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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판매시장에서 유인 구조 개편 필요성
2021-02호 2021.01.18
요약
공모펀드 판매사는 원칙상 고객의 입장에서 유리한 상품을 선정하고 추천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려는 유인도 가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판매사와 고객 간 이해상충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객의 투자 성과가 저하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ㆍ네덜란드ㆍ호주ㆍ남아공 등 국가에서는 자사 이익을 위해 판매사들이 특정 상품을 선호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의 유인 구조를 개편하는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동 정책은 국내에서도 판매사와 고객 간 이해상충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뿐 아니라 판매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저비용상품에 대한 고객 접근성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는가?
공모펀드의 판매는 대부분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 중에는 스마트폰 앱과 웹사이트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모펀드가 판매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고객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금융회사 직원을 마주하고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그 결과 지점과 고객을 많이 보유한 대형 은행ㆍ증권사일수록 많은 금액을 판매하며 이들이 추천하는 펀드에 고객들의 자금이 집중된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과연 고객에게 유리한 공모펀드 상품을 선정하여 판매할까? 법률에 의거하여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 대해 신의성실의무를 다하고 이해상충방지원칙 등을 준수하도록 되어있으며 위반 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또는 책임자 제재 조치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판매사는 고객의 입장에서 유리한 상품을 추천할 유인을 갖는다. 또한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이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이 다른 판매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므로 경쟁 논리에 의해서도 판매사는 고객을 위해 우수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할 유인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금융회사와 임직원들은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고객과 이해상충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회사는 주주 이익 제고 또는 임직원 보상 수준 확대를 위해 판매마진이 높거나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상품을 취급할 유인을 지닌다. 또한 일선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성과목표 달성 등 개인적인 동기로 인하여 스스로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유인이 있다. 다시 말해, 금융회사들은 설령 상품 A를 판매하는 것이 고객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하였을지라도, 실제로는 그만큼 유용하지 않은 상품 B를 추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는 비단 공모펀드 뿐 아니라 모든 상품의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판매사 간 경쟁이 확대되거나 고객들이 상품의 유불리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유독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모펀드 판매사 간 경쟁의 강도가 제한적이다. 현 규제 하에서 판매사들은 동일한 펀드에 대해 동일한 판매보수를 받게 되어 있어 판매사 간 가격 경쟁이 나타나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공모펀드는 사모펀드ㆍ파생결합증권 등과 달리 공급량이 제한적이지 않아 희소성을 부각하는 전략도 펼치기 어렵다.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벌일 수 있는 차별화 요인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모펀드 가입 고객들은 새로운 금융회사를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지점이 있거나 기존에 익숙한 금융회사를 주로 찾게 된다. 둘째, 고객들은 개별 공모펀드의 유불리를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상품 정보는 투자설명서와 운용보고서, 펀드 공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누구든지 접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가공ㆍ분석하여 어떠한 상품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가려내는 작업은 상당한 금융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반적인 상품들과 달리 공모펀드는 개별 상품이 주는 효용(benefit)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공모펀드에 대해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객 성과가 상당 부분 저하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김종민(2018)에 따르면 국내 공모펀드 판매사들은 판매보수율이 높거나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그렇지 않은 펀드보다 더욱 많이 판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펀드의 미래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하였다.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는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Hoechle et al.(2018)은 스위스 사례를 분석하여 금융회사가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상품들을 고객에게 추천하였으며 이러한 상품에 투자한 고객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해상충 소지가 없는 중립적인 판매채널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로 펀드슈퍼마켓과 독립투자자문 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펀드슈퍼마켓은 시중에 출시되는 모든 공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다수의 자산운용사 등이 지분을 분산 소유함으로써 특정회사에 의한 지배가 불가능하도록 하여 중립적인 판매가 가능토록 설계되었다. 독립투자자문업자 역시 금융상품 제조ㆍ판매사와 계열관계가 있거나 겸직을 해서는 안 되며 이들로부터 자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등 고객에게 중립적인 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중립적 판매채널이 기대만큼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14년 4월 시작된 펀드슈퍼마켓 서비스는 전체 공모펀드 시장에서 0.6%만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며 독립투자자문은 등록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기존 판매사들이 특정 상품을 선호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유인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판매사가 펀드 판매에 따른 대가를 해당 펀드로부터 수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판매사의 주된 수입원은 펀드로부터 수취하는 판매보수다. 판매보수율은 펀드 운용사에 의해 결정되는데 개별 펀드마다 그 수준이 각기 다르다. 예를 들면 펀드 A는 판매잔액의 1.0%를 매년 판매사에 지불하는 반면 펀드 B는 0.5%만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우 판매사들은 자사 이익 증대를 위해 판매보수율이 높은 펀드 A를 판매할 유인이 크다. 만약 펀드로부터 판매보수를 수취하는 것이 금지되면 판매마진은 펀드 AㆍB가 아닌 고객과의 계약에 의해 별도 결정되므로 판매사가 특정 펀드를 선호할 유인이 사라진다. 