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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원인과 대응 과제
2020 01/21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원인과 대응 과제 2020-02호 PDF
요약
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총 57조원의 자금이 순유출되었으며, 특히 주식형펀드에 대한 개인 판매잔고는 2009년말 107조원에서 2019년 11월말 29조원으로 73%나 감소하였다.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는 저조한 수익률과 판매시장의 경직성을 꼽을 수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운용역량 강화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려는 자산운용사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별도의 자문이나 권유 없이 단순판매 서비스만 영위하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거나 저비용으로 자동화된 자문을 제공하는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등 펀드 판매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려는 정책적인 노력 역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의 순자산 지표를 살펴보면 2009년말 210조원에서 2019년말 242조원으로 지난 10년 동안 15% 성장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110조원에서 419조원으로 3배 이상 급증한 사모펀드 시장규모와 비교했을 때 초라한 외형임에 분명하다.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2009년말 207조원에서 2019년말 191조원으로 오히려 감소하였다.1) 같은 기간 동안 해당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 규모는 총 57조원(MMF 제외 시 50조원)에 달한다. 이는 대부분 개인투자자의 주식형펀드 환매에 의한 것으로 주식형펀드에 대한 개인 판매잔고는 2009년말 107조원에서 2019년 11월말 29조원으로 73%나 감소하였다.2)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원인 

공모펀드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은행ㆍ증권사 등 펀드 판매회사를 거쳐 투자자에게 판매되는 전통적인 형태의 펀드(이하 ‘일반공모펀드’라 칭한다)이고, 둘째는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ETF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판매회사를 통해 공모펀드에 가입하는 첫 번째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거래소에서 ETF를 매수하는 두 번째 방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앞서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시장 침체 현상은 일반공모펀드에 한정하여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저조한 수익률이다. 지난 10년의 기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체되어 있었다.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자산이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식의 편입 비중이 높고 대체투자 비중이 낮은 일반공모펀드의 특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해당 기간 동안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펀드매니저의 종목선택 및 타이밍 등 운용역량 문제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일반공모펀드는 대부분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이 투자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액티브펀드의 평균적인 운용 성과가 벤치마크 지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을 통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 결과 투자자의 상당수가 일반공모펀드의 저조한 성과에 실망하여 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단 저조한 수익률만이 시장 침체의 원인은 아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 판매시장의 경직성을 꼽을 수 있다. 일반공모펀드는 주로 은행ㆍ증권사를 통해 판매되며 이들 금융기관은 그 대가로 판매보수를 수취한다. 판매보수의 수준은 해당 펀드의 집합투자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며, 이에 따라 모든 판매회사는 동일 펀드ㆍ동일 클래스에 대해 동일한 판매보수를 수취해야한다. 즉, 판매회사 간 가격 경쟁이 전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4) 이에 따라 이미 폭넓은 고객기반을 확보한 대형 금융기관은 판매시장에서 손쉽게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는 반면, 중소형 판매회사나 신규 플레이어들은 이들에게서 고객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판매시장의 경직성은 일반공모펀드의 높은 판매보수 수준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미 굳건한 지위를 구축한 대형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를 전략적으로 밀어줄 유인이 크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는 판매보수를 높게 책정해야 자사의 펀드가 대형 금융기관에서 많이 팔릴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판매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일반공모펀드 투자자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Morningstar(2019)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식형 공모펀드 총비용비율의 자산가중 중간값은 1.89%로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며 특히 호주ㆍ일본ㆍ뉴질랜드ㆍ태국 등 조만간 시행되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참가국과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이다.5) 공모펀드의 총 비용 중 판매보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시장에서의 경쟁 촉진을 통해 투자자의 전반적인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6)
 


 
향후 과제

공모펀드는 국민의 자산증식과 노후 생활 안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입요건이 까다롭고 접근성도 제한된 사모펀드 및 투자일임과는 달리 공모펀드는 최소가입금액 요건이 낮고 판매채널 접근성이 높아 일반인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과거에는 주로 자산증식 목적으로 공모펀드를 많이 활용하였지만 근래에는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을 통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추세다. 일반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운용업계 스스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기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수익률 향상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펀드매니저에 대한 성과보상 체계도 이러한 맥락에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의 낮은 기대수익률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자산 투자역량을 쌓아나가야 하며, 연금 운용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산배분 역량도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펀드 판매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중소형 금융기관 또는 신규 플레이어가 펀드 판매시장에서 대형 금융기관과 대등하게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별도의 자문이나 권유 없이 단순판매 서비스만 영위하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거나 또는 저비용으로 자동화된 자문을 제공하는 판매채널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7)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의 직판 확대나 핀테크 기업의 진입도 장려할 만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판매보수를 펀드ㆍ클래스별로 획일화하지 않고 시장에서 판매회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판매사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1) 반면 ETF 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2009년말 3.7조원에서 2019년말 51.7조원으로 급증하였다.
2) 2019년 12월말 기준 판매잔고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3) MMF는 자금 유출입 규모 및 변동성이 커서 추세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집계에서 제외하였다.
4) 일부 펀드에서는 판매보수 뿐 아니라 일회성으로 판매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판매수수료는 일정 수준 이내에서 판매회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동 펀드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이 나타날 여지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판매수수료는 일회성에 불과하므로 매년 부과되는 판매보수에 비해 영향력이 작고, Morningstar(2019)에 따르면 국내 펀드 중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펀드는 전체의 20~25%에 불과하다. 따라서 판매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가격 경쟁이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5) Morningstar, 2019, Global investor experience study: Fees and expenses.
6) 한편, 판매시장의 경직성은 로보어드바이저 등 투자자문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높은 비용 수준으로 인해 일반공모펀드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자문사가 투자자에게 추가 자문 비용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 비용 수준이 낮은 무권유저비용ㆍ온라인슈퍼ㆍ직판 클래스 등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