자금조달 및 운용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금융시장 전반의 가격 발견 기능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시사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고채는 정부의 재정지출 지원, 외국인 증권투자 유입을 통한 외환공급, 금융시스템 내 담보증권으로의 활용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고채의 역할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프랑스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바 있다.7) 국가 신용도 하락은 외국인의 자금유출 및 정부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시장금리 상승, 발행잔액 증가 등으로 국고채 이자지출이 늘어나고 있어(<그림 7>) 대외 신뢰도의 안정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은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편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단기적인 우려는 크지 않다.8) 그러나 저출생ㆍ고령화 등으로 향후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장기적인 재정 전망이 밝지 않다.9) 따라서 경제 성장세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Repo시장 및 대차시장 등 국고채 연관시장을 통해 확대된 레버리지가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투자 채권형펀드 중 사모 채권형펀드의 레버리지가 상당폭 확대10)되는 모습인데(<그림 8>) 예상치 못한 충격 등으로 해당 펀드들의 레버리지가 빠르게 축소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최근 공공 및 민간부문의 채권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채권발행 물량이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되는 데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규제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금융시스템 내 위험이 관리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중심의 접근이 요구된다.
 

1) 5년 단위로 GDP성장률(연평균)을 살펴보면 2010~2014년 3.9%, 2015~2019년 3.0%, 2020~2024년 2.0%로 낮아지는 추세이다.
2) 거주자가 해외에서 발행한 증권 중 비거주자와의 거래분도 포함하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행한 증권임에 따라 해당 통계를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로 간주한다.
3) 당초 2024년 10월 WGBI 편입 발표 당시에는 2025년 11월부터 1년에 걸쳐 편입비중이 분기별로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지수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2026년 4월부터 8개월에 걸쳐 매월 편입비중이 확대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4) 2024년말 국채 발행잔액 1,127조원(액면금액 기준) 중 92.9%에 해당하는 1,047조원이 국고채이다.
5)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비청산 장외파생상품거래 증거금 교환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거금 교환의무가 적용되는 금융회사 간 담보(증거금) 10.6조원 중 국고채가 9.5조원(89.7%)이다.
6) 국채선물 저평가에 따른 현ㆍ선물 간 차익거래도 국고채 대차거래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아지는 선물 저평가 현상이 심화되면 현물 채권을 차입하여 매도하고 선물은 매수함으로써 차익을 추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고채 대차거래가 증가한다.
7) 2024년 12월 무디스(Moody’s)는 정치적 분열(political fragmentation)로 인한 공공 재정 약화 전망을 바탕으로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하향 조정했다. 2025년 4월에는 피치(Fitch)가 공공 재정의 지속적인 약화 및 공공부채의 가파른 증가 전망을 바탕으로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8) 2024년 10월 발표된 IMF Fiscal Monito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대비 정부부채(D2) 비율은 51.5%로 G20국가 평균(118.2%) 및 선진국 평균(108.7%)에 비해 낮다.
9)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2월 발표한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행 법령과 제도가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이 2025년 47.8%에서 2040년 80.3%, 2050년 107.7%, 2060년 136.0%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10) 사모 채권형펀드는 Repo거래를 통해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레포펀드’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4. 12). 이들 펀드는 보유한 신용채권을 담보로 대차시장에서 국고채를 차입한 후, 차입한 국고채를 담보로 Repo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다시 신용채권을 매수하는 구조로 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