즉, 고객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펀드 측으로부터 대가 수취를 금지하는 정책은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었다. 영국은 2012년부터 발효된 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Retail Distribution Review: RDR)의 일환으로 자문업자 및 플랫폼 사업자로 하여금 펀드 운용사로부터 대가를 수취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였다. 네덜란드 역시 투자회사가 제3자에게 대가를 주거나 받는 것을 2014년에 금지하였으며 판매사로 하여금 고객으로부터 직접 대가를 수취토록 하였다. 호주에서는 소매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회사가 상품 제조사로부터 대가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2013년부터 시행하였으며 최근 개정안을 통해 핵심 예외조항을 폐지함으로써 2021년부터 전면 작동하게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 2017년부터 실시되었다. 한편, EU에서는 MiFID Ⅱ에 의거하여 2018년부터 투자일임업자로 하여금 펀드 측으로부터 대가를 수취할 수 없도록 하였다.1) 투자일임업자는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펀드를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사와 마찬가지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판매채널을 새롭게 등장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는 달리 동 정책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판매사들의 유인 구조를 직접 개선하여 이해상충 소지를 원천 제거하는 방식을 채택하므로 정책 효과가 보다 즉각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다음의 효과들도 부수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판매사 간 경쟁이 촉진될 것이다. 동일한 상품이라도 판매마진을 서로 다르게 책정할 수 있게 되므로 프로모션 등을 통한 가격 차별화 시도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판매사 간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궁극적으로 비용 절감 및 서비스 혁신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판매사에서 패시브펀드ㆍETF와 같은 저비용상품의 취급이 늘어날 것이다. 판매마진이 작아 그 동안 창구에서 외면받았던 저비용상품에 대해 판매사가 자체적으로 판매마진을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을 취급할 유인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객들의 저비용상품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동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다음의 사항을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판매사가 여전히 계열사 펀드를 선호할 유인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고객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사모펀드ㆍ파생결합증권 등 다른 소매상품의 취급 또한 판매사의 유인 구조 및 이해상충 문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항들은 동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영향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영국ㆍ네덜란드 등 일찌감치 정책을 시행 중인 국가들의 사례 분석을 통해 기대효과가 실제로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각국 정부에서 상기 사항들에 대한 보완책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단, 투자일임을 제외한 자문과 단순중개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가 수취를 계속해서 허용하였다. 전면 금지 시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사들이 타사 상품을 꺼리고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배타적인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ESMA, 2020).
참고문헌
김종민, 2018,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판매양상의 특징 및 성과 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18-04.
ESMA, 2020, ESMA’s technical advice to the Commission on the impact of the inducements and costs and charges disclosure requirements under MiFID II.
Hoechle, D., Ruenzi, S., Schaub, N., Schmid, M., 2018. Financial advice and bank profits.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1(11), 4447-4492.
공모펀드의 판매는 대부분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 중에는 스마트폰 앱과 웹사이트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모펀드가 판매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고객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금융회사 직원을 마주하고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그 결과 지점과 고객을 많이 보유한 대형 은행ㆍ증권사일수록 많은 금액을 판매하며 이들이 추천하는 펀드에 고객들의 자금이 집중된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과연 고객에게 유리한 공모펀드 상품을 선정하여 판매할까? 법률에 의거하여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 대해 신의성실의무를 다하고 이해상충방지원칙 등을 준수하도록 되어있으며 위반 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또는 책임자 제재 조치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판매사는 고객의 입장에서 유리한 상품을 추천할 유인을 갖는다. 또한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이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이 다른 판매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므로 경쟁 논리에 의해서도 판매사는 고객을 위해 우수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할 유인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금융회사와 임직원들은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고객과 이해상충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회사는 주주 이익 제고 또는 임직원 보상 수준 확대를 위해 판매마진이 높거나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상품을 취급할 유인을 지닌다. 또한 일선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성과목표 달성 등 개인적인 동기로 인하여 스스로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유인이 있다. 다시 말해, 금융회사들은 설령 상품 A를 판매하는 것이 고객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하였을지라도, 실제로는 그만큼 유용하지 않은 상품 B를 추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는 비단 공모펀드 뿐 아니라 모든 상품의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판매사 간 경쟁이 확대되거나 고객들이 상품의 유불리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유독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모펀드 판매사 간 경쟁의 강도가 제한적이다. 현 규제 하에서 판매사들은 동일한 펀드에 대해 동일한 판매보수를 받게 되어 있어 판매사 간 가격 경쟁이 나타나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공모펀드는 사모펀드ㆍ파생결합증권 등과 달리 공급량이 제한적이지 않아 희소성을 부각하는 전략도 펼치기 어렵다.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벌일 수 있는 차별화 요인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모펀드 가입 고객들은 새로운 금융회사를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지점이 있거나 기존에 익숙한 금융회사를 주로 찾게 된다. 