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2019-15호 2019.07.16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시장구조의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의 경우 A등급 이상의 비중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공모 회사채를 통한 조달에 제약이 존재하고, 회사채 장기화 추세는 최고 신용등급 회사채로 한정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모사채시장은 투명성이 낮고 투자자가 한정되어 있으며, 저등급 채권의 신규 수요도 확대되지 않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 축소의 경우에도 일시적인 수급요인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회사채의 전통적인 투자주체인 연기금, 펀드의 회사채 수요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다.
향후 기업의 장기 안정적인 자금조달 시장으로 회사채시장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선호를 지닌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고, 고수익채권에 전문성을 지닌 투자자의 역할과 기능을 제고하는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회사채시장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강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증가하여 수요예측 경쟁률이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으며, 수요 확대에 대응하여 장기 자금조달을 확대하려는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채권이 발행되고 있고, 투자자 구성도 일부 변화하고 있으며, 회사채의 평균 만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세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시장참여자들은 회사채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자금유입이 썰물로 바뀌어 손해를 입지는 않을지, 과도한 인수경쟁으로 적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 회사채시장의 체질과 구조가 견실하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최근 회사채시장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 방향에 대한 평가를 통해 향후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회사채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최근 회사채시장 변화 추이
최근 회사채시장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AA등급의 국고채 대비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2018년 11월 36.6bps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9년 5월에는 21.3bps로 하락하였다. AA등급의 경우에는 2018년 11월 44.2bps에서 2019년 5월에는 27.3bps로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에 강세를 보이다가 일정기간 이후에 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다. 연말에 은행과 보험회사에 유입된 자금이 연초에 풀리면서 일시적인 회사채 수요 증가의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의 경우에는 상반기가 지났음에도 신용 스프레드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신용채권시장의 강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신용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국채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회사채 투자 수요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 회사채의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2015년 4/4분기 1.23배에서 2017년 4/4분기에는 2.7배로 상승하였고, 2019년 2/4분기에는 5.28배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은 2010년 48.6조원에서 2012년에는 65.1조원까지 증가하였다. 2016년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발행규모가 50.4조원으로 감소하였으나 2017년부터 신용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증가세로 돌아서 2018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79.4조원이 발행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2019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6월말까지 회사채 발행실적을 비교해보면 2019년에 발행된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의 상품구조를 살펴보면 다양한 종류의 채권 발행이 가능한 제도개선에 힘입어 새로운 구조 의 회사채가 도입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신종 회사채는 자본증권이다. 대기업, 은행 지주회사 및 증 권회사를 중심으로 보완자본 형태의 신종자본증권이 활발히 발행되고 있다. 또한 2014년부터는 유동 화증권 구조를 도입한 유동화사채1)가 발행되기 시작하였고, 2016년부터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소액 이익참가부사채도 다수 발행되었다. 최근에는 코스닥벤처펀드 도입에 따라 전환사채의 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구조 변화의 평가
국내 회사채시장이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장변화의 특성을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회사채시장의 규모가 확대된 것은 사모사채시장이 크게 증가한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 회사채시장에서 공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90.2%에서 2015년 74.0%로 줄어들었고, 2018년에는 65.4%로 더욱 감소하였다. 이와 같이 사모사채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모 유동화사채가 대거 발행되었기 때문이다. 유동화사채는 투자자에게 직접 판매되지 않고 주로 ABCP나 유동화전자단기사채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환사채 등 주식관련사채가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었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기업들이 옵션구조를 도입한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인수하는 구조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사모사채는 발행자 입장에서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발행 소요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모사채 투자자가 제한되어 있고, 발행 이후 일정기간 전매가 제한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사모사채의 비중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공모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회사채시장의 정보효율성과 투명성을 저하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공모 회사채는 여전히 우량채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공모 회사채시장에서 BBB등급 이하의 채권 비중은 5% 미만으로 저조하다. 2012년 BBB등급 이하의 비중은 20.4%를 기록하였으나 이후 대폭 감소하여 2017년 2.4%로 줄어들었고, 2018년에는 3.7%를 기록하였다. 