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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의 발전 방향
2020 05/12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의 발전 방향 2020-11호 PDF
요약
금융회사의 주고객이 장노년층(50세+)으로 바뀌는 저출산ㆍ고령사회에서는 현행 생산연령인구를 주된 고객으로 하는 현행 금융서비스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금융서비스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 고령자와 생산연령인구의 생물학적, 경제적, 행동주의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의 육체적, 인지적 고령화는 새로운 금융접근성과 금융학대 방지 체계를 요구할 것이다. 금융접근성은 비대면 금융을 보완하는 새로운 영업지점정책을 필요로 할 것이며, 금융학대 방지를 위한 모바일 디지털감시와 실효적인 후견인제도의 활성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화는 근로기간 동안 모아둔 가계 자산을 노후 소득화하는데 필요한 인출상품에 대한 수요와 가계자산의 관리ㆍ운용, 나아가 잔여재산의 상속 등 재산권 이전수요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금융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고령자의 자산관리ㆍ운용과 잔여자산의 재산권 이전이라는 이중적 목적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종합재산신탁서비스가 향후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서론 

10년 후부터 우리나라는 50+세대(장노년) 인구가 50세 이하 청중년(15~49세)인구보다 많아지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2030년 장노년 인구는 2,500만명으로 청중년인구 2,100만명보다 400만명 많고, 2차 베이비부머가 노인인구로 편입이 끝나는 2040년에는 장노년이 2,800만명으로 청중년 1,700만명보다 1,100만명이나 많아진다.1) 금융산업의 금융고객 주류가 바뀌는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고령자가 하나의 고객군으로 자리매김하였으나, 이제 금융서비스체계 자체가 고령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구별점은 고령자의 금융거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는 생물학적, 경제적, 행동주의적으로 생산연령인구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이 우리의 금융시스템, 적어도 리테일 금융과 관련하여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와 감독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고령화와는 별개로 금융의 지형을 바꿀 가속페달이 COVID 19로 추가되었다. 바로 언택트 금융 혹은 비대면 금융이다. COVID 19로 인해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비대면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에 대한 압축적이고 강제적인 경험은 디지털 불평등(digital divide)을 좁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비대면 금융은 디지털 금융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고령금융소비자가 금융의 주류가 되는 미래의 고령친화적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발전해야 가야할지에 대해 간단치 않은 과제를 던진다고 판단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불가피하게 맞이하게 될 고령금융서비스체계가 디지털 금융 환경 아래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고령자 3대 특성과 고령금융 함의

생산연령인구과 비교할 때 고령자는 생물학적, 경제적, 행동주의적으로 다른 특성이 확인되는데, 이런 특성이 금융서비스에 주는 함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고령자는 생물학적으로 육체적 고령화와 인지적 고령화가 동반한다. 거동이 불편한 육체적 고령화는 금융서비스의 접근성(access)과 관련하여 고객 접점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객이 금융회사의 원거리 지점으로 찾아오도록 하는 기존 인바운드(inbound) 고객접점은 고령자에게 더 이상 좋은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고령자에게도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에 없던 아웃바운드 서비스 같은 새로운 고객접점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인지적 고령화(cognitive aging)는 인지능력의 저하로 금융거래능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적 고령화는 비대면 금융 자체의 어려움(디지털 디바이드)을 야기하거나,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금융의사결정의 법적 효력 같은 책임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디지털 불평등의 경우 이전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는 디지털 수용성이 낮지 않고 액티브시니어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디지털교육을 통해 완화가 가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인지능력 저하로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되는 문제는 금융거래의 법적 책임 분쟁과 금융학대와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둘째, 고령자의 경제활동은 생산연령인구와 다르다. 생애주기로 고령자는 생산보다 소비의 주체이며, 생산의 주체로서 그간 축적한 자산을 소득화하여 소비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따라서 금융의 역할은 부동산이든 금융자산이든 보유자산을 소득화 해주는 금융서비스가 중요해 진다. 또한 가계 자산의 관리와 관련하여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보유자산의 80%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이 20%이며, 주식 같은 위험자산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특성을 고려하여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해외의 고령금융 트렌드를 보면 소득화와 관련하여서는 인출상품시장이 발전하고 있고, 자산관리와 관련하여서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토탈 관리서비스 할 수 있는 신탁서비스가 고령금융상품의 주요 컨텐츠가 되고 있다. 셋째, 고령자의 자산관리 목적과 동기(motive)가 생산연령인구와는 다르다. 생산연령인구의 자산관리 목적은 순수히 재무적인 것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최적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령자의 자산관리 동기는 재무적인데만 있지 않다. 잔여자산에 대한 재산권 이전(상속 등) 동기가 동시에 강하다. 고령금융에서는 이 같은 이중적 동기를 충족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인데, 해외 사례를 보면 신탁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상의 세 가지 고령금융의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고령친화 금융서비스는 고령금융의 접근성, 금융학대, 새로운 금융서비스 세 측면에서 세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찾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고령금융의 접근성: 새로운 오프라인정책으로 비대면금융 보완해야  