둘째, 고객들은 개별 공모펀드의 유불리를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상품 정보는 투자설명서와 운용보고서, 펀드 공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누구든지 접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가공ㆍ분석하여 어떠한 상품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가려내는 작업은 상당한 금융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반적인 상품들과 달리 공모펀드는 개별 상품이 주는 효용(benefit)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공모펀드에 대해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객 성과가 상당 부분 저하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김종민(2018)에 따르면 국내 공모펀드 판매사들은 판매보수율이 높거나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그렇지 않은 펀드보다 더욱 많이 판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펀드의 미래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하였다.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는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Hoechle et al.(2018)은 스위스 사례를 분석하여 금융회사가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상품들을 고객에게 추천하였으며 이러한 상품에 투자한 고객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고객과 판매사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해상충 소지가 없는 중립적인 판매채널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로 펀드슈퍼마켓과 독립투자자문 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펀드슈퍼마켓은 시중에 출시되는 모든 공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다수의 자산운용사 등이 지분을 분산 소유함으로써 특정회사에 의한 지배가 불가능하도록 하여 중립적인 판매가 가능토록 설계되었다. 독립투자자문업자 역시 금융상품 제조ㆍ판매사와 계열관계가 있거나 겸직을 해서는 안 되며 이들로부터 자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등 고객에게 중립적인 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중립적 판매채널이 기대만큼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14년 4월 시작된 펀드슈퍼마켓 서비스는 전체 공모펀드 시장에서 0.6%만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며 독립투자자문은 등록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기존 판매사들이 특정 상품을 선호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유인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판매사가 펀드 판매에 따른 대가를 해당 펀드로부터 수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판매사의 주된 수입원은 펀드로부터 수취하는 판매보수다. 판매보수율은 펀드 운용사에 의해 결정되는데 개별 펀드마다 그 수준이 각기 다르다. 예를 들면 펀드 A는 판매잔액의 1.0%를 매년 판매사에 지불하는 반면 펀드 B는 0.5%만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우 판매사들은 자사 이익 증대를 위해 판매보수율이 높은 펀드 A를 판매할 유인이 크다. 만약 펀드로부터 판매보수를 수취하는 것이 금지되면 판매마진은 펀드 AㆍB가 아닌 고객과의 계약에 의해 별도 결정되므로 판매사가 특정 펀드를 선호할 유인이 사라진다. 즉, 고객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펀드 측으로부터 대가 수취를 금지하는 정책은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었다. 영국은 2012년부터 발효된 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Retail Distribution Review: RDR)의 일환으로 자문업자 및 플랫폼 사업자로 하여금 펀드 운용사로부터 대가를 수취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였다. 네덜란드 역시 투자회사가 제3자에게 대가를 주거나 받는 것을 2014년에 금지하였으며 판매사로 하여금 고객으로부터 직접 대가를 수취토록 하였다. 호주에서는 소매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회사가 상품 제조사로부터 대가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2013년부터 시행하였으며 최근 개정안을 통해 핵심 예외조항을 폐지함으로써 2021년부터 전면 작동하게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 2017년부터 실시되었다. 한편, EU에서는 MiFID Ⅱ에 의거하여 2018년부터 투자일임업자로 하여금 펀드 측으로부터 대가를 수취할 수 없도록 하였다.1) 투자일임업자는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펀드를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사와 마찬가지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판매채널을 새롭게 등장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는 달리 동 정책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판매사들의 유인 구조를 직접 개선하여 이해상충 소지를 원천 제거하는 방식을 채택하므로 정책 효과가 보다 즉각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다음의 효과들도 부수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판매사 간 경쟁이 촉진될 것이다. 동일한 상품이라도 판매마진을 서로 다르게 책정할 수 있게 되므로 프로모션 등을 통한 가격 차별화 시도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판매사 간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궁극적으로 비용 절감 및 서비스 혁신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판매사에서 패시브펀드ㆍETF와 같은 저비용상품의 취급이 늘어날 것이다. 판매마진이 작아 그 동안 창구에서 외면받았던 저비용상품에 대해 판매사가 자체적으로 판매마진을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을 취급할 유인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객들의 저비용상품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동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다음의 사항을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판매사가 여전히 계열사 펀드를 선호할 유인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고객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사모펀드ㆍ파생결합증권 등 다른 소매상품의 취급 또한 판매사의 유인 구조 및 이해상충 문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항들은 동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영향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영국ㆍ네덜란드 등 일찌감치 정책을 시행 중인 국가들의 사례 분석을 통해 기대효과가 실제로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각국 정부에서 상기 사항들에 대한 보완책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단, 투자일임을 제외한 자문과 단순중개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가 수취를 계속해서 허용하였다. 전면 금지 시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사들이 타사 상품을 꺼리고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배타적인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ESMA, 2020).
참고문헌
김종민, 2018,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판매양상의 특징 및 성과 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18-04.
ESMA, 2020, ESMA’s technical advice to the Commission on the impact of the inducements and costs and charges disclosure requirements under MiFID II.
Hoechle, D., Ruenzi, S., Schaub, N., Schmid, M., 2018. Financial advice and bank profits.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1(11), 4447-4492.