과거 중소형 금융기관들이 투자 수익 제고를 위해 저등급채권 투자를 확대하였으나 반복되는 신용사건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중소형 금융기관들도 회사채 투자기준을 대폭 강화하였고, 이에 따라 국내 저등급채권 투자자는 거의 실종된 상황이다. 2019년 들어 일부 고수익채권펀드가 설정되어 일시적으로 저등급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으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동 수요는 해외 고수익채권 등으로 대체되었다. 이와 같이 국내 공모 회사채시장은 여전히 신용도 높은 대기업에 편중된 시장구조를 지니고 있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에는 다른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신종자본증권2)을 제외한 회사채 평균 만기는 2010년 3.5년에서 2015년에는 4.4년, 2018년에는 5.2년으로 늘어났다. 2018년 발행된 국내 회사채시장의 평균 만기를 신용등급별로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AAA등급은 9.1년, AA등급은 4.8년, A등급은 3.3년 그리고 BBB등급은 2.0년으로 신용도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별 평균 만기의 추세도 등급별로 다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AAA등급은 평균 만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나, AA등급과 A등급의 평균 만기는 정체를 보이고 있고, BBB등급의 평균 만기는 오히려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채 평균 만기가 늘어난 것은 장기투자를 주로 하는 투자자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채 주요 투자자인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회계기준 변경3)에 따라 장기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보험회사들은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 자금조달의 효익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제한되어 있으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에는 짧은 만기의 회사채 발행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회사채 투자자의 구성 추이를 보면 보험과 연기금의 회사채 투자가 정체된 상황에서 은행의 비중이 늘고 있다. 인포맥스의 장외시장 투자자별 회사채 잔고 추이를 보면 연기금과 보험의 회사채 잔고는 2017년 하반기 이후 정체를 보이고 있고, 펀드의 경우에는 회사채 투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회사채 잔고는 2017년까지 크게 감소하였고 2018년 상반기까지는 정체되었으나 2018년 하반기 이후에는 크게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은행의 회사채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억제정책으로 인하여 대출이 감소함에 따라 여유자금 운용을 채권투자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회사채 투자 확대로 인하여 신규발행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 경쟁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요한 회사채 투자주체인 연기금, 펀드의 회사채 수요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고, 저등급 채권의 신규 수요는 확대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회사채 투자자 구성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건전한 회사채시장의 발전 방향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회사채시장의 강세가 이어지고 발행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회사채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와 구조 개선의 영향이기보다는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되어진다. 따라서 향후 기업의 장기 안정적인 자금조달 시장으로 회사채시장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선호를 지닌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고, 고수익채권에 전문성을 지닌 투자자의 역할과 기능을 제고하는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회사채 투자에 전문성을 지닌 투자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신용시장의 전문성을 지닌 자산운용사가 다양한 투자전략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내는 채권투자전문펀드를 도입하여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채권 특성에 따른 전문 투자자층을 확대하는 전략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유형별로 투자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특성에 적합한 전문 투자자층을 육성해야 한다. 전문 투자자층 확대를 위해 일부 규제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증권사 신탁의 경우에는 사모사채 매수가 금지되어 있다. 다양한 신탁구조를 활용하여 투자목적에 부합한 신탁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사채 투자를 제한하는 현행의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고수익채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A등급 이상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획일적인 투자기준을 개선하여 향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고 적정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구조를 설계하여 투자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낮은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한 보증, 담보제공 등과 같은 제반의 보강장치가 마련되고, 신용도에 따라 적합한 수익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가격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회사채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AA등급이나 A등급의 평균 만기도 장기화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투자등급의 회사채 만기는 8.5년 정도이다. 국내 회사채의 평균 만기가 장기화되고 있으나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짧은 상황이다.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의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 회사채 발행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1) 유동화사채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상법상 특별목적회사가 예금이나 특정한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에 근거하여 발행하는 회사채를 의미한다. 동 채권은 자산유동화증권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2) 신종자본증권은 일반적으로 법정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발행된다. 이로 인하여 신종자본증권의 규모에 따라 회사채 평균 만기가 크게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하고 평균 만기를 계산하였다.
3) IFRS 9 및 17 도입에 대응하여 보험회사의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