접근성과 관련해서는 고령자에게도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확산이 불가피한 흐름이 되고 있다. 다행히도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는 지금의 70대 이상 노인세대보다 디지털 수용성이 매우 높다.2) 고령이지만 디지털금융에 익숙한 이른바 액티브시니어이기 때문에 고령자에 대한 비대면금융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디지털금융이라고 해도 육체적 고령화나 인지적 고령화를 생각할 때 청중년과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디지털 접근의 불편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고령자를 위한 전용 모바일디지털앱 등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령금융은 모바일금융만으로 접근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용금융정책 차원의 오프라인 지점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포용금융정책은 주로 저소득자의 금융서비스 접근성 제고 정책으로 이해되어 왔고, 그래서 정책 목적도 소득기준 상환능력 관련 금융소외 문제에 맞추어졌다. 고령자의 금융접근성은 세계은행의 지적처럼  포용금융의 주요 영역임에도 그간 국제적 논의와 제도발전이 더딘 영역이었다. 그리고 고령자의 육체적 애로에 따른 접근성 애로를 완화하는데 정책 초점이 맞추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령자에게는 지점의 인접성(proximity)이 만족도의 주요 척도이기 때문에 고령금융의 접근성 강화는 어느 정도 지역금융 성격의 강화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지점수를 줄이는 주주가치 관점의 금융회사 지점폐쇄전략과 고령금융의 지역금융성격은 어느 정도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금융정책에서는 이러한 상충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여기에는 세 가지 정책 방향이 있다. 우선,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지점폐쇄결정이 지역사회와 기존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이를 줄일 수 있는 대안과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지점폐쇄가 많은 영국의 경우 지점폐쇄가 지역사회와 기존 금융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대안적인 금융서비스방법을 해당 금융회사에서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3) 고령사회에서 지점정책은 금융회사의 경영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으며, 금융의 공공성과 외부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둘째는 고객을 찾아가는 아웃바운드서비스, 즉, 이동금융서비스(mobile branch banking)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 RBS는 2016년 기준으로 지점폐쇄가 많았던 스코틀랜드에 22개, 잉글랜드에 14개의 이동지점경로를 운영 중에 있다. 이동금융서비스는 비용이나 범위의 경제를 생각할 때 개별금융회사 단독으로 할 필요는 없다. 복수의 금융회사 또는 은행/증권/보험 등 이종업종 금융회사들이 토탈서비스를 목적으로 공동이동점포를 취할 수도 있다. 우체국이나 상호금융과 업무제휴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방문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가정에 직접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로서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포용금융정책의 일환으로 일부 도입하고 있다. 방문금융서비스는 우리나라도 금융상품판매업과 자문업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영국의 IFA와 같은 방문금융서비스가 복합금융상품을 대상으로 디지털금융과 결합하여 활성화될 제도적 기반은 갖추어졌다. 


