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MI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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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공정경쟁 [23-02]
- 선임연구위원 이석훈 외 / 2023. 01. 27
-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big tech)라 일컬어지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면서 소비자 개개인의 성향에 맞추거나 이용의 편의성에 초점을 둔 금융, 금융을 포함한 one-stop shopping 등의 소매금융 부문의 혁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빅테크가 대규모 고객정보와 핵심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등을 지렛대로 기존 금융회사들을 제치고 소매금융 부문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규제 당국이 빅테크의 금융진출에 대응하여 금융산업의 전통적인 감독의 적절성뿐 아니라 공정경쟁·공정거래에 관한 이슈들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본 연구는 빅테크의 경쟁제한적 영업행위의 가능성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와 최근의 규제 이슈를 다루고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공정경쟁을 위한 정책적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우리나라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지급 서비스를 넘어서 대출, 보험, 자산관리 등 소매금융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의 금융 진출을 해외와 비교해 보면 중국의 Alibaba와 Tencent보다 뒤떨어지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Google, Apple, Facebook, Amazon(GAFA)보다는 앞서고 있다. 빅테크는 핵심 플랫폼의 대규모 고객 정보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여러 서비스와 결합하여 금융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회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일부 플랫폼에서 이미 제기되고 있는 이들의 경쟁제한적 영업행위나 정보 우위에 따른 불공정경쟁이 금융 부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문헌에서는 빅테크가 인접한 플랫폼을 포획하는 데 있어 자사상품의 우대나 번들링과 같은 영업행위가 유용한 전략일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동태적인 경쟁의 차원에서 경쟁기업을 배제하거나 잠재 기업의 시장진입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빅테크들이 핵심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지렛대로 삼아 자사상품의 선택을 유도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유럽과 우리나라 경쟁 당국은 일부 플랫폼 시장에서 관찰된 빅테크의 자사상품 우대 행위에 대해서 소송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빅테크의 대규모 고객정보 수집이나 활용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 플랫폼의 시장진입을 상당히 저지할 수 있다. 더욱이 이는 서비스의 질적인 차이를 만들고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서비스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에 최근 전 세계 많은 국가는 EU의 GDPR, 빅테크 규제 등과 같은 데이터의 이동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경쟁법이 빅테크의 반경쟁적 영업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EU,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은 빅테크에 대해 별도의 사전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빅테크의 지정, 데이터 이동권(portabilit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기업 인수의 사전 금지 등 시장경합성(market contestability)을 확보하는 사항들과 자사상품의 우대 행위 금지 등 공정거래(fairness)를 확보하는 사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지침을 내놓았지만, 주요국들과 같이 빅테크를 별도로 지정하여 사전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EU와 영국에서 처음 도입하여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오픈뱅킹은 핀테크 등이 고객의 동의를 받으면 금융회사로부터 해당 고객의 계좌정보에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규모 고객정보를 보유한 빅테크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즉 현재의 오픈뱅킹 제도는 주로 금융회사에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공유할 것을 요구할 뿐, 빅테크에는 그들의 고객정보를 금융회사와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오픈뱅킹을 통해 빅테크에게도 자신의 고객정보를 금융회사와 공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카카오와 네이버가 EU DMA의 빅테크 지정 기준으로 어떠한 수준에 있는지 검토해 보았고 이들과 금융회사 간 공정경쟁을 위한 금융정책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EU DMA의 빅테크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지만, 경제규모 대비 높은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보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상당한 수준의 활성 사용자와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금융 진출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경쟁을 위한 금융정책으로는 첫째, 금융과 경쟁 당국의 상호 협조와 조율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이들의 경쟁제한적 영업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둘째, 빅테크가 자신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이용하여 금융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다면 공정한 경쟁을 위하여 금융회사 또는 핀테크 역시 이러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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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은행그룹 모델의 국내 도입 가능성 진단 [22-11]
- 선임연구위원 이효섭 / 2022. 07. 12
-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벤처대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벤처기업 중기ㆍ후기에 필요한 스케일업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벤처대출 시장은 1983년 설립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 그룹)이 선도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한국 벤처기업 생태계의 질적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SVB 그룹의 사업모델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국내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SVB 그룹은 실리콘밸리 지역 내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과 지분투자, 대출 등의 형태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들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은 기업에 한해 벤처대출을 제공하는 등 벤처생태계와 동반자적 관계 형성 전략을 구사하며 발전해왔다. SVB 그룹은 고객 대상 벤처기업을 매출규모 등에 따라 구별하여 초기 기업에는 보육 및 시딩 투자, 중기ㆍ후기 기업에게는 후속 지분투자 및 벤처대출을 제공하는 등 벤처기업 생애주기별 맞춤형 자금공급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업력이 짧고 매출규모가 작을수록 대출 규모를 줄이고 대출 이자율을 높이며, 대출 한도를 5천만달러 이내로 관리하는 등 차별화된 리스크관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VB 그룹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사업모델과 미국 벤처기업 생태계의 빠른 성장 등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회사와 견줄만한 성과를 실현하고 있다.
최근 신정부 출범 이후 한국 벤처기업 생태계의 질적 개선을 위해 SVB 그룹의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SVB 그룹 사업모델을 참고하여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보육 서비스, 지분투자, 벤처대출, 기업 분석 등 벤처기업 생태계와 동반자적 금융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 금융회사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국에서 SVB식 사업모델이 당장 성공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벤처기업 생태계는 신용보증 등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고, IP금융이나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점 등 미국 벤처기업 생태계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SVB식 사업모델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벤처기업의 정책금융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벤처투자기구 육성을 통해 민간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IP금융을 활성화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독립형 워런트 발행을 허용하며 매출 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세컨더리 시장과 고수익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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