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MI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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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형 퇴직연금의 노후안전망 역할 강화 연구 [22-03]
- 선임연구위원 송홍선 / 2022. 02. 14
- 단층연금에서 다층연금으로 연금제도의 진화적 역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DB형 연금에서 DC형 연금으로 전환이다. 영미형 국가에서 DC형은 순수 DC형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에서는 DB형과 DC형 성격을 절충한 소위 혼합형 연금 형태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어떤 유형의 DC형 연금이든 DC형 연금의 성장은 노후소득안전망의 관점에서 보면 노후안전망의 약화를 의미한다. DC형 연금은 고령으로 근로 능력을 상실한 국민들의 노후소득 마련에서 국가나 회사의 책임이 아닌 근로자 자신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연금자산 축적과정에서 투자위험과 인플레이션위험을 근로자 자신이 부담해야 하며 연금화 결정과 장수위험의 관리도 근로자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노후안전망으로서의 강점 때문이 아닌 DB형 연금의 성장 한계 때문에 DC형 연금이 연금제도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DC형 연금의 노후안전망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장과 산업, 정부와 국제기구의 제도 개혁 움직임은 일찍부터 나타났다. 퇴직연금의 사적연금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무가입 또는 자동가입제도가 확산되고 있으며, 투자위험 관리를 위한 디폴트옵션제도나 혼합형 연금제도의 도입, 그리고 노후자산의 임의 유출 억제와 연금화를 위한 제도적 유인이 강화되고 있다. 편차가 있지만 이런 흐름은 때로는 금전적 유인의 강화로, 그리고 때로는 제도적 강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IRP를 포함해 연금자산의 40%가 DC형 연금인 우리나라도 근년들어 DC형 연금의 노후안전망 기능을 강화하려는 제도적 논의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계약형의 낙후된 연금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제도 개선 논의가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선진국의 의무가입이나 자동가입제도와 달리, 강제가입제도의 대상을 현행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는 형태의 가입제도 의무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운 가입 요건을 완화하여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비정규 근로를 포용하는 ‘전국민’ 퇴직연금제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때 경영부담이 높아지는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기여금 초과 손비인정, 기여금 직접 지원 등을 통해 경영과 복지의 장기적인 선순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낮은 수익률 극복을 위한 운용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더라도 DC형의 경우 운용지시권이 가입자에게 있어 기금형 도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선진국의 대응은 운용지시권을 일정한 요건 아래 연금 사업자(전문가)로 전환하는 디폴트옵션제도를 도입하거나, DB형처럼 적립금을 풀링(pooling)하여 전문가가 직접 운용하는 혼합형 연금의 도입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두 흐름을 동시에 수용하는 제도 개혁를 단행했다. 디폴트옵션제도의 경우 면책논란을 디폴트옵션 도입 의무화와 대표상품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소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나, 원리금보장상품의 지정을 허용함에 따라 반면교사 일본의 성장 경로를 밟지 않기 위한 가입자 교육의 중요성과 디폴트옵션펀드의 경쟁력 제고라는 과제를 남겼다. 기금형 지배구조와 전문가에 의한 집합운용을 특징으로 새로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경우 국내 최초의 혼합형퇴직연금 제도로서 운용수익률을 두고 디폴트옵션제도와 제도적 경쟁을 하며 연금자산 운용체계의 다양성과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연금자산의 연금화와 관련하여서는 순수 DC형의 경우 어느 연금선진국도 연금화를 강제하지 않은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는 바, 일정 규모 이상의 연금자산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인출, 종신연금 등 선택지 다양화를 통해 일시금인출 최소화를 유도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다만, 한국의 낮은 연금화율이 DC형의 과도한 중도인출보다 통산계좌인 IRP의 자유로운 해지에 근본 원인이 있는 만큼, 연금자산축적과정에서 IRP 해지를 세제나 인출한도제한 등의 정책수단을 통해 연금선진국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연금화 유도를 위해서는 연금화와 디폴트옵션상품의 결합, 프로그램인출서비스 혁신, 높은 연금화비용의 합리화 등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유도하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혼합형 연금으로 집합운용이 가능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경우 연금화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디폴트어뉴이티(default annuity)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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