금융학대 방지: 후견인제도와 디지털감시시스템 활용 

인지고령화는 고령친화 금융시스템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요소이다. 인지고령화는 질환단계의 치매 이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씩 판단능력이 저하되는 경도인지장애(MCI)를 포괄하며, 이로 인한 금융의사결정의 책임성과 신뢰성 약화가 고령금융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4) 특히, 인지고령화는 고령자들을 지인 혹은 제3자에 의한 금융사기에 노출시켜 보유자산을 잃는 금융학대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여기에 대한 사전적 대응으로 후견인제도와 디지털감시앱 등이 대안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사후적 대응으로는 신속한 보상을 위한 행정적 보상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후견인제도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으나 고령금융서비스에 연계되어 활용될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고령자의 자산과 금융의사결정을 조언하고 집행하는 후견인 스스로 금융사기의 주체가 되는 경우도 있어 후견인제도만으로 금융학대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후견인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해외의 흐름은 디지털감시시스템을 활용하거나 후술하는 후견인 관련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디지털감시서비스기능은 고령자를 위한 금융서비스앱에서 중요 기능으로 제공되는 추세이다. 이 시스템은 고령자의 자산관리와 금융거래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여 알리는 서비스로 미국의 Eversafe, 영국의 Kalgera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때에도 이상 징후를 MCI 상태의 고령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2018년부터 금융계좌를 개설할 때 본인이 신뢰하는 제3자(trusted contact person)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FINRA 규정을 도입하였다. 우리나라도 일부 투자상품에 대해 이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고령금융상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금융학대 방지를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금융사기 등에 따른 피해를 금융소비자가 신속하게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미국 SEC가 운영 중인 페어펀드 같은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으로 과징금제도 등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만큼, 투자상품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전반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금융상품 혁신: 투자성과 보험성 결합 인출상품, 종합재산신탁제도 활성화 

우리나라는 고령자를 위한 금융상품이 많지 않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은 크게 보유자산을 정기적으로 소득화하는 인출(drawdown)상품과 보유자산을 종합적으로 운용ㆍ관리하는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금융서비스는 두 부문에 모두 취약했다. 우선, 그간 고령인구 비중이 높지 않고, 사적연금(pension)의 역사가 짧아 자산을 노후소득화하는 인출상품에 대한 관심이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운용상품에 비해 부족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800만명 노인인구가 10년 후 1,200만명, 20년 후 1,7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향후 인출상품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출상품의 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정비도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투자성과 보험성을 결합한 인출상품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가령, 급성장하고 있는 TDF(Target Date Fund)의 경우 아직까지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설계되고 있지만, 자산을 소득화하는 인출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큰 상품이다. 실제 미국은 TDF에 연금(annuity) 편입을 허용하고 있어 근로기간 동안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투자한 TDF가 연금화 서비스까지 수행하고 있다. 금융자산의 축적단계와 인출단계가 인출상품의 혁신을 통해 통합서비스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금융서비스는 고령자에게 보유자산을 종합적으로 운용ㆍ관리하는 자산관리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하였다. 고령자는 부동산, 금융자산을 고루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유 목적도 가계자산의 운용ㆍ관리를 넘어, 잔여자산을 상속하려는 재산권 이전까지 생각하는 복합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 고령자의 이중적 자산관리 동기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는 신탁서비스가 유일한데, 우리나라는 그 수요에 부응하는 신탁시장의 발전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종합재산신탁서비스의 발전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종합재산신탁은 일본이나 미국 같은 고령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재산권 이전 관련 신탁서비스(유언대용신탁, 유언신탁, 증여신탁 등)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제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신탁서비스는 인지고령화에 따른 금융사기와 금융학대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후견인 관련 신탁이 대표적인데, 이는 개인(친척, 제3자)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신탁법인(금융회사)이 후견인이 되거나 신탁법인이 후견인을 감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고령자들의 제3자에 의한 금융사기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1) 통계청, 2019년 장래인구추계. 참고로 마지막 1차 베이이부머가 65세가 되는 시점이 2028년, 마지막 2차 베이비부머인 1974년생이 65세가 되는 시점이 2040년임
2) 한국은행(2019)에 따르면 70대 노인인구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6%에 불과하나, 베이비부머가 속한 60대와 50대는 각각 19%, 51%로 높다. 참고로 40대는 76%이다. 그리고 70대의 이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로 모바일금융을 들어 본적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한다(한국은행, 2019, 2018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형태 조사결과).
3) BBA, 2017, Access to Banking Protocol. 대안적인 서비스수단으로 영국은 영상텔레뱅킹, 우체국서비스 연계, 은행간 공동지점, 이동점포 등을 추천하고 있다.
4) 참고로, 미국의 1994~2014년 70~74세 노인인구 중 치매는 3%, MCI 9%, 80~84세 치매 15%, MCI 30%로 나타났고(2018, FRB 필라델피아),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의 약 30%가 MCI 이상의 인지장애가 있는 것으로 조사됨(2018, 다이와연구소)
    FRB Philadelphia, 2018, CFI IN FOCUS: Addressing the Financial Well-Being of Older Adults.
    다이와연구소, 2018, 고령사회에서의 금융과 그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